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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인권] 약자의 복수, '프라미싱 영 우먼'이 던지는 질문

 

2021년 개봉한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의 주인공 캐시는 낮에는 커피숍에서 일하고, 밤에는 바에서 술 취한 여성들에게 개수작을 부리는 남자들을 응징하는 젊은 여성이다. 한때 의대생이었던 캐시가 방황하는 것은 7년 전 절친 니나의 죽음 때문이다. 니나는 학교 파티에서 술에 취한 채 남학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그 영상이 유포되며 2차 피해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 캐시는 니나를 도우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지만, 가해자들은 처벌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이제는 의사가 되어 잘 살고 있다.

 

니나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캐시에게 사람들은 "이제 네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 하지만 캐시는 아무 일 없었던 듯 계속되는 세상을 견딜 수 없다. 복수를 결심한 캐시가 찾아간 의대 학장은 "그런 사건은 너무 많아 기억조차 없다"고 말한다. 옛 동창으로 소아과 의사가 된 라이언은 알고 보니 가해자 중 한 명이었고, 따져 묻는 캐시에게 "너는 의대를 자퇴한 실패자"라며 오히려 그녀를 몰아붙인다. 더는 견딜 수 없는 캐시는 복수에 나선다.

 

영화는 성폭행 피해 여성들이 마주하는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니나가 강간 피해를 신고했을 때, 돌아온 것은 의심의 눈초리와 니나의 행실을 문제삼는 가십뿐이었다. 대학은 피해자 지원보다는 자신들의 평판 보호에 집중했고,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사법 시스템 또한 고통을 가중했다.

 

사실 영화 제목 '프라미싱 영 우먼'은 전도유망한 '프라미싱 영 맨'이라는 이유로 형을 경감 받는 젊은 남성 성범죄자들을 비꼰 것이다. 2014년 하버드 대학신문에는 성폭행을 당하고도 학교 측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피해자의 글이 실렸다. 당시 피해자가 "내 미래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내가 떠나겠다"고 밝힌 것은 상징적이다. 영화 속 니나처럼 이 학생 역시 전도유망한 학생이었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가해자의 미래에만 주목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오히려 하버드를 떠나기로 한 것처럼, 영화에서도 가해자들의 장래가 고려되는 동안 정작 니나와 캐시의 유망한 미래는 짓밟혔다.

 

영화는 또한 약자의 복수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가혹한 싸움임을 드러낸다. 캐시는 "술 취한 젊은 남자는 그럴 수 있다"는 끔찍한 합리화에 맞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며, 가해자에게 마땅한 책임을 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씁쓸한 인정이 찾아온다.

 

더는 전도유망한 젊은 여성들이 성범죄 피해로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누구나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도록, 우리는 어디서부터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까? 지금도 우리는 니나와 캐시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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