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관리 방안과 관련해 '은행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가계대출과 관련된 이 원장의 발언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은행의 자율적 관리를 강조하자 강경했던 기존의 태를 다소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18개 국내은행의 은행장과 함께 가계부채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 후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 동향과 관련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은행권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출 수요자들은 불편을 제기하고 있다"며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 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 상이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로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 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시장 상황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장의 개입 필요성 언급으로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지고,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자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을 피력하며 기존의 '엄정한 대응' 기조는 유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월 5조 3000억 원 ▲6월 4조 2000억 원 ▲7월 5조 2000억 원 ▲8월 9조 5000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회복되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가계의 상환부담 가중, 수요 부진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 상황으로, 앞으로 적정수준으로 긴축해 나가지 못하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경제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국민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 관련 대출 집중도가 높은 상황으로 금융불균형이 누증되고, 주택가격 조정 시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가 우려된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가계대출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은행권의 가계대출 심사 기준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은행장들을 향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일각에서는 은행이 손쉽고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주택) 부문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혁신 성장 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은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며 "최근 은행권이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자율적 리스크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개별은행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 취급에 있어 그간의 심사 경험을 살려 선구안을 발휘하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서 은행권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건전한 여신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장들을 향해 현장에서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어떤 제약요인이 있었는지, 효과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기탄없이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제기된 의견을 감독업무에 반영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도 이러한 은행권의 자발적인 노력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가는 한편, 정책성 대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의해 관리 방안을 수립해 나가겠다"며 "신용대출과 2금융권 대출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