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가 올해 개최 20주년을 맞는다. 지스타 사무국은 올해 풍성한 행사를 예고하고, 국제적 위상을 갖춘 글로벌 최고 게임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스타 전야제격으로 매해 열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역시 업계의 주요 이슈로 꼽힌다. 이번 기획에서는 지스타의 지난 자취를 살피고 지스타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다. -편집자 주
지스타 2024가 개막을 약 일주일 앞둔 가운데, 지스타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최고 게임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 지원책이 마련돼야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K-게임의 위상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이렇다 할 게임 산업 진흥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게임 패싱'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열린 게임대상과 지스타 행사 현장에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방문해 업계를 격려하면서 정부발 게임 산업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유 장관은 앞서 '친(親)게임' 행보를 보여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지스타 2023 개막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게임 산업은 디지털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엄청나다"며 "정부는 게임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제작 지원에서부터 제도 개선까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오는 2028년을 게임 산업 제2의 도약 원년으로 삼고 국내 게임 매출 30조 원, 수출 120억 달러, 일자리 9만 5000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3개 전략과 12개 추진 과제를 제시하며 게임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지원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업계의 평이다.
지난 3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시행했으나 게임 산업의 성장을 돕는 지원책은 전무후무한 상황이다. 게임 소액사기 전담기구 설치 등 대선 당시의 게임 관련 공약 대부분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질병코드 전면 재검토, 선택적 셧다운제 폐지, 게임물관리위원회 폐지, 블록체인 게임(P2E) 승인 등 게임 관련 중대 현안은 해결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표류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축협, 배드민턴 등 스포츠 이슈 및 영화계 블랙리스트, 웹툰 산업의 양적 팽창 등 올해 문체부 내 다양한 현안이 생김에 따라 게임 산업에 대한 논의는 도외시 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면서 "확률형 아이템 의무화를 제외하곤 올해 실효성있는 게임 관련 정책이 나온 것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하며, 이는 게임 패싱이 아니라 방임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국내 게임 업계는 둔화된 성장세, 매출 감소, 글로벌 경쟁 상대 증가 등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게임 시장은 매출 약 22조 원 규모를 기록했지만 성장률 둔화, 이용자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게임시장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게임사들의 공습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연쇄적으로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 축제인 지스타 개막을 앞뒀음에도 게임 업계가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이유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는 "게임에 대한 규제가 있다면 게임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완화책도 동시에 제시돼야 한다. 블록체인 게임 개발 환경 조성 혹은 게임사들이 신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BM 등 탈출구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게임 전문 지원 기관 혹은 R&D센터 등 게임 산업 발전을 주관하는 컨트롤타워가 구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게임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형 게임사들이 구조조정·직원 감축·서비스 종료 등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을 펼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현상이 중견·스타트업 게임사로까지 퍼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최근 중국은 게임·이스포츠를 표준화했고, 중동 국가들은 수 천억 원을 들여 게임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글로벌 국가들이 게임·이스포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대로라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이스포츠를 포함한 K-게임이 경쟁력을 잃고 뒤쳐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스타는 매년 11월 둘째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축제로, 올해로 개최 20회를 기록한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