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이변으로 좁은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는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면서 옹벽 붕괴, 산사태 등 부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방재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해 시설물 보강 등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십이탄천에서는 편의점과 주택이 함께 있는 2층짜리 건물이 하천 아래로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은 하천 인근 옹벽 위에 위치해 있었으며, 폭우로 인해 옹벽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를 포함해 현리 일대에는 산사태 피해로 주택과 농지, 축사 등이 토사에 매몰됐고, 주민 66명이 긴급 대피해 이재민이 됐다.
경기 남부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16일 오산시 가장교차로 인근에서는 수원 방향 고가도로 옹벽 일부가 무너지며 차량이 파손되고 운전자가 사망했다. 당시 해당 옹벽은 지반 침하 조짐이 있었으나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되다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거 사례도 반복적이다. 2022년 성남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폭우로 인한 지반 침하로 옹벽이 금이 가고, 건물 일부에 균열이 발생해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학부모들은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이 정밀 점검을 시행하지 않아 우려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국지성 호우가 기존 장마와 다르게 좁은 지역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과거의 방재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여름철 전국적으로 일정 기간 비가 내리는 전통적인 장마와 달리, 최근에는 스콜성 폭우가 국지적으로 쏟아지는 기상 패턴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평군이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있어 예방 시설이 부족했다”며 “옹벽 내부에 폭우로 물이 차올라 압력으로 붕괴되는 사례들이 반복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장마의 개념이 사라지고 이상기후로 인한 국지성 호우가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기존 기준보다 훨씬 강화된 방재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국지적 기상이변을 반영한 시설물 안전진단 강화, 옹벽과 사면에 대한 항구적 보강, 산사태 위험 지역의 재지정 등을 통해 반복되는 인명·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