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임대주택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이후 계약이 종료됐더라도, 의무임대기간이 남아 있다면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간임대주택법이 동시에 적용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충돌로, 현장에서 혼란이 적지 않다.
28일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는 "명도소송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인도를 요구하며 제기하는 소송이지만,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민간임대주택의 경우에는 의무임대기간이 우선 적용된다"며 "갱신요구권에 따른 계약 종료만으로는 곧바로 명도소송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2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한다. 임차인이 이를 행사하면 법률상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 따라서 갱신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계약은 종료된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법은 다르다. 단기 임대주택은 4년, 장기 임대주택은 8년의 의무임대기간이 설정되어 있으며, 이 기간 동안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다. 즉 갱신요구권으로 연장된 계약이 끝나더라도 의무임대기간이 남아 있다면 명도소송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실제 사법연감 통계에서도 건물인도·철거(명도소송 포함) 사건은 매년 수만 건씩 접수되고 있다. 2018년에는 3만 9000여 건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코로나 시기였던 2022년에는 2만 9000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23년 들어서는 다시 3만 5000건 이상으로 반등하며 사회 전반의 분쟁 수요를 보여주고 있다.
엄 변호사는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시점이라면 계약 종료를 이유로 명도소송 제기가 가능하지만, 의무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은 차임 2기 이상 연체, 불법 사용, 무단 전대, 주택 멸실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임대인의 지위가 단순한 집주인과 달리 등록사업자로서 공적 규제를 받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 변호사는 또 "민간임대주택의 임차인은 갱신요구권뿐 아니라 임대인의 의무임대기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임대사업자 역시 계약종료만을 이유로 무리하게 명도소송을 추진하기보다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대응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안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