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속에서도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이 연말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외식비 지출은 줄었지만 심리적 보상 소비는 되레 늘어난 ‘작은 사치’ 흐름이 명확해지면서다.
백화점과 호텔, 프리미엄 베이커리들은 희소성을 앞세운 홀케이크·초콜릿 한정판을 잇달아 내놓으며 연말 특수 선점에 나섰다. 단가가 높아도 수요가 꾸준한 데다 객단가 상승 효과도 커 유통업계 수익 방어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의 올해 연말 소비 키워드를 ‘작은 사치’로 꼽힌다. 외식 한 끼가 5만 원을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이 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디저트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5만 원대 이상 프리미엄 케이크 매출은 연말 시즌 평월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예약 판매는 대부분 개시 직후 매진됐다.
특히 백화점·호텔업계는 연말마다 ‘한정판 경쟁’을 벌이며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신라호텔은 ‘화이트 트러플’을 올린 한정판 상품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일반 블랙 트러플 가격의 3~4배에 달하는 화이트 트러플을 사용했고, 제작 기간만 약 6~7일이 소요돼 하루 최대 3개만 판매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내달 1일부터 매년 연말을 책임지는 상징적인 제품, 프리미엄 딸기 케이크를 선보인다. 신선한 금실 딸기와 프랑스 발로나의 프리미엄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가나슈 크림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롯데호텔의 딸기 케이크는 경쟁사대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선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마트 역시 프리미엄 디저트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포지셔닝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 브랜드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마카롱 세트, 티라미수 등 외식 수준의 품질을 갖춘 냉장 디저트를 2만 원 이하 가격에 출시해 ‘가성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중이다. 노브랜드 등 저가 디저트 대신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하며 “밥값은 줄여도 디저트 만족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소비 흐름에 올라탔다.
편의점 역시 연말 특수를 노린 케이크 예약 경쟁에 뛰어들었다. CU와 GS25는 카카오프렌즈·산리오 등 캐릭터 IP와 협업한 케이크를 출시하고 일부 점포에서는 유명 제빵사와 협업한 고급형 케이크를 운영하며 20~30대 고객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전예약을 시작하며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배달비가 부담되는 젊은 소비자들이 편의점 픽업을 선호하는 점도 편의점 디저트 시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 역시 변화했다. 외식비 부담이 높아지자 친구·연인과의 만남을 ‘식사 모임’에서 ‘프리미엄 디저트 셰어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만 원대 식사 대신 5만 원 내외 홀케이크를 구매해 나눠 먹고, SNS 인증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심비(심리적 만족 대비 지출 가치)’가 더 높다는 판단이다.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백화점·호텔 베이커리에서 직접 픽업하는 ‘알뜰 사치’ 소비도 확산 중이다.
유통업계는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이 불황기에도 가격 저항이 낮은 고마진 카테고리라는 점에 주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 속에서도 유일하게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이 프리미엄 디저트”라며 “단기 수익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있어 연말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