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30년 전, 대선을 앞둔 1992년 12월 11일 김기춘이 부산의 복어요리집인 초원복집에서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박일용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직할시 교육감, 정경식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의 지역 주요 기관장 9명을 불러 놓고 성토한 일성이다. “우리가 남이가”는 “김영삼을 당선시키자”의 수식어구다. "부산, 경남, 경북까지만 요렇게만 딱 단결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지역감정이 유치할진 몰라도 고향 발전엔 도움이 돼", "하여튼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해" 당시 자리에서 오갔던 말이다. 지금까지도 대표적 정치공작으로 손꼽히는 초원복집 사건이다. 초원복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통일한국당 관계자의 폭로 덕분이었다. 도청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그는 손님으로 위장해 입장한 후 녹음기를 설치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후에 실형을 선고받아야 했다. 죄명은 주거침입죄였다. 반면 식당에 모여 정치공작을 논했던 이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주거침입은 죄명에서도 알 수 있듯 ‘침입’을 해야 성립하는 범죄다. 하지만 통일한국당 관계자는 초원복집에 침입하지 않았다
“무자본 M&A”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돈이 있어야 기업을 인수하든 합병하든 할 수 있다. 그런데 돈도 없이 무자본으로 기업을 인수․합병한다니 봉이 김선달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소리다. 하지만 현실에서 “무자본 M&A”는 성행하고 있다. 무자본 M&A라고 해서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수하는 주체가 자기자본 없이 M&A를 한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남의 돈으로 M&A를 하는 것이다. 이들은 돈을 빌려와 기업을 산다. 하지만 담보도 없이 “기업 좀 사게 돈 좀 빌려주세요”라고 하는 이에게 선뜻 돈을 내어줄 은행은 없다. 그렇기에 무자본 M&A 세력은 “사모펀드”를 이용한다. 말이 좋아 사모펀드지 사체다. 돈이 많은 개인 몇몇으로부터 돈을 모으는 것이다. 당연히 이자는 엄청나다. 이자제한법에 걸리기 때문에 투자로 처리한다. 짧으면 6개월, 길어야 2년 안에 투자금의 2~3배에 달하는 수익을 제시하고는 한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이처럼 높기는 어렵다. 사모펀드 세력은 짧은 기간에 수익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기업의 돈 되는 자산을 모조리 팔아 치우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5호). 근로의 대가로 받는 돈이다.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동조 제3호). 그렇다면 임금은 노동의 대가다. 노동(勞動)은 힘들여 일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돈을 받고 “힘들여 일함”을 판다. 사용자는 돈을 주고 “힘들여 일함”을 산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시간을 들여 일한다는 것은 삶의 한 부분을 내어주는 것이다. 노동자는 자신의 삶을 임금과 교환한다. 인간의 삶이 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상품으로써의 노동은 산업화의 산물이다. 물론 농경사회에도 노동과 임금은 존재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정해진 가격(임금)과 규격(시간)에 따라 하나의 상품으로써 거래되는 노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노동이 상품이라는 주장은 사실이지만 불편하다. 인간의 삶이 조각조각 나뉘어 상품으로 거래된다는 것이 편할 수는 없다. 애초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상품일 수 없음에도 상품이 되어버린 노동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 덤핑으로 팔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을 만들었다. 과도하게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통과의례가 있다. ‘수사’다. 전국에서 수많은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수사가 이어진다. 낙선자에게는 선거에 떨어진 마당에 수사까지 받아야 하니 설상가상일 것이다. 하지만 수사는 낙선자보다는 당선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치열한 선거의 전쟁에서 겨우 살아남았지만, 수사의 결과에 따라 정확히는 재판의 결과에 따라 그 승리는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는 당선자를 한순간에 낙선자, 아니 낙선한 전과자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수사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많은 후보는 자신의 선거운동 못지않게 상대 후보의 위법사항을 수집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는 한다. 상대가 지켜보고 있으니 후보들은 더더욱 위축되고는 한다. 감시와 위축 그리고 위험은 선거를 극도로 예민한 일련의 과정으로 만들어 버리고는 한다. 그 결과 후보들은 모든 행위를 일일이 선관위에 물어보고 나서야 실행하는 버릇이 생기기도 한다. 사사건건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사사건건 선관위에 질의하다 보니 선관위 역시 사사건건 규칙과 규율을 만들게 되고 만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선거규율은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1980년생, 밀레니엄 세대다. 라떼는 말이다. 엄마는 주부였다. 우리 엄마도, 친구 엄마도, 동네 형 엄마도 가정주부였다. 여자는 중·고등학교 졸업하고 공장에 들어가 일하다 결혼하면 가정주부가 되는 것이 국룰이었다. 간혹 대학을 나와도 결혼하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가정주부가 되어야 했다. 여자가 한 가정을 먹여 살려야 하는 남자와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었다. 힘도 못 쓰는 여자의 월급이 남자보다 적은 것이 불만인 사람은 없었다. 사무직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여자는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손에 걸레를 들고 남자 부장님, 남자 과장님, 남자 대리님, 남자 선배님 책상을 닦아야 했다. 남자들 책상까지 닦아가며 일해도 월급은 더 적었다. 회사는 성별 분리호봉제를 대놓고 적용했다. 어느 대졸 여성 직원이 부장님 앞에서 “대학까지 나와서 책상 닦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해 사무실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나마 공감한다는 남자 과장이 “맞아 책상 닦는 것은 대학 나온 여자가 할 일이 아니야. 중고등학교 나온 여자들이나 할 일이지”라고 수습했다는 일화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이다. 어쨌든 책상은 여자가 닦아야 했던 시절이다. 성폭력 범죄는
대한민국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헌법은 우리에게 평화통일을 명령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규범인 헌법에 따라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해야 한다. 국민의 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연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이 우리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선제적으로 타격하여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안보의 위협, 즉 우리의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그것을 지키겠다는 뜻일 테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긴다. 선제타격 그 후엔? 윤 후보는 구체적으로 “선제타격을 바로 한다는 것이 아니다”, “침략적 도발 행위를 할 것이 확실시될 때에, 우리가 적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그 도발을 지시한 지휘부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능력이 있고, 그럴 의지가 있다고 천명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우리의 애티튜드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선제타격의 대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군 지휘부다. 미사일 기지와 군 지휘부에 대한 선제타격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지휘부를 타격당한 북한은 어떠한 대응을 할까?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 당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가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법무부 장관 가족을 수사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제1 야당 대선 후보까지 되었다. 하지만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는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라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기소했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입에 달고 다녔던 “법과 원칙에 따라”는 도대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그런데 최근 윤 후보는 그 의심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했다. “이런 확정적 중범죄,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보”가 그것이다. 지난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칭해 한 말이다. “법원 원칙에 따라”를 입에 달고 다녔던 검찰총장 출신 제1야당의 대선 후보 입에서 나온 발언인지 믿기 어려울 정도다. 만약 윤 후보가 검찰 재직 시절, 특히 검찰총장 재직 시절에도 사건에 대해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확정적 중범죄”라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가 맡았거나 지휘한 모든 수사는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시콜콜하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노동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는 뜻이다. 노동자를 구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말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고용형태에 따른 구분이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즉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계약이면 정규직이다. 반대로 비정규직은 기간이 정해진, 그 기간이 끝나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노동자다. 단시간 근로자라는 개념도 있다. 주위 다른 노동자에 비해 근무시간이 짧은 이들을 뜻한다. 그런데 이렇게 근로시간이 짧은 노동자 중 1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사람을 별도로 구분하여 초단시간 근로자라고 부른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평균 근로시간 노동자에 비해 단시간 노동자가 그리고 다시 초단시간 노동자가 더욱 열악한 경제 상황에 놓여 있고는 한다. 한 사업장에서 1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는 일을 그만둘 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국가는 노동자의 퇴직금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퇴직금 지급을 강제하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에게 퇴직은 곧 먹고사는 것에 대한 위험이다. 그렇기에 퇴직금이라도 받아야 이러한 위험에서 조금은 그리고 잠시는 안전할 수 있다. 그만큼 퇴직금은 노동
“우리나라는 제헌헌법의 제정을 통하여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보장, 법치주의 등을 국가의 근본이념 및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질서를 수립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친 헌법개정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한결같이 위 헌법질서를 그대로 유지하여 오고 있는 터이므로,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폭력으로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새로운 법질서를 수립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우리나라의 헌법질서 아래에서는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 따라서 그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5·18 내란 행위자들이 1980. 5. 17. 24:00을 기하여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헌법기관인 대통령, 국무위원들에 대하여 강압을 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에 항의하기 위하여 일어난 광주시민들의 시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행위가 아니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이제 2021년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을 보내는 지금 머릿속이 편안한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장동 신도시 사건이 던져준 충격과 상실감은 우리가 아는 어떠한 형용사로도 표현한다 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50억 원의 퇴직금을 두고 “주식과 코인을 하지 않고 성실히 번 돈”이라는 당당함은 많은 소시민의 성실함을 한순간 무능력으로 만들어 버렸다. 차라리 “엄마 빽도 능력”이라던 정유라의 당당함은 솔직하기라도 했다. 연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대라는 시기다. 우울함이 지배하는 연말만은 피하고자 2021년 희망의 순간을 찾아보았다. 지난 7월 5일 국회 본청에 있는 국회부의장실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렸다. 기본소득당 용해인 의원이 59일 전 출산한 아이 박단과 함께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찾은 것이었다. 용의원의 출산은 현역의원으로 임기 중 출산한 세 번째 사례지만 임기 중 출산한 여성 의원이 아이와 함께 여성 국회부의장을 예방한 것은 최초였다. 국회부의장이 여성이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지난 2020년 김상희 의원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행정부에서는 여성 대통령과 여성 총리가 배출된 바 있고, 사법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