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목) 오후. 윤 대통령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연관된 믿기지 않는 뉴스가 보도 됐다. 김 의장이 자신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에서 밝힌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방송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꾹 참았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회고록은 보도된 다음 날부터 판매될 예정이었다. 회고록 출판사의 홍보전략을 감안하더라도 발언자와 그 발언을 듣고 전한 사람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수장이었다. 소속된 정당은 다르지만 대통령이 한 말이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3년 선배이기도 하다. 허튼소리가 오갈 가능성이 희박한 자리였다. 대다수 언론은 스트레이트 뉴스에서 이 책에 언급된 내용과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을 포함해 철저한 기계적 균형(?)을 유지해 보도 했다. 대통령실에서 낸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
얼마전 한국언론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지난 5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대통령의 저녁초대’라는 대통령실 출입기자 만찬행사를 전하는 기사였다. 200여명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참여했다. 한국일보 출신 정진석 비서실장과 서울신문 출신 이도운 홍보수석을 비롯해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대중은 언론이란 거울을 통해 세상사를 파악한다. 그래서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다. 언론이 어떤 사안을 부각하는 정도와 대중이 느끼는 중요성은 대체로 비례한다. 때때로 의도적으로 중대 현안을 차순위로 밀어내거나 다른 모습으로 비치도록 정교하게 조작하는 일도 벌어진다. 언론은 보도하는 것은 물론 보도하지 않아 그 힘을 행사하기도 한다. 정치권력은 이런 언론 생리를 어느 집단보다 잘 안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거나 곤궁한 국면을 헤쳐가는 방편으로 해당 부처를 담당하는 출입기자단을 활용해 이벤트를 만들기도 한다. 대통령이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개를 기자들에게 퍼주고, 계란말이를 하는 모습을 거의 모든 언론이 보도했다. ‘앞치마’ ‘김치찌개’ ‘계란말이’라는 단어를 집중 부각했다. 대통령이 기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언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이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국민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선거에 지고 참담해하는 후배 정치인들이 자칫 국민을 탓하는 경솔함을 경계하는 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 뜻은 늘 옳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말뿐이었다. 불통과 독주는 계속됐다. 국민은 6개월 뒤 지난 22대 총선에서 매섭게 윤 대통령을 심판했다. 혹독한 중간평가였다. 총선이 끝난지 한 달. 자기 확신으로 똘똘 뭉쳤던 대통령의 아집도 조금 꺾이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그 반증이다. 당연히, 수시로 했었어야 할 일들이 뉴스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기막힌 현실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했는지 보여준다. 윤 대통령의 지난 2년간 국정운영은 실패했다.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대통령의 편향된 언론관이 핵심이다. 대통령 취임 후 언론 관련 뉴스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일부 언론에 매달렸다. 22대 국민의힘 비례 국회의원 김민전의 말대로 전 조선일보
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31.28%에 달했다. 4년전 21대 26.7%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지난 총선 최종투표율 66.2%를 넘어설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언론의 그릇된 관행들은 더 심해졌다. 한국경제신문은 영화 시나리오급 예측 기사로 넘쳤다. 사전투표가 끝나고 본투표를 3일 앞둔 일요일 오후 ‘“이러다가 조국이 대통령 노릇?“...‘돌풍’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국혁신당의 예상 의석수가 11∽17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민주당 의석수와 합쳐 180석을 넘긴다면 패스트트랙 추진, 필리버스터 종료 권한 등을 얻는다고 했다. 또 민주당이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조국혁신당과 손을 잡고 150석을 확보해 각종 법안과 예산안, 임명동의안을 쉽게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기사에 야당이 승리했을 때 우려가 가득했다. ’민주당 1당 되면 국회의장은 추미애?...”‘이재명 거수기’ 될라“‘라는 제목의 기사도 거의 비슷한 시간에 내보냈다. 당선될 경우 6선이 될 후보자는 민주당에서 추미애, 조정식 후보 2명이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이상민 후보 등 6명에 이른다. 이 기사는 ’추미애 같은 강경파를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지난 토요일(9일) 시작됐다. 시범경기임에도 한화와 삼성이 맞붙은 대전구장 주말 입장권이 이틀 연속 매진됐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5년 3월 7일, 8일 이틀 연속 연습경기 매진 이후 9년 만이다. 류현진이 한화로 복귀한 점이 큰 이유지만, 다른 구단들도 팬들을 설레게 하는 요인들이 넘쳐난다. LG는 29년 만에 우승한 여세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 도루가 가장 많았던 팀이다. 바뀐 야구 규정의 최대 수혜팀이 될 전망이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기아는 2017년 우승했을 때에 버금가는 타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롯데는 21세기 최고 명장 김태형 감독이 취임했다. 수원과 경기도를 연고로 한 KT는 안정된 투수력과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을 발판으로 우승이 가능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시범경기지만 프로야구 기사를 전하는 일부 기자들의 검증 없는 기사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객관성은 없고 흥분만 있다. 9일 시범경기 한화-삼성전을 보도한 KBS스포츠 뉴스는 입장권 뒷거래가 네 배까지 치솟았다는 한 관중의 인터뷰를 검증 없이 내보내기도 했다. 공영방송 KBS가 들뜬 취재원 한 사람의 말을 사실확인 없이 그대로 전하는 것은
총선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만큼 무분별한 공약이 남발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김기현 집권당 대표는 뜬금없이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큰 파장이 일었다. 서울 위성도시에는 집권당 예비후보들이 ‘서울 편입을 나서겠다’는 펼침막을 다투어 내걸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불쑥 발표했다가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뉴타운 개발을 자극해 수도권 의석 111석의 73%인 81석을 휩쓸었던 2008년 18대 총선을 방불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들어 민생토론회란 이름으로 집권당 선거를 지원하고 있다. 1월 4일(공매도 언급)부터 2월 10일(소상공인·중소기업)까지 10차례에 이어졌다. 3월 초까지 모두 15차례 안팎으로 예정돼 있다. 부처 업무보고 형식을 띠지만 메가톤급 계획들이 발표됐다. 대통령실은 선거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조선일보는 1월 17일자에 “여도 야도 ‘닥치고 선심’, 만약 다 실현된다면 나라 경제 결딴 날 것”이라 사설을 실었다. “대통령이 연일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시장을 흔들만한 메가톤급 정책을 ‘깜짝 쇼’하듯 풀어놓고 있다”고
※본지는 2024년 1월 10일에 게재된 "[최광범의 미디어비평] 버려야할 보도, 챙겨야할 보도"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KBS 뉴스와 관련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해당 칼럼을 통해 "KBS는 성탄전야인 24일 저녁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과의 통화녹취록을 공개했다. 공영방송 KBS가 SNS와 경쟁한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이 보도는 '경찰이 이선균씨를 밤샘조사하고 공갈 피의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내용으로 바꿔치기 돼 있다. 이젠 KBS누리집 뉴스9에서 이 기사는 찾아볼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KBS는 뉴스를 통해 성탄 전날인 지난해 12월 24일 배우 이선균 씨의 통화 녹취를 보도한 사실이 전혀 없고 ▲따라서 해당 보도를 다른 보도로 바꿔치기 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 독자 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데 대해 경기신문과 해당 기사를 작성한 최광범 전 '신문과 방송' 편집장은 KBS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KBS가 극단적 유튜버들이나 할수 있는 보도를 했다"고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사과드립니다. 신년 첫
킬러(killer)는 살인을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의미가 무시무시해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할 용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 대상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능에서 정답률이 극히 낮은 문항을 ‘킬러 문항’이라고 언론이 써왔다. 대통령이 ‘킬러 문항’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유명세를 치뤘다. 지난 6월 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보고를 받던 윤 대통령이 수능의 어려운 문제를 지칭해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했다.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사업이 카르텔이냐”고도 했다. 특유의 과한 용어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교육부 대책이 이어졌다. 이 장관은 “올해 수능부터 킬러 문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은 수능 관련 이슈를 연일 대서특필했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되고, 교육부와 총리실은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감사에 착수했다. 평가원장은 나흘만에 사임했다. 5개월이 지난 11월 16일, 2024학년도 수능이 치러졌다. 언론은 시험난이도를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국·영·수 다 어려웠다’는 기조로 보도했다. 정문성 출제위원장은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대책에 따라 소위 ‘킬러 문항’을 배제했고,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
뉴스를 읽고 보기가 두렵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정책이 뒤죽박죽이다. 메가톤급 뉴스가 숨가쁘게 터져 나온다. 복잡한 사안을 정리해줄 언론이 절실하다. 그러나 언론 생리를 잘 아는 스핀 닥터(미디어 홍보전문가)들이 꾸민 이벤트를 단순 전달하기에 바쁘다. 지난 5일(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空賣渡)를 다음날부터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허용한다. 일반화된 금융제도라는 말이다. 갚을 시점에서 주식이 내리면 투자자가 돈을 벌고, 반대면 손실을 본다. 손실도 볼 수 있음을 거론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하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대부분 언론은 주식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금융위원장의 발언 등 공매도 금지 논리만 부각하고,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진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서 국민의힘에서 요구한 공매도 전면금지를 무게 있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치 논리가 개입됐음을 자인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첫날 코스피는 134 포인트(5.66%)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콜드게임으로 패했다. 후폭풍이 만만찮다. 호기롭던 집행부는 김장철 배추가 소금 세례를 맞은 듯 풀이 죽었다. 패배 원인과 활로 찾기에 나선 모습이 호떡집에 불난 듯 요란하다. 하지만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지침 때문인지 웅얼거림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의 뒤틀린 심사를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집권당에 우호적인 기사로 도배질해왔던 보수신문들도 ‘내가 언제 그런 조언 했었냐’는 투로 돌변했다. 낯뜨겁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야당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믿는 유권자는 없다. 딱 하나 원인을 꼽는다면 대통령실과 집권당의 실책 남발이다. 아울러 내편이라고 생각했던 특정 언론과 아부성 기사에 휘둘린 결과다. 하루하루의 여론을 전하는 일은 언론의 본질적 책무다. 언론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민주사회라면 선거결과에 놀라는 경우가 많아서는 안된다. 일방적인 결과가 나와 유권자는 울고 웃어도, 언론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변은 언론 기능에 치명적인 결함 신호다. 언론이 듣기 좋은 기사만 편식하는 국정운영자들의 ‘고맙다’는 말에 취해 유권자인 국민 여론을 뒤전으로 밀어냈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