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에 대해 테러를 가한 피의자의 당적 공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정당법 24조를 들어, 피의자의 당적을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당법 24조에는 “범죄 수사를 위한 당원명부의 조사에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조사에 관여한 관계 공무원은 당원명부에 관하여 지득한 사실을 누설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또한, 같은 법 58조는 “당원 명부에 관하여 지득한 사실을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피의자의 당적)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있어서 결정적 단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범인의 당적을 공개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난 1월 4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홍 원내대표는 한 라..
사회서비스는 공공이나 민간 부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 의료, 주거, 문화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상담, 재활, 돌봄, 정보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및 사회 참여 지원 등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핵가족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한 가족의 돌봄 기능 약화와 부재로 노인장기요양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서비스 관련 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갈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인구의 14.6%에 달하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사람들로 700만 명을 상회한다. 이 세대가 돌봄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2030년이 되면 돌봄의 경제화 및 일자리 창출 등 사회서비스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서비스 공급자의 발굴·육성과 함께 고품질의 서비스 제공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된다. 이에 발맞춰 중앙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주기적인 품질평가를 수행하며 이용자 만족도 및 국민 삶의 질 향상을 견인해 가고 있다. 민선 8기 경기도는 ‘360도 돌봄’ 사업을 통해 늘어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돌봄 종사자 교육과 기관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전국 어디서나 균일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찾아가는 통합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돌봄 및 가사 서비스 제공으로 서비스 종사자의 가정방문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서비스가 제공되고 주야간보호, 산모신생아 돌봄, 식사·기저귀 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시니어 용구 및 맞춤형 식단 서비스, 운동서비스, 주거환경서비스 등 맞춤형 돌봄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며, 시니어 고객의 수요에 맞춰 패션, 문화 여가, 관광여행, 실버 주거, 건강 푸드, 스마트 헬스케어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포털 플랫폼이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들어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보편적 사회서비스 수혜자의 확대로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층 진입이 본격화됨으로써 고령 친화 시장이 규모화를 이루며 경제성을 키워가고 있다. 소비지출이 가능한 노인 인구 증가, 시니어 플랫폼 시장의 조직화, 건강 생활에 대한 관심증대, 서비스 품질향상 욕구의 보편화 등으로 시장성이 없다고 평가받아 온 노인 시장이 실버산업의 주력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요양시설 수용 한계와 요양보호사(간병사) 부족, 통합 간병제 도입 및 재가요양 확대 등으로 인해 노인장기요양 1~2등급이 8~90%를 차지하고 있는 요양시설을 이용하는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가요양 중심의 사회서비스 고도화와 규모화가 이루어지면, 수백만 노인들의 요양시설 입소로 인해 야기되는 실버 주택 공동화,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층만 남는 기형화된 지역경제 이슈 등 많은 사회문제가 해소됨은 물론 주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되고 모든 국민의 삶의 질 또한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본지는 2024년 1월 10일에 게재된 "[최광범의 미디어비평] 버려야할 보도, 챙겨야할 보도"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KBS 뉴스와 관련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해당 칼럼을 통해 "KBS는 성탄전야인 24일 저녁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과의 통화녹취록을 공개했다. 공영방송 KBS가 SNS와 경쟁한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이 보도는 '경찰이 이선균씨를 밤샘조사하고 공갈 피의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내용으로 바꿔치기 돼 있다. 이젠 KBS누리집 뉴스9에서 이 기사는 찾아볼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KBS는 뉴스를 통해 성탄 전날인 지난해 12월 24일 배우 이선균 씨의 통화 녹취를 보도한 사실이 전혀 없고 ▲따라서 해당 보도를 다른 보도로 바꿔치기 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 독자 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데 대해 경기신문과 해당 기사를 작성한 최광범 전 '신문과 방송' 편집장은 KBS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KBS가 극단적 유튜버들이나 할수 있는 보도를 했다"고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사과드립니다. 신년 첫 미디어비평이라 비판보다는 칭찬에 무게를 두고 주제를 탐색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그릇된 언론행태를 지나칠 수 없어 칭찬 하나 비판 두 개 주제를 골랐다. 비판할 주제 둘은 한국 저널리즘의 퇴행을 적나라하게 보였기에 기록으로도 남겨야 한다는 사적 의무감이 발동했다. #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은 1월 4일 저녁 7시, 1.8㎞ 거리인 서울역~명동 구간에서 1시간 이상 ‘감금’당하고 있어, 퇴근길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기자가 나섰다. 현장과 정체 현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버스 이용 시민, 버스 운전사, 서울시 경찰청 등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기사에 녹여 냈다. 탁상행정으로 융단 폭격을 맞은 서울시 정책 관계자의 말까지 기사에 담았다. 시민 편익을 최우선에 둔 수작이었다. 다른 언론사도 연이어 이 사안을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십여 건의 같은 사진뉴스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이틀 뒤 사회면 머릿기사로 취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나서 사과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보도를 통해 시민의 공감과 정의로운 분노를 끌어내고, 정책 전환으로 이어지는 바른 저널리즘을 실천했다. # 지난달 27일 배우 이선균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공영방송 KBS와 종편 TV조선이 저녁 종합뉴스 시간에 극단적 유튜버들이나 할 수 있는 보도를 했다. KBS는 11월 24일 저녁 9시 20분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극우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도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과의 또 다른 대화 내용을 폭로했다. 공영방송 KBS가 SNS와 경쟁한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TV조선은 이씨가 사망한 그날 저녁 종합뉴스에서 유서 내용을 단독이라며 보도했다가, 비난이 일자 지난 4일 삭제 했다. 언론이 합창하듯 경찰의 무리한 이씨 수사를 비판했다. 공감의 분노가 아닌 언론 보도에 대한 증오의 분노를 낳게 했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피습되자, 도하의 언론이 지당한 주장들을 쏟아 냈다. ‘적대감을 조장하는 정치권이 문제다’는 게 골자였다. 우리 정치권이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많은 언론(일부가 아니다)이 정치에 직접 뛰어든 보도행태 때문이다. 건강한 감시자 역할을 포기하고, 직접 정치판의 선수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통합은 안중에 없고 사회갈등 증폭기 역할을 자임하는 듯하다. 증오를 조장하는 정치권이 문제고, 전통적인 신문·방송,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성찰의 기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외려 부산대 병원에서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한 것을 지역 갈등, 정파적 적대감으로 이끌고 있다. 공감 능력이 제로 언론이다. 독자와 시청자들은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고 한다. 새해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뉴스, 증오를 야기하지 않는 보도가 주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구 1,400만. 대한민국 국민의 1/4 이상이 거주하는 경기도가 최근 제1차 '인구2.0 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인구위기 대응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제1차 '인구2.0 위원회' 현장에서 김동연 도지사는 “임신 전 단계부터 임신기간 중, 출산과 출산 후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보겠다”며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기도임에도 수장이 직접 인구 감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지방소멸위험지역을 발표하였다. 전체 228개 시군구 중에서 52%인 118곳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는 급격히 상승하는 고령인구비율과 함께 2022년 기준 0.78명에 불과한 낮은 합계출산율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합계출산율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한계도 있다.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사람들은 살인이라는 범죄행위를 ‘전쟁’이라고 부르기만 하면, 살인이 살인이 아니게 되고, 범죄가 범죄가 아니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쟁은 신성하다는 말은 거짓이다. 대지가 피를 원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말짱한 거짓이다. 대지는 하늘을 향해 하천에 댈 물을 구하고, 하늘의 구름에서 맑은 이슬을 내려줄 것을 구하지, 피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신에 의해, 심지어는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저주받고 있는 행위이다. (알프렛 드 비니) 전쟁이란 모든 사람들과 모든 백성들이 그 뒤에 숨어서, 세계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온갖 잔인무도함을 드러내는 휘장 같은 것이다. (스프링필드) 예수는 마음으로 짓는 죄 또한 행위로 인한 죄와 동일함을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수백 수천 번 마음을 먹다 보면 결국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적(主敵)이 누구인지를 말하는 것은 살인 행위와 같다. (조헌정) 씨ᄋᆞᆯ은 말하자면 내재의 평화, 극소세계의 평화다. 본질적인 평화다, 씨ᄋᆞᆯ의 바탕이 평화요, 평화의 열매가 씨ᄋᆞᆯ이다. 그러므로 씨ᄋᆞᆯ의 목적은 평화의 세계 이외에 있을 수 없다. 극소는 극대에 통한다. 산을 오르는 사람이 순간도 그 눈을 산봉우리에서 떼지 않아야만 모든 발걸음을 바로 할 수 있듯이, 씨ᄋᆞᆯ이 스스로를 닦고 다듬으려 할 때도 세계 평화의 이상을 잊고서 될 수는 없다. (함석헌) 사람들의 내부에 있는 신적 본원의 해방은 필연적으로 사회 체제의 개혁으로 우리를 이끈다. 오래 살면 살수록 내 앞에는 할 일이 더욱 더 많아진다. 우리는 중대한 시기에 살고 있다. 일찍이 사람들 앞에 이처럼 해야 할 일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현대는 좋은 의미에서의 혁명의 시대, 물질적인 의미가 아닌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혁명의 시대이다. 숭고한 사회체제의 이념, 숭고한 인간성의 이념이 창조되고 있다. 우리는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지만, 믿음을 가지고 씨를 뿌리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채닝) 모든 사람이 한 형제자매라는 종교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현대에 진정한 학문은 이 인식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하고, 예술은 또 이 인식을 사람들의 감정 속에 불러일으켜야 한다. 행복과 불행은 사람의 마음 가운데 살고 있다. 인생을 길게 보는 사람에겐 행복은 짧고 불행은 오래가지만, 원대한 희망을 가진 사람에겐 행복은 오래가고 불행은 짧다. (게오르규) 왜 출산은 줄고 매해 아파트는 늘어만 가는데, 살 집이 부족하고 아파트값은 하늘 모르고 치솟는가? 이는 자아와 영혼을 잃어버린 어리석은 인간들이 마치 도박장의 사람들과 같이 자본의 놀이 속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조헌정)
스무 해도 넘은 일이다. 한 달 넘게 인도를 배낭여행하며 경전처럼 지녔던 책이 있었다. 강석경의 인도기행. 소설가 강석경이 4개월간 인도 전국을 탐험한 내밀한 기록이었다. 책은 여행 내내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스리나가르를 간 것도 책 속, 한 구절 때문이었다. ‘ 인도에서 사랑하고 싶은 곳은 많았으나, 살고 싶은 곳은 단 한 곳, 스리나가르였다’ 그런데, 어쩔까. 인도 최북단, 스리나가르는 분쟁지역, 여행위험지역이었다. 영국 여성여행자가 군인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작가도 갔다 오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살고 싶은 곳은 스리나가르 뿐’이라는 구절은 사선도 넘고 싶게 만드는 주술이었다. 설렘, 공포가 뒤섞인 감정으로 도착했다. 아아! 작가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피르판잘 설산을 병풍처럼 두른 거대한 달 호수(Dal Lake)! 그 위..
오늘 '노량 - 죽음의 바다'를 두번째 봤다. 전투상황을 좀더 자세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함께 본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너무 길다', '특히 엔딩이 용두사미 꼴'이라는 견해였다. 나는 '朝日 7년전쟁'과 그 재앙의 중심에서 태양처럼 빛났던 이순신의 아름다움과 향기, 上머저리 선조의 더러움과 추함을 생각했다. 정치의 본질은 400년전 왕조시대나 대명천지 21세기 민주공화정의 시대나 큰 차이가 없다. 풍전등화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나라와 백성을 살려낸 구국의 영웅은 예외 없이 간신들의 모함과 질투의 대상이 되어 죽거나 그에 준하는 탄압을 받는다. 우리 역사에 이순신이라는 초인적인 인물이 실존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또한 실로 소중하다. 물신숭배의 정점인 오늘의 세태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 위인전은 당시의 한 뛰어난 글쟁이가 원고료로 찹쌀 스무 가마쯤 받아먹고 심청전 쓰듯 창작한 것이라고 말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신년연휴 이순신을 읽으며, 희노애락의 감정이 그가 싸웠던 바다의 높은 파도처럼 오르내리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참 좋았다. 여론조사를 하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70%가 이순신을 꼽는다고 한다. 아이러니는 왜 이순신인가,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궁색하다는 점이다. 이순신을 다룬 책들이 800종 이상 출간되어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아마도 공교육이 장학퀴즈 풀듯 가르치기 때문일 것이다. '명량', '한산ㅡ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 - 죽음의 바다'까지 이순신 시리즈를 흥미진진하게 봤다. 감독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23전 무패의 그 위대한 '전쟁의 신'과 그 신화는 그만 얘기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깊이 생각해보라. 그건 일종의 열등감을 드러내는 꼴 아닌가. 대신, 나는 장군의 높은 인품과 인간미, 그 미덕이 바탕이 되어 자라고 쌓여 끝내 완성된 '충무공 리더십'을 배우고 체화하고 전파하는 것이 이 나라에서 점잖은 교양인의 요소로 여겨지기 바란다. 그로써 우리는 얼마나 품위 있는 공동체가 될 것인가. 더 나아가, 이순신은 우리의 조상이지만 일본은 물론이고, 저 아프리카나 남미 사람들에게도 차이없이 높은 정신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어른에게서 가장 크게 감동받은 것은 선조에게 올린 출사표 장계(狀啓)다. "원컨대 한번 죽음으로써 기약하고 즉시 범의 소굴을 바로 두들겨 요망한 기운을 쓸어버리고 나라의 부끄러움을 만분의 일이나마 씻으려 하옵거니와, 성공과 실패, 잘잘못은 신하인 제가 미리 헤아릴 바가 아닙니다." 아, 북극성처럼 드높은 자존감이여! 왜적에게 자식도 잃고, 모함을 당하여 사형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나서 백의종군할 때, 그는 사실상 깡그리 망가져버린 수군을 수습하여 대적했다. "나에게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 '死卽生, 生卽死'(죽을 각오로 싸우면 살고, 살 길을 찾으며 싸우면 죽는다)"의 불퇴전의 정신으로 임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세계해전사상 최고의 승전으로 기록되었다. 일본의 사토 테츠타로 제독은 "영국 넬슨 제독의 명성이 아무리 높아도 이순신 장군의 인격과 천재성에는 필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순신 연구자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이순신은 공직을 맡고 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사리사욕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단 한번도 행사한 적이 없다. 오직 나라와 백성들을 위한 봉사자의 길 위에서 평생을 살다 갔다"고 말한다. 왜군은 20일만에 한양을 점령했다. 선조는 나라를 버리고 접경지역인 의주까지 도망쳤다. 도주로에 비가 내려서 길이 질척거렸던 모양이다. 선조는 "백성들이 엎드려 등을 대주지 않는 것은 불충하다"며 통탄했다. 그 무능한 악마는 장장 41년 동안 그 자리에서 그 수준으로 나라를 산산이 부수고 민초들의 신명을 마구 밟아죽였다.
학기 중의 일이다. 1학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소원을 작성해서 카드로 만드는 수업을 진행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다른 아이들은 소원으로 무난한 내용을 적었는데, 몇몇 아이가 아이폰이 생기는 게 인생의 소원이라고 말해서 선생님이 놀라셨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인생을 8년도 살지 않은 아이가 너무너무 가지고 싶은 게 아이폰이라니 세상이 바뀌어도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게 몇몇 특별한 아이의 상황인 줄 알았다. 몇 달 후 맡고 있는 2학년 아이들 보호자님과 상담을 진행하며 들은 이야기는 담임으로서 아이들의 문화를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우리 반 A가 자꾸 휴대폰을 집에 두고 등교했다. 어머님은 아이가 실수로 두고 간 줄 알고 잘 챙기라고 말했다. A가 대꾸하길 자신의 휴대폰은 좋지 않으니 이것은 학교에 가져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A의 스마트폰은 LG에서 나온 기종이었는데 이것으로는 아이들과 에어드랍도 못하고, 메시지도 다르기에 쓸모없다고 말했다. 결정타로 담임 선생님도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저학년 아이와 하교 후 연락이 안 되면 답답한 건 부모이기에 어쩔 수 없이 애플에서 나온 스마트폰 중 하나를 골라 사줬다고 했다. 이후로는 A가 신나서 핸드폰을 들고 학교에 가며 일단락됐다. 어머님 말을 들어보니 우리 반 친구 한 명이 최신형 아이폰을 사면서 기존에 스마트폰에 크게 관심 없던 반 분위기가 반전된 것 같았다. 6년 전에 2학년 담임을 했을 때는 아이폰은커녕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반에 한 두명 있을까 말까 했다. 키즈폰처럼 목에 걸고 다니면서 통화만 되는 기종이나, 화면은 있지만 역시 통화, 문자만 되는 폴더폰 같은 것들이 대다수였다. 요즘은 반에 절반 정도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을 접하는 연령이 점점 더 어려지는 느낌이다. 뇌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이 도파민 덩어리인 스마트폰을 소원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마트폰이 주의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문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그중에서도 관심을 끄는 내용이 있다. 스마트폰이 가까이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 유효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500명의 대학생을 A 집단과 B 집단으로 나눴다. A 집단은 휴대폰을 실험실 바깥에 뒀고, B 집단은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 자기 주머니에 넣어뒀다. 이 상태로 기억력과 집중력 실험을 했을 때, 휴대폰과 멀리 떨어진 A 집단이 B 집단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집중력,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두는 건 어떨까? 손 닿으면 꺼낼 수 있는 거리에 도파민 덩어리가 있다는 건 여전히 도파민을 멀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최대한 멀리 둬야 정상적인 주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를 하나 더 틀릴 수 있다. 이 사실을 안 다음부터 아이들이 등교하면 핸드폰을 교실 바깥의 신발 주머니나 사물함에 넣어두게끔 지도했다. 아주 가끔 수업시간에도 몰래 휴대폰을 쓰는 아이들이 있었고, 수업시간에 종종 벨소리가 울리는 걸 막기 위함이기도 하며,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주의 집중력을 최대한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집에서도 학원에서도 핸드폰은 최대한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고착된 불신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 불신의 기저에는 정치인의 식언 등이 있다. 정치의 기능은 갈등을 통합하는 것인데 우리 정치는 그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다. 대통령과 여·야 주요 정당이 갈등의 중심에 있다. 이러한 갈등은 권력구조에 근원이 있다.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 등 절대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을 단순다수대표제로 선출하고, 대통령 중심의 국가운영과 국회의원 정수 300명의 약 84.3%인 253명을 각 지역선거구에서 단순다수대표제로 1인을 선출하는 방식이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키고 있다. 여·야가 공히 주장했던 개헌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이 시행된 이후 37년이 경과되고 있지만 언제 실현될지 오리무중이다. 사표 양산, 표의 등가성 부족, 갈등 심화 등 지역소선거구제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방안이 오래전부터 정당·학계·시민단체 등에서 제시되어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표의 등가성 및 비례성 실현과 정당의 지역편중 현상 완화 등으로 대표성 강화”를 이유로 우리의 정치 현실을 고려하여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19대 및 제20대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으로 제출하였다. 제20대 국회는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방안 중 일부 사항만을 받아들여 제한적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입법하였다. 부족하지만 국민통합을 위한 진일보한 선거제도에 헌법재판소는 2023년 7월 20일 합헌결정을 하였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입법의 미비(?)로 우리의 헌정사, 선거사와 정당사에 비추어 볼 때 상식적으로 설마 어느 정당이 무도하게 ‘위성 정당’을 만들 수 있겠는가에 깊은 회의를 하였는데 정치 현실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 정당 대표 등 정치지도자들의 반복적인 국민 약속, 희망 고문 ‘국민통합’을 조금이나마 실현하려면 이번 선거에서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그 방지를 입법하는 것이다. 위성 정당 방지 방안은 다른 합리적인 방안도 있겠지만 첫째, 헌법과 정당법의 정당 규정과 정당의 등록 요건 등을 고려하여 국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정당은 지역구 후보자와 비례대표 후보자를 각 의원 전체 정수(253/47)의 일정 비율 이상을 추천하도록 한다. 둘째,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결정한다 등이다. 이 방안은 제한적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시 함께 입법된 관련 규정인데 이후 법 개정에서 모두 삭제되었다. 셋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성 정당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들 규정 위반 시 후보자 등록 무효 및 정당 등록 취소 등을 한다.
새해 극장가는 영화 '노량'으로 뜨겁다. 임진왜란을 종결하면서 적탄에 쓰러지는 이순신 장군과 병사들을 본다. 7년 전쟁의 피해는 참혹하다.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에는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 12월 노동당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북남관계는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 더 이상 한국을 '대화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 종전 ‘우리민족 제일주의’는 ‘우리국가 제일주의’로 대체하고,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하겠다"고 하였다.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그동안 우리의 대북기조는 ‘하나의 민족’ 위에 세워져 왔다. 한민족공동체, 분단체제, 통일은 대박이라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1991년 9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1991.12.13.)에서도 남북한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최근 남한 사회에서도 두 개의 국가를 인정하자는 소리가 고개를 든다. “북한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평화가 온다”는 것이다. 1990년 통일국가를 이룩한 독일을 바로 보자. 1972년 체결된 '동서독 기본조약'은 동서독이 하나의 민족(Wir sind ein Volk)이라고 하면서 동서독간 거래를 민족 내부거래로 간주하였다. 1973년 9월 유엔에 동시 가입하였지만 외교공관이 아니라 상주대표부를 두고 교류하였다. 빌리 브란트수상의 동방정책은 이후 헬무트 슈미트수상, 정당을 달리하는 헬무트 콜 수상에 이어 일관되게 시행되었다. 상호 교류협력 하면서 상호신뢰를 증진 시켜 통일의 기회를 맞이한 독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한반도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은 '얄타체제'(1945.2) 붕괴의 신호탄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한반도에도 ‘전쟁의 위기’가 다가온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였다. 핵을 사용하여 남북관계를 해결하려 한다면 한민족은 파멸하게 될 것이다. 파국을 피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정당을 달리하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대북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곤 하였다. 그러면 상호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뒤집어보면 북한이 핵전쟁도 불사한다는 말은 핵전쟁을 피하자고 하는 뜻이 아니겠는가? 남북관계에서 상대를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적대시하거나 무시하는 눈으로 바라보면 상대의 일그러진 모습만 보이게 된다. 좌우를 살피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새해에는 창틀의 먼지를 털어내고, 평화의 창으로 바라보며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나가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