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염세주의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칸트 사상을 왜곡하여 사이비 이론을 펼친다며 당대의 인기 철학자들을 모조리 인정하지 않았지요. 특히 독일 관념론의 대표적 인물인 헤겔(Hegel)을 싫어했는데, “정신병자의 철학을 늘어놓는 추악한 남자”라며 신랄하게 비판했어요. 그가 푸들 강아지 한 마리를 사서 이름을 ‘헤겔’이라고 짓고는 “이 멍청한 헤겔 새끼!”라고 구박하다가 화가 날 때면 개의 배를 걷어차기도 했다는 얘기는 놀라운 에피소드예요. 그런데, 극적 반전이 일어나지요. 쇼펜하우어는 그 개가 매우 충성스럽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름을 흰두교 경전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진아(眞我)를 뜻하는 ‘아트만(atman)’으로 바꾸었어요. 사람보다 개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된 그는 개의 눈을 바라보면서 “세계의 영혼을 본다”고 말했대요. 반면 인간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고슴도치에 비유하며 서로를 찌르는 욕망덩어리이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고통에 늘 시달리는 존재라고 여기게 되지요.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는 그렇게 발전돼간 듯해요. 짐승의 세계에서도 자주 볼 수 없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요. 자식을 위해서 생명마저도 아까워하지 않는 모정(母情) 이야기라면 몰라도, 자기가 낳은 아이를 죽이는 어미 이야기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네요. 갓난아이를 목 졸라 죽인 다음 암매장하거나 냉장고에 넣어 죽게 만든 비정한 어미 사건들이 온 국민에게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을 안겨주는군요.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짓들을 할 수 있나요. 지난 2015~2022년 출생 미신고 아동이 전국에서 무려 2123명이나 된다는 것도 처음 밝혀졌어요. 뒤늦게 그 아이들의 행방과 생사를 확인한다고 전국이 시끌벅적하군요. 혹여라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아기가 짐승보다도 못한 부모의 하찮은 소유물처럼 함부로 다뤄지고 살해된 것은 아닌지 더럭 겁이 나서 뉴스 살피는 일조차 두려워졌어요.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런 일까지 발생하는지 내남없이 한숨이 절로 나는 요즘이네요. ‘인구절벽’이라면서요. 지역과 나라가 소멸할 거라면서요. 2006~2021년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280조 원을 쓴 나라가 2000여명 신생아의 생사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요. 이쯤 되면 지진을 예측하고 산으로 달아나는 지혜라도 지닌 미어켓 등 짐승보다 인간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이유가 없겠네요. 이런 수준이라면 오늘날 인간은 한없는 이기심에 갇혀서 오직 자신의 생존만을 소중히 여기는 영락없는 고슴도치 맞군요. 화풀이 대상으로 시작됐다가 극존(極尊)의 이름까지 얻은 쇼펜하우어의 푸들만도 못한 인간들의 양심과 갈가리 찢긴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을 어찌해야 할까요. 우리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3일 경기도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경기·인천 예산정책협의회’에 해외 출장으로 불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대리인으로 오병권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보내 경기도의 복잡하고 다양한 행정 수요와 여러 현안 사업을 설명한 뒤 추가 국비 지원을 호소했다. 도가 지원을 건의한 내용은 ▲GTX A~C노선 건설 ▲경기 남부 복선전철 건설 ▲경기 북부 광역철도망 구축 ▲국지도 건설 사업 등이다. 이 모두 경기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다. 경기신문(4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오부지사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유의동 경기도당위원장, 송언석 예결위간사, 송석준 예결위원 등이 참석한 협의회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원도심 정비 등 내년도 주요 사업의 국비 확보와 지역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 국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극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도 도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중심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역에서 꼭 필요로 하는 일들이면서 동시에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예산 투입 대비 성과가 가장 높은 것들을 중심으로 편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와 인천지역에 대한 초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적극 지원하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혀 관계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날 경기도가 건의한 구체적인 내용은 2024년 개통 예정인 GTX A노선을 비롯해 GTX B·C노선 조기 착공을 위한 사업비에 대한 지원이다. 이와 함께 경기 남부 복선전철과 경기 북부 광역철도망 사업, 국지도 건설 사업 등의 국비 지원, 지자체 개발제한구역(GB) 해제 권한 확대에 수도권 포함을 건의하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 지원에 대한 당 지도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밖에 도민의 교통복지 지원 강화와 교통대책, 저출산 대응 등에 대한 적극 관심도 건의했다. 이에 윤재옥 원내대표는 "경기도는 올해 4월 말 기준 인구 1400만명으로써 전체 대한민국 인구 26.6%“라면서 ”경기도 교통, 문화 경제, 복지 등 경기도의 각종 정책과 여건 개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포퓰리즘 정책으로 예산을 허비했다는 날선 목소리도 나오긴 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은 ”김포를 비롯, 서울 인근 지역은 매일 출퇴근 지옥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도민 생활의 기본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터에 지난 세월 포퓰리즘성 예산으로 혈세를 허비했다고 성토했다. 경기도의 미래 위해 써야 할 예산이 특정 정치인의 선거용 선심성 예산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김동연 지사가 온 이후 많이 달라졌다“며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경기도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언제나 초당적으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부처를 지속 방문해 건의하고 정치인들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유지하는 경기도의 노력이 보기 좋다.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초당적으로 나선 국민의 힘에도 박수를 보낸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대포로 나오는 배우가 “난 무조건 한 놈만 팬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비록 여러 상대에게 집단공격을 당할 수 있지만, 어느 놈이든지 걸리는 한 놈만 패면 누가 선택될지 몰라 여럿임에도 섣불리 공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게 무대포 정신이란다. 그런데 그 정신이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 최근의 우리 언론이다. 권력은 권력끼리 상호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을 이루라는 삼권분립의 정신이 무너지자 국민으로부터 제4부로서의 권한을 위임받고 권력을 감시하라는 특권 속에서 언론은 탄생했다. 언론의 철저한 원칙은 공정 보도와 진실 찾기이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기까지 과(過)도 있었지만,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한 언론의 공도 크다. 그들이 감시할 권력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눠진 삼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나칠 정도로 권력 감시가 입법부에 집중되고 있다. 한 놈만 패고 나머지 권력과는 밀착하는 모습이다. 언론이 입법부의 구성원인 정치인들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의 문제와 직결되는 곳은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들의 권력 이탈과 남용에 대해서는 단편적이고 표피적인 보도로 그쳐 국민의 뇌리에서 금방 사라지게 한다. 대신 입법부 정치인들의 권력남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고발하고 비판적인 보도를, 심지어는 예단하는 특보라며 시리즈로 패고 또 팬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수능시험의 방향이 틀어지고, 대형 학원과 스타 강사들이 졸지에 카르텔(담합)의 주범이 되는 보도가 주를 이루고, 반통일론을 주장하는 학자가 통일부 장관에 지명되고, 일베 출신이 고위공무원 인재개발원장에 임명됨으로 그 영향과 파급에 관한 분석 기사보다는 평면적인 기사들 뿐이다. 일본의 핵 오염수가 방류를 앞에 두고 시원한 말 한마디 못 하는 정부를 두고도, 서울 양평 고속도로의 노선이 변경되었어도, 감사원의 사무총장이 횡포를 부려도, 내부자 거래를 했지만,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유로 무혐의 결정이 내려져도, 법무부 장관이 휴대폰을 분실하면 강력반 형사들이 나서서 찾아주는 나라여도… 이처럼 행정부의 권력남용이 심각해도 스치듯 지나가는 보도로 금세 잊혀진 이야기가 된다. 사법부의 권력남용에도 비슷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세월호 조작보고사건이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비판 기사가 없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야기는 다르다. 정작 국민과는 큰 관련이 없음에도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도둑놈들을 연결시키고, 돈 봉투 사건은 모든 정치권 사람들의 도덕적 척도로 인용된다. 그놈의 도덕성을 왜 정치권에만 적용하는가. 모든 권력남용에 적용되어야 하거늘 정치권은 원래 더럽고 냄새나는 놈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정치 불신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언론이 그렇게 외치던 공정과 진실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어쩌면 관행처럼 이어져 온 언론계와 관계, 대장동 비리의 주범인 김만배 기자와 사법부의 유착관계처럼 공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이제 커밍아웃하라. 우린 기득권층에 대항하는 놈만 팬다고.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더 뚱뚱하다 1520년, 600여 명에 불과했던 스페인 군대는 2000만 인구를 거느린 아즈텍 문명을 전멸시킨다. 총보다 무서운 전염병이 거대한 문명이 무너진 결정적 이유였다. 100년간 약 1800만 원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균, 하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에게는 어떤 해도 입히지 않았다. 균(菌)은 우리의 적일까? 친구일까? ‘마이크로바이옴’은 세균, 진균, 박테리오파지, 원충, 기생충 등 미생물 집단과 그 부산물 등을 포함하며, ‘마이크로바이오타’는 미생물 집단만을 말할 때 사용한다. 사람은 호흡하고, 밥 먹고, 운동하고, 잠자는 모든 활동 속에서 미생물과 함께 한다. 생로병사의 열쇠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수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그리고 신생아의 감염 건강한 어머니의 자궁 안과 태반은 무균상태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기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는 건강한 아기는 출산 전까지 무균상태로 성장하고, 출산 중 어머니의 질에서 미생물에 처음 피폭된다. 그 과정에서 아기에게 처음 자리 잡는 미생물은 유산균(젖산균)이며,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미생물들이 자리 잡으며 아기의 체내 마이크로바이옴 체계가 만들어진다. 유산균은 발효식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유해한 균이 들어오면 이를 죽이거나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좋은 미생물이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제왕절개의 경우는 어떨까? 제왕절개를 거쳐 태어나는 아기들은 무균상태인 환경에서 바로 공기중의 미생물들이 있는 환경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처음 정착하는 미생물들은 출산할 때 주위에 있는 사람(산모, 의사, 간호사 등)의 피부에 서식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유산균의 빈도가 낮다. 자연분만 신생아가 대량의 유산균에 노출되는 것과 달리 제왕절개 신생아는 병원성미생물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신생아의 성장에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신생아 관련 미생물을 연구해온 마리아 도밍게즈-벨로 박사는 자연분만 생쥐와 제왕절개 생쥐의 몸무게 변화를 15주간 비교했다. 놀랍게도 제왕절개 생쥐의 몸무게가 평균 33% 더 나갔으며, 암컷에서 그 차가 훨씬 컸다. 이외에도 자연분만에 비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감염증을 비롯한 면역질환, 대사성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았으며, 알레르기 질환,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자폐증, 셀리악병, 당뇨병 발병률에서 2배에서 많게는 5배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들을 접할 수 있다. 제왕절개와 마이크로바이옴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보편화되면서 산부인과에서는 제왕절개하는 어머니의 질내에 무균 거즈를 넣었다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질내에 넣어두었던 거즈로 아기의 입, 코, 피부 등을 닦아 질내 미생물을 피폭시킨다. 적이 될 수 있는 미생물을 친구가 될 수 있는 미생물로 바꾸어내는, 신생아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치료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해야 하는 이유 인간은 이처럼 태어나자마자 친구가 될 수 있는 미생물과 적이 될 수 있는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내 몸에 친구가 될 수 있는 미생물만 존재한다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건강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오타(미생물집단) 대부분은 소화관에 자리하며, 소화관에는 우리 몸 면역세포의 70%가 존재한다. 유익균은 먼저 소화관의 자연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유해균에 대한 방어력을 높인다. 그리고 유해균을 제어한 유익균은 이른바 ‘획득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킨다. 유해균이 존재해야 유익균의 면역 기능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다. 아즈텍 원주민들이 새로운 유해균에 속절없이 쓰러진 과정과 연결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해균은 “백신”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익균이 우위이면서 유해균과 중간균이 포함된 다양성 높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채소, 육류 등을 고루 섭취해야 하며,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 육식 위주의 음식물 섭취, 스트레스 노출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수와 종류를 감소시켜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그렇다고 친구들하고만 살아갈 수는 없는 사회다. 우리 몸의 마이크로바이옴 체계도 인간살이와 유사하다. 몸 안에, 특히 장내 균의 다양성을 유지시킬 수 있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장마가 이미 시작된 시점에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장마철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지원 사업이 소걸음이다. 도의 우기 안전사고 예방 현장점검 결과도 지적사항이 쏟아졌다. 잠시 주춤했던 장마가 다시 시작됐다. 제주도 부근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내륙으로 북상해 수도권에 최고 150㎜가 넘는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고됐다. 우선순위를 정해 방책을 서둘러야 한다. 철저한 예찰 활동과 비상 대피 시스템도 재점검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난 1일 현재 경기도 내 반지하 주택 4588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지원 대상 중 약 45%가량이 미설치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침수방지시설은 빗물이 대문·창문 등을 통해 주택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물막이판’과 빗물이 우수관에서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류 방지기’가 있다. 이 시설은 반지하 주택의 침수 속도를 효과적으로 지연시켜 거주자가 방어 및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수방지시설 지원 사업이 더딘 주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도의 대책에 따라 각 시·군은 관련 사설 업체와 계약을 맺고 설치를 진행 중인데, 발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재고 물품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계절을 타는 품목인 만큼, 업체 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업체들이 수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복수의 지자체와 계약을 맺는 것도 물품 확보를 어렵게 해 정상적인 공정에 차질을 빚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이 200만 원 한도이기 때문에 이를 초과할 경우 집주인이 자부담해야 하는 부분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행정안전부가 전국적으로 추진한 비슷한 내용의 사업도 집주인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해 지체된 사례가 있다. 일부 시·군 현장에선 경기도의 재난관리기금(도비 50%, 시·군비 50% 비율) 배분 절차가 늦어져 6월 중순부터 실질적인 작업에 돌입하는 등 시간이 촉박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편, 경기도가 우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5월 22일~6월 14일 공사가 진행 중인 택지 및 공공주택지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지적사항 100건을 적발했다. 점검 대상은 평택 고덕 국제화 지구 등 택지개발지구 7곳과 수원 당수지구 등 공공주택지구 22곳 등 총 29개 사업지구다. 지적사항은 구체적으로 배수시설 관리 미흡 45건, 절·성토 구간 사면 보호조치 미흡 23건, 근로자 휴게공간 미설치 6건, 기타 26건 등이다. 최근 60년의 시간당 강수량을 보면 강한 강수 발생 빈도, 즉 집중호우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올해는 장마 기간인 7월 말까지 집중호우가 있고 이후로 폭염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8월에도 계속 국지성 폭우 등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연된 장마철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지원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방지시설 완비와 함께 철저한 예찰과 감시를 통한 적기 피난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비상 경고시스템 완비 등 철두철미한 준비로 길고 혹독한 장마와 폭우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야 할 것이다.
개화기(開化期)에 우리가 만난 민주주의는 서양의 데모크라시(democracy)를 일본이 번역한 정치용어다. 먼저 해외 문물(文物)을 받아들인 그들의 노고의 결과인 것이다. 철학(哲學 philosophy) 과학(科學) 자아(自我 ego) 신문(新聞) 방송(放送) 등 개념어들의 ‘출생’의 내역과도 같다. ‘선거로 뽑은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는 제도’인 데모크라시는 그렇게 우리의 ‘민주주의’가 됐다. 번역자(일본)는 멋을 좀 부려 민주주의(民主主義) 즉 시민(백성)이 주인인 제도라고 이름 매겼다. 비슷한 말 같지만 뉘앙스(어감)를, 그 차이를 살필 일이다. 우리 마음속 민주주의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데모크라시)에 대한 ‘뒤집어보기’겠다. 일부 신문이 정부발령 인사(人事)를 보며 ‘(모두) 윤심만 살피지 않겠나’고 지적한 것을 보고 ‘윤심민주주의’란 말을 떠올렸다. 정부 여당이 ‘윤심’만 좇는다면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유’(의 실체)는 ‘윤심’이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민주주의나 정의를 세우기 위해 피땀 바친 선각(先覺)들의 그 ‘민주주의’는 앞에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비로소 의미가 되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대적인 개념이었다. 지고(至高) 지선(至善)의 순수, 지하 시인이 ‘타는 목마름으로’ 외쳤던 것 같은 외골수 지향(志向) 그 민주주의... 원조(元祖)인 고대 그리스나 ‘혁명’의 프랑스, ‘두목’ 미국의 데모크라시는 어차피 우리의 본디가 아니었음을, 오늘 그들의 성품을 보며 내심 안도(安堵)한다. 허나 지금 우리 정치의 틀인 민주주의는 하릴없는 저 데모크라시일 터. 그렇지만 (우리도 그 중의 하나인) ‘시민’이 주인이라면, 그 시스템에게 내 세금을 경건하게 쓰는 정부(대표)를 주문해야 한다. 권리이자 의무다. 가령, 윤심민주주의의 저 ‘윤심’은 저출산의 빤한 앞날, 그 파멸(破滅)도 너끈히 보고 있으리라. 나라가 없어지는 판이니 모두들 잠을 설치며 걱정하고 함께 살길을 궁리하겠지. 그런데 ‘영아살해’의 비참(悲慘)을 보며, 병원 밖 출산의 불가피(不可避)를 외면하며, 우리는 누구를 욕하고 있는가? 왜 죽일까? 아이 낳고도 돈 많이 들어 대개는 후회하는 상황, 고칠 용기도 없는 듯하다. 인공유산은 왜 하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역시 큰 진리다. 어쩌랴. 당신들 ‘지도자’들, 정말 저 참상을 알기는 하나요? ‘한 표’ 여럿인 노년층에게는 “엄니, 아부지” 두 손 비벼 살살거리며 대책 예산 확실히 던지더라만. 아기들은 ‘한 표’ 없다고? 저출산 고민, 하긴 하는 건가? 헐값에 아기 수출하는 제도와 그 관계자들의 ‘고용안정’ 위해 지출하는 비용에 내 세금 쓰인다면, 이래도 화 안내면, 성인군자 아큐(阿Q)들인가? 그 윤심이 마땅히 ‘모심(母心)’ 돼야 하는 건 화급한 사안, 내일 말고 지금 바로, 어머니 될 이와 그들의 아기들을 무조건 제일 귀하게 모시는 ‘모심민주주의’가 되지 않으면, 누구도, 무엇도 소용없다. 급한 일 하는 게 정치다. 찐 民主主義다. 아기가 있어야 ‘한 표’도 있다. 오늘 일부의 지 밥줄, 제도 유지하려 우리를 지탱할 아기들이 하늘도 못 보고 죽어간다. 섭리(攝理)는, 마땅히 벌 받을 자들을 벌하리라. 천벌이다.
상갓집에서 문상하고 오는 것만이 이별은 아니다. 김수영은 어느 날 잘 나가는 소설가와 탐탁지 않은 모습으로 헤어져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만나 세상을 떠났다. 시골 처녀가 도시의 공장으로 가서 돈을 벌기 위해 부모 몰래 가출한 것도 이별이고, 아르바이트해서라도 공부를 하겠다고 가족 곁을 떠나는 것도 이별이다. 그녀의 심장 수술 뒤, 저런 병이 있으니 내가 결혼하여 끝까지 지켜주는 게 사랑이라고 다짐했던 첫 직장 애인은 끝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 뒤 무심히 정들어 아흔 살까지는 살 것 같았던 가족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나는 이별도 경험했다. 주위에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며칠 밤을 설치게 된다. 후덕하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세월도 보낼 만큼 보냈다. 남 앞에서 수필창작을 위한 강의를 하면서 문학과 삶을 이야기하는 동안 가난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어쩌고… 하면서 인생 학위 논문이라도 지닌 듯 말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 모두가 이별하는 과정 속의 일이요 바람과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였으며, 잠시 머무는 형상이었다. 그런데도 영혼의 이웃 같고 인문학적 혈액형과 정서적인 칼라가 닮은 친구가 입원한다면 남의 일 같지 않다. 남루한 모습으로 인생의 어떤 고개를 또 넘고 있는가 싶다. 젖은 가슴 축축해지는데 재채기 콧물도 나오고 살갗이 굳어진다. 호랑이 그림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H 화백에게 전해 들은 ‘이별의 예의’가 생각난다. H 화백이 말하는 서예가는 취운 선생이라는 분이다. 그분은 초서의 대가요 뼈대 있는 당당한 집안 후손이다. 그런 그분은 80대의 연세에도 작업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그분은 세상을 떠나기 전 자녀들에게 부고를 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어서 살아생전에 ‘지는 생명의 불꽃 앞에서’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썼다. 많은 지인에게 ‘살아생전에 자신의 허물로 상처받은 것을 용서해 달라는 것’과 ‘자신의 허물과 함께 자신을 사랑한 친지여 세상이여! 고맙다.’ 고 썼다. 이 편지는 그분이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쓴 것이다. 따라서 그분이 작고하고 난 뒤 그 편지는 발송되었다. 자녀들은 자기 아버지의 3주기를 맞이하여 생전의 아버지와 친했던 분들에게 ‘모시고자 식사 자리를 마련했으니 참석해 주시라.’는 초청장을 발송했다. 따라서 서울의 어느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하는 가운데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막은 끝이 없기에 천천히 걷는 것 아닐까. 내 인생길도 그와 같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신 ‘슬픔은 정신 근육을 강하게 할’ 것이라 믿고 예까지 걸어왔다. 이별의 예의가 있다면 ‘죽음의 예의’도 있을법하다.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김영수)의 350쪽을 보면,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깃털보다 가벼운 영혼’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습니다. 하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습니다.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라고 쓰여 있다. (기원전 91년, (보임안서))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고, 죽음의 방향은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생각에 심신이 긴장될 때가 있다.
경기도가 다양한 저출생 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최초로 도입하기로 한 ‘위기 임산부 핫라인’ 설치가 솔깃하다. 저출생에 의한 인구절벽으로 불투명한 국가사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먹구름을 드리운 시절에 부모가 낳은 자식을 제 손으로 살해하는 끔찍한 소식은 참담한 사회병리 현상이다.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는 쉽게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성능이 확실한 비상벨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위기 임산부 핫라인’의 소중한 성과를 기대한다. 경기도가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을 계기로 발표한 ‘위기 임산부 핫라인’은 군포시와 용인시에 있는 미혼모자기본생활시설에 24시간 핫라인을 개설하는 개념이다. 시설에는 위기 임산부를 전담하는 사회복지사를 1명씩 배치, 핫라인 상담을 통해 위기 임산부 여부를 판단한 뒤 기형아 검사 등 산전 검..
세계에는 재미난 대회들이 많다. 핀란드의 ‘아내 업고 달리기 대회’, 호주의 ‘참치 멀리 던지기 대회’ , 독일의 ‘오피스 체어 레이스(사무실 바퀴의자 달리기 대회)와 익스트림 다림질 대회(수중 다림질, 절벽 다림질, 번지점프 다림질 등), 뉴질랜드의 ’어린이 대상, 길고양이 사냥대회‘ 등이 그 예다. 우리나라 ’멍 때리기 대회‘도 집어넣을 수 있을 듯 하고. 별나기로 최고인 듯싶은 대회는 슬로바키아의 ‘무덤 파기 대회’다. 지난 2016년, 장례 산업 발전을 위해 장례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대회 규칙을 보면, 2인 1조를 이룰 것, 오직 삽과 곡괭이만 사용할 것, 무덤은 길이 200cm, 깊이 150cm, 폭 90cm의 규격을 맞출 것 등. 심사는 정확도, 스피드,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평가하는데, ‘아름다움’은 ‘얼마나 예쁘게 팠는가’를 본다고 한다...
보수와 진보가 대북정책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북한 정권에 대한 생각, 즉 망해서 없어져야 할 악마와 같은 존재로 상대할 필요 없이 억지력을 높이고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정권은 붕괴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를 하는 보수와 그래도 함께 존재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교류와 협력의 화해정책을 지속한다면 북한정권도 변화의 계기를 갖게 될 것이라는데 방점을 둔 진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서도 북한은 핵무기 보유가 목적이어서 북미간 핵협상은 핵개발을 위한 시간끌기이고 종국에 한반도를 적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무기를 개발 한다는 생각을 갖고 우리의 안전담보를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시켜 핵우산과 확장억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보수의 주장과 북한의 핵개발 목적은 한미와의 군사력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격차로 인해 자신들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길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제재와 함께 대화와 설득을 병행해야 한다는, 나아가 핵문제 해결이 안 되는 근본 이유는 미국측의 미온적 태도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보는 진보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각 진영 주장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다만 당장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특히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어떠한 모습의 한반도를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과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70여년의 남북분단 역사에서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관계’, ‘적대적인 공존관계’, ‘공동체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관계’ 등 많은 정책적 변화를 겪어 왔다. 북한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든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명제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2의 6.25가 재발될 수도 있다는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는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을 우리가 진실되고 지혜롭게 해결했다면, 분단현장을 관광상품화하여 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적 수익 창출은 물론 우리국민들에게 분단현실의 직접 체험으로 남북간에 서로를 이해할 기회와 공동체회복의 정신을 함양시킬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과 2016년의 개성공단 폐쇄도 조금만 신중하게 미래지향적으로 판단을 했다면 경제적 효과를 넘어 남북간 대화와 협력의 끈을 유지시켜 남북관계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18년 남북의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서 함께 손을 흔들던 모습을 가짜평화의 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없게 만든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희망이 이듬해 하노이 회담에서 좌절의 쓴 잔으로 바뀐 근본 원인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찾는다면 남북통합의 길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대북정책의 ‘국민적 대합의’는 이룰 수 없는 꿈인가, 독일은 가능한데 왜 우리는 불가능한 것인가, 하늘만을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