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시계를 2018년으로 돌려 보자. 4월,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함께 걷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6월 싱가포르에서의 트럼프-김정은의 역사적 만남, 9월에는 문-김의 평양시내 카퍼레이드와 능라도 5.1경기장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 모습, 다음 날 백두산 정상에서 두 정상이 함께 손을 쳐드는 감격, 우리는 잠깐이나마 남북통일이 꿈이 아닌 현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 이상하게 꼬여 가는 북미관계를 보면서 불안감을 느끼다, 이듬 해 2월 하노이로 향하는 열차 속의 김정은 위원장을 보며 다시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그래도 그 해 6월 판문점에서의 남ㆍ북ㆍ미 세 정상의 깜짝 회동에 다시 희망을 불 태웠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의 실천을 위한 후속 북미실무접촉을 갖..
짐작은 했지만, 우리 사회의 우울증 확산이 예상보다 심각하네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5년간(2018∼2022년) 우울증 진료 인원 현황’ 통계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는 모두 100만744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군요. 2018년에는 75만2천976명이었으니 불과 5년 사이에 32.9%나 증가했다는 얘기에요. 최근 확산하고 있는 온갖 사회병리적 현상은 이런 변화와 과연 무관할까요? 사실 우리가 만끽하고 있는 문화의 악영향 중에 가장 고약한 것은 바로 조울증(躁鬱症) 조장이죠. 창작이라는 명분으로 양산되는 온갖 자극적인 유흥들, 특히 전자기술과 연계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수많은 오락이 거의 그렇잖아요. 인간의 희노애락을 극단적으로 충동하는 창작물일수록 흥행이 보장되는 시대에 1년 열두 달 하루 24시간 사뭇 인간의 오감을 뒤흔드는 문화가 범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조울증은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양극성 장애’라고도 해요. 이 증상은 대략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증상의 조증 삽화(Manic Episode)를 보이죠. 조증 삽화기의 환자는 대체로 기분이 고양되어 있으나 사소한 일에 분노를 일으키고 과격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하죠. 그러다가 충동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서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며, 세상사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돼 복잡한 망상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이 망상이 심해지면, 요즘 우리가 끔찍하게 겪고 있는 ‘묻지마살인’ 같은 참혹한 범죄의 원인으로 작동하기도 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우울증의 폭증과 관련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만 같아요. 물론, 전문가들은 조증을 품행장애나 조현병(정신 분열)으로 오진해선 안 된다는 충고를 내놓고 있긴 해요. 그래도 극한 기쁨과 슬픔을 뒤흔들면서 인간의 감정을 난도질하는 문화적 자극의 범람을 마냥 괜찮다고만 여기는 것은 결코 슬기롭지 못하다는 판단이에요. 대문을 열고 나서면 길거리에서, 문을 닫으면 사이버 세상에서 마구 번지는 자극물들을 그냥 둔 채로 인류의 미래가 무사 무탈하리라고 믿는 이 맹신은 참으로 심각한 어리석음 아닐까요. 영화, 인터넷 게임 등을 구분할 것도 없이, 마약마저 횡행하는 폭력물과 자극물이 넘치는 사회를 방치한 채로 사람들이 맨정신을 유지하며 살기를 바라는 시스템은 분명히 잘못된 거 아닌가요? 이 험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 ‘알아서’ 정서 관리를 하고 제정신을 가누고 생존하라는 것은 너무 잔인라고도 무책임한 거예요. 인간의 평온한 정서를 부수는 극단적인 자극들을 제거하는 일에 이제는 지혜를 모을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거대한 ‘조울’ 병동으로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걱정이 정말 많아지는 요즘이네요.
여야의 대결정치에 대해 국민의 실망과 걱정이 크다.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1년 5개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진정성 있는 대화 시도조차 한번도 없었다는 것에 국민들은 걱정을 넘어 절망을 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의 대결정치는 아마도 문민정부 이후 최장기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조정하는 것에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의 정치는 경쟁과 타협이라는 두바퀴가 원활히 굴러가야 한다. 윤석렬 정부 출범 이후 한국정치는 정치의 본령이 실종됐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여론이다. 민생의 최종 책임자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고, 일체의 대화를 단절해 놓고 있다. 야당 또한 자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고, 당내..
때가 때인지라 문단의 행사도 많고 문학상을 위한 심사도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어젯밤에는 ‘〇〇수필문학상’ 심사를 하게 되었다. 세 사람이 하는데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응모작을 깊이 있게 살펴보았다. 그런데 수상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적 정성과 ‘수필은 느낌의 시’라는 글맛이 부족하여 수필의 미래가 염려스러웠다.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라는 정신에는 못 미쳐도 누가 보아도 수상작의 무게 중심은 느껴져야 되는 법. 심사를 미루고 한 잔 두 잔 목울대로 넘긴 막걸리에 ‘안마시면 안 되냐’는 제정신의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돌아와 문을 따고 아파트 거실로 들어서니 냉장고 바람 같은 차가움이다. 불 밝히고 거실 의자에 앉으니 누군가가 그리웠다. 손을 붙잡..
넷플릭스는 190여개국에서 서비스 되는 초거대형 글로벌기업이다. 어느 나라든 1위 사업자다. 막강한 미국의 지상파 ABC나 가입자 많은 IPTV도 국가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데 온라인동영상 서비스 사업체라는 묘한 정체성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해주어 자연스레 전세계 방송시장을 장악했다. 미디어의 기본 특성은 저널리즘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인데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절대적 지위를 확보하고 점차 저널리즘에도 발을 넓혀 탐사기획 프로그램도 방송중이다. 넷플릭스를 동영상서비스업체라 안하고 새로운 방송이라 인식할 정도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들어왔다. 영업기반 없이 자리잡기 어려워 플랫폼인 플랫폼(PIP)전략을 택했다. 케이블TV 딜라이브와 계약을 통해 250만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시청할 수 있었다..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 등의 여파로 주택구입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년 새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부동산대출을 억제하는 핵심수단 중 하나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로 대폭 완화하는 등의 정부 정책 변화의 여파로 해석된다. 지역별로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의 증가 폭이 가장 커 전체 증가액의 33%나 차지했다. 일부에서 ‘금융위기’ 위험성 우려마저 나오는데, 정말 괜찮은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최근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47조8300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634조4480억 원)보다 13조3820억 원(2.11%)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의 주담대가 같은 기간 4조4250억 원(175조380억→179조4630억 원) 늘어 증가액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이 10조9840억 원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주담대 증가세는 걱정을 사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잔액 증가에 비례하여 주담대 연체율도 함께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기준 0.1%였던 주담대 연체율은 올 6월 0.22%까지 치솟았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17%→0.33%)에 비해 수치 자체는 낮았지만,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1년 전의 2배 수준이 된 데다가 한국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2019년 4·4분기 이후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금융규제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뒤 국내 최초로 50년 만기 모기지를 도입했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나 임대 매매사업자는 물론 투기과열 지역의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담대 요건을 풀어줬다. 9억 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풀어주는 특례보금자리론도 허용했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펼친 이 같은 대출완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정책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정부 정책이 ‘주거 사다리’가 아니라 ‘투기 사다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고금리에도 가계 빚은 다시 역대급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감소세가 완연하던 가계 빚은 4월 2조3000억 원에서 5월 4조2000억 원으로 불어난 뒤 지난달 급기야 7조 원에 육박했다.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며 내놓은 여러 규제완화책이 가계 빚 증가의 큰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필 때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 말 10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최근 방한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련 정책을 적극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최근 당국이 급증하는 빚을 줄이기 위한 응급대책으로 50년 만기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하는 등 대출한도 축소에 나섰다. 진선미 의원은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주담대를 관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국과 금융권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거대한 둑도 쥐구멍 하나로 붕괴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한시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뉴스의 본질 우리는 매일 뉴스를 보고 씹고 먹는다. 뉴스는 사회적 존재의 영양식이다. 곧 내 의사결정의 바탕이 된다. 오늘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공동체적 삶인 사회적 하루를 놓친 셈이다. 뉴스는 사회적 생활의 자양분이 되고, 감정과 정서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그러니 저널리즘은 독자들이 편식하지 않고 균형식을 하도록 도와야 하고, 그 뉴스 정보는 사회적 의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한다. 우리 뉴스의 풍경 미국에서 신문이 대중화되기 시작할 때 신문의 상업적 경쟁은 치열하였다. 뉴욕 월드(New York World)와 뉴욕 선(New York Sun)의 격렬한 경쟁은 언론 역사와 저널리즘에서 다루는 주요 현상이 되었다.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도 이들 미디어 보도가 부추겼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의 극단적 경쟁을 선정주의적 황색언론(yellow jou..
추석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반도가 들썩거린다. 민족대이동이라고 할 수 있는 고향방문을 위해 장을 보고 선물을 준비한다. 상인들도 이만한 대목이 없기 때문에 잔뜩 기대하기 마련이다. 방송에서는 귀향하는 사람들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역이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찾아 행복해하는 귀성객을 인터뷰하는 것이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추석의 기원은 고려시대부터라고 한다. 원래 달을 기리는 의식이었지만 그 당시 농사를 짓던 조상들은 달을 기림과 동시에 더 먼 조상에게 감사의 예를 표현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이러한 의식은 삶의 패턴이나 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으로 자리 잡으며 현대사회까지 존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216만 6000명(농림어업조사결과, 2022년 말 현재)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4.2%에 불과..
반지하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신축금지, 정비사업 유도 등을 담은 ‘반지하 주택 해소 3법’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가 집중하고 있는 ‘반지하 주택 해소 3법’ 개정은 서민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의 획기적 개선은 물론, 주거 안정성을 높여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소중한 정책들을 담고 있다. 국회는 ‘반지하 주택 해소 3법’ 개정에 우선순위를 두어 조속히 나서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 공동 주최자 국회의원 9명, 민간전문가, 공무원, 언론 및 시민단체 등과 비정상 주거시설 ‘반지하 주택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행사에서 토론자들은 주거 용도로는 취약하기 짝이 없는 반지하 주택의 다양한 문제점에 공감하고 반지하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특수학교를 보내든지, 아니면 외국으로 가세요.” 특수학급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유명 웹툰 작가에게 비난 댓글이 달렸다. 제 자식만 챙기는 이기적인 부모라는 낙인이 따라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쉬운 표현 같겠지만 냉담하다 못해 돌팔매에 가깝다. 처음엔 작가인 부모가 표적이 됐지만, 다음에는 그의 아들로, 그 다음에는 장애아동과 부모에게 비난이 옮겨갔다. 작가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고 하니 교권 침해라고 눈총을 샀다. 특수교사에게 자녀에 관한 당부를 상당하게 전달했고, 아동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고, 적합한 성교육 강사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극성 부모의 모습이었다. 부모 행위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자녀가 비장애아동과 수업을 듣는 통합교실에서 어떤 계기로 특수학급으로 옮겨 수업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