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문은 16·17·18일자 1면 기획기사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적기에 치료받는다면 증세가 완화돼 충동적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전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에서 1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피의자 최원종은 정신적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5년부터 정신과에서 치료받기 시작했고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바 있다. 2020년엔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최원종을 지속해 치료했더라면 이번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벌어진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인 조선도 반사회적 성격 장애, 이른바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도 지난해까지 조현병·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자 국민들 사이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를 넘어 혐오와 증오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정신질환자 문제를 다룬 한 신문의 기사 댓글에는 “위험한 정신질환자는 강제격리, 수용해야 한다. 선량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살아 있는 흉기” “42만 명의 테러리스트”라는 혐오성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일부 댓글에서는 끔찍하고 극단적인 단어도 보였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올해 초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1’를 발표했다. 만 19~79세 중 2021년 연말을 기준으로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장애(우울장애,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니코틴 사용장애)를 앓은 적 있는 사람의 비율이 무려 27.8%나 됐다고 한다. 국민 3~4명 중 1명은 정신장애를 경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진단을 받은 사람 중 12%가량만 전문가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분당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처럼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들에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찾는 것도 돕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정신의료기관은 물론 각 지방정부의 주민센터와 경찰서, 소방서 등에서도 환자가 발견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연계한다. 이들은 ‘입원에 준하는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거나,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환 정도가 약하다고 생각하거나, 스스로 또는 가족들이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하지 않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자의로 치료를 중단한 뒤 방치상태에서 증상이 심해지기도 하지만 감옥과 같은 병동에 강제입원당하는 일이 두려워 기피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경기신문은 지난 9일자 ‘정신질환 범죄 원인 아닌 치료해야 할 아픔’ 제하의 기사에서 정신질환자들이 흉악범죄자는 여겨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범죄자 124만 7680명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는 8850명으로 0.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는 이들을 도태시킬 뿐”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에 동의한다.
황제 나폴레옹. 우리는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165센티의 작은 키?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에서 패배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 된 사실? 야망에 찬 이 남자가 유럽 역사에 남긴 건 전투나 군대보다 예술과 패션 쪽이 더 거창하다. 그가 폭군인지, 천재인지 다양한 논의들이 아직도 펼쳐지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는 엄청난 아이디어맨이었다. 흔히 프랑스를 패션의 나라라고 한다.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오르, 루이뷔통, 셀린느, 지방시, 게를랑, 쇼메, 크리스찬라크루아... 수많은 명품의 원산지는 프랑스다. 이 나라가 패션으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어마어마하다. 작년 한 해 루이뷔통 그룹인 LVMH(Louis Vuitton-Moët Hennessy)가 벌어들인 돈은 11조 4334억 원이 넘는다. 이렇게 프랑스가 패션 왕국으로 우뚝 서는 데는 나폴레옹의 역할도 컸다. 군인과 패션?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나폴레옹의 유명한 프록코트와 전설의 검은 이각뿔 모자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최고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이 남자가 저울질해서 만든 것이다. 패션은 그에게 힘과 정당성을 입증하는 엄청난 상징매체였다. 그가 프랑스 정치와 제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폴레옹은 그의 방식으로 19세기 초 패션의 계승자이자 복원자의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그는 집권한 후, 남녀 복장을 프랑스 왕정의 존경할 만한 이미지와 일치하도록 개혁했다. 하지만 그의 패션은 개인의 주요 신체적, 도덕적 특성에 주의를 기울였다. 누구나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심플하고 엄격한 제복을 강조했다. 이는 전적으로 나폴레옹 황제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그가 제정한 남성복은 파란색 또는 검은색 프록코트, 회색 또는 검은색 바지, 흰색 셔츠와 검은색 넥타이로 구성해 고급 모자와 부츠로 옷차림을 완성했다. 코트는 엄격하게 재단되었고, 반짝이는 단추가 두 줄로 늘어져 닫힐 수 있었다. 바지는 스키니로 재단하고, 신발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어 광을 냈다. 큰 행사의 경우, 남자들은 재킷, 조끼, 깃털로 장식된 롱코트를 입을 수 있었다. 공식적인 상황에서, 군인들은 빨간 코트와 흰색 팬츠를 입었다. 민간인들은 짧은 재킷과 헐렁한 바지를 입었다. 여성복은 보통 훨씬 더 장식적이고 부피가 큰 드레스와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를 포함했다. 이 스타일은 나폴레옹 통치 기간 절정을 이뤘고 곧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현재도 나폴레옹 스타일은 각종 영화, 비디오 게임, 연극 공연에서 인기를 누린다. 디즈니 크루엘라(Cruella)의 주인공들은 나폴레옹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을 입고 있다. 마돈나를 비롯한 많은 현대 아티스트도 무대 공연을 위해 이 스타일을 선택한다. 루이뷔통이나 버버리 같은 명품 브랜드들도 그들의 컬렉션에 나폴레옹 패션의 요소들을 계속해 접목시키고 있다. 나폴레옹은 이처럼 당대를 넘어 현재까지 패션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년의 사업가 김모 씨는 얼마전 자녀들과 부인에게 세무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그 내용은 2년쯤 전에 자녀들과 부인 명의로 분양상가를 각각 1채씩 취득하여 임대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세무서에서는 부인과 자녀들의 취득 상가에 대하여 재산취득에 관한 자금 출처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아울러 취득자금의 출처가 불명 시 이들에게 증여세가 부과 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를 자금출처조사라고 하는데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재산취득자금 등의 증여추정'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자금출처조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기준은 신고된 소득금액, 양도 증여세 신고가액의 합계액과 자산 취득 당시 부담했던 채무 인정금액의 합계액이 취득금액 또는 상환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이다. 즉 직..
대통령의 언어는 사상과 철학의 표현이며, 그 나라의 국격을 나타낸다. 윤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공산주의,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한다"고 주장했다. 말문이 막힌다. 국가지도자의 말이 왜 이렇게 거칠고 나쁜 수사로 점철되는지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시대착오적 발언이다. 대화와 타협, 협치는 실종됐고 정권비판 세력은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라는 틀짓기로 폄하됐다. 우리는 또다시 민주주의 위기를 체감한다. 언론, 야당, 시민단체,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부적절한 메시지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대표는 “도대체 대통령실에서 누가 메시지를 쓰고 있느냐. 그 사람 좀 잘라라”(YTN), 천하람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면 다 무슨 반국가 세력이고 공산전체주의 세력이고 야당이랑 친한 사람들은 그럼 다 무슨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냐"(CBS)라고 일갈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소셜 미디어는 고정된 정체성을 만들어내며 확산시킨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끼리 대립으로 새로운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다. 같은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 끼리 거대한 담벼락을 쌓음으로써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독선적 사고에 갇히게 된다. 휴대폰으로 쉽게 전파되어 자기 진영 담벼락 안에서 교환되는 프로파간다성 학습은 신념화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타도 대상이 된다. 정치담론이 극단적 성향의 유튜브 수준이라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나친 ‘동조 압력’으로 타자와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며, 토론과 이성의 입지는 위축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1976년 독일에서 진행된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역사상 가장 잔인한 히틀러 나치정권을 탄생시킨 독일은 자신들의 과거를 깊이 반성하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치·시민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각계 인사들이 보이텔스바흐에 모여 오랜 토론 끝에 시민·정치교육에 있어 반드시 준수해야 할 3가지 원칙을 정립했다. 강제성 금지, 논쟁성 유지,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등이 골자다. 이 협약은 민주시민교육의 ‘교본’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가 이 협약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논쟁을 하되 반드시 상반되는 관점을 다 소개한다는 ‘논쟁성 유지의 원칙’이다. 독일은 이 협약에 따라 교육의 주체가 학교든 정치집단이든 시민단체든 반드시 현안의 논쟁이 되는 양면을 충실하게 소개하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정착시켜 균형 잡힌 국민들을 키워내는 사회에서 어느 한쪽만의 입장만을 소개하는 집단은 여론의 외면을 받게 된다. 나만 옳다는 생각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정부 여당과 집권세력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담론은 존중받아야 한다. 특정세력이나 일부 집단의 ‘선택적 정의’가 국민 머릿속에 이식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치열한 토론과 숙의로 국민의사가 집약되도록 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의 실현이다.
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입추가 열흘이 지났는데도 33도를 상회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가이아』란 책이 있다. ‘지구 생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란 부제가 붙었다.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남긴 유명한 책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을 이름으로 하여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요 생명체라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다. 기후위기를 넘어 인류의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가이아』는 지구가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시키는 등 사이버네틱스의 자율규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실태를 생생하게 증명했다. 이때만 해도 러브록이 지구가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과 같은 끔찍한 사태를 맞이하리라고 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살충제와 제초제로 인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7년이 지나 내놓은 『가이아의 복수』는 사뭇 달았다. 제1장 첫 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처럼 지구를 학대한다면 지구는 5,500만 년 전과 같은 뜨거운 상태로 되돌아갈지 모른다. 그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대다수는 죽을 것이다.” 한 세대 만에 지구의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데카르트 이후 지구와 지구 생명체를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무차별 개발에 몰두한 결과, 지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고,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지구의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UN 사무총장은 기후위기가 온난화를 지나 열대화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가이아의 복수』가 출판되었을 즈음(2007년)에는 이미 해마다 한파와 폭염, 홍수, 가뭄으로 지구가 병들어 있었다. 지금은 대형 산불이 추가되었고, 북대서양 해류까지 정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적도에서 데워진 표층의 난류는 북쪽으로 이동해 유럽을 따뜻하게 유지해주고, 북쪽의 심층한류는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인도양과 태평양을 순회해왔다. 이 흐름이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의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수준에서 1.5도가 넘지 않도록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등 노력을 한다고는 했지만 크게 부족했다. 러브록은 이미 입힌 피해 수준에서도 지구가 회복되기까지는 1천년 이상 걸릴 것이고, 이미 늦었을는지 모른다고 했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서 무질서는 증가하게 되어 있다. 사람이 살지 않고 빈 집으로 놔두면 거미줄과 곰팡이가 생기고 먼지가 쌓인다. 지구는 지금까지 뭍 생명체들이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온도와 공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인류는 불과 200년 만에 수많은 동식물을 멸종시키면서 궁극에는 사람도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놓고 말았다. 너무 늦었는지 모르지만, 더 이상 엔트로피가 높아지기 전에 화석연료 사용을 절제하고 대체 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참으로 가벼운 몸 컨디션이다. 그동안 답답하고 무겁고 우울한 느낌이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침 기분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 기도하는 마음으로 약 먹고 물 마시고 몸을 살폈다. 속으로는 가끔 ‘살고 싶지 않다는 말 내뱉으면서 독한 인생길을 많이 걸었다.’고 푸념도 했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뜨거운 물 커피포트에 담고 생강차 봉지를 넣어 뚜껑을 닫은 채 곁에 두고 마셨다. 약국에서 지어준 어깨통증 약과 감기 몸살 약은 30분 차이를 두고 삼켰다. ‘이게 사는 것인가? 이렇게도 사는 것이구나.’하고 혼자 뇌까렸다. 팔과 가슴에서는 계속 땀이 흘렀다. 지구의 온도는 36도라고 한다. 살아오는 동안 몸이 약해 선풍기와 에어컨을 멀리하면서 체질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어젯밤에는 살아남기 위해 한 시간을 돌렸다. 내가 내 몸을 위해 이렇게 예의 갖춰 정성스럽게 약을 복용하면서 건강이 회복되길 소원해 본 일도 많지 않았다. 그래 내가 내 육신에 대한 예의도 있을 것이다. 내 몸의 허전함과 영혼의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위로할 시간이 지금이겠지- 싶기도 했다. 50년 전 직장 동료와 지금껏 벗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그를 잃고 말았다. 사려 깊은 선배에게 그동안의 교제와 멀어지게 된 원인을 들려주었다. 선배의 대답은 ‘그 사람과의 인연은 거기까지’라고 단호히 말했다. 일복은 많아도 인복이 없는 나는 평생 주눅 든 듯 지내왔다. 그러기에 더욱 그가 멀어져 간 진짜 이유와 내가 조심해야 할 ‘그 무엇’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날 저녁이었다. 커다란 불행을 먼저 경험한 선배 같은 분과 통화를 했다. 목소리며 언어의 분위기에서 가족 같은 편안함과 아픔을 껴안아주는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다. 그랬는데 어느 문학단체에서는 영상녹음 파일을 만들겠다며 인터뷰 일정을 짜놓고 거기에 맞춤하고자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방의 건강과 일정 취향, 그리고 준비성과 성취도를 예측할 수 없어 가슴 무거웠다. 나름대로 하루 동안 몸살을 앓으며 인터뷰 안을 작성하고 나니 나는 왜 이렇게도 힘들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거울 앞에 가 서 있게 되었다. 8월의 캘린더에는 붉은 빛이 번지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8월이면 선생님은 어김없이 태극기를 그려오라는 과제를 주었다. 컴퍼스가 없는 때라서 밥그릇을 엎어놓고 가운데에 원을 그리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태극기다. 8월의 캘린더에는 광복절이 항상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광복의 빛을 보기까지 독립을 위해 몸을 희생하신 분들을 생각하는 ‘8월의 예의’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사람(人)과 사람(人) 사이(間)의 일 가운데에서 사람다운 사람의 길을 가는 공부가 으뜸일 것이다. 이어서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주고받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고, 배신하며, 사는 게 인생일 것이다. 죽음과 친해져야 하는 시간 앞에서 삶의 마지막 문장을 생각해 보는 일도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저것 다 집어치우고 가족의 등대지기나 끝까지 잘하고 싶다. 아픈 마음 달래며 고요히 하루하루 누구의 짐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며 작가의 길에서 고요히 사람다운 발걸음을 아참마다 제 발로 걷고 싶다.
한 초급교사의 불행한 선택으로 인해 일파만파 확산한 ‘교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교사의 권위가 인정되지 않는 교실과 협박성 갑질을 일삼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핵심 병폐로 떠올랐다. 교권을 지키지 못하는 열악한 현장의 속살도 낱낱이 노정됐다. ‘교권 침해’를 저지른 쪽은 반드시 합당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엄정한 규칙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잘못되었거나 부실한 법·규정도 제대로 손봐야 한다. 학교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 다수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장 교사들은 교권 침해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29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1%가 교권 침해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에 찬성했다. 교육 전문신문 베리타스알파의 설문에서도 교권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대입에서 학생부 정성평가 반영 강화(학종 확대, 정시 학생부 반영)’에 무려 79.2%가 찬성했다. 학생이 학생을 폭행하는 ‘학폭’은 기재하면서 학생이 어른(교사)을 폭행하는 경우는 빼자는 논리는 맞지 않다는 지적은 옳다. 교육부가 내놓은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에 따르면 교사와 대면 상담을 원하는 학부모는 사전 예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도 방법은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 단계별로 나뉜다. 학생이 반복적인 주의에 불응하면 훈계 조치를 받을 수 있고, 학부모에게까지도 교칙 준수의 의무가 부여된다.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입법’ 견해도 꾸준히 등장한다. 교육 목적의 훈육행위마저도 아동학대처벌법을 걸어 교사를 코너에 모는 현상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 교사는 ‘법적 시비’에 취약하다. 소송이 제기되면 일상생활마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진다. 원칙적으로 교권 침해 성격의 소송은 교육 당국이 대응해주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의 초기부터 지적된 것이 경직된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였다. 경기도교육청은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보완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직원 인권 존중 의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조례개정에 착수했다. 각급 학교 현장에 ‘교권 보호’를 위한 기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경기도 도내 초·중·고 전체 2488개 학교 중 교내 모든 전화기에 자동 녹음 기능을 설치한 학교는 567곳(2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학교 전화는 아무런 통화기록도 남지 않는 무방비 시스템인 셈이다. 학교 현장에서 담임 직급을 맡는 경우 고작 하루에 4000원, 월 13만 원의 추가수당이 책정돼 있다니 이 또한 기막힐 노릇이다. ‘학생인권조례’나 ‘아동학대처벌법’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단세포적인 진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법·규정들도 다 시대적 필요의 소산임을 인정하고 그릇된 부분은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며 대안들을 만들어야 한다. ‘교권 확립’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넓은 만큼, 이번 사태가 교육 현장에 새로운 활기를 돌게 하는 계기로 승화하기를 기대한다.
경기도정과 교육에 다망하신 두 분 단체장님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제2경춘국도 3공구 노선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경기도에서 어떤 노력을 했다는 내용을 접한 바가 없어서 간절한 마음에 이렇게 두 분께 직접 공개서신을 드리게 된 점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2경춘국도는 경기도에 하나뿐인 조선 임금의 태봉인 중종대왕 태봉을 절단내고, 경기도문화재인 이방실장군묘의 보호구역을 침범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을 지은 어우당 유몽인 묘의 풍수적 경관을 훼손하며, 수백억 원을 들여 2021년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달전천을 파헤치며 나가 가평군의 대표적 교육기관인 가평고등학교 바로 앞을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김동연 도지사님, 저는 이 도로가 도지사님의 도정철학에 반하는 도로라고 생각합..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끝났다.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우리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라며 자괴감을 곱씹어야 했다. 동아일보가 8월 14일 전현직 잼버리 준비와 운영에 참가한 전현직 책임자 11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소속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일을 하다 잘못될 수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잘못을 저지르고 그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남 탓으로 돌리면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반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할 때는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고, 과도한 질타를 받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솟게 한다. 누가 봐도 이번 잼버리는 국제 망신이다. 근래 우리 사회엔 그릇된 풍조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국민의 찬사를 받을 만..
1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이 열렸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세계적 행사지만 안타깝게도 잼버리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잼버리 대회의 무능한 개최로 대한민국 국격이 추락”하고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국제 행사라는 불명예를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사전 점검, 일정 관리, 사후 조치 부분에 대한 국가 시스템이 붕괴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들이 많다. 실제로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각종 논란과 의혹이 터져 나왔다. 부실한 행사 준비, 관련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 참가자들 간 성범죄 의혹까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폭염에 대원들이 쓰러져 실려 나갔다. 그늘이 있는 휴식공간이 부족했다. 곰팡이 달걀이 배급됐고 행사장에 입점한 편의점은 바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