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5일 한국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 ‘오펜하이머’가 상영될 예정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루면서 핵무기를 꺼내들고 위협하고 있고,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다, 중국이 핵능력 확충과 더불어 첨단기술 탈취에 혈안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영화 개봉은 여러 함의를 던져준다. 오펜하이머는 유태계 독일 출신 물리학자로서 2차 대전 막바지 미국과 영국이 추진한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원자탄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서, 1942년 나치 보다 먼저 원자탄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오펜하이머는 뉴멕시코 로스 알라모스(Los Alamos)에서 함께 일하던 과학자들을 불러 모았고, 이 중 12명이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에서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C..
경기도가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을 행안부에 제출했다. 수십 년간 규제를 떠안고 살아온 도내 접경지역 주민들은 갖가지 차별 속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내해왔다. 가뜩이나 지방이 소멸 국면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접경지역에는 가장 먼저 소멸 위기가 덮치고 있다.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발전계획이 추진될 수 있도록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이 조속히 반영돼 현실을 타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제출한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행정안전부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변경을 위한 것이다. 변경안 도출을 위해 도는 지난달 25일 주민공청회를 실시하고 시장·군수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쳤다. 변경안은 접경지역 7개 시군에서 2030년까지 추진이 불가능한 사업 7건 1676억 원을 제외하는 대신 지자체와 주민이 희망하는 사업 18건 7283억 원을 새롭게 반영하고, 추가 건의된 신규 안건 5건 861억 원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법정계획으로 수립된 행정안전부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은 인천시·경기도·강원도의 낙후된 접경지역 15개 시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주민 복지를 향상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마련됐다. 경기도에는 3조4000억 원 규모의 37개 사업이 편성돼 있다. 지난 12년간 경기도에서는 24개 사업 1조7000억 원이 집행됐다. 이번 경기도의 변경 계획이 모두 반영될 경우 626억 원이 늘어난 3조5496억 원 규모에 53개 사업으로 늘어난다. 당초 정부는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165개 사업에 18조8400억여 원을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국비·지방비·민자를 모두 포함해 투자액 자체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데다가 사업비 투입도 미미했다. 그 사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경기·인천·강원 접경지역 10개 시·군의 군사시설보호 및 각종 규제로 인한 손실 규모는 169조4400억여 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계획 실행이 지지부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접경지역특별법은 행정안전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야 한다. 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은 국방부, 국토기본법과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국토교통부, 자연환경보전법은 환경부 등과 협의해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하게 돼 있는 추진 절차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지 경기도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접경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에 꽁꽁 묶여 있다는 것도 문제다. 수정법상 수도권으로 분류돼 각종 규제로 지역 발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천군을 비롯해 가평군·강화군·옹진군은 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줄기차게 ‘수도권에서 빼달라’며 역차별을 호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기도 내 접경지역은 언젠가는 새롭게 펼쳐질 남북교류의 중심지역이 돼야 할 중요한 자원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및 평화경제특구·기회발전특구 지정은 단지 경기도만의 현안이 아니다.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이 즉각적으로 반영돼야 할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행정안전부 접경지역 정책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백번 옳다. 그리고 그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2023년 8월 3일, 광복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이 열렸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이승만 기념관' 프로젝트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 사업은 이승만을 신격화하여 건국대통령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그건 '괴물기념관'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서 "문대통령이 1919년 4월 11일(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이라고 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그날 '대한제국'이 끝나고 '대한민국'이란 공화정이 처음으로 헌장에 채택된 것이다. 왕조는 망하고 흥하고 반복되었지만, 나라는 지속되어왔다"고 주장했다. 2023년 6월 28일, '이승만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출범하였다. 위원장은 이명박 때 국무총리 김황식. 위원들은 대부분 보수인사들로, 이인수 박지만 김현철 김홍업 등 전직 네명의 대통령 아들들이 들어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미, 대일관계에서 심히 우려되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밖에서는 굴욕적이고, 안에서는 불친절하다. 그래서 모욕적이다. 이는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의 12년 독재를 상기시킨다. 기념관 논란에서 이승만의 '나쁜 정치'와 그로 인한 '지옥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정부라면 매우 듬직하게 보일 것 같다. 이승만이 왜 동지였던 독립지사들을 저주하듯 못살게 굴고, 라이벌들을 암살하고, 친일반민족세력과 손을 잡았을까. 아직도 불가사의하다. 이승만의 죄상을 제대로 안다면, 그를 '건국의 아버지'로 부를 수는 없다. 첫째, 임시정부 수반까지 지냈던 이승만은 '반민족행위 처벌특별위원회'를 해체(1949년 6월 6일)함으로써 그 후 오늘날까지 70년 넘도록 이 나라를 저질정치의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이승만의 지시로 반민특위를 습격, 특위위원들을 잡아다 고문했으며 살해하려고 테러리스트를 고용했다. 그의 양심선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로써, 이 나라는 친일반민족 세력의 청산에 완전히 실패하고, 청산파를 빨갱이로 모는 프레임에 빠진다. 오늘 우리의 정치사회적 문제들은 예외없이 반민특위의 실패에 기인한다. 둘째, 6.25가 발발하자, "국군이 승전을 거듭하며 북진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며 서울에 있는 것처럼 거짓 선무방송을 했다. 이승만은 일찌감치 대전으로 도망쳐, 거기서 녹음하여 중앙방송으로 보낸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국립문서보관소에 의하면, 이승만은 개전 이틀 뒤인 6월 27일, 일본에 6만명의 이주허가를 요청했다. 망명정부를 구상한 것이다. 거절당했다. 세째, 1950년 6월부티 9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20만 명 정도의 민간인을 죄없이 즉결처분했다. 경찰, 군인, 우익청년들이 이 살륙에 동원되었다. 허가받은 살인마들이었다. 이것이 소위 '보도연맹사건'이다. 네째, 제주도민 1/3을 도륙한 이른 바, 4.3사태의 총감독이 이승만이었다. 그는 '제주 민란'을 지역사안으로 보지않았다. 갓 출범한 초대정부의 정통성에 도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자행한 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 보고 칼 뽑기)이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 비극이었다. 다섯째, 이승만은 3선을 끝으로 물러난다던 약속을 깨고 4선에 나섰다. '득표율 115%'가 나온 사상 최악의 부정선거에 항거하여 전국이 일어났다.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정권이 몰락했다. 머리에 최루탄이 박힌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군이 바다에서 떠올라, 그 여파가 4.19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은 자리에서 내려와 하와이로 도주한다. 위의 예시들은 이승만의 폭정(暴政)과 비정(秕政)들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이승만 기념관 논란은 이쯤에서 소멸되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좋다고 본다. 첨언:이종찬 광복회장은 조선중기 고품격 선비 백사 이항복의 10대손이다. 조부 우당 이회영과 그 일족은 국경 넘어 만주로 이주, 현재가치로 수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쏟아부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우당의 형 이석영(신흥무관학교 교장)은 여든 살에 상하이의 한 빈민가에서 굶어죽었다. 조선 500년을 넘어서 이 나라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가문이다. 이런 집안에서 뭘 더 바라겠나. 온갖 망언을 지껄이며 이회장과 광복회를 비난하는 개인과 단체들은 반민특위가 응징하지 못한 친일매국세력의 후손이거나, 정권을 편들면 언제나 떡고물이 떨어진다는 것을 잘아는 생계형 중생들일 것이다. 긴 말 더 필요한가. [덧붙임] *이종찬 광복회장은 8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마련한 독립운동가들과 유족 초청 오찬장에서, 1주일 전 '괴물 기념관'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던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필자는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으로 인하여 마치 오보를 낸 기자의 처지가 되었습니다. 글 전체를 대폭 수정해야 하는가, 로 고민했습니다만, 국가와 민족의 정신을 상징하는 광복회의 수장이 그 짧은 시간 안에 입장을 정반대로 바꾼 것도 보존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이승만 국부론'에 관한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해명문으로써 독자 여러분들께 사과의 예를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과거의 기억 중 특별한 장면은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으며 추억을 되살릴만한 사진이라도 한 장 있다면 더 또렷해진다. 나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참가했던 아·태잼버리 대회가 그 중 하나인데, 충청도 소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던 나에게 외국인과의 교류 경험을 처음으로 선물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1982년 덕유산에서 개최되었던 아·태잼버리 대회는 아시아와 태평양 주변 국가의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 대원들의 축제였다. 그 때도 날씨는 더웠지만 덕유산 숲 자락의 그늘은 시원했고 밤마다 진행되는 공연들은 느긋하게 즐기기에 충분했었다. 덕유산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물은 시원했는데 어떤 프로그램은 계곡의 시원한 물가에서 진행되기도 했었다. 난생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과 외국 대원들과의 교류는 설레는 기대로 다가왔다. 어린 날의 그러한 느낌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추억을 할 때마다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대만에서 온 대원들과 찍었던 사진을 가끔 가족들과 들여다보면 41년 세월이 무색하게 생생하다. 41년을 돌아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세계잼버리 대회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뉴스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내가 어릴 적 경험했던 아름다운 추억과는 거리가 먼 소식뿐이었다. 광활한 벌판에 들어선 텐트는 흡사 난민촌과 같았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이 생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열악한 화장실과 샤워실, 질퍽한 바닥과 그 옆에서 쓰러진 듯 쉬고 있는 대원들을 보니 이것이 2023년의 대한민국인가 싶었다. 위생은 더 열악해 보였다. 모기와 벌레에 물린 대원들의 팔과 다리는 성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짐작하건데 그동안 쌓아왔던 K-문화에 대한 좋은 인식이 한 순간에 날아갈 듯하다. 실시간으로 상황이 전파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4만 여명이 겪는 불편함과 고통은 단시간 내에 지구촌에 전파될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무더위가 한창이다.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대원중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시급하다. 이들을 호텔이나 휴양시설로 이동시키고 대회 프로그램을 최소화 시켜 조기에 잼버리대회를 종료해야 한다. 대회 종료전 까지라도 화장실과 샤워실을 비롯한 편의 시설을 더 확충하고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충분하게 제공해야 한다. 넷플릭스에서 방송되었던 오징어게임의 대사가 생각난다. “이러다가 다 죽어...”
경기도가 풍수해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한탄강·탄천·안양천·공릉천·흑천 등 5개 지방하천의 국가하천 승격을 정부에 건의했다. 글로벌 기상이변과 맞물려 재해·재난이 상시화하고 이른바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상습적 하천 범람과 수해는 기존 눈높이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지방정부의 역량만으로 방책이 어려운 규모의 지방하천은 모두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재해예방책을 세워야 한다. 오랜 관습에 빠져서 안일하게 대처할 때가 아니다. 경기도에는 국가하천 20개, 지방하천 498개가 있다. 국가하천 정비율은 81.3%인데 반해 지방하천 정비율은 53.1%로서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지방하천 정비사업은 사업비의 100%를 도비로 충당하지만, 국가하천이 되면 정비 및 유지관리 등에 전액 국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해관리에서 차원이 다르다. 100년, 2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법한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조기 방재가 훨씬 더 강조되는 추세를 고려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방재예산을 전향적으로 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자체 관할 지방하천의 지류·지천 정비사업까지 국가하천 사업으로 승격하고, 국가하천과 연계성이 높은 지방하천에 대해서도 정부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국가하천은 유역면적 합계가 200㎢ 이상인 하천, 다목적댐 하류 및 댐 저수지의 배수 영향이 미치는 상류의 하천, 유역면적 50~200㎢이면서 인구 20만 명 이상의 도시를 관통해 흐르는 하천 등을 지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기도가 국가하천 승격을 요청한 한탄강의 경우 강원 철원군에서 경기 연천 전곡읍까지 유역면적이 2085㎢다. 또 지류인 신천이 2020년 1월 국가하천으로 승격됨에 따라 하천 체계상 승격이 필요하다. 또 용인 기흥구 청덕동에서 서울 강남구까지 흐르는 탄천도 유역면적이 303㎢이며 2개 이상 시도를 경유해 국가 차원의 통합적 하천 관리가 요구된다. 상습 침수가 발생하는 양평군 흑천 역시 유역면적이 314㎢ 이상이다. 의왕∼안양 안양천과 양주∼고양 공릉천은 유역면적이 200㎢ 미만이지만 다른 국가하천 지정 요건인 ‘인구 20만 명 이상 도시를 관류하는 하천’을 충족하고 있다. 집중호우가 일상화될 정도로 비와 관련된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침수, 범람 등 하천과 관련된 자연재해가 확산한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하천과 관련된 자연재해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동안 국가의 하천 관리정책은 소걸음을 지속해왔다. 이는 철저하게 중앙집권적 마인드에 묶여 지방하천의 국가하천 승격기준을 시류에 맞춰 개선하지 못한 어리석음의 여파다. 재해 예방에 들어가는 재원을 ‘비용’으로만 치부하는 전근대적인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대증요법 만능주의에 젖어 국민의 인명과 재산이 크게 망가지고 난 다음에야 복구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바보짓이 계속되는 것도 그 케케묵은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가의 으뜸 존재 이유이자 애민으로 이어지는 ‘투자’다. 제발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예산 집행에 인색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소 잃고 뒤늦게 외양간 고친 일’을 잘한 정치·행정으로 자랑질하는 허망한 저질 쇼는 이제 멈출 때가 됐다.
소설이나 영화를 읽거나 보다보면 메시지와 상관없는 것들은 지나치기 마련이다. 이른바 사각지대이다. 그런데 때때로 이 지점이 메시지보다 더 비중 있게 기억되기도 한다. 어떤 소설 혹은 영화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 채. '인간은 폭력성의 소우주'란 말도 그런 것 중 하나다. 메시지를 떠받치는 말이 아니어서 지나쳤다가 개별로 기억한 것이다. 여운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말 그대로 인간은 폭력적 존재인 까닭이다. 인간은 알게 모르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말을 꺼내자마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한 친구는 "오랫동안 인간은 자연과 인간과 투쟁하면서 살아왔기에 폭력이라는 DNA가 몸에 배어있다"고 말한다. 살벌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테면 인간이라는 동물의 생화학적 알고리즘이라는..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좋으신 분들이다. 늘 젠틀하시고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도 많이 해주신다. 그분들로 인해 힘과 위로를 얻는다. 올해 나는 운이 좋아서 좋은 학부모님들만 만났다. 문제는 운이 나쁘면 죽음을 결심할 수 있을 정도로 괴로워진다는 거다. 일당백을 하는 진상을 만나면 버틸 수가 없다. 진상 학부모 감별기 같은 건 없지만 아래 사례 정도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진상 축에 들어갈 수 있다. 그저 한 통의 메시지와 전화를 했을 뿐인데 수십 명에게 연락받는 교사는 정신과 약을 삼키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1) ‘선생님 시간되실 때 전화 주세요.’ 별거 아닌 내용이지만, 이 내용을 받는 순간 심장이 덜커덕거린다는 교사가 많다. 교사와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일은 대체로 부정적인 사건이 생겼을 때다. 역으로 교사가..
지난 3일 오후 6시경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과 건물 1~2층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져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신림역 흉기’ 사건이 벌어진 지 2주 만의 일이다. 20대 범인은 승용차를 끌고 백화점 앞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여성 피해자 1명은 뇌사가 우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백화점으로 들어가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마구 휘둘러 9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총 14명이 죽거나 다친 것이다. 사건 2주 전에도 서울 신림동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30대 피의자는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20대 남성 1명을 1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도 부상을 입혔다. 이번 분당흉기난동 사건은 신림동 훙기 난동 사건과 다른 점이 있다. 신림동에서..
꽉 막힌 남북관계. 그래도 소망을 버리면 안 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과거 남북간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의 추억을 나눈다. 2006년 4월 말, 평양 역포구역 고구려 고분군 진파리 4호분 앞에 남북의 역사학자,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였다. 남북 학술교류단체인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주관하여 유네스코에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주장으로 고분에 들어가기 전에 제사의식을 갖는다. 안주는 유 청장이 그린 ‘돼지머리’ 그림, 술은 페트병의 물이다. 유 청장이 먼저 절을 하고 제사상 앞에 달러 지폐를 놓았다. 다음은 최광식 교수, 그리고 남측 참가자 모두가 절을 했다. 유 청장의 명령으로 모두 헌금을 해야 했다.(모두가 싱글벙글 웃음 꽃이 활짝 폈다!). 모인 돈을 고분 개복작업을 위해 일한 북한의 작업 인부들에게 유..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말이 있지요. 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받게 되니 항상 말조심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어요. 옛 선인들이 삶의 지혜로 여기고 지켜온 지혜 중에도 ‘신언(愼言)’은 참으로 소중해 보여요. 말을 삼가지 않는 사람 중에 ‘좋은 사람’, ‘쓸만한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사람이 즐기는 도박 가운데 투견(鬪犬)보다 잔인한 노름은 없을 거예요. 불법 투견장 단속 뉴스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걸 보면 투견은 마약 같은 매력이 있는 모양이에요. 개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서로 물어뜯는 장면을 도박으로 삼는 불법이 극비리에 끈질기게 유통되는 건 참으로 불가사의한 현상이죠. 물리고 찢겨 악귀처럼 만신창이가 되는 개들을 보며 투기꾼들은 과연 어떤 희열을 느낄까요? 투견장의 광분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