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미래발전 전략을 놓고 ‘경기분도론’이라는 큰 어젠다가 던져졌다. 본지는 이번 주 모두 5회에 걸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이슈를 심층기획 보도했다. 한강 수계로 구획된 경기북부지역의 상대적 저발전 문제는 여러 통계 지표들을 통해 실증되고 있었다. 경기북부지역 주민과 기업의 그간 고통과 인내에 보답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은 같으나 해법을 둘러싸고 중앙부처, 여야 정치권, 기초지자체 간 다양한 의견이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으로 한 틀로 찍어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와중에 경기북부지역에 속한 고양시는 ‘경기북부경제공동체’ 제안을 하는 등 특별자치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경기분도론은 1987년 집권 민정당이 대선공약으로 최초 제기해 지난 36년간 선거철만 되면 출몰했다가 사라지는 담론이었다. 다수..
사람들의 일상은 대체로 모르거나 아니면 모른 척 하는 삶이다. 산간 벽지에 의사들이 가지 않으려 그리 애쓰면서도 만약 그곳에 살고 있는 간호사가 일정한 법령에 의거하여 의료 활동을 하는 것(노인들 영양 주사를 놔준다든지, 감기몸살 약을 처방해 준다든지)에 대해서는 사활을 걸고 반대를 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이제 그 시시비비에 둔감해 한다. 어차피 세상이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진영의 싸움만이 노골화 됐는데, 그리하여 이제는 모두 북중러에 맞서는 한미일 전선에 투입돼야 할 판인데도 오로지 어떤 팝송을 불렀네, 만나서 뭘 먹었네, 어떤 여인이 뭘 입었네 하는 것만 가지고 입방아를 찧는다. 그마저도 그리 관심이 오래 가지 않는다. 잘못된 위정자는 국민의 무관심을 증폭시키고 그것으로 권력의 본래적 야욕을 감추려 한다. 역설적으로 개중 누군 가는 그러니까, 매우 정치적, 아니 권모술수적인 인간이라는 얘기이고 그런 인간이 있다는 얘기이다. 문화 쪽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렇다. 여기가 대체로, 지금의 정부 마냥, 아수라장인데도 사람들은 넋 놓고 손 놓고 앉아 있다. 어쩌려고 그러는지 한숨이 나온다는 소리들이 많다. 그 이유는 생각해 보면 자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내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한다. 진작에 예상됐던 사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 얘기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하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국 벽을 보고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정작 사태가 터지니까 뭔가 고치고 변화할 의욕마저 잃은 셈이 돼버린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현재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모두가 공석이다. 형식적으로는 그렇다. 두 직책의 사람 모두 자진 사퇴를 했기 때문이다. 역시 형식적으로만 볼 때 시작은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했다. 그가 사표를 던졌다. 그러자 부산영화제로 영화계의 비난이 쏟아졌고 이번엔 이용관 이사장이 그 책임을 진다며 사표를 던졌다. 둘의 사표가 이사회에서 수리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아마도 이 글이 나갈 쯤에는 이사회의 결정사항이 발표될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든 부산영화제는 그 초심의 생명력을 다했다. 둘이 사표가 반려되든, 두 사람 스스로 사퇴를 철회하든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영화계의 민심을 되돌리거나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초기 멤버들이 너무 ‘오래 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도 18년을 했다. 부산영화제 멤버들은 다들 20년 넘게 자리를 이리저리 바꾸며 지켜 왔다. 당연히 새로워지지 않았으며 배가 산으로 갔다. ‘사이즈의 미학’ ‘레드 카펫의 사치스러움’ ‘스타 시스템의 행사’로만 치중됐다. 영화제는 20억원에서 시작해 140억원까지(코로나 이전) 예산을 키웠지만 정작 사무국 직원들의 복지는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모두 한국 최고의 영화제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의 강제성이 횡행했다. 실로 전근대적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부산시에서 교부되는 지원예산은 경상비로 전환되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돼있다. 직원들 월급과 경상비는 모두 기업의 후원협찬비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게 ‘쥐약’인 것이 코로나로 모든 행사가 중단됐을 때 이 협찬금은들어 올 수가 없는 것이 돼버렸으며 따라서 직원 월급은 고스란히 은행 빚으로 남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쌓인 게 십수억원이다. 반면 지방자치단체 교부금을 경상비로 전환시키도록 시행령을 바꾼 곳은 전주와 부천, 제천영화제 등이다. 부산영화제는 그들처럼 되기 위하여 그간 부산시를 향해 정치적 법적 요구를 줄기차게 해왔어야 했다. 투쟁이라도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시장과 싸우려 하지 않으려 했는지, 잘 보이려 했는지) 기업 마케팅을 강화하는 쪽으로 갔다. 그러니 당연히 영화제 운영에 있어 기업경영 논리가 우세해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조직 내부의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를 키운 셈이 됐다 십여년전, 부산영화제가 승승장구할 때 미국 독립영화계의 태두 선댄스영화제의 존 쿠퍼 집행위원장이 온 적이 있다. 쿠퍼 위원장이 부산영화제를 둘러본 후 한 말은 지금 와서 보니 꽤나 선견지명이 있는 얘기였다. 그는 ‘영화제가 너무 크다’고 했다. ‘내실에 더 힘을 기울이는 게 좋다’고도 했다. 맞는 얘기다. 영화제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상영관을 더 늘리고 영화를 2회, 3회 틀게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관람 기회를 더 주고, 영화에 대해 사고하고, 또 그럼으로써 세상에 대해 보다 진실되게 걱정하게 하는 것, 그래서 정치적 문화적으로 연대하게 하는 것, 그것을 제1의 목표로 해야 한다. 부산영화제가 돌아가야 할 곳은 바로 영화 그 자체, 그 본질이다. 이용관 이사장은 과거 날카로운 평론가 출신의 대학교수였다. 그는 200자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 써가며 평론을 썼다. 그는 멋있는 상남자였다. 영화제가 변질된 것은 어쩌면 그런 그가 평론을 쓰지 않고 글을 멀리 하면서부터일 수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영화적 공과(功過)는 분명하다. 공만 있고 과는 없거나 과만 있고 공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 공과가 있는 법이다. 그건 박정희도 그랬고 문재인도 그랬다. 다만 질서 있는 퇴진을 계획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 이건 부산영화제 초기 멤버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세상사는 늘 그런 법이다.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오염수 대 처리수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된 뉴스가 연일 보도 되고 있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 계획을 실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시찰단이 방일 길에 올랐다. 그저 견학 수준이어서 들러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도 있고, 오염수를 처리하는 과정에 대해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 시찰단이 어떤 역할을 할지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 언론들은 ‘오염수’로 부르고 있다. 오염수일까, 처리수일까. ‘처리수’ 명명의 효과 언어는 프레임(frame)이다.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도록 하는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일본에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기술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으므로 처리수라고 사용한다. ALPS를 통해 처리가 되었으므로 이후의 오염수 농도가 낮아져 처리수로 부른다는 주장이다. ‘처리수’로 명명함으로써 과학적으로 처리되어 바다로 방류하더라도 듣는 청중에게는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 ‘처리수’와 ‘오염수’에는 과학이 있고, 국제 정치가 작동하며, 이웃 국가 국민들의 심리가 있다. 우리는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이름을 붙여 부른다. 명명(命名)이다. 사회문화적 변화 가운데 언어는 그 인식을 보여준다. 영어권에서 의장을 의미하는 어휘로 남성적 의미가 강한 chairman을 보다 중립적인 chairperson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은 남녀 성평등이라는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인종, 성별(젠더), 계층, 지역, 국제관계 등의 편견을 제거하고 보다 인간다운 언어 사용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80년대 미국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사회 운동이 대두되었다. PC주의는 언어 표현이나 용어 사용에 있어서 편견과 차별을 배제하자는 의미에서 평등과 인권주의라고 하겠다. 정치적 올바름의 조건 과학은 객관성을 지닌다. 공개적으로 검증 가능해야 한다. 현재의 이론은 후속 연구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수정된다. 사회과학에서 연구하는 기본 철학이다. 일방적으로 ‘처리수’라고 명명한다고 해서 ‘오염수’가 ‘처리수’가 되지는 않는다. 국제기구와 전문 과학자들이 중립적으로 독립적으로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로 확인 가능할 때 ‘처리수’가 될 수 있다. 방류가 현실화된다면 생선회나 수산물은 이제 못 먹게 되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설령 과학적으로 오염수가 처리수가 된다고 해서 불안감이 바로 해소되는가. 국민 심리적으로 또 실제적으로 안전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과학의 장기적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제약이 풀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 각 지방정부들이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관광자원 개발과 홍보, 해외마케팅과 팸투어 등에 나섰다. 지난 22일에도 도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JTB, HIS, 라쿠텐트래블 등 일본 주요 여행사 관계자를 초청해 수원에서 팸투어(홍보 목적 답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수원화성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그해 우리는’ 촬영지인 수원 장안공원 일대, 지동벽화마을, 행궁동 카페거리 등을 방문하고 화성어차 탑승, 한복 착용 등의 체험을 했다고 한다. 도 관계자는 최근 대일관계가 개선되면서 이론 관광객 수가 많아졌다면서 도내 한류관광 콘텐츠를 활용한..
지난 5월 10일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이었다. 언론 지상에 그러한 1년의 성과와 과오를 분석하는 특집 기사들이 넘쳤다. 기사마다 빠지지 않은 것은 정치, 사회, 경제 전반의 심각한 퇴행 상황이었다. 1주년 당일, 보수의 아성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터져 나온 시국선언은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총체적 평가라 불러야 마땅하다. 이 도시의 25개 시민단체는 이렇게 단언했다. “민생을 파탄시키고, 민주주의를 짓밟고, 평화를 파괴하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투쟁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왜 이토록 혹독한 평가가 나올까. 3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불통(不通)이다. 필수적 대화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취임 1년이 지났는데도 제 1야당 대표와 공식 회담을 갖지 않은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윤석열 대통령 밖에 없다. 서열과 관례 상 하위에 있는 야당 원내 대표 혹은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만남은 적극 제안하면서도 정작 당 대표는 제외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당시 야당 총재는 집권 기간 내내 격렬히 충돌했다. 그럼에도 무려 7차례나 공식 회동을 했다. 삼권 분립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통과 타협은 대통령의 절대 의무다. 안 하고 싶다고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란 뜻이다. 그럼에도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질까. 자기주장만 설파하고 남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일방주의 때문이다. 바다 건너 일본 총리와도 공식적으로 2번이나 회담을 가지지 않았는가. 좁쌀 같은 포용력에 대한 비판이 여기에서 나온다. 감정적 대응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책 협력 대상인 야당을 무시하는 행태가 곧 민주주의 본질에 대한 거부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불안(不安)이다. 이태원 참사로 대변되는 사회 안전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외교 안보 영역이 불안하다. 2000년대 초반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는 국제사회에서 ‘부시의 푸들’이란 별명을 얻었다.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은 어떤가. 가히‘미국과 일본의 푸들’로 불러도 과언이 아닌 1년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총대를 매고 스스로 한미일 삼각동맹의 첨병이 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갈등이 격화되고 한반도가 급속히 충돌과 균열의 신냉전 국면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편향 외교와 맞바꾸어 일본의 고의적 역사책임 망각과 회피를 대통령이 앞장서서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제적 발언이 이를 상징한다. 가해자의 논리에 오히려 힘을 보태고, 역사적 피해국가의 수장으로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언사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태도는 곧 미래 행동의 예고다. 이러한 역사인식이 어찌 불안하지 않으랴. 셋째는 불신(不信)이다. 4월 말의 워싱턴 국빈 방문에서 희대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정상회담 후 대통령실 핵심 책임자가 미국과 한국이 ‘사실상의 핵공유’를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자 미국이 바로 그것을 받아서 부인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가관인 것은 이러한 미국의 반박이 나오자 “(핵공유) 용어에 대해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어이없는 견강부회를 내놓았다는 점이다. 백보를 양보하여 대통령실의 해명을 믿는다 해도, 이 같은 기괴한 논란이 나라 바깥에만 나가면 터져 나오는 것을 도대체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언론과의 관계도 상호불신으로 가득하다. 대통령 후보자 신분으로 참석한 2022년 4월 신문의 날 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1년 동안 그의 실천은 정반대를 향해 달렸다. 비판적 언론에 대해서는 불신을 넘어 적대적 태도까지 취하고 있다.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건과 관련하여, mbc 기자들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동승 불허가 이를 표상한다. 목하 외교부와 mbc 사이에 소송이 진행 중일 정도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언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그저 5년 간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위임받은 존재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의 3가지 불(不)이 이끌어낸 재앙적 결과를 생생히 목도하고 있다. 비 선출 검찰권력이 무소불위 핵심 통치 수단으로 등장했다. 노동, 문화, 표현자유 등 시민사회 전 영역에서 저항을 억누르고 비판의식을 위축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과시적 행정의 커튼 뒤에서 (낡은 레코드판을 돌리는) 신자유주의 양극화와 인구 소멸이 가속화 중이다. 대중국 수출 격감을 필두로 하는 무역수지 악화와 경기 후퇴의 악몽이 눈앞에 닥쳐왔다. 하지만 지난 1년과 같은 불통, 불안, 불신이 계속되는 한 위기 극복의 기대는 난망(難望)일 수밖에 없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정권의 패배를 넘어 국민 모두의 패배라는 비극이 눈앞에 펼쳐지게 될 것이다.
2달쯤 전이었다. 70대 중반의 그녀와 친우분들이 오셨다. 모 종교의 회합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올라오시는데 함께 진료를 받으러 들어왔다고 했다. 잠도 잘 못 자고 변비도 심해서 치료가 필요한데 혼자서 잘 안 가니 같이 치료받으러 오는 거라며 껄껄껄 웃으시는 친우분들이 따뜻했다. 그렇게 치료를 시작한 지 1달 후에는 변비약 없이 대변을 볼 수 있어 기뻐했는데 며칠 전 입맛이 없어서 못 먹었고 그래서인지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보약을 지어달라고 내원하셨다. 음식은 특이사항이 없었는데 식체가 있고 화병 소견을 보였던 분인지라 “신경 많이 쓰신 일이 있었어요?” 여쭈어보니 최근에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고 속상하며 자책했고 그때부터 입맛이 거의 없었다고 하신다. 몸과 마음은 하나와 같기에 마음의 긴장과 억울함은 식욕, 소화, 배변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그녀에게 자기자비(self-compassion)가 필요했다. 몸과 마음 모두를 위해서 그렇다. 자기자비는 여러 연구에서 치료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고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침 치료를 하면서 그녀에게 “OOO(그녀의 이름)야. 사느라 애썼다. 수고 많다.”고 해주라고 했다. 이름을 부르는 건 자신에 대해서 거리를 두어 보는 방법이다. 수고했다고 하는 건 자신의 성격, 환경, 한계 등 여러 조건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어떠했던 노력 하며 살아왔던 자신의 노고에 대한 인정, 그러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수용을 위해서였다. “그러고 보니 이제껏 살면서 나한테 수고했다, 애썼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네요. 예전부터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해주라고 하던데” 한다. “맞아요. 어머님. 지금 하시는 것도 자기를 사랑하는 한 가지 방법이에요.”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불쑥 자신의 결혼생활 이야기를 꺼내신다. 결혼 처음하고 남편에게 많이 놀라고 무서웠다는 말과 함께. 그녀에게 “OOO야 결혼해서 남편에게 적응하고 시댁 식구에게 맞추고 아이들 키우고 사느라 참 많이 애썼다”라고 말해주라 했다. 그러니 “별로 잘한 것도 없는데.” 하신다. “어머님. 철모르던 마음 여린 스무 살에 시집와서 무섭게 느껴지는 남편에게 말 한마디 잘 못 하고 견디고 사셨던 거 아녜요. 아이들 낳고 그 아이들 잘 키우려고 노력하며 사셨잖아요. 애쓰셨잖아요. 그 노력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줘야지 않겠어요.?” 그렇게 말하니 "그래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살았지." 하신다. “계속 침 맞으면서 수고했다 애썼다. 자신에게 말씀해주시고 침 맞고 계세요.” 하는 처방 혹은 부추김이 있은 얼마 후 “휴지 좀 주세요.” 하신다. 치료실의 커튼을 조용히 닫았다. 커튼 뒤로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소리 없이 하염없이 우는 듯한 기척이 든다. “살면서 이런 말을 해보는 게 처음이네.”하고 몇 번을 되뇌신다. 팍팍한 세상,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 그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경기도가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불법행위 단속기준 통합가이드를 마련했다. 이번 업무지침서는 시군 단속 공무원이 참고하는 관계 법령과 사례 중 애매하거나 해석이 분분하던 내용을 도가 형평성 있게 통일한 것이다. 그린벨트 내 불법행위 단속은 개인의 이해관계가 예민하게 얽혀있는 행정조치여서 그간 형평성 논란이 끊임없었다. 이번 통합가이드 마련이 기존의 민원을 해소하고 공무원들의 업무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2019년 12월 공식자료에 의한 전국의 그린벨트 지정 면적은 3만8372㎢로서, 전 국토 대비 3.8%다. 이 중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은 전 그린벨트의 1/3이 넘는 36%에 달한다. 수도권 중 경기도가 점하는 면적 비중은 무려 83%다. 경기도의 그린벨트는 전국 그린벨트의 28.7%로서 1/4을 초과한다. 총 31개 시..
언론은 노동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진보 성향 매체나 노동 전문 매체를 제외하면 노동 관련 기사를 애써 다루려 하지 않는다. 언론사 수익인 광고를 대주는 물주가 기업인 상황에서 노동조합(노조)이나 노동자를 중심에 둔 보도란 예외적 상황이라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노동쟁의가 일어나야 언론이 보도하니까 노동 관련 보도는 ‘노동문제’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곪았던 문제가 터진 상황이래도 기업이 언론을 상대로 광고로 거래하고, 취재 응대를 거부하면 그마저도 기사로 접하기가 쉽지 않다. 언론이 노동 주제를 적극 다루지 않으니까 노동을 둘러싼 공론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경우만 해도 2007년 사태가 시작되었지만 2010년이 돼서야 언론이 조금씩 보도를 냈다. 이전까지만 해도 언론 상당수는 사태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의 최신 설비와 안전한 작업 환경을 부각한 보도가 훨씬 많았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노동자의 백혈병 피해 사실을 주장한 반올림의 목소리는 소외되거나 축소됐다. 그나마 삼성이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2014년에 전환하자 비로소 노동 건강권에 대한 논의가 증가했고 언론도 덩달아 보도량을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도 따지고 보면 얼마 안 된 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데에 경향신문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1748번의 죽음의 기록’(2019년)과 같은 심층보도가 한몫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 매년 2000명가량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숨지는 상황을 모아보니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선 작업장 자체 안전 문제도 중요하지만, 고용이나 교육, 노조 활동의 보장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 이처럼 노동 분야가 관심을 덜 받고 의제를 만드는 힘이 취약하니까, 노조 활동을 부정적이고 불편한 그리고 기업의 경영 활동에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많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상황에서 폭력적인 시위 방식을 부각하고 불법과 연관하게 한다. 질서를 어지럽히고,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불결하고 불편한 대상으로 노조 자체를 부정적으로 낙인찍는다. 조선일보가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을 두고 자살 방관을, 월간조선은 사망자가 남긴 유서가 대필이거나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유가족이나 목격자에게 사실 확인을 제대로 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내용이었다. 기자의 추정을 담은 내용이 상당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조차 ‘반저널리즘 행위’라고 규정하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장관부터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 운운하며 엄정 대응 분위기를 조성하니, 언론이 갈등을 해결하긴커녕 없던 갈등조차 만들고 싶어진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가 14개월째다. 상황은 IMF 금융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보다 안 좋다. 물가상승률 역시 24년 만에 최대치다. 민생 현장엔 소비가 현격히 줄었다. 이구동성이다. 여기에 공공요금은 30% 이상 인상됐다. 증권가는 SG증권발 하한가 ‘주가조작’ 사태 등으로 어수선하다. 은행가엔 부동산 PF에 경고등이 켜져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대한민국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2차전지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EU의 CRMA(핵심원자재법) 발표로 분투 중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시설을 미국과 유럽 현지에 갖춰야 수혜를 받을 수 있단다. 외국에 투자하는 금액만큼 국내 투자는 줄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의 발전, 고용과 소비 활성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해 온 우리 기업의 노력이 무색하다.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밀한 외교와 정보 전략을 펼치고 있을 때, 과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지난 4월, 윤 대통령은 “2차전지 우위 격차 확실히 뒷받침 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같은 달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차전지 주요종목 조사 착수”를 밝혔다.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와 주가조작이나 신경 쓰라”고 지적했다. 경제의 앞날을 대변이라도 하는 양 증시 하락장은 길어지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은 “주가하락은 윤 대통령 리스크” “윤석열 정부는 답이 없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와중에 금감원장은 이례적으로 지난 8~12일,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다녀왔다. 금융감독기관장이 금융사와 동행해 해외 IR을 다녀온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자기정치를 한다”는 평가가 금융계 안팎의 여론이다. 비전문가의 정치와 행정으로 많은 부분의 영역이 뒤죽박죽이다. 공직자의 언행이 위와 아래가 다르다보니 민간영역은 자기이익 취하기에 바쁘다. 정부는 2차전지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증권사들은 2차전지 공매도 포지션에 중국의 전기차 및 2차전지 ETF 판매에 열심이다. 국가의 최고지도자는 중국과 적대시하고 있는 반면에 목하, 증권가는 중국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필부가 보기에 우스운 나라꼴이다. 게다가 RE100(재생에너지 확대 캠페인)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우리 기업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현 정부는 CFE(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 체계) 캠페인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RE100 세계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행태다. 캠페인의 성공적 안착을 점치기 어렵다. 총체적인 위기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은 정신 줄을 놓아선 안 된다. 자각해야 한다. 매체를 통한 각종 정보취득의 경우, 필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경제가 어렵다면 정부는 모든 역량을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속국도, 중국의 속국도 아니어야 한다. 일본과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군사적 동맹관계가 될 수 없다. 외교와 안보, 경제, 모두 국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려운 때, 정부는 오로지 국민을 위해 국정의제를 새롭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한 줌 극우세력과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다. 시민이면 누구나 부자를 꿈꾸며 부자 될 수 있는, 든든한 나라경제가 펼쳐져야 할 것이다.
경기도 내 인구(내국인+외국인)가 사상 최초로 14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전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국민이 경기도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때맞춰서 경기도가 저출생 대응을 위한 ‘인구2.0위원회(가칭)’를 만든다는 소식이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국가소멸의 위기가 심각한 난제로 등장한 시점에 경기도가 국가 존속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저출생 대책’ 성공으로 암울한 국가 미래를 살려내야 할 엄중한 사명이 부여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와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4월 말 현재 경기도의 주민등록인구는 1360만 7919명, 등록외국인은 39만 5608명으로 총 1400만 3527명이다. 이는 국내 총인구 5264만 5711명의 26.6%로서, 서울 인구(967만 명)의 1.4배가 넘는다. 경기도 인구가 1000만 명을 넘긴 시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