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억울한 사람은 소유진일 것이다. 그녀는 최근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의 이전 발언 탓에 다시 한번 우파 연예인으로 분류 낙인 찍혔다. 과거 이명박을 지지하는 연예인 명단에 이름이 들어 있어서 였는데, 그것도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불분명한 상태의 얘기이다. 이런 게 잘 확인이 안되는 이유는, 연예인들로서는 누구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네 안했네, 식의 논쟁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자신의 연예계 활동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배우 자신보다도 소속사가 그런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이른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아닌)전법이다. 해당 연예인에게 철저히 함구령을 내리고 일체 노 코멘트로 일관하게 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유야무야 된다고 본다. 소유진 측으로서는..
틈날 때마다 가는 시골 텃밭(월말 농장)은 바다가 가까운 계곡 꼭대기에 있다. 처음 그곳은 수십 년 묵밭이어서 가시투성이 아카시아가 흐드러진 잡목 야산이었다. 포클레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밭 모양을 갖춘 지 몇 해가 지났어도 여전히 어쭙잖다. 맞은편 계곡과 산자락, 바람 따라 춤추는 무성한 나무들을 편안한 눈으로 바라보며 숲멍을 때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몇 해째 다니다 보니 뻐꾸기·산비둘기·딱따구리 소리에 정이 듬뿍 들어버렸다. 텃밭 주변에는 까마귀들이 적지 않다. 아마도 녀석들이 그 근처 나무들을 둥지 삼아온 세월이 길었던 듯하다. 저희끼리 어지간히 시끄럽게 수다를 떨기에 “이놈들이 저희네 집터에 무단히 들어왔다고 집세 내놓으라는가 보네” 하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언젠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삶은 달걀 두 개를 감쪽같이 훔쳐 간 일 빼놓고는 특별히 해를 입은 일은 없다. 까마귀에 대한 고정관념은 사납다. 전설 속에서는 불길한 새로 여기는 험악한 속설이 많다. 죽음의 전조, 전쟁의 예언 따위의 누명도 붙어있다. 민화에서는 악마, 마녀, 저주받은 사람을 상징하기도 한다. 까치는 그 반대다. 오랫동안 익조(益鳥)로 여겨졌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도 상식에 가까웠었다. 그런데 이제는 까치를 길조(吉鳥)로 여기는 생각은 어림없게 됐다. 골칫거리 해조(害鳥)로 분류된 지가 오래다. 과수원을 중심으로 애써 기른 농작물을 마구 먹어 치우고, 전봇대에 짓는 까치집은 단전 등 전기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까치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액이 매년 수십, 수백억 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해마다 사람의 손에 의해 죽는 까치가 부지기수란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까치는 곡식·고구마·곤충·작은 동물·과일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 식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 까마귀는 해조(害鳥)가 아니라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필요할 때는 도구를 이용해 해결할 줄 알 정도로 지능이 대단히 높고, 일부일처(一夫一妻)를 유지하며 늙은 부모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유일한 효조(孝鳥)라는 고사(反哺之孝)도 있다. 까마귀에게 붙은 온갖 악담들은 하나같이 그릇된 미신이나 오해의 결과물이라는 얘기가 정설이 돼가는 중이다. 까마귀의 기막힌 반전(反轉) 드라마가 오늘날 오해와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며 온갖 편 가르기 음모로 갈등의 수위를 한도 끝도 없이 끌어올리는 우리 인간사회에 주는 교훈이 만만치 않다. 어쩌면 우리는 까치를 익조로, 까마귀를 해조로만 여기는 어리석은 고정관념의 노예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엔 까마귀 떼의 소란에 기겁하던 아내가, 이제는 시골 텃밭에 갈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잘 치워주는 녀석들에게 고마워한다. 그러고 보니, ‘세 발 달린 까마귀(三足烏)’는 우리 역사 속 웅비하던 고구려의 거룩한 상징이었다.
경기도가 전체인구의 절반가량이 노인인 포천시 관인면에서 ‘AI 시니어 돌봄타운’ 시범사업에 나섰다. 이를 통해 보건 분야 고령사회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고령층이 가장 많이 요구하고 있는 교통 분야에서는 아직 적절한 정책 방향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취약계층의 교통수단 확대 논의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여론이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달 전국의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전체의 19.51%를 차지했다. 경기도는 16.09%로 평균치보다 비교적 낮은 수치였지만 지난달(16.07%)보다는 소폭 올랐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7개 시군이 65세 이상 인구비중 20% 이상의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지난달 초고령 사회로 분류된 시·군은 연천군(32.04%), 가평군(30.86..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은 아니지만 이미 주말에는 하천과 계곡을 찾아 가평군을 찾는 도시민들이 적지 않다. 관광객이 오면 지역 주민의 소득이 올라가겠지만 그들이 배출하는 CO2와 쓰레기를 생각하면 탄소중립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약 6만 3000여 명이 살고 있는 가평군에 그보다 백배가 넘는 관광객이 방문해서 배출하는 쓰레기 처리 문제는 가평군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렇지만 가평군만의 과제도 아니다.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로 인해 각 지자체별로 소각장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지만, 소각장은 주민 반대로 설립도 어렵고, 설립한다 해도 탄소배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 문제는 각 지자체의 중요한 과제다. 또한 기후 열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지역의 경계가 없이 발생하는 것이기에..
경기도에서 장부 조작 등으로 보조금을 불법으로 빼돌린 사회복지법인의 범죄가 또 적발됐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사를 벌여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회복지법인 및 대표 등 9명을 적발했다. 보조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장애인의 생계급여 등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사회복지법인 범죄는 기관의 특수성 때문에 시민들의 충격이 그만큼 더 크다. 일벌백계로 근절해내야 할 것이다. 도 특사경은 제보·탐문 등을 바탕으로 연초부터 사회복지법인 위법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그 결과 보조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장애인의 생계급여 등을 임의로 사용한 사회복지법인 6곳, 연루자 9명이 적발됐다. 이들이 불법행위를 통해 취득한 금액은 모두 1억 5000여만 원에 달한다. 특사..
국어 시간이 다른 학과 시간보다 수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렇게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독서와 글쓰기는 내게 스며들었다. 그 무렵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를 만났다.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로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 건 웃지요. 지금 같이 공부도 기술도 돈벌이도 연애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웃 없이 살아가는 게 아니었다. 남쪽으로 창문 하나 내고 자연 속에서의 삶을 사랑했다. 한가한 마음으로 강냉이 심어 깨물어 먹으며, 아는 사람이 오면 함께 먹겠다는 정신이었다. 이러한 삶이 바로 부모의 삶이요 가족들의 생활이었다. 그 속에서 성장하고 학교 가서 공부했다. 마을에서는 어른 아이..
오는 7월 26일, 드디어 세계올림픽이 시작된다. 서른세 번째 열리는 이 올림픽의 개최지는 파리다. 이 도시는 이미 두 차례나 올림픽을 치른 전적이 있다. 1900년과 1924년이 바로 그것이다. 한 도시에서 올림픽이 세 번이나 열리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그래서일까? 프랑스는 이번 대회를 이색적으로 끌어가려고 분주하다. 개막식도 경기장이 아닌 센 강가에서 실시한다. 저 멀리 에펠탑이 우뚝 서 있고 찬란한 물빛 위에는 만국기를 실은 유람선이 둥둥 떠다니는 센 강의 야경무대. 꿈과 낭만의 축제, 마법의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이 행사가 끝나면 바로 다음날부터 단거리 달리기,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스노보드, 피겨 스케이팅 등 각종 경기가 펼쳐진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온 수천 명의 선수가 자국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금, 은, 동메달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최근 금융감독원은 등록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대부업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경기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적 이자율을 적용해 돈을 빌려준 불법사채업자들이 검거됐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 위반 등 혐의로 8명을 적발해 3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나머지 5명도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 특사경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저신용 서민 등에게 급전을 대출해 주고 연 이자율 최고 3만 6500%의 고금리를 적용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이들에 의해 피해를 당한 사람은 350명이며 불법 대부액은 77억 원 가량 된다. 도특사경이 밝힌 이들의 수법은 악랄했다. 인터넷 카..
툭하면 코피를 흘리던 녀석이 있었다. 대학 다닐 때, 녀석은 밥보다 약을 자주 먹었다. 밥보다 약을 사랑한 까닭으로 녀석은 작고 말랐었다. 글쎄, 그림자보다 가느다란 소녀가 있었다면 믿어주실런가. 그런 녀석이 애지중지하던 건 청바지였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녀석은 늘 청바지를 입고 살았다. 청바지만큼이나 도드라지는 특징은 단발머리와 까무잡잡한 얼굴이었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았지만, 녀석의 얼굴에 햇살이 드리우기라도 하는 날이면, 가지런한 치아에서 묻어나오는 하얀 미소가 어찌나 예쁜지 숨이 막혔다.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녀석은, 그러니까 작고 깡마른 단발머리 소녀는 언제부턴가 눈엣가시가 되어 있었다. 눈엣가시는 보지 않아도 거슬리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눈엣가시다. 마음만 먹으면, 군인이 제 손으로 계급장을 뜯어내고 대통령이 되던 시절이었다. 미쳐 돌아가는 시절이다 보니, 학생 또한 강의실보다 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더러는 강의실을 찾은 학생에게 “정신이 있는 자들인가.” 호통치며 거리로 내쫓던 교수도 있었다. 지지리 복도 없는 나는 그런 교수의 수업은 들어 보지도 못하고, 학점만 선동열 방어율(0.75)에 육박했다. 경이롭기 그지없는 내 학점은 All F에 1학점짜리 한 과목만 D zero를 받으면서 완성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눈엣가시였던 녀석은 툭 하면 집회에 참석했다. 지금처럼 방석 깔고 앉아 촛불로 연대하는 아름다운 집회가 아니었다. 유모차 부대가 경찰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는 낭만 가득한 시위 현장도 아니었다. 최루탄은 화염병보다 빨랐고, 백골단은 돌멩이보다 더 빨랐다. 빨라도 너무 빠른 투석전의 물결 속에서 눈엣가시는 책 대신 망치가 든 배낭을 메고 거리를 활보했다. 눈엣가시가 맡은 임무는 보도블록을 망치로 잘게 쪼개서 전투경찰과 대치한 선두 대열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눈엣가시가 속한 그룹을 ‘보급조’ 또는 ‘망치부대’라고 불렀다. 명칭이야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녀석은 조금만 빨리 뛰어도 금세 입술이 파래졌다. 녀석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용케도 녀석은 살아남았다. 체포되거나 연행된 적도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녀석의 모습은 거기까지가 끝이다. 나는 2학년을 끝으로 학교를 중퇴했다. 그렇게 끝나버린 녀석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뜻밖이었다. 삼십여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녀석의 눈망울을 다시 보게 된 곳은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자리 잡은 아트필드(ARTFIELD)다. ‘藝香萬里’, 전시에 참여한 작가 가운데는 이적요 선생도 있다. 나는 그림에 까막눈이다. 하지만 이적요 선생은 안다. 몇 해 전이었을까. 선생을 뵈러 전주에 간 적이 있다. 작품을 보며 눈 호강을 하고, 작업실에 들러 술과 커피도 마셨다. 보고 먹고 마시는 동안 든 생각은 그랬다. 진심이구나. 순정파구나. 그래서 적요(寂寥)라는 이름도 쓰게 되었겠지. 혜규라고 하였던가. 선생이 즐겨 그린다는 딸아이의 초상. 그 아이의 눈망울을 쏙 빼닮은 눈엣가시 그 녀석의 초상이 그 안에 깃들어 있었다. 문래아트필드, 바로 거기에. 적요(寂寥)라는 이름표를 달고, 캔버스에 담아낸 혜규의 눈망울에서. 쓸쓸하고 적막한 적요의 시공간 너머에서. 저기요 슬쩍 손을 들며 녀석이 웃어 보였다. 삼십여 년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도, 눈엣가시 그 녀석의 하얀 미소는 숨이 막히게 예뻤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딸아이도 저렇게 하얀 미소를 가졌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하다. 누구에게나 눈엣가시 같았던 녀석 하나쯤 있었으리라. 그 녀석이 소년이든 소녀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가슴을 더듬어 생각해 보자. 그 녀석의 미소가 어떤 색깔이었는지. 갓 볶아낸 커피 냄새였는지, 마른 운동장에 흩어지던 소낙비 소리였는지. 그래도 끝내 가물거리거든 문래동 아트필드로 가자. 거기에 ‘藝香萬里’가 있고, ‘이적요’ 선생의 작품과 ‘저기요’가 있으니.
현재 디지털 기술 관련 최대 화두는 단연 생성AI다. 생성AI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오픈AI의 챗GPT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만들어진 정보가 어색하고 불완전했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는 우울한 기계문명이 그렇게 쉽사리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 안도했다. 바로 확인되는 잘못된 정보나 허위정보를 만들어내는 생성AI에 대한 조롱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그 사이 기술의 발전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이었다. 최근 생성AI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생산성을 훨씬 뛰어넘는다. 콘텐츠 창작의 개념과 과정마저 바꾸고 있다. 생성AI로 인해 사라질 업무와 직업이 무엇인지 꼽는 일이 많아졌다.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나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다.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보다 자국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이 높은 몇 안 되는 국가다. 디지털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