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사업자들이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는 달이다. 부가가치세법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기와 2기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을 두고 있는데, 각각의 과세기간에 대해 종료 후 다음 달 25일까지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래서 7월 25일은 1기분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납부 기한이 되고 다음해 1월 25일은 2기분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이 되는 것이다. 한편 일부 개인사업자들과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사업자들에게는 4월과 10월에도 분기별로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의무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부가가치세를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는 세금이라고 할까? 일반인들에게 부가가치세는 대부분의 소비행위에 일률적으로 부과되어 가격에 포함하여 거래징수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이를 ‘담세자’라고 한다)과 국가에 직접 납부를 하는 사람(이를 ‘납세자’라고 한다)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제조 또는 도매, 건설 등과 같은 사업자들 간의 거래에서는 거래 과정에서 부가가치세를 수수하고 차액을 정산하여 국가에 납부해야 하므로 부가가치세에 대한 거래 당사자들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만, 최종 소비행위에서는 물건 또는 서비스 가격속에 포함되어 거래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세금에 대한 지식이 출중하고 늘 세금에 대해 늘 깨어 있는 호모 택스노미쿠스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외식비나 쇼핑 금액을 결제할 때 지불하는 가격만 인식할 뿐 그 속에 포함된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별도로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물론 신용카드 영수증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가 구분 표시되어 있기는 하다.) 이래서 부가가치세를 모르는 사이에 내는 세금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편 부가가치세는 최종 소비행위에 대해서 부과되는 세금이므로 최종소비자가 아닌 모든 단계의 거래 당사자는 실질적으로 부가가치세의 부담이 없다. 예를 들면 해수욕장 인근에서 수영복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경우 판매할 수영복을 매입할 때 생산자에게 매입대금의 10%를 별도로 지불하고, 소비자들에게 수영복을 판매할 때 수영복 가격의 10%를 수영복 대금에 포함하여 징수한다. 이후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때 이 사업자는 소비자로부터 징수한 판매대금의 10%와 본인이 부담한 매입대금의 10% 차액을 국가에 납부함으로써 부가가치세 업무가 마무리된다. 따라서 본인이 부담한 부가가치세는 전혀 없으며 이러한 거래 구조를 전문용어로는 전단계 매입세액 공제라고 한다. 대부분의 세금에 비과세와 감면규정이 있듯이 부가가치세에도 이러한 내용이 있는데 면세와 영세율 규정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면세 규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자. 지금부터는 다소 난해하고 복잡한 이야기 일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고… 부가가치세의 면세 제도는 저소득층의 상대적 세부담 완화, 특정 분야의 소비 장려 그리고 과세가 부적합한 생산요소에 관련된 재화 및 용역과 같은 사회 정책적 또는 경제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런 사유들에서 수도물, 시내버스, 의료비, 서적, 가공되지 않은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에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의 면세제도는 납세의무자인 공급자의 측면에서 보면 조세감면 혜택이 아니라, 공급되는 재화와 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여 판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제한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면세 제도는 부분 면세라고도 하는데, 매출액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징수 및 납부는 면제하되, 그 면제되는 재화 등을 공급받을 때 부담한 세액(매입세액)은 공제 또는 환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면세사업자는 본인이 매입단계에서 부담한 부가가치세만큼을 대부분 제품 가격에 전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매입단계의 부가가치세만큼은 누군가(대부분은 소비자) 조세부담을 안게 되는 부분 면세 제도가 되는 것이다. 글을 쓰고 보니 점점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이 든다. 더 쉽게 설명드리지 못해 양해 말씀을 드리며 독자 제위들께서 부디 부가가치세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미디어의 확장성이 다소 떨어져서 그렇긴 하지만 글로벌 OTT 중 하나인 애플TV +는 종종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놓는다. ‘파친코’가 대표적인데 요즘은 ‘사일로(SILO)’란 작품이 그렇다. 한국어 제목은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이다. 제목을 이렇게 붙인 데는 사일로란 단어가 미국의 대평야 지대를 지나다 중간중간에 볼 수 있는 곡물형 창고의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곡식과 목초를 쌓아 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뜻한다. 10부작 드라마인 이 작품에서 사일로는 144층의 수직형 지하 건물로 나온다. 바깥 세상은 차단됐으며 140년간 사람들은 외부로 나간 적이 없다. 외부세계는 극도의 대기오염으로 나가자마자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 사례를 목격한다. 사일로 안 시민들은 역사 이전과 역사 이후 혹은 반란 이전과 반란 이후로 구분하고 살도록 주입됐다. 사람들은 반란 세력이 책과 정보를 모두 불태워 사일로의 역사는 남아 있지 않다고 배우며 살아 간다. 모든 것에 통제 아닌 통제가 이루어지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임신 허가제라는 것이다. 사일로 안의 모든 여성은 피임기구를 시술받고 임신 허가가 나오면 이 기구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임신도 허가제이지만 연애도 허가제이다. 게다가 144층의 지하 건물은 층층이 다른 계급과 계층으로 구분되며 맨 지하층은 기계부로 하층 노동자들이 살고 중간 층에는 의사와 같은 중산계층이, 위로 올라갈수록 법무부 같은 상층부가 살아 간다. 사람들은 별 불만없이 나름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데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정말 바깥으로 나가면 사람들은 죽게 되는 가. 사람들을 전부 사일로 안에 가둬 두는 특별한 목적과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드라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명백히 봉준호가 2013년에 만든 ‘설국열차’에 네덜란드 감독 폴 버호벤이 1989년에 내놓은 ‘토탈 리콜’의 설정을 뒤섞은 것이다. 통제사회의 극단적 미래형이 어떠한 계급사회를 만들어 내고 또 어떻게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이어가게 하는 가를 보여 준다. 과거의 두 작품이 역작이었듯이 이번 ‘사일로’도 업데이트된 수작이다. 지배층의 강고한 억압과 (자본 및 노동의) 수탈이 사실 얼마 만큼 층층히 수직계열화 되어 있으며 그게 너무 세분화돼 있는 탓에 차라리 그 착취의 구조를 깨닫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계급사회를 만족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최면화, 가스 라이팅의 시스템이 너무 정교하다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불순한(우리로 말하면 반국가적인) 사고를 지닌 인간들은 연애나 임신조차 금지시켜 싹을 잘라 내려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발본색원이다. 어디서 많이 본 얘기이고 앞으로도 어디서 많이 듣게 될 애기가 아니겠는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도에서 주최한 한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철저히 국익을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는 외국인은 받아들이고, 불법을 저지르는 외국인은 내쫓는 이민정책을 펴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서 코웃음을 친 기억이 난다. 코웃음. 맞다 비웃음이다. 이민자를 받아 들이겠다는 나라가 여전히 차별금지법을 두고 논쟁을 하고 있고 차별금지법을 금지하자는 쪽에 법무장관의 무게중심이 실려 있지는 않던가. 그런데 이민자를 늘린다고?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면 받아 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추방하겠다는 다소 무차별적, 선택적 사고에도 오싹한 느낌을 받는다. 아 사일로를 만들겠다는 뜻이구나, 꼬리칸과 황금칸이 있는 열차나 144층짜리 계급의 건물을 짓겠다는 얘기이구나 싶었다. 영화는 반란군이나 저항세력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어김없이 핍박받는다. 결국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의 뜻이 어느 정도 관철된다. 근데 그 과정이 참으로 피곤하고 참혹하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일부 사람들이 상황을 꼭 그렇게 만든다. 영화를 보고 배우면 시행착오가 좀 줄지 않을까. 그냥 너무 한가한 얘기가 되는 것일까. KBS 수신료 분리 징수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떠올려졌다. 그 작품에서 주인공 덴고의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이다. 그는 NHK 수신료 징수원인데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들은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다. 사회의 스트레스 수치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이 시행령 안을 통과시킨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1Q84』를 읽기나 했을까. 무식하고 한심한지고. 그리도 영화와 책에서 좀 배우라 했거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재해 네트워크’의 기능과 성과에 관한 관심이 높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공약인 ‘경기도 산업안전 체계 구축’ 사업 중 하나인 ‘산업재해 네트워크’는 관련 부서별 상황 공유와 일원화된 대응체계를 통해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일은 아무리 많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소중한 과업이다. ‘산업재해 네트워크’ 구축이 경기도의 ‘산재 사망자 전국 최다’라는 오명을 씻을 계기를 마련해주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도는 오는 9월 ‘(가칭) 제조·서비스 분야 산재 예방 협의체’ 출범을 통해 산업안전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는 민선 8기 핵심 공약인 ‘경기도 산업안전 체계구축’을 근거로 지난 4월 마련한 대응체계의 일환..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바야흐로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다.”라는 말로 화두를 장식했다. 민주주의가 반듯한 모습으로 작동한 적이 있었던가? 반듯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합의된 게 없다. 처음부터 민주주의는 그리스의 귀족과 상인들, 영국 마그나카르타의 주역인 봉건영주들, 시민혁명 이후 자유와 국가권력을 독차지한 부르주아 계급 등 기득권 집단의 전유물이었다. 유럽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부(富)에 비례했고, 미국의 민주주의는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민주주의에서 소외된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여성은 민주주의의 확대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그 결과 이만큼이나마 구색을 갖추게 된 것이다. 민주화의 길은 아직도 멀다. 대통령은 제왕의 권력을 휘두르고, 대의민주주의를 담..
비가 멎으니 먼 산은 비구름 안개 속에 산수화의 묵선인 듯 희미하다. 산도 낯가리고 쉴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어렸을 적 쪼들리는 초가지붕 아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동백기름 바른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낭자머리하고 바느질하셨다. 옆에서 바느질하는 어머니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는 내게 어머니는 혼잣말이듯, ‘잠을 자야 꿈을 꾸고 꿈을 꿔야 임을 보지’라고 하셨다. 그때 그 말씀을 왜 하셨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엉뚱스럽게 지금도 그 말씀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는 나의 언덕이요 뿌리였기에 기대고 싶은 것인가! 나이가 늘어갈수록 기대고 싶고 불러보고 싶은 ‘어머니’라는 이름이다. 작가로서 가장 힘든 일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인생의 미학, 수필의 미학’을 생각할수록 그렇다. 수필은 문학으로서 체험과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데 있어 글을 쓰려고 시도할 때마다 살가죽을 벗겨내고 자존심의 본적지를 건드리는 고통이요 두려움이다.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섬세하게 다뤄야 할 때가 되었다. 생각 깊게 마음의 방향을 점검해 보는 이유이다. 그러면서도 ‘수필은 자기 삶과 철학이 탑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을 떠올리면서도 바보같이 꿈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얼마 전 일이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 무거웠다. 우울증을 염려하며 마음 저려 하기도 했다. 그렇게 잠이 들고 깨다 하면서 새벽녘 꿈속에서 어머니와 아내가 나타나 내 손바닥에 젖을 대고 한동안 있다 말없이 사라지고 나는 생시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처음 일이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였다. 멀리 있는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아버지가 보낸 사진을 보니 아버지 얼굴이 너무 야위고 허약해 보였다는 것. 생각 끝에 아버지 친구인 한의원 원장에게 전화하여 약을 지어 보내도록 했다고 한다. ‘내가 무슨 약을?’하고 있는데 원장의 전화다. 몸을 보호하고 원기를 살리는 약을 오후에 택배로 보낸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머니는 ‘내가 네 아들에게 약을 지어 보내도록 할 것이니 나의 젖으로 알고 정신 차려 먹어라. 그래야 네가 건강을 지켜갈 것이다. 그리고 엉뚱한 소리 같지만,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여라. 그래야 사막의 폭염 같은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뜻으로 꿈에 나타난 것인가! 싶었다. 풍류는 사는 멋을 아는 이요. 풍미를 즐기는 자는 음식의 미각을 아는 자일 것이다. 나는 이 둘 중 해당 사항이 없다. 그래도 한마디 뱉는다면, 아들의 보약이 현금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또한 해외여행을 시켜주는 것보다 실속이 있다는 것이다. 용돈이 여유가 있다고 하여 어디 가서 기분을 내며 힘자랑하겠는가. 여행도 나이 따라 몸의 균형이 부실해 실답지 않은데 누구를 따라다니며 무얼 보고 느끼며 깨달아 새 생명으로 살자고 허둥댈 일 있겠는가. 행복은 건강이라는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아들이 때맞춰 지혜롭게 보낸 약, 기분 좋게 복용할 것이다. 그로 인하여 몸도 얼굴빛도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관상은 바꿀 수 없어도 인상은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얼굴 경영 잘하면서 자신을 믿고 내 길을 찾아 걷고 싶다.
수많은 무주택 서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대규모 전세 사기 폭풍이 다소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기획파산’이라는 지능범죄가 다시 등장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하 특사경)이 최근 적발한 부동산 사기 범죄는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진행해 사기 매물로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한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피해를 떠넘기는 기발한 수법이다. 진화하는 신종 전세 사기가 확산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차단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 3월부터 공인중개사 등의 불법 중개행위를 집중적으로 수사해 부동산 중개업자 7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불법 중개행위를 조직적으로 공모해 125건의 임대차계약을 불법 중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전세 사기는 중개업자와 임차인, 바지사장(임대사업자) 등이 공모해 보증보험 가입 시 전세 금액과 상관없이 전액을 보증해 주는 제도를 악용했다. 이들로 인한 보증보험 피해액만 무려 19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중개 의뢰받은 신축 빌라를 인터넷 광고를 통해 임차인을 모집해 안심 전세대출을 받으면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없다고 안심시켰다. 또한 임대차계약 시 전세자금 대출이자 및 이사비와 냉장고 등의 옵션을 지원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현 소유자는 건축주이지만 곧 임대사업자(소유자)로 변경될 것이라고 꼬드겨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했다. 피의자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부천시 신축 빌라를 대상으로 부천 신축 빌라 78건 계약에 14억1000만, 서울 강서구와 인천 서구·부평구 일대 빌라 47건 계약 6억9000만원 등 총 125건에 대해 21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불법 중개한 부천시 소재 신축 빌라 매매 78건 중 ‘무자본 갭투자’로 바지사장 2명이 각각 21건, 20건을 매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불법 중개한 78건은 바지사장들의 기획파산으로 현재 압류가 13건, 경매 진행 33건, 경매낙찰 23건으로 총 69건의 전세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무려 190억원에 이르는 전세 보증 피해액을 떠안게 됐다. 이들은 조직의 직책 및 중개행위 역할에 따라 비율로 정해 리베이트를 배분했다. 가담한 임차인들도 쇼핑하듯 ‘깡통전세’ 대상 매물을 골라 피의자들이 받은 리베이트의 44%에 해당하는 6억2000만원을 나눠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신종 전세 사기는 공인중개사와 임대인, 임차인 모두가 가담하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제도를 전세 사기의 수단으로 사용한 이 범죄는 전세 사기 범행이 또 다른 변종 범죄로 비약해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도 할 수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다짐처럼, 구조화되고 조직적인 전세 사기는 물론 이번에 적발된 신종 사기유형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 중개행위 웹사이트 일제 점검, 전세 사기 고위험 주택 감시 및 공인중개사 불법 중개행위 단속 등이 지속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전세 사기꾼들이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다 못해 이제는 보증보험공사까지 골탕을 먹이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할 것이다. 더 이상 사기행각이 횡행하지 않도록 빈틈을 틀어막고 감시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할 때다.
문화재청은 지난 7월 11일 몽양 여운형 선생(1886~1947) 장례식 만장(挽章)의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문화재청이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몽양 여운형 장례식 만장’은 근대기 중요 인물인 여운형(1886~1947)의 장례식 (최초 인민장, 1948년 이후 국민장)에 사용된 유물이다. 만장이란 망자의 덕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추모하는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로 만든 것으로 여운형의 죽음에 대해 개인, 노동단체, 상인회, 종교단체, 여성단체 등 각계각층이 애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독립운동과 좌우대통합을 위해 노력한 여운형 선생의 정신 의지 사상 등을 기리고 해방공간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이번에 몽양 선생의 만장이 문화재로 등록되면 문화재로는 두 번째로, 근현대 문화재로는 첫 번째로 등록되는 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만장 문화재는 16세기 중엽 조선시대 경남 진주 지역에서 살았던 류한(柳漢) 묘소에 부장된 9점의 만장이었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몽양 선생의 만장은 무려 117점에 달하고 그 시기도 1947년이라는 점에서 규모와 시기 면에서 그 가치가 남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몽양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 해방 후 좌우합작과 남북연합을 통해 분단을 막고 자주독립을 위해 애쓰신 통합의 지도자셨다. 정파적으로 분류하면 중도좌파로 평가받는 선생이지만 해방 이후인 1945년 12월 우파 성향의 잡지 《선구(先驅)》가 "조선을 이끌어갈 양심적인 지도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3위 김구(18%), 2위 이승만(21%)을 제치고 33%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생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좌우를 초월했다. 그런 선생이 1947년 7월 19일 한 테러분자의 총탄에 갑자기 돌아가시자 그 충격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약 백만 명에 이르는 애도객들이 노제에 참여했고 그들의 손에 들렸던 만장들 중 보존됐던 117개의 만장이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되게 된 것이다. 문화재청의 결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더욱이 오늘의 정쟁이 어제의 정쟁을 덮어 버리며 기후위기, 저출생, 지방소멸 등 국가적 난제의 해결은 요원하게 느껴지는 시기에 자주독립과 국가와 민족의 통합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몽양 선생의 유물이 국가문화재로 등록된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얼마 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의 종점이 들어섰을 곳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게 된 양서면이 바로 몽양 선생의 고향이다. 양서면 신원리 묘꼴이 바로 선생의 생가터고, 지금 몽양기념관이 있는 곳이다. 중앙정치의 파행과 중앙정부의 졸속 행정으로 촌민들의 삶이 난도질당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몽양 선생의 선양에 좌우 진영 없이 마음을 모았던 통합의 마음과 실천의 경험을 자산 삼아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내는 양평군민의 저력을 봤으면 좋겠다.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될 만장 중에는 몽양 선생의 고향인 묘꼴 촌민들이 만들었던 만장도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생이 나신 묘골, 선생이 자라신 묘골 / 잊지 못할 묘골 언제 다시 돌아오시렵니까 / 영원히 살아 계실 선생의 정신을 모시고 / 우리는 길이길이 싸우겠습니다 / 양평군 양서면 묘골 마을 사람 일동. 오는 7월19일 몽양 선생의 76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좌우통합의 지도자 몽양 선생의 얼이 양평군에 전해지면 좋겠다.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에 대해 사업 자체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양평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고속도로 종점(양평군 양서면)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땅 인근(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널리 유포돼 있었다. 엄청난 뉴스거리였지만 전통언론은 원 장관의 기자회견 전까지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원 장관은 ‘장관직을 걸겠다’ ‘(더 나은) 최종 노선이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시라‘는 등 장관으로서 격에 맞지 않은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폭발성 있는 사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언론 보도가 엉뚱한 경로를 밟고 있다. 계획이 바뀐 과정이 투명했는지, 국토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의 과잉 충성이 빚은 참..
백령도와 대·소청도 등 인천지역 섬들은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학술 가치가 높은 지질이 형성돼 있으며 여러 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관광명소로 주목받는 가운데 최근엔 백령도에 공항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공항 건설사업은 지난해 예비타당성 검토를 통과함으로써 본궤도에 올랐다. 2027년 공항이 건설되면 1시간 만에 백령도에 도착할 수 있다. 백령도~대청도 간 연도교도 개설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이 섬을 체류형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물범생태관광체험센터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센터를 연계, 다시 오고 싶은 세계적인 명품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최근 백령·대청 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해 환경부에 후보지 신청서를 제출했다.(20개소-백령9, 대청6, 소청5)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지..
‘불가능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 그가 죽은 지 어언 200년이 넘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살아있는 전설임은 분명하다. 매년 프랑스 일요신문이 공개하는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역사인물 Top 10’의 선두주자는 어김없이 나폴레옹이다. 왜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를까. 프랑스에 최고의 영광을 가져다줬기 때문일까? 물론 그 이유도 클 것이다. 요즘처럼 가세가 기울어가는 프랑스에서는 그가 더욱 그리울 테니 말이다. 이 남자의 군사적 수훈도 중요하지만 그가 프랑스인들의 일상에 남긴 업적은 지대하다. 프랑스에서는 주소 하나만 들고 택시를 타면 못 찾아갈 곳이 없다. 주소를 손에 들고도 전화를 하고 또 해야 겨우 목적지를 찾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이 편리함은 나폴레옹이 ‘거리에 번호 매기기’를 창안한 결과다. 쓰레기 수거 역시 프랑스는 18세기부터 실시했다. 이 또한 그의 아이디어였다. 어디 그뿐인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설립하여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학사학위를 만들고, 최고의 훈장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를 고안한 것도 그였다. 사방팔방의 파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1의 명소 개선문 역시 그의 발명품이고, 방크 드 프랑스(프랑스 은행)도 마찬가지다. 법을 집행하기 위해 각 지방에 도지사를 임명한 것 역시 그였다. 이는 나폴레옹코드(민법)라고 불리는 법률의 기원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프랑스인들을 화해시켜 사회를 평화롭게 하고자 1801년 교황과 협정을 맺었다. 이로 인해 가톨릭은 더 이상 프랑스 국교가 아닌 ‘대다수의 종교’가 됐다. 이렇게 빚진 게 많은 프랑스인들이 어떻게 나폴레옹을 잊을 수 있겠는가. 발명왕 나폴레옹. 그는 1769년 8월 15일 코르시카 남부 아작시오에서 태어났다. 이 섬이 프랑스령으로 바뀐 지 1년 후의 일이었다. 이곳의 변호사이자 정치 기회주의자였던 카를로 보나파르트의 넷째 아들이었다. 보나파르트는 코르시카 귀족의 부유한 가문이었지만 프랑스 귀족들에 비해서는 가난했다. 제노바 혈통의 이 가문은 코르시카에 15세기 후반 정착했다. 이 역사는 아작시오 구시가지 좁은 골목에 있는 녹색 덧문의 나폴레옹 생가에 잘 나타나 있다. 휴양지와 인접한 아작시오의 세련된 도로 그랑발을 거슬러 올라가면 언덕 꼭대기에 화강암 블록의 카조네(Casone) 동굴이 있다. 여기서 소년 나폴레옹은 자신의 미래를 읽고 상상했다. 큰 계단 꼭대기에 이각모를 쓴 나폴레옹의 동상과 그의 주요 업적들이 새겨진 돌이 있다. 아작시오에서 그는 영혼불멸이다. 그의 얼굴과 이름은 염소 치즈에서부터 여기저기 보인다. 그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나폴레옹은 여기서 예수처럼 잘 알려져 있다!”라고 한 행인은 말한다. 매혹적인 인물로 “강한 힘의 상징”이라고 토산품 가게의 한 고객은 거든다. 그는 역사적 영웅이지만 팝 문화와 패션의 오브제로도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