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입니다. 어느새 허기진 마음에 드리운 눈물나도록 애절한 미련입니다. 스스로 씌운 속박에 그대라는 편치 않은 굴레에서 허물벗듯 빠져 나온 듯 해도 실린더처럼 비어 있는 시간을 한없이 고이는 눈물로 채우고 마는 겉만 추스린 고요입니다. 시인 소개 : 충남 아산 출생.<문학시대>로 등단 시집 <손 닿을 수 있는 곳에 그대를 두고도>
한 많은 사람의 눈물인가, 저 아슬아슬한 징검다리마저도 가져가 버렸다. 파아란 입술 지긋이 깨물며 머리에서 발끝으로 흘러가는 소나기의 전율. 태산을 무너뜨리는 소나기의 괴성. 농부의 살이 탄다. 가슴도 탄다. 시인 소개 : 강원 영월 출생, <순수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랑은 빚쟁이야>외
하늘과 바다가 경계 없이 맞닿은 땅의 다 끝난 자락에 바다와 하늘이 숨을 죽이며 잠잠하게 소리 듣는 곳 순수함과 단순함이 하늘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라네 순수하려 하면 더욱 때가 묻고 단순하려 하면 한층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모진 바람과 풍랑을 헤쳐 온 세월 속에 또 다른 나를 묻고 새김질한다 새김질한 후 내 뱉어진 셀 수 없는 모래들 땅의 진리를 벗 삼은 들 하늘의 진리만큼 도달할 수 있을까 사람의 뜻이 높으면 하늘도 쉬어 간다던데 한껏 뜻을 높이면 하늘의 도에 다다를까 메아리가 그쳐버린 하늘 바다에 또 다른 메아리를 기다리는 사람들 끝과 시작이 하늘바다에 머문다 시인 소개 : 전남 장흥 출생, ‘한국문인’으로 등단, 경기시인협회 회원
20kg들이 황토 쌀독에서 전용 쪽박으로 식구 수에 두어 끼니 치 곱해 별스럽지 않게 쌀을 푸다가 문득 비장한 두레박질에 눈부시게 건져 올려지는 젖빛 목숨 줄을 보았다 어머니 내 나이 적 그토록 진중한 눈길로 줄어드는 깊이를 손마디, 뼘으로 재가며 날짜를 마름질 하던 쌀독 쌀을 푸다가 고비 넘길 때마다 오래 살아 죄스럽다며 덤처럼 연명되는 90성상 숨결 곁 낱알 축난 자리 빛살 후하게 찰랑거려 사르륵 사르륵 생명함을 본다. 시인 소개 : 충남 당진 출생,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불켜기’ 외, 경기시인협회 회원
찢겨진 일간지가 가로변 은행나무에 걸쳐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 한파 몰아 칠 듯’ 짙은 고딕체로 쓰인 제하의 기사가 나무줄기의 숨통을 옥조인다 푸른 나뭇잎들이 노랗게 질리며 우수수 떨어진다 물관을 따라 오르던 물줄기가 끊어지고 내리쬐던 햇볕도 높은 빌딩에 가려져 광합성 작용을 멈추고 있다 한 차례의 칼바람이 불어오자 거리의 나무들은 체념을 한 듯 잡고 있던 식솔들의 손을 미안한 듯 슬그머니 놓기 시작하였다 땡글땡글 살찐 열매들이 보도 위에 나뒹굴고 있다 굵은 가지와 우듬지만 남은 나무들 푸른 봄 기다리며 자기 살을 깎고 있다 아프다 시인 소개 : 경기 화성 출생,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경기시인협회 회원
산은 구름을 업고 논다 산은 구름의 뜻을 모른 채 딴청을 피울 때면 구름은 산을 기어올라 업히고 만다 어화 둥둥 내 사람 산은 구름을 업고야 하늘에 닿을 수 있다 구름의 성화에 무심했던 산아 어찌 네 힘으로 하늘에 닿을 수 있겠니 구름의 성화에 못 이겨 하늘에 닿을 수 있지 산아 구름아 업고 업히고 하늘에 닿으렴 시인 소개 : 전남 순천 출생, ‘시대문학’으로 등단, 경기시인협회 회원
요즈음엔 자주, 간절하게 가벼운 노년을 꿈꾼다. 수입은 줄어들고 번듯한 직책도 없어지겠지만 얼굴도 쭈글거리겠지만 퇴직을 꿈꾼다. 아집과 위선, 無明과 無知로 스스로 닫아버렸던 상처받은 마음들 다 버리고 부드러운 깃털처럼 가벼이 살고 싶다. 아름다운 지구별 여행하면서 살고 싶다. 시인 소개 : 서울 출생, ‘경기시학’으로 등단, 수필집 ‘기대어 울 가슴을 갖고 싶다’ 외 다수 경기평생교육학습관 연구관, 경기시인협회 회원
저울에 달 수 없는 무거운 삶 한 평생의 잿빛 구름도 마지막 오색무지개를 타기 위해 연화장 불꽃 속에 누웠다. 담쟁이덩굴처럼 칭칭 감긴 이 세상 모든 인연 훌훌 벗어 던지고 꽃불 속으로 두둥실 떠가는 아, 어머니! 저 불꽃에 영혼만은 태울 수 없어 자식들이 불러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길인데도 마지막까지 자식 원하는 대로 따라주시는 아, 어머니! 하얀 뼈 고고한 매화꽃처럼 피어 텅 빈 분화구 된 내 가슴에 뿌린다. 시인 소개 : 경남 남해 출생, ‘문예비전’으로 등단, 화성 문화원 이사, 경기시인협회 회원
강 따라 강 따라만 흐르다보면 만나서 어우러지는 물 같아야 하는 것을, 물굽이 물의 굽이로 흐르다 보면 구름으로 웃고 바람으로 웃어 방울방울 눈부신 물같이 물살같이 물 따라 물 따라만 흐르다보면 세상 그 어디선들 물 같아야 하는 것을. 시인 소개 : 1960년 경남 사천 출생, <문학마을>로 등단, 시집<불의 영가>외 다수, 한국미술협회 회원, 경기시인협회 회원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호접란 꽃 시린 가슴에 눈물 뚝뚝 흘리며 달랑 잎새만 남기고 홀연히 떨어졌다 바람이 저 나뭇가지를 미워하고 있다 미워한다는 것은 사랑하느니만 못한데 인연을 끊고 사는 바람과 나뭇가지 바람의 가슴은 아프고 먹먹하다 미워하는 순간부터 가슴은 헛헛하지만 끊고사는 인연의 고리가 너무나 깊어 너를 용서 못하고 가슴에 돌덩이 얹고 산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다가오면 닫힌문이 열릴텐데 미움을 접을텐데 너로부터 너무 멀리와버려 나도 갈 수 없다 놓아버리렸다 호접란 떨어지듯 너를 한 사람과 화해못하고 사는 것은 슬픈 아픔이다 시인 소개 : 충북 청원 출생, <문파문학>으로 등단, 공저 <하늘 닮은 눈빛속을 걷다> 외 다수,경기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