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평양에서 열린 경제회담에 대표단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평양 지하철을 처음 타 볼 기회가 있었다. 평양지하철은 동서와 남북 2개 구간에 17개 역의 노선으로 되어 있고, 지하 100-150m 깊이에 만들어져 있으며, 1973년 광복절에 운행을 시작했다. 총연장 길이는 34km이고 당시 내가 타고 내려갔던 에스컬레이터는 길이가 120m 정도였다. 플랫폼은 대리석 돔 형태로 되어 있고 벽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주인공으로 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중세 유럽의 궁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역구조상 4량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나 당시 내가 탄 차량은 3량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우리의 서울 지하철 1호선(서울역-청량리 구간)이 1974년 광복절에 운행을 시작했으니 평양보다 1년 개통이 늦다. 70년대 초 평양주민의 교통수요가 많아 지하철을 건설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북한의 안내원 H선생에게 건설 경위에 대해 물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사실 미군의 핵 공격에 대비한 대피 시설 역할도 겸하고 있다고 했다. 6·25 조국해방전쟁(6·25 전쟁을 북한을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른다)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평양에는 제대로 된 건물이 하나
부자는 아무래도 무자비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가 인간다운 자비심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면 그는 이내 가난해질 것이다. 우리가 식탁에 둘러 않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불리 먹고 있을 때, 길가는 사람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화를 내고 사기꾼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부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빵 한 조각 때문에 남에게 사기를 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설령 그 사람이 정말 그랬다 하더라도, 너는 그를 가엾게 여기고 더욱더 그 사람을 가난에서 구해주어야 한다. 만일 네가 끝까지 자선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적어도 그들에게 모욕만은 주지 말아야 한다. (요한) 먼저 약탈을 중지하고, 그 뒤에 자선을 베풀어라. 부정한 돈에서 손을 뗀 뒤, 그 손을 이웃을 위해 내밀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제 손으로 어떤 사람의 옷을 벗겨, 같은 손으로 다른 사람에게 입힌다면, 우리의 자선 행위가 곧 범죄행위에 대한 방아쇠가 되는 셈이다. 그 같은 자선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요한) 부자가 자선 행위를 할 때만큼 그의 잔인함이 잘 드러날 때는 없다. 부잣집에서는 세 사람 앞에 열다섯 칸의 방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 몸
유엔아동기금(UNICEFF) 의약품 등 지원물자가 1월 초 해로를 통해 북한에 반입됐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북한은 코로나19 발병직후 지금까지 국경 봉쇄 중이며, 북한 상주 국제기구 직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후반에 활발했던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활동은 현재 많이 약화되어 있다. 그 이유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이 매우 나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중 러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국제사회는 북한을 세습 독재체제로 핵무기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버림받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인도적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휴머니즘과 자유와 인권, 일상의 행복을 북한주민과 함께 향유하고자 하는 정서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인도적 지원은 90년대 중반 북한의 대규모 식량난으로 200만 명에서 300만 명이 아사했다고 하는 상황에서 세계식량기구(WFP) 등 유엔기구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국내산 쌀 15만 톤 지원 등 가급적이면 남북간 직접 지원을 선호하는 입장이었고, 국제사회는 우리의 참여와는 무관하게 피골이 상접한 북한 아동 사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상위 순위에 들어갈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정치와 경제 성장 그리고 분배를 이루고 있는 유럽의 리더 국가다. 시민의 의식도 높아 새벽 시간에도 교통 신호를 지키고, 자발적 자원봉사 조직이 전국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부동산, 주식에 열광하기보다는 저축에 집중하고, 총리도 퇴근 후에는 마트를 가는 시민으로 돌아가는 나라가 독일이다. 몇 년 전 베를린 공항에서 프랑스행 항공권을 구매한 뒤에야 일행 중 한 명이 태블릿 PC를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을 알았다. 시간도 상당히 지났고 복잡한 베를린 공항이니 포기하고 있는 순간 독일인 택시 기사가 태블릿을 들고서 나타났다. 택시 안에서 일행이 프랑스 이야기하는 것을 기억하고 프랑스행 게이트로 급히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너무 고마워 사례를 하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며 당연한 일을 했다고 기사는 조용히 사라졌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들이 한때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2차대전의 전범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베를린 시내 중심의 브란덴부르크 문 남쪽에는 엄청난 광장에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 있다.
새해 초반부터 위기 신호가 한국경제를 전방위로 조여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31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에서 1.7%로 0.3%p 다시 낮췄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의 전망치는 반등됐는데 우리나라만 역주행하고 있다. 수출이 지난 1월을 포함 넉달 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나라안팎의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이 새해부터 45%가량 급감하고,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7% 추락하는 충격적인 소식이 잇따랐다. 비상 탈출구가 필요한 한국경제다. 지난해말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지역 순방을 계기로 제2의 해외건설붐이 희망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국부펀드를 통한 300억 달러의 한국투자를 약속한 것이 그 첫 신호탄이다. 우리 기업들은 또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와 인도네시아 신(新)수도 등 자원부국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1970, 80년대 오일쇼크속에 해외건설 산업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백억 달러의 해외 건설을 수주한 우리 기업들은 오는 2027
구정 새해를 함께 보내고자 서울에서 밤새워 달려온 아들과 손자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손자와 손녀가 차에서 내려 ‘할머니!’ 하고 품으로 달려들면 아내는 힘껏 껴안으면서 아이들 등을 두드려주며 ‘어서 와’ 하고 반겼다.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해본다 해도 외갓집에 갔을 때 외할머니가 ‘어서 오라’면서 손 벌려 환영해 주던 기억이 새롭다. 성장해서 성인이 되고나면 언제 누구에게 이렇듯 따뜻하고 정감어린 어투로 환영 받던 일이 있었는가?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다.’는 그 정감어린 언어를 언제 듣고 못 들었던가. 구정 새해를 함께 보내고 아이들이 서울로 돌아간 다음 날 허전한 마음으로 도서관 주변 산길을 걸었다. 그런데 내 앞에서는 건장한 아들과 얼굴 빛 고운 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믿음직스럽고 다정한 부자의 새벽길 같았다. ‘나는 저렇듯 살아오지 못했는데-’ 갑자기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으로 가슴이 건조해지는 순간이었다.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일까? 열심히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의 길일까? 행복한 가정은! 새삼스럽게 자문하게 되었다. 내 욕망만 생각하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하며 동양 문학과 한국인의 문화와 멋도
‘하나 들으면 열 깨친다.’ 공자님 시대부터 있었던 이 말, 이렇게 뒤집어보자. ‘하나라도 들어야, 열을 깨친다.’ 전편(前篇)에서 문일지십(聞一知十) 얘기 했더니 친구가 전화했다. 첨단 교육기업이나 전문가들이 수두룩한데 낡은 그 얘기를 왜 하느냐고. 은퇴한 역사교사다. 말귀 못 알아듣고, 글눈 깜깜한 상당수 우리 2세들, 그 절망이 어떠할지 짐작하고는 마냥 좌절했다. 오래 전, 언론재단의 고교생 대상 미디어리터러시 강의 중 겪은 일이었다. 원래의 관심사를 밀어두고 말과 글 ‘선생’ 일 시작한 계기였다. 언론과 블로그 통해 훈수도 해왔다. 문일지백(-百)인들 못하랴? 그런데 하나 들어 그냥 백(100)을 아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들어야 한다. 그 하나, 씨앗 지식(의 내용)이 뭔지를 아는 것이 제대로 듣는 것이다. 요즘은 부모 교사 심지어 족집게 강사조차 대개 ‘말의 뜻’과 ‘언어를 어떻게 이해할지’와 같은 수용(受容)의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세상에서 부르는 이름(예를 들어 교과서에 나온 제목 또는 개념)만으로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안중근 의사가 무슨 과(科) 치료하는 의사냐고 묻더라는 ‘유머’, 2세들에 대한 모욕이자 실례다. 기성세대 스스로…
경기도가 얼마 전 ‘TED(Try, Energy, Dream) 정책오디션-기회경기 정책 챌린지’를 개최했다. 경기도 과장급 직원들의 도정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성과 타성을 깬 첫날”이라고 말했다. 김지사가 “경기도청 공직자 여러분의 ‘유쾌한 반란’을 확신합니다”라면서 소개한 아이디어는 ‘남북한 공동 먹는샘물 판매’, ‘청년참여형 기회펀드 조성 및 운영’, ‘Z맘대로위원회’, ‘조건 없는 난임시술비 지원’ 등이었다. 이 가운데 인구감소 시대를 맞아 저출산 해결이 국가적 과제가 된 지금 눈길을 끈 것은 ‘조건 없는 난임시술비 지원’이었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톡톡 튀는’ 것은 아니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을 없앴다. 이보다 앞선 2019년 부산과 창원에서도 소득에 관계없이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경주시도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소득기준 제한을 폐지했다. 난임 부부 지원정책은 출생아 수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출산율 기여 방안이다. 기존 출산 지원과 다자녀 지원 중심의 정책도 좋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