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보내다 /김양희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대왕고래 한 마리 쑥 빠져나간 뱃가죽 허허롭게 움켜쥐는 일// 울산 바다 고래바다여행선 뱃전에 서서 바다 밑창 같은 그리움은 토해 버리고 폐부를 찌르는 구속의 그물은 놓아 버려라// 날카로운 포수의 작살 하나쯤이야 포경선 유유히 조롱하던 오래전 귀신고래 눈빛으로 마음을 포획하는 흔들림의 깃발은 찢어 버려라//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작살에 박혀버린 운명 같은 미련 한없이 바다에 풀어 놓는 일 - 김양희 시집 ‘서귀포 남주서점’ 중에서 시인은 한 사람과의 이별은 대왕고래 한 마리 빠져나가 뱃가죽을 허허롭게 한다 하였다. 대왕고래는 흰수염고래라고도 하며 현존하는 동물 가운데 가장 거대하고 무거운 동물로써 이별로 인한 마음의 빈 공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동안 백수광부의 아내가 지었다는 고대시 ‘공무도하가’를 비롯하여 이형기 시인의 ‘낙화’ 등 수많은 이별 관련 시를 접해 왔지만 이렇게 극치의 비유법을 활용 이별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을 농도 있게 끌어 올린 시는 이 시를 통해 처음 접한 것 같다.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행복전도사 /김재홍 장애를 가진 12살 아들을 홀로 남기고 52살 일용 노동자 윤모 씨가 자살을 했다 여의도 공원에서 목을 맨 그는 그 전에 소주 한 병을 벌컥 들이키고 새벽 찬 공기를 한 모금 마셨을 것이다 폭행과 절도를 포함해 전과만 10건이나 되는 그는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며 ‘죽으면 동사무소 분들이 혜택을 받게 해 달라’며 한 생애를 소리 없이 지웠다 다음 날 저녁 방송인 겸 작가 최윤희 씨 부부가 여관방에서 서로 자살을 했다 그녀는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고 입원 퇴원 반복하면서 많이 지쳤고 폐에 물이 차서 숨쉬기 힘들었으며 700여 가지 통증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여러 방송을 통해 행복 전도사가 되었으나 ‘완전 건장한 남편은 저 때문에 동반 여행을 떠난다’고 함으로써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뭇사람들에게 행복은 전도체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시 앞에서 참 부끄럽다. 거창하게 시대가 보이고 사람이 보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 자신이 보여서 부끄럽기 때문이다. 말만 무성하게 했던 자신, 그 말조차도 입
그 후의 날들 /김왕노 난 짱돌 하나 움켜쥐고도 던지지 못했다. 움켜쥐었을 뿐이면서 사생결단으로 사수한다고 내가 던지지 않았으면 누가 던졌나 반문하며 비굴을 포장했다. 나란 저절로 굴러온 호박씨나 깠다.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거짓으로 이미 투사가 된 영웅담을 늘어놓고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밤 먼 별 하나가 흐느끼는 소리 들었다. 내가 호박씨를 까먹고 뱉은 이름 하나 외딴 별로 울고 있었다. - 김왕노 시집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중에서 투사처럼, 짱돌 하나 움켜쥐고 지켜내겠다던 내 사랑은 지금 어디서 울고 있을까. 내 왕성한 생명력으로 팔월의 태양처럼 어둠을 화형하겠다던 내 정의(正義)는, 한겨울 북벌(北伐)을 향해 말 달리듯 생활의 증오들을 몰아치자는 내 혈기는, 내 노래는, 어디서 흐느끼고 있을까. 내가 호박씨나 까듯 과장된 영웅담이나 늘어놓고 있을 때, 나를 애타게 부르던 별똥별이나 땅강아지나 풀꽃의 짧고 서러운 생들은 어디로 멀어져가고 있었을까. 내가 사생결단으로 사수하고자 했던 나의 꿈, 나의 나라는, 어디서 외딴 별이 되어 울고 있을까. /김명철 시인…
또다시 종점들 /이승희 여기는 발자국만으로도 빛나는 세계. 여권 없이 넘어가는 국경, 철조망과 구름 사이에서 늙은 플라타너스는 자란다. 누구에게도 안녕을 묻지 않는 바람이 불어와 몇몇은 아주 종점이나 될까 싶어서 휘파람을 불어댔다. 좀 간절하지 않아도 좋겠다. 깊어지지 않아도 좋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그건 다 플라타너스의 말을 들었기 때문. 더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 그냥 이쯤에서 마주 앉은 사람도 없이 흐지부지 늙어가면 좋겠다는 말. 버스들은 지금 어느 먼 별의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을까. 그리하여 오늘 하루 우리는 우리로부터 얼마나 멀어졌을까. 얼마나 멀어져야 별에 닿을까. 내일을 철조망에 걸어두고 우리는 점심시간처럼 걸어가는 것이다.- 시집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 2017 아직 5월이지만 바람이 차다. 베란다를 서성이는 몇 개의 별빛이 사라진 새벽, 나는 운행을 마친 적막한 ‘종점’의 을씨년스러운 버스들을 떠올리면서 시를 읽는다. 그런데 “좀 간절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구절에서 갑자기 숨이 멈췄다. 시인이 살아온 내력이, 그 간절함의 깊이가 나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lsq…
나비를 읽는 법 /박지웅 나비는 꽃이 쓴 글씨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다시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울퉁불퉁하게 때로는 결 없이 다듬다가 공중에서 지워지는 글씨 나비를 천천히 펴고 읽고 접을 때 수줍게 돋는 푸른 동사들 나비는 꽃이 읽는 글씨 육필의 경치를 기웃거릴 때 바람이 훔쳐가는 글씨 모든 것이 보드랍게 스쳐가는 봄. 그러나 모두에게 다 같은 봄은 아니다. 시인이 바라보는 봄, 정치인이 바라보는 봄, 직장인이 바라보는 봄… 등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봄을 살아내고 있다. 시인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나비를 정독하’고 ‘읽고 다시 읽’ 으며 골똘히 생각하고, ‘꽃에게 보내는 쪽지’를 유심히 살피면서 봄을 보내고 있다. 나비에게서 배우는 생은 가벼운 것일까. 무거운 것일까. 골똘히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빛이 문득 궁금하다. 나풀거리는 봄 앞에서 시인의 ‘낙…
원룸 /주영중 원룸들이 늘어 가네 그건 아마도 좋은 징조 또 하나가 길모퉁이에 세워지고 지금은 1층 거푸집만 서 있네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 서로를 당기면 외로움도 즐어들지 그러니 좋은 징조 밤11시로 돌아가는 길 거푸집 너머로 방이 보이고 어둠은 곧 빛이 되고 창이 되고 사람들 모여들 게니 원룸은 좋은 징조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 - 주영중 시집 ‘생환하라, 음화’ 중에서 이 시를 읽다보면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 시대의 자화상을 익히 가늠할 수 있다. 오늘 날에 있어 가족 공동체는 점점 해체가 되고 사회적 동물의 기본적 요소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나 홀로 거주지를 마련하고 나 홀로 밥을 먹는 세대들, 이 현실 앞에 시인은 기본적 소양인 인간애까지 무너질까 우려하고 있다. 시인은 거리의 주거문화 풍경에서 원룸이 늘어 가고 있는 풍조를 좋은 징조라고 했지만 이것은 안타까움에 혼자서 뇌까리는 반어법일수도 있다. 늦은 퇴근 길, 기다려 주는 사람이 없고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홀로 사는 집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그래서 시인은 함께 모여 어둠을 빛으로 만들고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거푸집 너머로 보이는 방, 그리고…
경기도내 생활체육인들이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생활체육인 단체 대표 70여 명은 29일 한국당 경기도당에서 남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도내 체육인 5천291명의 서명도 공개했다. 이들은 우선 “남 후보가 체육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적극적 지원을 통해 경기체육의 탄탄한 기반을 조성했다”며 “이를 통해 전국제패는 물론 김연아, 정현 등 세계적인 선수 등을 배출해 경기도의 위상을 만방에 떨쳤다”고 지지이유를 밝혔다. 이어 “각종 체육시설 확충으로 도민의 생활체육 참여를 유도, 도민건강을 위한 적극적 행정을 펼쳐 준 것에 대해 고맙다”며 “정책의 지속적인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남 후보의 체육정책에 대해 ▲은퇴체육인 일자리 창출 및 창업지원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지원대책 마련 ▲생활체육지도자의 정규직 전환추진 ▲권역별 체육시설 확충 지원 ▲스포츠과학센터 확대·운영 지원 등 보완을 요청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성남시장 당선 후 성남시 직장팀 대부분을 해체했기 때문
이재명(사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동물과 공존하는 경기’를 핵심으로 하는 ‘반려동물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우선 ▲반려동물 놀이터 확충 ▲반려동물 행동교육지원 등을 통한 경기도 맞춤형 펫티켓 마련 ▲사지 않고 입양하는 반려동물 문화 정착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지원 ▲반려동물 등록증 일원화 및 승인 기간 단축 ▲사육환경 개선 및 동물사료 검증 강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동물은 우리와 함께하는 생명이고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는 결국 사람에 대한 복지정책”이라며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경기도, 이재명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나약한 동물일수록 인간의 잔인함으로부터 더욱 철저히 보호돼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 “반려동물과 평화롭게 교감하고 공존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동물보호 행정을 펼쳐 동물이 건강하게 자라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방역강화·불법도축 단속 등의 행정을 통해 사육환경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동물 사료는 유통 기준을 명확히 해 검증되지 않은 사료를 없애고 원재료를 표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준석기자 jschoi@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9일 같은 당 후보인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문병호 인천시장 후보 등과 함께 수도권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인천-경기의 (3)·3·3 공약’이라는 주제로 바른미래당의 수도권 공통추진 공약 세 가지와 협력공약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의료비 후불제 도입 ▲경로당, 실버건강관리센터로의 탈바꿈 ▲어르신 기초건강급여 월 5만 원 지급 ▲온종일초등학교 도입 ▲어린이집 공영제 도입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반값 공공임대 10만 호 공급 ▲뉴타운 준공영개발, 재건축 활성화 등이 발표됐다. 이어 협력 공약으로는 ▲서울-경기-인천 4차산업혁명 트라이앵글을 통한 일자리 창출 ▲대중교통 미세먼지 프리존 및 한국형 스모그프리타워 도입 ▲수도권 GTX노선 조기착공 ▲수도권 거점별 대규모 환승센터 설립, 통합환승할인제 문제 합리적 해결 등을 제시했다. /양규원기자 ykw@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광주을·사진)은 자신이 대표발의한 일명 ‘교통빅데이터법’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교통빅데이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향후 행정부처, 공공기관, 민간 등 여러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교통데이터를 연계·융합 분석할 수 있는 교통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임 의원은 지난해 12월 교통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에 각종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통합플랫폼을 구축하도록 하는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실제로 교통빅데이터는 심야버스 노선계획이나 상습정체 지역 파악 등에 성공적으로 적용돼 정책적인 측면이나 민간 영역의 활용도 측면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정보 관리와 데이터 표준화, 정보보안 등 다양한 측면에서 통합 관리가 필수적으로 요구돼 왔으며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미비한 실정이었다. 임 의원은 “교통빅데이터법이 국회를 통과해 여러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기존의 도시들이 직면한 교통분야의 문제들을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