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시대가 지나간다. 숨쉬기 불편하고 트러블을 일으키는 답답한 마스크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더불어 서서히 절대적이던 위력을 잃어간다. 하지만 2년 전 코로나가 끝나면 마스크를 불 질러버리겠다던 사람들은 이미 마스크 의존에 빠졌다. 콘서트장이나 축제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산길을 걷거나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조차 마스크와 한몸이다. 알레르기나 감기 예방, 수시로 돌아오는 코로나 재 유행에 대한 불안 때문만은 아니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 자신의 보호막을 잃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가오 판츠(顔パンツ)’,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마스크의 별명은 ‘얼굴 팬티’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팬티를 입지 않은 것처럼 얼굴이 허전하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에서도 마스크를 쓴 모습이 더 멋져 보인다는 의미의 ‘마스크 피싱’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한국에서도 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의 ‘마기꾼’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하지만 ‘얼굴 팬티’는 외모적인 면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다. 일본 젊은이들의 마스크 의존을 일종의 현대병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세상에 익숙하고 사람을 직접 만나 교
현실은 소설보다 잔인했다. 이태원에서 젊은 청춘들이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지난밤,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 때문에 애를 태운 부모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핼로윈의 밤은 끔찍했다. 옆에는 푸른 천에 시신들이 덮여있고 다른 쪽에선 구급대원들이 미친 듯이 CPR처치를 하고 있는데 상황을 모르는 지척에선 클럽의 음악에 맞춰 떼창과 춤이 멈추지 않았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나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왜 대한민국에선 이런 말도 안되는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인지.. 이를 묻고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애도는 희생자를 능멸하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행사는 많다. 특히 대한민국은 수십만 명정도의 집회는 주말마다 예사로 치러낸다. 여의도나 해운대 등에서 매년 개최되는 불꽃축제도 백만명은 우습게 모인다. 이런 대규모 군중이 몰려도 별다른 사고없이 치러낸 것은 주최측과 행정, 경찰력이 적절히 교통을 통제하고 동선을 유도해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이태원에 더 많은 인파가 몰렸어도 무탈하게 지나갔다. 더구나 사고가 나기 하루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벌어질 뻔 했다고 한다. 도대체 29일 밤 대한민국 수도서울의 행정
10월의 끄트머리에서 청춘 154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지경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정부는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최우선 순위의 수습을 강조했다. 하지만, 예방할 수 있었던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 SBS는 지난 28일, “경찰이 핼러윈 기간 동안 총 30만 명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알고 있었다. 사전 통제 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건 발생 하루 전, 28일에도 이태원엔 사람이 엄청 많이 몰렸다. 참사 조짐이 있었다(연합뉴스, 2022.10.30.). 압사 사건 당일, 이태원엔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용산구청장, 용산지역구 국회의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행정은 부재중’이었다. 2021년 핼러윈 축제엔 17만 명이 몰렸다.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 4600명이 투입됐었다. 올핸 200여명 투입. 인원 통제 인력이 아닌, 마약 단속 병력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29일 밤부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국민이 바보가 된 순간이다. N
이태원 무더기 압사 참극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대형 사고였다. 이번 비극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 고질병이 치유 불능상태에 다다랐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참사를 계기로 연중 수많은 행사를 치르는 지역의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모든 이벤트에 관리주체를 분명히 하고 적용할 엄격한 ‘안전사고 예방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불행을 소재로 시도하는 분열 작당만큼은 철저히 배격돼야 할 것이다.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핼러윈을 맞아 몰려든 군중이 내리막길에서 밀려 쓰러지고 밟히면서 무려 150여 명의 국내외 인명이 희생되고, 100여 명이 부상당하는 유례없는 참변이 일어났다. 좁은 내리막길 폭 4m, 길이 45m 내외의 공간에서 젊은이들이 깔리거나 밀려 선 채로 압사를 당하기도 했다니 억장이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이태원 압사 사고로 숨진 경기도민은 8명, 인천시민은 5명으로 일단 확인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예정된 경기도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의 사고 예방에 경기도와 소방재난본부 모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도 “(축제 현장의) 비좁고 경사진 곳…
지난 10월24일은 48년 전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 실천선언 대회를 열고 권력의 탄압을 거부하고 사실보도를 다짐하고 실천하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유신 시절 죽어가던 이 땅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기자들의 희생적인 투쟁은 1980년 광주학살의 진실 보도를 막은 신군부의 검열거부 운동으로 이어져 오늘의 자유 언론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현직 언론인들은 선배들의 투쟁에 빚을 졌다고 생각해야 옳다. 그런데 우리 언론의 이처럼 빛나는 역사가 벌써 빛이 바랬던 것일까? 오늘의 우리 언론 현실에는 온통 비루하고 추악한 보도가 난무하니 어찌 된 일인가? 그 일그러진 대표적 사례가 바로 ‘청담동 룸바’ 관련 언론의 보도행태라고 할 수 있다. 탐사전문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심야에, 론스타 사건을 비롯한 주로 국익에 반하는 소송을 도맡아온 국내 최대의 로비스트 변호사들 다수와 어울려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기사화했다. 더탐사는 이 보도와 관련해 현장에 있었던 첼리스트의 남자친구와의 통화 녹취록과, 술자리를 주선했다는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대행의 사실확인 통화내용을 인용했다. 이것이 만일 사실이
정책과 정치는 다르다. 정책은 정치과정의 산물이지만 그 둘은 목표가 다르다. 정치가 집권과 권력을 목표로 하는데 반해 정책은 국가와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과 미래를 목표로 한다. 며칠 전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권 속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해당 소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와 본회의가 남아있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작심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가격하락이 5% 이상이면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05년 81kg에서 2021년 57kg으로 줄어들었다. 식생활문화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된다. 재배면적을 줄여야 할 판에 세금을 들여 남는 쌀을 사면 쌀 재배 유인이 증가해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이라는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030년의 초과생산량에 따른 정부 수매예산은 1조4천억으로 추정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있다. 경제적 양극화를 막고 동반성장을 한다는 대의명분은 맞다. 현실로 들어가면 판단은 다를 수 있다. 2022년 KDI는 이 제도가 실효성이 낮으니 점진적으로 폐지하자는 보고서를 냈다. LED 조명 업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 대기업 참여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공간적 단절은 사람들에게 심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생산해 냈다. 지난 3년은 각자의 마음에 깊이 자리하거나 또는 삶에서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19 상황도 조금씩 종식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점차 활기를 찾고 코로나19의 대표적 제재 대상이었던 해외여행도 시작되었다. 아마도 공간적 단절의 대표적 사례가 해외여행의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때마침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내게도 베트남을 가야 할 일이 생겼기에 오래전부터 꼭 방문하기로 마음먹은 장소를 가보기로 했다. 그곳은 한국인에게 베트남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알려진 다낭의 시골 마을인 퐁니퐁넛(Phong Nhi and Phong Nhat massacre)이었다. 내가 이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응우옌티탄(학살 당시 8세)씨와 남베트남군으로서 직접 학살을 목격했던 응우옌득쩌이(학살당시 28세)씨를 TV에서 보고 난 이후였다. 그들은 한국의 해병대에 의해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로서 한국정부에게 보상과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게는 다낭의 시골마을인 퐁니퐁넛을 방문하고자 하는
일정한 한계를 넘는 자기애(自己愛)는 마음의 병이다. 그것이 극한에 다다르면 이른바 과대망상이라고 하는 정신적 질환이 된다. 사람들은 자기 부정이 자유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들은 사실은 자기 부정만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의 타락한 노예상태로부터 해방함으로써,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를 준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우리의 욕심과 번뇌야말로 가장 잔인한 폭군이다. 그것에 굴복하는 날, 우리는 그 비참한 노예가 되어 호흡마저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오직 자기 부정만이 우리를 그러한 노예상태에서 구원할 수 있다. (페늘롱) 사사로움이 없는 마음은 정의와 마찬가지로 매우 보기 드물다. 사사로운 욕심이야말로 자기기만, 자기변호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수는 극단적으로 적다. 진리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경우, 사람들은 진리에 두려움을 느낀다. 처세 철학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진리를 형편에 따라 인생에 적용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와같이 사사로운 욕심에서 오는 편견이 이 이기주의의 수법에서 나오는 모든 그릇된 생각을 합리화한다. 인류가 바라는 유일한 진보는 향락의 증대이다. 자기희
어제(10월 30일) 수원시 주민자치회, 통장협의회 등 주민단체 회원들과 시민,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관내 국회의원, 시·도 의원 등이 참석해 오후 3시부터 수원시청 맞은 편 올림픽공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수원시민 규탄 결의대회’가 이태원참사로 취소됐다. ‘발바리’라고 불렸던 연쇄 성폭행범이 출소해 수원에 거주하게 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매우 크다. 악질적이고 비인간적인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수원시 출입을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28일 이재준 시장과 박광온(수원시정)·백혜련(수원시을)·김영진(수원시병)·김승원(수원시갑) 의원은 법무부를 찾아가 범죄예방정책국장에게 ‘연쇄성폭행범 수원 거주 반대 건의서’를 전달했다.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연쇄성폭행범의 수원시 출입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연쇄성폭행범의 출소일과 출소 후 거주지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흉악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보호수용법’ 제정도 촉구했다. 그러나 범죄예방정책국은 출소 날짜와 출소 후 거주 장소 등 연쇄성폭행범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이 시장과 관내 국회의원들은 연쇄성폭행범의 출소 날짜와 출소 후 거주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 법무부의 태도에 분노했다.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