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마무리하고 있을 즘, 이태원 사고 소식을 접했다. 끔찍한 참사를 겪은 분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핼러윈 축제는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이 단절된 이웃사이를 연결하여 집집이 다니며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풍습에 기원한다. 이민자들이 만든 문화가 핼러윈 축제가 되었듯 돌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이웃을 잇고 음식을 나눠주는 문화가 있기를 희망한다. 백골이 우는 것이냐, 혼이 우는 것이냐. 서울 양천구 임대아파트에 시신이 발견되었다. 발견되기 일 년 가까운 시간을 풍화작용 없는 어둠에서 홀로 백골이 되었다. 휴대폰을 분신처럼 들고 다니는 세상에 전화 한 통, 문자 한 줄 보내줄 누구라도 있었다면, 이승과 저승이 무덤 되어 그렇게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백골로 만난 무연고 여성은 성공사례로 언론에 소개되었다. 2017년까지 정착을 돕는 전문 상담사로 일했고, 무엇이든 물어보면 잘 가르쳐준 최고의 선생이라고 증언한다. 그러니 더욱 안타깝다. 그때는 성공했고 지금은 아닌 성공을 무엇이라 부르리. 시신이 방치되는 동안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2017년 퇴사해서 전화번호를 바꾸어 지인들과 연락도 끊어졌을 것이다. 연
한국 언론의 국제관계 인식은 백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만고의 진리로 받아들이는 신앙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는 우크라이나의 치어리더 역할에 충실하고, 중국의 정치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추측과 비방 일변도다. 한겨레신문 박민희 기자는 10월 26일자 칼럼 《‘21세기 황제’ 시진핑이 예고한 3가지 미래》에서 “무엇보다 중국의 변화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해놓고 내용은 3류 추리소설을 써놓았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세기 황제’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주장의 주요 논거는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이었다. 이는 5년 전 보도의 데자뷔다. 《시진핑 사상 명문화 · 임기 제한 삭제…‘시황제 절대권력’ 굳힌다》(서울신문), 《시진핑 ‘황제 만들기 개헌’…헌법서 글자 10개 없앤다》(중앙일보), 《‘주석 임기 철폐’ 나오자 박수…중, 시진핑 1인 체제 막 올라》(한겨레신문). 진시황제에 빗댄 비아냥거림으로 모든 매체가 한 마음이 되었다. 진시황제는 공과가 있는 역사의 인물이다. 진시황제는 처음으로 통일국가를 완성하고, 중앙집권형 군현제와 법치, 문자와 도량형의 통일 등으로 오늘의 중국이 있도록 기틀을
이태원 무더기 압사 참극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대형 사고였다. 이번 비극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 고질병이 치유 불능상태에 다다랐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참사를 계기로 연중 수많은 행사를 치르는 지역의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모든 이벤트에 관리주체를 분명히 하고 적용할 엄격한 ‘안전사고 예방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불행을 소재로 시도하는 분열 작당만큼은 철저히 배격돼야 할 것이다.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핼러윈을 맞아 몰려든 군중이 내리막길에서 밀려 쓰러지고 밟히면서 무려 150여 명의 국내외 인명이 희생되고, 100여 명이 부상당하는 유례없는 참변이 일어났다. 좁은 내리막길 폭 4m, 길이 45m 내외의 공간에서 젊은이들이 깔리거나 밀려 선 채로 압사를 당하기도 했다니 억장이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이태원 압사 사고로 숨진 경기도민은 8명, 인천시민은 5명으로 일단 확인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예정된 경기도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의 사고 예방에 경기도와 소방재난본부 모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도 “(축제 현장의) 비좁고 경사진 곳…
현실은 소설보다 잔인했다. 이태원에서 젊은 청춘들이 졸지에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지난밤,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 때문에 애를 태운 부모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핼로윈의 밤은 끔찍했다. 옆에는 푸른 천에 시신들이 덮여있고 다른 쪽에선 구급대원들이 미친 듯이 CPR처치를 하고 있는데 상황을 모르는 지척에선 클럽의 음악에 맞춰 떼창과 춤이 멈추지 않았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나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왜 대한민국에선 이런 말도 안되는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인지.. 이를 묻고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애도는 희생자를 능멸하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행사는 많다. 특히 대한민국은 수십만 명정도의 집회는 주말마다 예사로 치러낸다. 여의도나 해운대 등에서 매년 개최되는 불꽃축제도 백만명은 우습게 모인다. 이런 대규모 군중이 몰려도 별다른 사고없이 치러낸 것은 주최측과 행정, 경찰력이 적절히 교통을 통제하고 동선을 유도해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이태원에 더 많은 인파가 몰렸어도 무탈하게 지나갔다. 더구나 사고가 나기 하루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벌어질 뻔 했다고 한다. 도대체 29일 밤 대한민국 수도서울의 행정
10월의 끄트머리에서 청춘 154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지경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정부는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최우선 순위의 수습을 강조했다. 하지만, 예방할 수 있었던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 SBS는 지난 28일, “경찰이 핼러윈 기간 동안 총 30만 명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알고 있었다. 사전 통제 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건 발생 하루 전, 28일에도 이태원엔 사람이 엄청 많이 몰렸다. 참사 조짐이 있었다(연합뉴스, 2022.10.30.). 압사 사건 당일, 이태원엔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용산구청장, 용산지역구 국회의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행정은 부재중’이었다. 2021년 핼러윈 축제엔 17만 명이 몰렸다.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 4600명이 투입됐었다. 올핸 200여명 투입. 인원 통제 인력이 아닌, 마약 단속 병력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29일 밤부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국민이 바보가 된 순간이다. N
마스크 시대가 지나간다. 숨쉬기 불편하고 트러블을 일으키는 답답한 마스크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더불어 서서히 절대적이던 위력을 잃어간다. 하지만 2년 전 코로나가 끝나면 마스크를 불 질러버리겠다던 사람들은 이미 마스크 의존에 빠졌다. 콘서트장이나 축제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산길을 걷거나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조차 마스크와 한몸이다. 알레르기나 감기 예방, 수시로 돌아오는 코로나 재 유행에 대한 불안 때문만은 아니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 자신의 보호막을 잃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가오 판츠(顔パンツ)’,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마스크의 별명은 ‘얼굴 팬티’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팬티를 입지 않은 것처럼 얼굴이 허전하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에서도 마스크를 쓴 모습이 더 멋져 보인다는 의미의 ‘마스크 피싱’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한국에서도 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의 ‘마기꾼’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하지만 ‘얼굴 팬티’는 외모적인 면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다. 일본 젊은이들의 마스크 의존을 일종의 현대병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세상에 익숙하고 사람을 직접 만나 교
일정한 한계를 넘는 자기애(自己愛)는 마음의 병이다. 그것이 극한에 다다르면 이른바 과대망상이라고 하는 정신적 질환이 된다. 사람들은 자기 부정이 자유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들은 사실은 자기 부정만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의 타락한 노예상태로부터 해방함으로써,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를 준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우리의 욕심과 번뇌야말로 가장 잔인한 폭군이다. 그것에 굴복하는 날, 우리는 그 비참한 노예가 되어 호흡마저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오직 자기 부정만이 우리를 그러한 노예상태에서 구원할 수 있다. (페늘롱) 사사로움이 없는 마음은 정의와 마찬가지로 매우 보기 드물다. 사사로운 욕심이야말로 자기기만, 자기변호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수는 극단적으로 적다. 진리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경우, 사람들은 진리에 두려움을 느낀다. 처세 철학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진리를 형편에 따라 인생에 적용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와같이 사사로운 욕심에서 오는 편견이 이 이기주의의 수법에서 나오는 모든 그릇된 생각을 합리화한다. 인류가 바라는 유일한 진보는 향락의 증대이다. 자기희
어제(10월 30일) 수원시 주민자치회, 통장협의회 등 주민단체 회원들과 시민,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관내 국회의원, 시·도 의원 등이 참석해 오후 3시부터 수원시청 맞은 편 올림픽공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수원시민 규탄 결의대회’가 이태원참사로 취소됐다. ‘발바리’라고 불렸던 연쇄 성폭행범이 출소해 수원에 거주하게 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매우 크다. 악질적이고 비인간적인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수원시 출입을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28일 이재준 시장과 박광온(수원시정)·백혜련(수원시을)·김영진(수원시병)·김승원(수원시갑) 의원은 법무부를 찾아가 범죄예방정책국장에게 ‘연쇄성폭행범 수원 거주 반대 건의서’를 전달했다.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연쇄성폭행범의 수원시 출입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연쇄성폭행범의 출소일과 출소 후 거주지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흉악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보호수용법’ 제정도 촉구했다. 그러나 범죄예방정책국은 출소 날짜와 출소 후 거주 장소 등 연쇄성폭행범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이 시장과 관내 국회의원들은 연쇄성폭행범의 출소 날짜와 출소 후 거주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 법무부의 태도에 분노했다.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