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자처럼 ‘농’자 든 세 낱말, 농단 농간 농락 등은 비슷해 보인다. 같은 뜻으로 아는 이도 있겠다. 그러나 이 말들은 각각 다른 단어다. ‘시대언어’인가? 박근혜 정권 말기처럼, 요즘 큰 유행인 ‘국정농단’의 농단(壟斷) 말이다.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이란 뜻이다. 사전에는 이런 풀이도 있다.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하는 것. 시장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물건을 사 모아 비싸게 팔아 이익을 독점하였다는 데서 온 말’이란다. 농간(弄奸)은 ‘속이거나 남의 일을 그르치게 하려는 간사한 꾀’ 즉 사기다. ‘손으로 만지며 논다’는 농(롱)과 ‘간사하다’의 간의 합체다. 희롱 우롱의 弄이 핵심 의미다. 농락(籠絡)은 ‘새장과 고삐’라는 뜻, 남을 교묘한 꾀로 휘어잡아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시쳇말로 ‘가지고 논다’는 말이다. 대충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말들은 아니다. 한자(漢字)도 다 다르다. 계통이 같거나 비슷한 말로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그러나 공공(公共)의 도리나 개인 간의 이해(利害) 등 여러 세상사에서 품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악질 또는 저질적 행실인 것이 셋의 공통점이다. 언론 등 현장에서의 단어의 용례(
요즘 우리 사회는 희망적인 일보다 비관적인 일이 가득하다. 주식폭락, 정치부패, 지방소멸, 학교폭력, 고독사 등등. 사회가 방향을 잃은 듯하다. 부모 자식 지간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로 노인들이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식에게 한 푼도 주지 않고 전부 쓰고 가겠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난무하다. 자식에게 더 이상 기댈게 없다는 비관론이다. 이런 삭막한 분위기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전 재산을 지역 사회에 기증하고 떠나는 노인들이 많다. 올 초 프랑스 남부에 있는 바르(Var) 지역에서 95세의 한 노인이 세상을 뜨면서 지역 당국에 250만 유로(한화 약 40억 원)를 유증하고 돌아가셨다. 마르슬렝 아르튀르 샤익이라는 이 남성은 자신의 유산으로 노인들을 위한 데이케어 센터를 설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 의회는 고인의 유언과 유산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약 3,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지역의 단체장인 카미유 부주(Camille Bouge)는 이 금액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놀라운 투자 및 운영 능력”을 키워갈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부주 시장은 “약 100평방미터의 새 부지를 찾아 노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친절하고, 따뜻하고, 친근한 공간을 만들고 세 명의 직
호주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한다. 이 금지법이 시행되면 청소년은 부모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SNS 접근이 제한된다. 호주 정부는 SNS 기업이 어린 청소년의 접근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게 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린다는 구상이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 시도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하루 일정 시간 동안 SNS가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미성년자 계정은 비공개를 기본 설정으로 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3세 미만 영유아의 영상 시청을 전면 금지하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은 13세부터 할 수 있게 하며, SNS 사용은 15세부터 허용하되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초강경 정책을 논의 중이다. 프랑스 일부 학교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선언했는데 내년에는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하자는 여론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소유 자체를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SNS 계정 개설을 금지하자는 온라인 청원이 올라왔다. 교육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란 자신의 저서를 마르크스 주의 비판을 위해 썼다. 그가 이 책을 썼던 때는 1945년이다. 나치의 잔혹함을 경험했고 스탈린의 전체주의 독재를 목격했다. 칼 포퍼의 이론은 소위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정치 선전 도구로 이용하곤 한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그럴 듯 하게, ‘좀 있어 보이게’ 하려는 사람들은 칼 포퍼를 아는 척 한다. 특히 개신교 이론가들이 포퍼의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의 대립 개념을 내세우곤 한다. 아이러니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론을 내세우는 집단들, 정당들, 교회들이 오히려 닫힌 사회의 행태를 더욱 적극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견이 다른 정당의 대표와 정치인들을 무리한 법조항을 내세워 활동을 규제하려 하는 것은 닫힌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동성애, 이슬람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개신교들의 집회는 그걸 지켜 보는 사람들을 두려워 떨게 만든다. 나치 히틀러는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동성애자 역시 상당수 태워 죽였다. 그 역사를 애써 외면하려 하는가. 한 사회가 열린 사회인지 닫힌 사회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길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 특히 지도급 인사들이 문화와 예술을 대하는 태도이다. 한국 사람들 중 일
지난 시간에 이어 보양주에 대해 마무리를 해야겠다. 이 술이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일단 동물성 재료로 술을 빚는다는 부분과 맛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동물성 재료는 발효하는데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술빚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지금까지 전해진 것은 별로 없지만 이런 지혜를 통해 우리 술이 나아가는 길을 좀 더 확장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네 번째로 사용했던 재료는 북어이다. 북어는 명태를 말린 것으로 다양한 음식 재료로 사용되지만 우리는 제일 먼저 해장국을 떠올린다. 아버지가 저녁에 술 한잔하고 들어오시면 다음 날 아침 부엌 한편에 있는 북어를 나무 방망이로 두들겨 부드럽게 만든 후 고소한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파와 마늘 그리고 달걀을 풀어 마무리하면 까칠한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시원한 속풀잇국이 완성된다. 드시면서 시원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이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공감이 많이 간다. 그럼 먼저 명태에 대해 유래부터 알아보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함경도 명천(明川)에 성이 태(
10월 7일에 벌어진 일은 물론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긴 비극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1948년에 팔레스타인의 땅 78%를 강탈하며 이스라엘이 만들어지고, 1967년 이후에는 나머지 22% 지역마저 군사점령하고, 2007년부터는 가자지구를 봉쇄해서 창살 없는 감옥으로 만든 것이 낳은 결과라는 것도 분명했다. 이스라엘 정권은 끝없이 정착촌을 확대하면서 무장헬기, 전투기, 불도저, 장갑차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해 왔다. 75년이 넘게 다른 민족을 점령하고,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감옥처럼 가둬놓고서 평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10월 7일을 통해서 명명백백해졌다. 그날 벌어진 비극은 이스라엘의 식민 점령과 억압에 대한 분노의 분출이었다. 지난 1년간 우리가 가자에서 본 것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이 아니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격이었다. 가자의 모든 학교와 병원이 파괴됐고 생지옥으로 변한 가자에서 끝없이 피난 가고, 죽고, 돌아오고, 다시 죽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생중계로 보여졌다. 이것은 SNS를 통해서 피해자들 자신에 의해서 24시간 생중계된 대량학살이었다. 지난 1년을 통해 우리가 봐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랍인들
어느 작가가 여행길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그는 11월인데도 벚꽃이 피고 토마토는 착과가 되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농부를 만났다고 했다. 기후재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설 기술은 과거의 관성을 누가 먼저 깨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기후재난은 과학자들의 예측을 넘어서고 있는데, 권력자도 기업가도 과학자도 교육에서도 기후재난 앞에서는 누구 하나 용기 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연기처럼 희미하게 그 문제 자체가 잊어지는 게 우선 당장은 다행이라는 것인가. 11월도 중순이어서 일까. 그동안 추위 걱정 않고 지냈으니 이제 기후재난 속 겨울의 길목에서 추위에 따른 체험적 경험을 쌓으라는 듯 바람은 차갑고 드세다. 온기가 없는 곳에서는 생명이 자랄 수 없다. 인간은 에덴동산에서부터 혼자 살 수 없도록 창조된 것일까.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가정이 삶의 근원이요 문명과 문화의 기초되는 곳이라는 인식을 체감한다. 그런 가운데 어느 날 문득 걱정의 늪 속에 빠져버린 느낌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대중가요 가사가 실감 난다. 글쓴이로 살아오면서 저렇듯 딱 부러지게 공감할 수 있는 유행가 가사 하나 없구나! 하는 자책도 따랐다. 나에게 희망이 있다면 아파트 옆 동에 살고 있는
11월 1일 정부는 “지방자지단체에 배분하는 보통교부세 산정 기준에 ‘생활인구’를 반영한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2월 11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생활인구’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른 새로운 인구개념으로 올해부터 89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산정되고 있는데, “등록인구(주민등록인구, 등록외국인) + 체류인구(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로 구성된다. 체류인구의 유형은 통근, 통학, 관광 등이 있다. 정부의 개정안이 입법되면 인구감소 지자체들에게 생활인구 지표는 예산 확보의 사활이 걸린 성과지표가 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입법 예고 이틀 전인 10월 30일 「‘24년 2/4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정부는 체류인구의 카드결재액 통계를 함께 제시하며 “인구감소지역 찾은 2360만 체류인구, 방문 지역에서 실제 거주인구만큼 카드 결제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체류인구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체류인구 늘리기를 통한 인구소멸 위기 대응을 부추긴 것이다. 위 발표에서 생활인구 중 체류인구 비중이 높은 지자체 1위는 양양군(17.4배)이고, 내가 살고 있는 가평군은 2위(15.6배)다
인생(人生)! 사람마다 다양한 모습의 삶이 펼쳐진다. 잘 알다시피 그 삶 속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그런 일상이 연이어 가는 것이 삶이며,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그런데 왠지 나쁜 일은 나한테만 생기는 느낌이다. 나는 속상하고 힘든데 SNS 속 타인들은 즐거운 일만 있는 듯 보인다. 미소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건 허상에 불과하다. SNS에 넘쳐나는 화려한 일상은 그 누군가의 특별한 어느 날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고민, 걱정, 근심, 불안이 있다. 매 학기 많은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고민과 걱정을 확인하게 된다. 그 고민과 걱정에 불안한 나날들이 학생들을 힘들게 할 때가 많다. 어디 학생들만 그러겠는가! 그런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이야기는 친구들과 나누면 좋겠는데, 왜 혼자 힘들어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고민이 너무 크고 힘들지만, 혼자의 아픔으로 인내하며 자신의 세계가 침잠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든가!’ 마음이 힘든 일을 신뢰하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생각 이상으로 편안해질 수 있다. 바로 자기노출(self-disclosure)이다. 자기노출이란…
전 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위대하게)를 외친 트럼프 시대가 재개되면서 국제 사회의 변동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긍정적이라면 우크라이나와 중동전쟁 종식이, 그러나 강력한 슈퍼 트럼프로 돌아온 그가 전개할 보호무역주의 시대의 재개는 매우 부정적일 것이다. 트럼프 2기는 바이든 정권을 뛰어넘어 강력한 통상정책으로 오직 미국만을(America Only) 위한 것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중남미 이민자에 대한 강력 규제와 보조금 감축 그리고 관세를 이용한 대미 수출국의 압박 등을 실시할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바이든 정부의 이민자 정책실패와 보조금으로 외자 유치한 성과를 공격하며 관세부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외쳤다. 당장에 바이든 정부의 압력으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 중인 우리 대기업들과 대만의 TSMC 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세부과도 현재 3% 수준에서 모든 나라에 10~20%에 이르는 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주요 공격 대상은 중국일 것이다. 미국을 상대로 가장 많은 무역이익을 내는 중국에 60%에 이르는 보복 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