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적 활동은, 종종 진리를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은폐하는 데 이용되곤 한다. 재판의 목적은 현재의 사회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 또한 수준 낮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박해하고 처벌한다. 나는 농부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잘못된 판단을 내릴 만큼 많이 배우지 않았으므로. (몽테뉴) 도대체 왜 그 사람은 종교적, 정치적, 학문적으로 그토록 괴상하고 불합리한 입장을 옹호하는 것일까 하고 참으로 이상하게 여겨질 때가 종종 있지만, 잘 살펴보면 그저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호신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의 행위를 복잡한 이론으로 설명하려 할 때는, 그 행위가 나쁜 행위라는 것을 믿어도 된다. 양심의 결정은 항상 간단명료하고 솔직하다. 영혼이 구원 얻기 위해 먼저 도덕적인 인격의 자유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고, 자유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현실의 발길에 차이는 돌을 우선 치워놓지 않을 수 없다. 목적은 하늘에 있으나 일은 땅에 있다. 땅을 박차지 않고 날아오르는 새는 하나도 없다. 이 의미에서 예수께서 기도를 가르치실 때에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한국방송협회가 주관하는 한국방송대상은 73년부터 그 해의 최고 프로그램에 시상하는 한국방송의 아카데미상이다. 지상파 3사의 연말 방송대상이 자기들만의 위로와 격려잔치를 하는 셀럽들의 송년 프로그램인데 비해 방송대상은 말 그대로 최고의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드라마가 대상을 처음 받은 게 96년 KBS의 일일연속극 바람은 불어도 이며 이어 98년에는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이, 오락 프로그램으로는 MBC의 칭찬합시다가 99년 대상을 받았다. 교양 다큐가 아닌 오락 프로그램이 대상을 받는데 물경 23년이 필요했다. 2000년대 들어 드라마의 한류 바람과 웰메이드 사극의 인기로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 등이 대상을 수상하였고 2015년에는 무한도전이 대상의 영예를 얻었다. 그 시기에도 차마고도, 누들로드 등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가 대상의 단골 수상자였다. 그러고 보면 오락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아도 좋은 프로그램이란 소리를 듣기 참 어렵다. 많이 보고 재미는 있는데 좋지는 않다는 명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원래 시청자가 그렇게 수준이 낮은 거라면 시청자를 위한다는 말은 지나치게 계몽적인 표현이 된다. 과연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치고 계
윤석열정부 출범 3주가 지났다. 윤석열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지난 3월 9일이다. 후보자시절 윤석열씨는 매주 언론사 기자와 만나겠다고 말 한 적이 있다. 당선된 후에도 자주 언론과 만나겠다고 했다. ‘출퇴근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오며 가며 공식, 비공식적으로 기자들을 만나기도 쉬워졌다. 다른 건 몰라도, 윤석열 정부의 ‘언론공약’은 100% 이상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윤대통령은 5월 16일 자신의 참모들에게 "점심시간을 이용해 각계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과 충분히 만나고 대화하면서 적극 소통하라"며 “'낮술'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낮술 권하는’ 혹은 ‘접대와 소통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시중의 민심을 가감 없이 파악해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참모들에게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한 것이지 낮술을 마시라고 권유한 게 아니다"라는 해명을 담은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일본 지지통신은 5월 13일 “국제 기준에 따른 원전처리수(오염수) 방출, 반대 없는 한국”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 대해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은 SNS를 통해 "오염수 방출, 윤석열 반대 안 해…일본 언론…
-전공투의 시작 “내가 와세다(早稻田))를 들어갔을 때가 1965년이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실존주의에 매료되어 문학에 탐닉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정의에 대해 눈을 뜨면서 전공투 운동에 뛰어들었지요. 좌익 지식인으로서의 인생이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전공투(全共鬪)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 시절을 회상한 일본의 사회사상 연구가 아라 다이스케(荒岱介)의 진술이다. 전공투는 ‘전학공투회의(全學共鬪會議)’의 약칭으로 1968년, 일본 전국 학생운동의 결집이 이뤄낸 조직이다. 그때까지 학생운동을 이끌던 ‘전학련(全學聯)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단계로 보다 전투화된 운동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기 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 1967년 10월 8일, 경대(京大/교토(京都)대학)에 다니던 야마자키 히로하키(山崎廣明)가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길목인 다마가와(多摩川) 다리 위에서 경찰봉에 맞아 숨진다.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이 격렬했던 시기에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수상이 베트남으로 가는 것을 학생들이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참극(慘劇)이었다. 그의 친구들이 나중에 가족들에게 야마자키의 가방을 전달했는데 그 안에는 1권의 노트와 10권의 책이 들어
일요일 꼭두새벽,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 씨가 각각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진부하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 마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틀째 사전투표를 마친 날이다. 한국은 정말 정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 그런데 그것이 참으로 요원하다는 생각. 아마도 다들 비슷한 생각과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영화를 비롯해 한국 사람들의 개인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확대 발전하고 있는데 그 개인들의 역량을 담아낼 국가나 사회와 같은 체제의 용기(容器)는 매우 부실하다. 걱정은, 당연히, 그렇기 때문에, 과연 이런 분위기가 오래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몇 번을 얘기하지만 아베 이후 일본 영화는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하마구치 류스케 같은 신성(新星)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오죽했으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 명장(名匠)이 한국에 와서 한국영화를 찍겠는가. 일본 자국(自國) 내 침체된 분위기를 넘어서고 싶다는 욕망이 읽히는 부분이다. 고레에다는 한국 영화사와 《브로커》를 찍었고 그 주인공이 송강호이며 송강호가 이번에 남우주연상을 탄 것이다. 한국영화와 한국의 배우가 아시아형 영화의 정체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문할 때 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해당 컵을 구매한 매장이나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는 다른 매장에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최근 본보는 6월 10일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6개월 유예된 후 수원시민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푸념이 지배적이었다. “차라리 텀블러 캠페인을 더 강조하라”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 “손님이 다시 매장에 방문해 컵을 반납한다는 확신도 없고 종업원 입장에서는 일이 더 는다”는 것이 종업원들의 대답이었다. 손님들의 반응도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환경에 웬만큼 신념 있는 사람이 아니고선 300원 받자고 다시 반납하기엔 꽤 귀찮을 것 같다” “차라리 텀블러를 이용하는 게 더 환경 보호적”이라는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처음 시행된 건 2002년이다. 당시 환경부와 식음료업체가 협약을 맺었다. 이후 컵 회수율은 2007년 37%대까지 늘었다. 하지만 2008년 폐지되고 말았다. 당초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데다 미반환 보증금 관리의 투명성 논란 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폐지되자 예상했던 부작용이 나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특히 유년 시절에) 다음과 같은 행복한 감정을 알고 있다. 즉 이웃도 부모도 형제도 악인도 원수도 개도 말도 풀도 사랑하고 싶어지는 감정, 오로지 모든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고, 특히 내가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감정, 언제나 모든 사람이 즐겁고 기쁘게 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자신의 생명을 바치고 싶은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만이 인간 생명의 원점이다. 선량함은 독자적이고 현실적인 어떤 것이다. 인간 속에 선량함이 있는 만큼 그 속에 생명이 있다. 이 법칙 중의 법칙을 깨닫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 우리가 종교적이라고 부르고 있는, 가장 행복한 감정을 일깨운다. (에머슨) 쾌락주의는 우리를 절망으로 이끌고, 의무에 관한 철학에는 적지 않은 기쁨이 있다. 그러나 구원은 오로지 의무와 행복의 일치 속에, 개인의 의지와 신의 의지의 합일 속에, 또 그 최고의 의지가 사랑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신앙 속에 있다. 율법학자 한 사람이 예수께 물었다. “모든 계명 중에 어느 것이 첫째가는 계명입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
고백건대, 대선이 끝나고 한참동안 뉴스를 보지 못했다. 괜히 보다간 혈압관리가 되지 않을 듯싶었다. 촛불혁명을 이룩한 나라에서 불과 5년 만에 총풍사건, 차떼기, 국정원댓글사건, 그리고 탄핵까지 국기문란 레퍼토리는 죄다 꿰고 있는 정치집단에게 다시 정권을 넘겼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결국 수레바퀴를 뒤로 돌린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면 검찰이나 언론 탓 이전에 더불어민주당의 자중지란이었다. 선거기간 내내 끊이지 않은 분란과 내부총질이 빚어낸 참사였으니.. 자중지란은 선거패배이후에도 끊이지 않는다. 법무부가 장관직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겠단다. 한동훈 장관에게 검찰 수사지휘권, 인사권, 감찰권 뿐 만 아니라 모든 고위공무원을 검증하는 정보권한까지 쥐어주겠다는 것이다. 군부독재시절 안기부는 정보기능으로 모든 부처 위에 군림했다. 이제는 법무부가 수사권과 기소권에 정보기능까지 가진 무소불위의 사정기관이 된다. 지금도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고(민주당은 권한이 있어도 쓴 적이 없으니 그런 권한이 있는 줄도 몰랐다),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차 법무부 장관이 가지는 판에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조정도 의미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