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아무래도 무자비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가 인간다운 자비심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면 그는 이내 가난해질 것이다. 우리가 식탁에 둘러 않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불리 먹고 있을 때, 길가는 사람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화를 내고 사기꾼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부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빵 한 조각 때문에 남에게 사기를 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설령 그 사람이 정말 그랬다 하더라도, 너는 그를 가엾게 여기고 더욱더 그 사람을 가난에서 구해주어야 한다. 만일 네가 끝까지 자선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적어도 그들에게 모욕만은 주지 말아야 한다. (요한) 먼저 약탈을 중지하고, 그 뒤에 자선을 베풀어라. 부정한 돈에서 손을 뗀 뒤, 그 손을 이웃을 위해 내밀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제 손으로 어떤 사람의 옷을 벗겨, 같은 손으로 다른 사람에게 입힌다면, 우리의 자선 행위가 곧 범죄행위에 대한 방아쇠가 되는 셈이다. 그 같은 자선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요한) 부자가 자선 행위를 할 때만큼 그의 잔인함이 잘 드러날 때는 없다. 부잣집에서는 세 사람 앞에 열다섯 칸의 방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 몸
지역사회 혁신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주민자치, 자치분권, 민관 협치 및 마을공동체 등을 꼽는다. 경기도는 민선 7기에서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지원시스템을 분리하여 마을공동체에 대한 별도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초지자체별로 마을만들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추진해온 따복공동체 정책들의 성과와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마을공동체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 추진과제 도출을 통해 대내외적 환경 변환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는 마을공동체 관련 기초조사와 지난 5년간의 마을공동체 정책을 평가하여 마을공동체 기본계획(‘21년~’25년)을 수립한 후, 계획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연도별 세부 추진과제를 수립함으로써 마을공동체 정책 방향을 설정해 가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정부 정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나 마을공동체는 정책이기 이전에 지역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활동이며, 주민 참여에 기반하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20여 년간 마을공동체 운동은 민주화와 지방자치 강화에 힘입어 다양한 활동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어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정부와 민간단체,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고용과 복지 분야를 중심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언론에 대한 생각, 소위 언론관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내 주류 미디어는 윤후보를 지지를 넘어 지원하고 있다. ‘윤핵관’이 사실 ‘조중동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선후보의 언론관은 대다수 국민의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출마선언 당시 이야기과 메이저언론 운운 사례, 인터넷 언론에 대한 소송이나 최근 부인의 발언 등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언론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윤후보는 대선 출마선언 이틀 후인 작년 7월 1일 국회 기자실에 들러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윤 후보가 말하는 그 조사란 윤후보가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1월 '세계일보'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다. 이 조사는 이례적으로 현직 검찰총장을 야권 대선후보로 등판시켰고, 당시 윤후보는 단숨에 10.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야권 선두주자가 된다.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통해 윤씨를 대선판으로 끌어들였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윤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언론이 여론조사를 통해 교대로 ‘윤일병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윤후보 캠프는 2021년 7
콩브레(Combray) 역에 도착한 꼬마 푸르스트. 마중 나온 고모 부부를 따라 꽃향기 그윽한 산사나무와 오래된 장미나무가 찬란한 예쁜 정원의 오베핀(Aubépines)호텔로 갔다. 목가적인 전원 속에서 꼬마 푸르스트는 하룻밤을 자고 조개 모양의 마들렌느 빵을 먹었다. 거장 마르셀 푸르스트의 유년의 추억이다. 그의 소설에 등장한 콩브레 마을. 파리 남서쪽 90킬로 지점에 있는 외르-에-르아르(Eure-et-Loir) 지방의 일리에(Illiers) 시가 모태다. 이곳은 푸르스트의 보물 창고이자 뮤즈였다. 푸르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간의 소실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시간 낭비를 중지하고 음미할 수 있는 삶을 시작할 것인가. 이 해답을 찾고자 그는 시간 여행을 떠났다. 그가 찾은 곳은 일리에. 그리곤 1913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1권을 발행했다. 그의 처녀작이었다. 푸르스트는 이 책으로 프랑스의 셰익스피어란 찬사를 받았고, 스탕달에 버금가는 스타로 등극했다. 한 오스트리아 공작부인은 푸르스트에게 결혼을 신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푸르스트는 독신으로 지냈고 스스로를 벼룩으로 자신의 저술을 소화 불가능한 누가(nougat)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전이 후보와 가족의 사생활을 공격하기 위한 ‘녹취록 까발리기’ 대전으로 변질하고 있다. 과거에도 네거티브 공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처럼 후보와 가족의 사생활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대선은 없었다. 도대체 대통령을 뽑자는 것인지, ‘네거티브 정치꾼’ 챔피언을 뽑자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나라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이 천박한 구태는 당장 멈춰야 한다. 양 진영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한껏 예민해진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한탕주의의 포로가 되어 간특한 폭로전에 몰두하고 있다. 한 인터넷신문 소속 기자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와 나눈 사적 대화가 담긴 녹취록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가족 간의 불행한 다툼 속에 행해졌던 해묵은 욕설 파일이 정쟁의 소재들이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관련 녹취록에 등장하는 김건희 씨의 발언 내용을 들어보면 부적절한 대목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공직 후보자나 그 가족에 대한 검증은 다다익선이다. 사상의 근저와 판단력,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검증의 볼륨이 깊고 많아서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이슈와 관련된 녹취 과정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선은 향후 펼쳐질 국정의 주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총선 이상으로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이다. 우리 민족은 해방 이후 모두 3차례나 민주정부를 출범시킨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민족 분단의 열악한 정치지형, 반공 극우언론이 압도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친일 반민주 무리들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세계적 모범 국가로 만들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으로 권력과 부의 양지에서 밀려난 특권 반칙세력들은 외세와 재벌에 빌붙어 누려온 권세와 부를 잃고 한동안 지리멸렬했다가 지금은 전열을 가다듬고 권토중래를 노린다. 마치 이번 대선이 정권을 탈환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도 되는 양 총궐기하는 기새이다. 이들은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개혁조처도 자신들이 장악한 검찰과 재벌, 편파적 제도언론을 총동원해 사사건건 흠집을 내 좌초시키려 애를 쓴다. ‘민주개혁이 우리만의 기득권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마음깊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하다. 개혁을 노골적으로 반대할 때 나타날 국민적 역풍을 우려해 ‘정권교체 플래카드’로 검은 속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쓸 때는 ‘국민’이지만 읽을 때는 ‘궁민’입니다. 어쩌면 그래서였는지 모릅니다. 국민(國民)을 가르치는 학교에 궁민(窮民)들만 가득했습니다. 학생들은 궁민인데 학교는 국민이어서, 우리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서는 국민과 궁민을 따로 분류하였습니다. ‘가정환경조사’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조사를 맡은 담임선생이 질문을 하면 해당하는 아이들은 손을 들어야 했습니다. 담임선생의 질문은 늘 “고아원에 사는 사람 손들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 질문에 손을 들던 몇몇 아이들의 하얀 눈동자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정환경조사 항목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최종학력도 들어있었습니다. 담임선생이 대졸부터 국졸까지 차례로 읊으면, 해당하는 아이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나는 고졸과 중졸에서 한 번씩 손을 들어야 했는데 이유 없이 주눅이 들었습니다. 한 번 들기 시작한 주눅은 질문이 거듭될수록 깊어졌습니다. 담임선생은, 부모의 직업과 사는 동네와 집의 소유와 방의 개수와 승용차와 전화와 TV와 냉장고와 세탁기의 유무에 대해 차례로 물었습니다. 나는, 회사원과 두 칸짜리 셋방살이 말고는 손을 들 기회가 없었습니다. 라디오는 있었지만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쓸 때는 ‘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지식이 있다. 그러한 지식을 자기 것으로 하지 않는 한 다른 모든 지식은 오히려 유해하다. 소크라테스는 언제나 자신의 제자들에게 어떤 학문이든 그것을 올바르게 배우기 위해서는 일정한 한도를 지키고 그것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왜냐하면 학문에 너무 열중하면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도덕적 자기완성에 써야 할 시간과 정력을 잃게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식을 수집하고 다니는 학자는 불쌍한 사람이다. 끝없는 지식욕에 쫓겨 스스로를 높이는 철학자들 또한 불쌍한 사람이다. 이 나쁜 부자들은, 옆에서 나자로가 계속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을 때, 날마다 그 지적 유희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그들은 모두 헛된 지식으로 배가 터질 지경이 되어 있다. 그들의 쓸모없는 지식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적 완성이나 사회의 향상과 진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페늘롱) 경험적 과학이 그 자체만을 위해 연구되고, 지도원리로써의 철학적 사상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것은 마치 눈이 없는 얼굴과 같다. 그것은 중간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런 세세한 연구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최고의 자질이 결여된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