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의 무료통행이 어제(27일) 낮 12시부터 시작됐다. 경기도와 김포·고양·파주 등 3개시는 이날 일산대교에서 통행료 무료화를 발표한 후 무료통행 카운트 행사를 개최했다. 일산대교는 한강다리 28개 중 유일한 유료 통행 교량이었다. 일산대교 무료 통행은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도지사직을 사퇴하기 직전 ‘민간투자사업 지정 및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 결재를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 전 지사의 마지막 결재로써 김포·고양·파주시민들에게 큰 선물이 됐다. 결재 다음날인 26일 도는 일산대교 운영사인 ㈜일산대교에 ‘민간 투자사업 대상 사업 지정 및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 통지서를 통보했다. 공익처분이란 공익을 위해 지자체가 민자 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을 취소한 뒤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민간투자법 제47조에 의하면 사회기반시설의 효율적 운영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할 수 있고 손실액은 토지수용위원회가 정당한 보상금액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7일부터 공익처분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일산대교 측은 통행료를 받을 수 없게 됐다. 경기도가 공익처분을 통보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 그는 전두환과 함께 12·12 군사반란의 주역이었고 5·18 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한 군 수뇌부 중의 한 명이었다. 국민을 무력으로 진압한 대가는 차고 넘쳤다. 41대 내무부 장관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었고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는 13대 대통령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의 삶은 전두환과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둘은 육사 11기 동기였고 같은 방을 썼던 룸메이트였으며 쿠데타를 모의하고 실행했다. 전두환은 12대 대통령을 마치면서 친구 노태우에게 대권을 물려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전두환은 노태우가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퇴임 이후를 보장받기를 원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5공 청산’의 국민적 요구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전두환은 강원도에 있는 백담사로 향했고, 노태우는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려 했다. 전두환의 백담사 생활은 가끔 TV를 통해 국민들에게 중계되었다. 나도 승복을 입은 전두환과 이순자의 모습을 TV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전두환은 ‘세상만사를 통달하고’ 산에 의탁한 도인(道人)처럼 굴었는데 젊었던 내가 보기에도 거만하기가 짝이 없었다. ‘보통사람’을 자처하던 노태우와, ‘나만 갖고 그래’라는 말로 책임을…
지난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關東)대지진의 혼란 속에 조선인 수천 명이 일본 자경단 등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된 사건이 있었어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일어난 비극이었지요. 소문 조작을 동원한 인류의 비극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돌 무렵, 유대인 박해를 위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가짜뉴스는 여러 차례 동원되었다네요. ‘우물에 독(毒) 타기’는 전쟁사에서 오래된 고육책(苦肉策)이에요. 루마니아 지역에 있었던 ‘발라키아’ 공국의 왕 블라드 3세는 15세기 오스만 튀르크족에게 쫓기자 후퇴하면서 모든 우물에 독을 풀어 적의 진격을 늦추었대요. 20세기 들어서도 핀란드나 독일군이 적의 추격을 늦추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했어요. 수년 전에는 IS가 그 짓을 해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높았지요. 요즘 본격화하고 있는 대선전이 사상 유례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가고 있군요. 정치의 품격은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고, 오직 경쟁자를 죽이기 위한 살의(殺意)만이 휘 번뜩이는 위험한 게임이 벌어지는 중이네요. 가장 위태로운 행악은 ‘우물에 독 타기’ 추태예요. 문제를 내는 사람도
숲 속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본다. 부드러운 청자 빛 하늘 아래는 흰 구름이 자유롭다. 구름은 호랑이 머리가 되었다가 개의 형태이더니 바로 고양이 꼴이다. 흐르면서 변하는 게 구름이다. 변하기 때문에 눈 주고 할 일없는 사람처럼 바라보기도 한다. 근자에 나는 하늘 바라보는 재미가 유별하다. 눈이 피로해도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고, 글을 쓰다 문장이 막히면 나가서 하늘을 본다. 글의 주제가 마땅치 않아도 오늘 같이 하늘을 보고 구름을 만나면서 뭔가가 머릿속에서 새롭게 뛰어내려 주기를 기대한다. 10월도 저물어 삼십 일이 되면 시월의 마지막 밤이 온다. 이 해도 60여 일 남았다. 계절은 겨울이란 고개를 넘어야 한다. 오늘도 숲의 그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의 빛(彩)을 독창적으로 표현하고자 먼 하늘을 끝없이 바라보아도 색채감에 딱 맞는 언어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 들려오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 ‘이룰 수
만약 우리 모두의 생명의 근본이 같지 않다면, 우리가 늘 경험하는 동정이라는 감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누군가의 분노를 진정시키려면, 예를 들어 그것이 아무리 정당한 분노라 하더라도, 화를 내고 있는 사람에게, “하지만 저 사람도 불행한 사람 아닌가!” 하고 말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빗물이 불을 끄듯, 곧 동정은 분노를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좋으니 그 사람에 대해 불같이 화를 내며 그에게 고통을 주고 싶다면, 자신이 이미 그 고통을 상대방에게 주었고, 실제로 상대방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민하거나 어려움과 결핍을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나 때문이라고 중얼거리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나머지 일은 어떻게 되든 그것만으로도 분노가 사라질 것이다. (쇼펜하우어) 남을 욕하며 그와 다투고 있을 때, 너는 인간은 모두 형제라는 것을 잊고 있으며, 사람들의 친구가 되는 대신 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너는 자신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다. 왜냐하면 네가 맨 처음 신이 창조한 선량하고 자비로운 인간이 아니라, 몰래 다가가서 먹이를 덮쳐 물어 죽이는 야수로 변한다면, 너는 너의 가장 소중한 재산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너는 지갑을 잃으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2월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체계가 1년 9개월여 만에 일상 영위를 목표로 하는 쪽으로 완화된다. 정부는 25일 공청회에서 오는 29일 확정할 정책 최종안 내용을 발표했다. 온 국민이 학수고대해온 ‘위드 코로나’ 시대를 목전에 두고 꼭 필요한 조건은 수준 높은 ‘시민 정신’의 발현이다. 정부의 철두철미한 대비책에 발맞춰서 팬데믹 종식을 견인할 성숙한 ‘시민의식’을 총점검해야 할 때다. 정부의 개편안은 내달 1일부터 3단계(단계별 6주 예정)에 걸쳐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단계(11월 1일~12월 12일)에선 족쇄와도 같았던 운영(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진다. 다만 유흥 및 실내체육시설은 ‘백신 패스’가 적용된다. 사적 모임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10명까지 허용된다. 3단계가 시작되는 내년 1월 24일부터는 시설 운영, 행사, 사적 모임 등의 규제가 모두 해제될 전망이다. 지금처럼 코로나 그물망에 갇혀서 영원히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치료제가 나오는 등 세계적 방역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코로나 팬데믹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누렇게 익은 벼이삭에 잠자리 한 마리 날개를 접고 앉아 고개 숙인 벼를 배운다 바람이 와서 흔들릴 때마다 배움을 끌어안는다
이재명과 윤석열. 최근 언론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두 정치인이다. 한 분은 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다른 한 분은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현재까지는 상당히 높은 분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두 대선 후보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19일(월)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1일(수)에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야당의원들이 제기하는 대장동 의혹을 해명했다.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1면 머리기사를 포함해 많게는 4개면을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는 한국일보가 21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도돌이표로 끝난 ‘이재명 국감’”이 이번 대장동 국정감사를 압축적으로 대변했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19일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며 전두환씨를 두둔한 발언, 이어진 ‘개 사과’와 해명논란이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자초한 위기였다. 전두환 옹호발언에 묻혔지만 언론이 크게 관심을 가졌어야 했던 사안이 있었다. 고발사주 의혹이었다. 19일 MBC를 통해 ‘고발사주’ 의혹 관련, 김웅 국민의힘(송파갑)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