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는 끊임없이 자신을 주장하기 때문에 그만큼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정신을 단련하는 것을 그만두면 그 순간부터 너는 육체의 포로가 된다. 진리를 터득한다는 것은 미망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온갖 종류의 나쁜 영향들이 무서운 힘으로 그들을 덮치려고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특별한 불굴의 정신으로 진리를 탐구해 그것을 붙들어야 한다. (류시 말로리) 애매한 것은 끝까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어려운 일은 끝까지 참을성 있게 해내야 한다. (공자) 이성에 대한 애착을 뿌리째 뽑아내지 않는 한, 네 마음은 젖을 빠는 송아지가 어미 소의 품에 매달리는 것처럼 지상적인 것에 매달릴 것이다. 정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덫에 빠진 토끼처럼 몸부림친다. 육욕의 쇠사슬에 묶인 그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되풀이되는 괴로움에 빠진다. (부처) 자기개선은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작업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죄악에 붙들려왔기 때문이다. 그 죄악이 자기개선의 길을 복잡하게 하고 어렵게 만든다. 그 죄악이 우리 안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가에 따라, 우리는 그만큼 괴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가을의 햇볕이 따가워지면서 산에는 풍년이다. 뒷산에 오르면 잘 여문 도토리와 밤이 누렇게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탐내는 사람이 없다. 도토리는 특별히 잘 열리는 해가 있는데 몇 년 전 도토리와 밤이 정신없이 열렸었다. 산책할 때마다 주었더니 꽤 되었다. 그것으로 고향에서 했던 것처럼 도토리묵을 만들어 보려 시도했다. 오래전 일이라 제대로 될 리 없지만 도토리에 생명줄을 걸었던 고향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고향에는 도토리가 열리는 떡갈나무 종류의 참나무가 많다. ‘도토리 키 재보기’라고 하지만 도토리라고 다 같지는 않다. 도토리는 종류에 따라 길쭉하고 통통하고, 크거나 작고, 여러 가지가 있다. 일찍 내리는 도토리도 있고 늦게 떨어지는 것도 있어서 9월부터 눈이 내릴 때까지 있다. 바람이 불면 도토리가 후드득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내린다. 잘 열린 나무를 만나면 순간에 가져온 용기에 가득히 채울 수 있다. 잘 열린 나무를 발견하려고 사람들은 새벽부터 일찍이 산으로 오른다. 사람이 흩고 지나간 곳을 다른 사람이 지나고 숱한 사람이 줍고 있어도 도토리는 계속 내린다. 그곳의 도토리가 다 떨어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고향에서 도토리는 곡물과 같은 귀한 대접
정치와 언론은 불가분이다. 정치인은 언론보도 한 줄에 웃고 운다.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일 조선일보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쏟아 냈다. "얼마 전에는 제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일한다는 가짜뉴스를 내보내더니, 이제는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BTS까지 정쟁 도구로 끌어들였다"며 "선을 넘어도 한 참 넘었다“고 했다. 또 ”조선일보가 언론인지 정파조직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라며 "조선일보는 '조선일보가 언론이면 우리 집 두루마리 휴지는 팔만대장경'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심각하게 되새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7월 말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지사의 ‘백제 관련 발언 질문’에 답하면서 김 앵커를 향해 “중앙일보 기자가 바보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못 알아들으세요?”라며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중앙일보 편향을 문제 삼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고발사주’의혹과 관련해 메이저 언론과 마이너 언론을 구분했다.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하자 “정치공작을 하려면 메이저 언
우려했던 에너지 수급불균형이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주요국이 코로나 ‘위드(with)’ 정책과 경기 회복 움직임을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이 에너지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 그러자 지구촌 에너지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겨울을 앞둔 유럽 등 북반구에 혹한의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코로나 기원을 둘러싼 감정 대립으로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봉쇄하고, 나아가 ‘에너지 사재기’에 나서면서 석탄은 물론 석유 천연가스 등의 수급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에 따라 에너지 파동이 일반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2020년 10월 배럴당 40달러대 초반이던 브렌트유 가격이 최근엔 80달러선을 넘으며 2018년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석탄 가격은 300% 이상 급등했고, 천연가스도 2배 이상 올랐다. 또 지구온난화에 대한 유럽과 미국 등 탄소중립 추진이 속도를 내면서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은 탄소중립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전력의 70% 가까이를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상태에서 급격한 탄소중립은 국내
구름은 하늘에 가을의 시를 쓰고 있다. 농가의 마당에는 붉은 고추가 널려 가을바람에 다이어트를 하고, 마당 귀퉁이 늙은 호박은 보름달 같이 밝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가을 정취요 자연의 서경이요 서정이다. 그런데 요즘은 ‘안녕하시냐?’고 문안드리기도 어색하다. 코로나 방역 업무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며 만남의 주의 사항 등으로 몇 안 된 친구도 만나기가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런데 눈 뜨면 TV에서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얼굴이요, 뒤질세라 트로트 공화국이나 되는 듯 이 방송 저 방송에서는 분별없이 매시간 꼴사납게 대중가요에 매달려 있다. 드라마에서는 피 묻은 손목을 상자에 넣어 택배로 보내고 칼과 총으로 살인하는 게 직장의 업무처럼 자연스럽게 방영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네 퇴직금 50억 이야기는 지면이 아까워 생각하고 생각하다 삽입한다. 저녁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H 회사 대표 금천(錦川)과 한정식집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실 무렵 나는 말문을 열었다. 이 고장 원로 언론인이 낸 산문집 『흔적』이라는 책에 있는 내용의 글을 아래와 같이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1960년대의 서사이다. 저자로서 전 언론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시설관리센터(이하 센터) 소속 시설관리주무관이 ‘내가 죽으면 당신들 탓’이란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본보 5일자 1면) 유족들은 직원들의 지속된 따돌림과 상사의 방조가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인은 지난 2일 안성시의 한 폐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1일 이곳으로 불러낸 센터장(과장)에 의해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왜 병원이나 상담실이 아닌 폐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았을까. 게다가 안성경찰서 정보관은 왜 동행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센터 직원에 따르면 센터장을 만난 그가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서 말을 못하고 떨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폐교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직장 내 따돌림 문제로 상사인 센터장에게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센터장에게 카카오톡으로 ‘4개월 지나도록 면담 한 번 안 한 과장님! 과장님이 저를 죽이는 겁니다’ 등 간절하게 면담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단 한 번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의 말처럼 부하직원이 손을 내밀면서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도 왜 응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대전시에서
부는 우리에게 결코 만족을 주지 않는다. 부가 늘어남에 따라 욕망도 커지기 때문에, 부가 크면 클수록 욕망의 만족도는 낮아진다. 우리의 재물욕에 적당한 한계를 두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그 점에 대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어떤 사람의 절대적인 크기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크기, 즉 그 사람의 욕망과 재산의 크기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므로 재산 그 자체는 분모가 없는 분자처럼 지극히 의미가 적은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싶어 한 적이 없는 것, 그래서 그에게는 필요 없는 것은 없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런 반면 그 사람보다 백 곱절이나 되는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행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법이다. (쇼펜하우어) 좀 더 재산이 있었으면 하는 기분이 들 때는 즉시, 실은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거라고 고쳐 생각하는 것이 좋다. (리히텐베르크) 조금밖에 가지지 않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이 가난한 것이다. (세네카) 욕구를 적게 가지고, 그 적은 욕구도 스스로 충족시키며, 모든 기회를 이용해 얻으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고자 하는…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한국의 전래 어린이 놀이를 끌어다 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이 드라마에는 콘텐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촘촘하게 들어 있다. 공포물, 게임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 소외된 자들의 서사, 화려한 무대장치, 컬러와 도형이 주는 상징 등 어느 것 하나를 뽑아 즐겨도 부족함이 없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조롭고,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다. 훌룽한 예술 작품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한국의 전래 어린이 놀이가 아닐까? 어떤 사회적 요소가 깃들어 있기에 드라마에서 재구성을 했고, 이질적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차용된 놀이를 들여다보면 윤곽이 잡힌다. 놀이에서 지면 혹독한 결과가 따른다. 딱지치기와 구슬치기 등의 경우 지는 쪽은 자신의 것을 빼앗겨 빈털터리가 된다. 오징어는 드라마에서 "육체적이며 폭력적"이라고 말했듯이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죽는 건 예삿일이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체제였던 민주주의가 지금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불과 2-300여 년 전이었다. 민중(demos)과 지배(Kratos)의 합성어인 민주주의(민중의 지배, Democracy)가 18세기경에 다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부르주아 세력의 부각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던 군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민중이 지배자라는 의식은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되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소위 시민혁명이 시작되면서 민주주의라는 오래전의 정치체제가 복권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대 왕정을 거부하면서 등장했다.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서 국왕은 존재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전통과 권력의 중심이 의회로 넘어갔으며, 프랑스는 1789년의 대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무너트리고 비로소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인권이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었고, 미국은 1776년 독립혁명을 통해서 본격적인 민주주의의 정신을 구현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늘의 민주주의의 가치인 인간에의 존엄과 자유, 평등, 정의, 박애, 인권, 관용 그리고 인류애까지 모두 오랜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