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떻게 여름 나기를 하고 있을까? 북한에서는 우선 삼십 도가 훌쩍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서 평양에 물 뿌림 차(살수차)가 등장하고 농촌지역은 농작물에 대한 물 주기에 총력 집중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북한 노동신문은 폭염을 나기 위한 보양 음식도 소개를 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음식으로 소개된 단고기 음식은 개고기 음식으로 김일성이 고깃국 중에서 가장 달고 맛있다 라고 해서 단고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국제사회 부정적 인식을 감안해서 식당 영업 등 상행위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닭을 찹쌀과 통마늘 인삼 등과 함께 푹 삶은 삼계탕을 여름 보양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여름을 나기 위한 북한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름이 없다. 분단 칠십여 년에 기간으로 인해 남북한이 이질화되었다고 하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음식과 생활 풍토 등에 있어 남북한 간 유사성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남북한 이질화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필자는 공직자 시절 북한 당국자와의 대화와 교류협력 과정에서 심각한 의사소통의 장애를 경험한 바가 없다. 장기간 분단으로 인해 문제 되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나는 벌레를 싫어한다.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나는 짠 음식을 싫어한다. 나는 열려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나이를 들먹이며 서열을 따지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때로는 주체하기 어렵듯이 혐오와 증오 역시 의지로 누르거나 피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누군가 토해 놓은 길거리의 오물이나 고장 난 변기 속 배설물을 좋은 마음으로 마주하기는 어렵다. 식민주의자, 독재자, 연쇄살인범을 혐오하는 건 당연하게 여겨진다. 싫어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를 선인으로 만들었다가 악인으로 만들기도 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게 한다. 그러나 마음의 영역은 타인이 들여다볼 수 없기에 표현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혐오’ 자체가 아니라 ‘혐오 표현’을 문제 삼는다. ‘혐오 표현’의 반대는 ‘사랑 표현’이 아니라 ‘혐오를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도덕적으로 따지면 혐오 자체가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때로는
‘도둑을 만날 수도 있고 납치될 수도 있어요’ 20여 년 전, 배낭여행 중 들른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앞. 궁전 건너 보이는 하얀 동굴같은 집들이 궁금해 묻는 내게 현지인은 집시마을 사크라몬떼라며 위험을 경고했다. 호기심이 두려움에 앞서 결국 마을로 들어갔다. 반쯤 문 연 집이 보여 노크했더니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나온다. 한 세 평 될까 싶은 흙바닥에 예닐곱 살 여자아이들 서너 명이 엉켜 놀고 있었다. 누더기 같은 옷차림도 반 벗은 채였다. 인기척에 돌아보는 아이들 얼굴에 잠깐 숨이 멎었다. 치렁치렁 긴 검은 머리, 커다랗고 검은 눈, 붉은 입술이 뿜어내는 매혹이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별점과 도둑질을 일삼고 바이올린 하나로 집단가무를 즐기며 유랑하던 집시의 피가 만들어낸 것일까. 아이들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 것은 여행에서 돌아와 들은 한 곡의 음악 때문이었다. 스페인의 플라멩코 피아니스트인 다비드 페냐 도란테스(David Pena Dorantes)의 앨범 속 오로브로이(Orobroy). 아이들을 만났을 때처럼 잠깐 숨이 멎었다. 아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처럼 한 단계 한 단계 상승해가는 피아노 음이 판타지의 세계로 이끄는
가족 이기주의는 개인 이기주의보다 훨씬 더 맹렬하다. 자기 한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시키기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가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불행과 곤경까지 이용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긴다. 인색, 뇌물, 노동자의 탄압, 부정한 상술, 이러한 것들은 모두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고 있다. 가족이니 조국이니 하는 것이 우리의 영혼을 제약할 수는 없고, 또 제약해서도 안 된다. 인간은 태어난 날부터 몇몇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데, 그 사람들의 사랑이 그의 마음속에 인간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가족애와 조국애가 배타적인 것이 되어 그것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인 요구를 물리치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의 양육자가 아니라 그 무덤이 되고 만다. (채닝) 가족에 대한 사랑은 결국 자기애의 감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정하고 나쁜 행위의 원인은 될 수 있어도 결코 그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예수) 가족에 대한 사랑 속에는 자아에 대한 사랑과 마찬가지로 도덕적인 의미의 선악이 들어
지난 4월 말 인천 부평구에서 야간 배송 중에 배송지 건너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해 대형 화재를 막은 배송 업체 직원이 화제가 됐었다. 그는 소속 회사로부터 표창과 상금을 받는 자리에서 “화재 피해를 막는 게 중요하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엄밀하게 본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화재 발생을 감시하거나 화재 진화를 돕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하고 겸손했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 본보기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한 평가가 잘 나왔다면서 알리고도 머쓱해지는 일도 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정확히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꼭 1년 앞둔 6월 1일부터 며칠 동안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이어졌다. ‘○○○ XX시장이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우수 등급에 선정됐다.’ ‘□□□ △△시장이… 최우수등급에 몇 년 연속 선정됐다.’ 내용인즉슨, 지방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을 충분히 또는 어느 정도 수준 이행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와 연간 목표 달성도, 주민‧웹 소통, 공약 일치도 등 모두 5개 분야로 평가한 결과에 따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며 남북 및 북미 관계가 중대한 길목에 진입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락선이 재개되던 지난 27일 6·25 전쟁 정전 68주년을 맞아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했지만, 지난해와 달리 ‘핵 보위국’ ‘핵 억제력’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 등도 북한과의 대화와 소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를 이어온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흐름이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인할 정도로 극심한 식량난에다 코로나 국경봉쇄 조치까지 장기화되면서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홍수·태풍에 이어 올해는 1981년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혹독한 가뭄을 겪고 있다. 북한이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그것이 단순한 식량지원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북·미 대화를 향한 마음의 문이 예전보다 커진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금 남한은 임기말에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전환기적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며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이다. 시민(民)이 주인(主)인 공화국이라는 뜻이다. 공화국은 공화제로 운영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공화제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입법과 집행이 분리된 통치형태가 핵심이다. 즉, 입법부와 행정부가 분리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사법부의 분리가 더해지면 삼권분립이 된다. 정리하면 삼권분립을 채택한 국가는 형태상 공화국이다. 그러나 입법과 행정이 분리되었다는 것만으로 공화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형태 또는 절차상으로는 공화제일 수는 있지만 진정한 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복종’이 필요하다. ‘복종’은 공화제가 아닌 독재와 어울리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재와 복종은 공존할 수 없다. 독재국가에서 시민들은 단지 억압되어있을 뿐 권력이 복종하지는 않는다. 복종은 시민들이 권력을 인정하고 스스로 그에 따를 때 만들어진다. 다시 공화제로 돌아가 보자. 삼권분립 국가에서 입법, 행정, 사법 권력은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이룬다. 이 중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시민이 직접 선출함으로써 시민으로부터 직접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나머지 행정부와 사법부는 행정
이번에는 꼬꼬마 한의사일 때, 특히나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수많은 중환자들 속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인턴 시절의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볼까 한다. 그 병원은 중풍전문병원으로서 엄격한 관리시스템 덕분인지 항상 전국에서 오는 중풍환자들로 풀 베드(full-bed;입원실이 빈 곳이 없는 상태를 그렇게 불렀다)인 곳이었다. 중증의 중풍환자들은 마비가 심하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항상 침상에 누워있게 된다.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한 방향으로만 누워있으면 눌려있는면 살이 체중의 무게를 받기에 욕창이 생기기 쉽다. 한마디로 살이 짓물러 상처가 나고 곪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세를 수시간마다 바꾸어주기를 지도하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잘 안되어 욕창이 심한 반신마비의 중증 중풍의 노인환자분이 입원하게 되었다. 꼬리뼈 부근의 엉덩이살이 짓물러서 탁구공 반개 정도로 파여 있었다. 인턴인 내가 드레싱(소독)을 담당했었는데 드레싱 할때 마다 너무 안쓰러웠다. 문제는 열심히 드레싱을 해도 낫지 않는 거였다. 나이도 많고 병도 중하고 하니 치유력이 저하되어 낫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부위가 넓어지는듯했다. 그때 레지던트들이 침 치료를 하자고 했는데. 전체적으로 기혈순환
명파 캠핑장에서 송정마을 캠프장까지 20킬로. 길을 떠나기에 앞서 근 10년 만에 동해에 몸을 담가보았다. 민통선 입구까지 걸어가서 그곳에서부터 공식적인 출발을 했다. 중간중간 쉬면서 걸었지만, 뜨거운 태양열 아래 걷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단 어깨에 배낭이 없으니 할만했다. 발바닥이 아파오는 게 심상치가 않다. 두 시간 반을 걷다 보니 어제저녁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던 이상중 목사께서 시무하는 초댁제일교회를 지나가게 되어 쉴 겸하여 연락을 드렸더니 쾌히 허락하시어 잠시나마 에어컨의 찬 바람을 맞으면서 잘 쉬었다. 행복이란 이렇게 쉽게 찾아오는 것임을 깨닫는다. 오후 중간에 수박화채를 먹으니 절로 기운이 난다. 두세 분이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여 주시니 사실 따지도 보면 그동안 내가 네팔이나 스페인에서 걸었던 순례길에 비하면 거저먹기나 다름이 없다. 걷게 되면 차로 갈 때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경치를 보게 된다. 루소는 걷는 일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할까, 몸이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인다고 할까. 시골 풍경, 계속 이어지는 기분 좋은 전망, 신선한 공기, 왕성한 식욕, 걷는 덕에 좋아지는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