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질학의 등장 암석(巖石)을 읽는 과학이 세상에 그 모습을 본격적으로 보인 건 1830년 영국에서였다. 찰스 리엘(Charles Lyell)이 쓴 <지질학의 원리 (Principle of Geology)>는 당시 베스트셀러가 되어 땅속에서 역사를 발굴하는 지침서의 고전으로 자리매김을 한다. “런던 지질연구모임(Geological Society of London)”이 창립된 것이 1807년이니 20년이 채 넘지 않아 학문적 결실이 이루어진 셈이다. 찰스 리엘은 그의 책 첫 장에 지질학에 대한 규정을 다음과 같이 밝혀 놓는다. “지질학이란 유기물, 무기물로 구성된 자연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변화를 탐구하는 과학이다. 또한 이런 변화의 원인을 비롯해서 그 변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행성의 표면과 외부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연구한다.” 지질학으로 지구가 얼마나 오래된 별인지, 그리고 그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이 지구를 거쳐갔는지를 알게 되었다. 무려 40억 년의 시간이 담겨 있는 기록이 지구의 암석에 새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시작이었다. 1859년에 <종의 기원>을 출간한 찰스 다윈이 “런던 지질연구모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1만 3959명 중 1만 3667명이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무려 국민의 97.9%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안’에 찬성한 것이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 정책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에서 5월 31일부터 6월 13일까지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민의견 조사 결과다. 아울러 권익위는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에게 같은 내용을 물었다. 그 결과 찬성 답변은 82%였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이유는 ‘의료사고 입증책임 명확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가 가장 많았다. 수술실에서의 성추행과 대리수술, 의료사고 등 문제가 빈발하자 경기도는 2019년 경기도 내 공공의료원의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법안 통과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어린이집 CCTV가 소극 보육을 유발하지 않는 것처럼 수술실 CCTV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대다수 의료진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극소수의 불법 의료나…
어릴 때도 방학은 무척 기대되는 이벤트였다. 늦잠을 자고 하루 종일 밖에서 실컷 뛰어놀 수 있으니까 손을 꼽아가며 방학을 기다렸다. 마냥 놀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때는 방학 숙제가 정말 많았다. 매일 일기 쓰기와 책 읽고 독후감을 몇 편 이상 작성하기는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빠지지 않던 숙제였다. 고학년이 되자 주제를 정해서 탐구해 오기와 문제집 한 권 풀어오기가 추가되었다. 당연히 방학 내내 아무것도 안 하다가 개학이 다가오면 이 모든 걸 다급하게 해결했다. 다른 건 몰아서 해도 지장이 없었는데 일기만큼은 그게 어려웠다. 일기의 내용을 채우는 건 아침 먹고 놀고 점심 먹고 뛰어다니고 저녁때 TV 봤다는 내용으로 채울 수 있었다. 문제는 날씨였다. 이미 지나간 날씨는 거짓말이 어려웠다. 그때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여서 신문 같은 매체에나 날씨가 적혀 있었다. 앞일을 걱정했다면 그날그날 일기는 안 쓰더라도 날씨는 적어놓았을 텐데 그 정도의 계획조차 세우지 않을 만큼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학교 가서 친구의 일기를 보고 날씨를 베끼기로 하고 개학 전날 밤까지 열심히 일기를 써서 검사를 받았다. 교사가 되고 보니 방학 숙제는 담임교사 재량이었다.
생명이 드러나는 사실, 즉 진화 이야기는 사람들을 결합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과학은 수많은 과학자들의 자료를 종합하고 과학 탐구의 전형인 의문과 회의를 키우는 문화적 창조물이고 (잘못을 고친다면) 편협한 신화나 신앙을 요구하여 사람을 분열시키는 종교적 전통보다도 훨씬 설득력 있게 세계를 설명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이 언제나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미래 인류의 존재에 대한 가장 의미 있는 이야기는 힌두교, 불교,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보다 과학의 진화적 세계관에서 나오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과학 탐구와 창조 신화를 둘 다 이해한다면 과학 이야기 속에 증명할 수 있는 사실과 개인적 의미를 모두 풍부하게 담는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98쪽) 참된 진화 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영혼과 정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물질에 의한 불가피한 존재다. 생각은 다른 어떤 것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세포의 활동에서 나온다. (299쪽) 인간은 특별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직립 보행을 한다(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 자신을 말 그대로 다른 종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마주 보는 엄지(도구 사용자 인간), 언어…
당신은 늘 거기 있어요. 옥상 한 귀퉁이, 배불뚝이 옹기 속에 있어요. 유리로 된 창도 없지요. 앞으로도 뒤로도 열고 나올 문이 없어요. 문도 창도 없는 동그라미 속에 당신이 있어요. 저는 믿어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렇게 사는 것도 산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사는 옹기 속은 어떤 세상인가요. 얕기만 한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애써 부릅떠도 볼 수 없어요. 당신은 속에 있고 저는 밖에 있어요. 무릎에 턱을 고이고 쪼그려 앉으셨나요. 옹기 속 동그란 세상에도 환한 달빛이 드리우나요. 저는 모르겠어요. 뚜껑을 열어 봐도 어둠뿐이니까요. 당신은 늘 거기 있어요. 옥상 한 귀퉁이, 배불뚝이 옹기 속에 있어요. 메주 아홉 덩이를 넣고 소금물을 부은 날부터였지요.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은 말이 없지만, 어둠이 두껍게 내린 밤이면 제 귀에 들려요. 당신은 동그란 옹기 속에서 앉아 울고 있어요. 당신의 울음은 밖으로 퍼지지 못하고 속으로 무너져요. 당신이 우는 밤이면 저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고 말아요. 참지 말아요. 속으로 울지 말아요. 익는다는 것은, 까맣게 태운 속이 다시 썩어 문드러지는 걸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뚜껑을 열
2022년 3월 9일은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다. 225일 남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5000만 씨알들과 8000만 민족 전체의 삶과 내용, 낱낱의 개인들과 공동체의 안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소위 G8의 일원이 됨으로써, 지구촌 전반에도 비중 높은 인물이 된다. 과연 누가 될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장부에 이름 올리고 뛰는 이들 대부분 마치 '전국상인연합회'의 회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듯하다. 하기야, 당선만 되면 100만 명의 공무원들이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여의도'는 변함없이 잘 굴러갈 텐데 무슨 문젠가? 취임하면 가장 먼저 공약들을 손본다. 캠페인 기간에 마구 던졌던 '뻥카'들은 섞어찌개 식으로 합치거나 과감히 폐기하면 되는 것. 야당이 따지고 들면, 겸손 떨며 사과하면 된다. '허니문 기간' 타령하는 기특한 기레기가 반드시 나오니 걱정할 것 없다. 특급 장사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언동으로 목적을 이룬 다음, 주판 튀겨서 이문이 큰 쪽으로 말을 바꿀 줄 아는 자다. 그래서 개나 소나 닭이나 다 나와서 구세주처럼 약을 파는 거다. 나와 동지들은 요즘 대선 도전자들의 저질 행태에 역겨움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y와 c가 특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을 차기 대선의 공약으로 함에 따라 대선 예비 후보들의 기본소득에 대한 공격이 심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공격은 월 10만 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경제활력소 역할을 하겠는가이다. 이 지사는 임기 중에 전 국민 연 100만 원, 청년 연 100만 원 추가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금액이 적긴 하다. 그러나 지난해에 지급된 재난기본소득의 효과를 생각해보자. 이 지사의 공약대로라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에 2020년의 전 국민 재난 기본소득에 맞먹는 금액이 분기별로(4배로) 지급되는 것이다. 약 700만 명의 청년은 두 배로 지급된다. 지역화폐와 이 기본소득이 결합돼 지급되는 이 금액이 지역에서 소비된다고 했을 때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실로 그 경제적 부양효과는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 주로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대대적 환영을 해야 할 만한 사건이다. 청년들은 2배의 추가적 혜택을 본다. 이것은 20대의 3분의 1 정도가 하루 중 한 끼 이상을 굶는다는 사실을 감안한 것으로 복지적인 목적이다. 도움이 시급한 이들에게 월 약 20만 원의 이 금액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지사의 공약에 대한 또 다른…
천신만고 끝에 개최된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다시 한번 ‘세계최강’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여자 양궁은 단체전 올림픽 9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남자 양궁도 금빛 화살을 쏘았다. 신설 종목인 남녀 혼성 종목에 출전한 여자대표팀 막내 안산과 남자대표팀 17세 고등학생 김제덕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양궁이 놀라운 경기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은 결코 기적이 아니다. 실력 이외의 그 어떤 요소도 끼어들 여지가 없도록 잘 다듬어지고 가꾸어진 선수 선발 절차와 과학적 훈련 시스템이 합작해낸 피땀의 결실일 따름이다. ‘공정 경쟁’만이 경기력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에 대한 굳건한 믿음의 찬란한 성과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진화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 편법적 특혜에 대해서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 양궁팀의 빛나는 업적에 즈음하여 학연·경력·연줄에 찌들고 금권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고질적 구태 시스템을 말끔히 혁신해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부터 처절하게 반성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양궁이 간직하고 있는 저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엄격한 ‘공정 선발’ 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