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많은 (유대인) 동포들이 고통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내면의 준비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티는 (집단 학살의) 두려움을 직시하고 마음을 가누고 깊고 고요한 중심을 찾는 법을 배웠다. 환상에 빠지려는 유혹에 맞서 투쟁했다. 그리고 상황이 악화되자 피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심리적 연습(mental rehersal)을 했다. 피할 수 없는 것을 예상함으로써 그 힘을 빼앗을 수 있었다. 오늘 진정으로 경험한 것은 티데의 방 한 구석에 있는 목련이었다.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놀란 나는 그 자리에 뻣뻣이 굳어버렸다. 거의 5분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바닥에 못 박힌 듯이 서 있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 거기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고,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차마 그 꽃들 곁을 떠날 수 없어서 손가락 끝으로 꽃잎을 아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티데에게 “매일 네 방에 와서 이 목련을 보면 안 될까?”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젯밤 비를 맞으면서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먼 길을 걸어 집에 왔다. 그리고 꽃가게를 찾아 길을 조금 돌아가서 큰 장미꽃 다발을 사 왔다. 그리고 그 꽃들이 지금…
흔들리는 부동산 시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반전 계기로 기대되는 3기 신도시 분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오는 15일 인천 계양부터 시작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의 분양가 수준을 공개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서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라고 밝혔다. 건드리기만 하면 요동을 거듭해온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예측과 대책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는 세부적으로 인천 계양은 59㎡ 3억 5000만 원, 74㎡ 4억 5000만 원, 남양주 진접은 59㎡ 3억 5000만 원, 74㎡ 4억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또 성남 복정1은 51㎡ 5억 8000만~6억 원, 59㎡, 6억 8000만~7억 원, 의왕 청계2는 55㎡가 4억 8000만~5억 원, 위례는 55㎡가 5억 7000만~5억 9000만 원 선으로 점쳐진다. 노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풍부한 유동성 공급으로 집값이 치솟고 있지만 2~3년 뒤에는 시장이 급락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
약속한 사람을 만나러 가기 위해 시내버스에 올랐다. 운전사 뒷좌석에 앉았다. 버스가 모래내 시장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마지막 손님으로 30대 중반 나이의 여인이 올라왔다. 그녀가 신용카드를 체크하는 기계에 대니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다시 다른 카드를 꺼내 기계에 댔다. 기계는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고 나무라듯 말했다. 당황한 여인의 얼굴에는 놀라움의 그늘이 짙게 깔렸다. 그녀는 기사에게 조금 있다 계산하겠다고 말하고 나의 뒷좌석으로 가 앉았다. 그냥 보기엔 여유 있는 가정의 부인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적당히 생활하며 지내는 모습도 아니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다시 기계 곁으로 가서 카드를 댔다. 또 실패였다. ‘내 카드를 줄까. 안 받는다면!’ 잠시 망설이다 선뜻 카드를 내밀었다. 눈으로는 꼭 받으라는 사인을 보내면서. 그녀는 내 카드를 받아 기계에 댔다. 기계는 또 ‘조금 전 사용한 카드입니다.’라고 딴소리를 했다. 기사가 재빨리 어딘가를 손대니 그때서야 받아들였다. 여인은 한숨을 쉬더니 내게 카드를 돌려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뒷좌석으로 가서 앉았다. 약속한 사람을 만나 추어탕을 먹기로 했다. 식대는
여야 정치권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종착점으로 놓고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군요. 야속하게도, 품격 있는 선거는커녕 대선주자들과 각 정당은 기습적으로 상대방 쓰레기통 걷어찰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심한 양상입니다. 어째 이번에도 퇴행적 진흙탕 드잡이 구태가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네요. ‘X파일’ 논쟁과 ‘색깔론’이 영락없이 정치무대에 맨 먼저 등장했습니다. 한 정치평론가가 흔들어댄,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라는 문건을 두고 정치꾼들끼리 한바탕 험구 난타전을 주고받았군요. 언제나 그렇듯이, 허접한 마타도어는 ‘검증’이라는 거창한 명분의 외피를 쓰고 등장합니다. 후안무치한 이중잣대가 횡행하기 시작했네요. 나의 언행은 ‘검증’과 ‘해명’이라고 우기고, 상대의 주장은 ‘모함’과 ‘변명’이라고 몰아칩니다. ‘증거조작’마저 불사하는 더러운 게임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왕의 눈을 가로막거나 은밀히 짜고서 벌인 만행의 역사는 드물지 않지요. 때아닌 ‘점령군’-‘해방군’ 논쟁이 불거졌군요.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해방 이후 이 남한에 온 미군을 ‘점령군’이라며 “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시사주관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기회’, ‘김정은 위원장은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이 있는 사람’ 등의 표현을 써가며 남은 기간 남북대화 재개 및 관계복원에 대한 의지를 내 보이면서 간접적으로 북한에 대한 호소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은 자강력,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대화도 도발도 하지 않는 북한식 ‘전략적 인내’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북한의 문을 열 수 있을지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북한은 200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의 추억과 2009년 3월 하노이 회담의 노딜 교훈을 곱씹으며 남한의 중재자로서의 한계와 미국에 대한 불신, 좀 거칠게 표현하면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것이 북한의 현재의 심정일 것이다. 집권초기 꿈 많던 문재인 정부, 제6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로 인한 곤혹스러움, 북한선수단 평창올림픽 참가로의 대반전, 그리고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특히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의 평양시민 15만 명 앞에서의 연설과 남북정상의 백두산 동반 등정에서는 남북공동체 실현이 눈앞에 와 있는 듯했다.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무엇이 어디서부터…
우리는 영혼으로 숨 쉬며 살아야 한다. ... 생각만으로 산다면 불쌍한 존재에 불과하다. 내면의 세계는 외부 세계만큼 실제이다.... 내면의 세계에도 풍경, 형태, 가능성, 한없이 넓은 지역들이 있다. 나는 일종의 너그러움으로 충만하며,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너그럽다... 그리고 모든 존재와 하나라고 인식한다. 더 이상 이것 아니면 저것을 원하지 않으면, ‘삶’은 위대하고 선하고 매혹적이고 영원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지나치게 자신에게 연연하고 허둥대고 실수하면 거대하고 영원한 흐름인 삶을 놓친다. 개인적 야망이 모두 사라지고, 지식과 이해에 대한 갈증이 가라앉고, 영원의 작은 조각이 휘몰아치듯 날갯짓하며 내게로 내려오는 것은 바로 그런 순간들이다. 나는 그 순간들이 매우 감사하다. 요즘은 한 잔의 커피도 경외감을 지니고 마셔야 한다. 매일매일이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이여, 요즘은 걱정이 많은 시기입니다. 오늘 밤 눈앞에 인간이 고통받는 장면들이 꼬리를 물고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진 채 어둠 속에 누워 있었습니다.... 신이여, 미리 보장할 수는 없지만, 당신을 도와 내 기력이 점점 빠져나가는 걸 멈추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해지고 있습
39년 만의 7월 지각장마가 이례적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비를 뿌리며 시작됐다. 지난 5월 서울에서는 50년 만에 가장 많은 17일이나 비가 내렸고, 6월에도 전국적으로 사흘에 하루꼴로 비가 내렸다. 이번 여름 장마는 늦게 왔지만 초반부터 강풍을 동반하며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과학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지만 날씨는 해마다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는 최근 ‘열 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나며 최고기온이 섭씨 40~50도에 이르고 특히 캐나다에서는 살인적인 더위로 일주일 새 700여 명이 돌연사했다. 동토(凍土) 시베리아도 30도가 넘어가며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올 2월 ‘사막의 땅’ 미국 텍사스에서는 3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발생해 반도체 대란 등 세계 경제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우리는 지난해 여름 54일이라는 사상 최장기 장마 기록을 세우고 섬진강·영산강 등에서는 수백년 만의 국지성 호우로 물난리를 겪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46명이 사망했고,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곳이 무려 1만 6000여 곳에 이르며 아직도 4분의 1 정도는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모든 지구촌이 기후재난에 노출돼 있다. 기존의 땜질식이나
지난 1일 국회는 교육부의 권한 중 교육의 중장기 비전 및 국가교육과정 수립권한을 국가교육위로 이관한 국가교육위법을 통과시켰다. 국가교육위는 준비기간 1년을 거쳐 내년 7월 공식 출범한다. 국가교육위의 으뜸 역할은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협의를 활성화해서 중장기 교육비전과 정책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 신설될 국가교육위가 과연 약속만큼 독립성과 전문성,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입법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가교육위 구성에서 정부여당 몫이 과반수다. 위원 임기가 대통령 임기보다 짧은 3년에 지나지 않고 연임까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국가교육위가 과연 초정권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위원장 외에 상임위원은 2인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18명의 비상임위원을 포함해서 총 21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가 과연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1인당 5분씩만 발언해도 2시간이 후딱 지나기 때문이다. 셋째, 통상적인 방식에 따라 사무처가 구성될 경우 업무수행에 필요한 고도의 전문성과 책무성이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승진을 노리는 일반직 공무원이 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