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끝나고 성적을 입력하면서 젊은 친구들에 대한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임시 교편’ 과정에서 좋은 학생들을 만났다. 한 번도 출석에 빠지지들 않았고 과제를 거른 적도 없으며 비대면 수업이지만 학습 태도들도 좋았다. 모두들 훌륭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과제 명은 ‘올리버 스톤의 영화로 본 미국 현대사 1954~1974’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변방의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가 역사 공부에 쓰이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영화감독으로서 나름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영화 중 ‘플래툰’과 ‘7월 4일생’ 그리고 ‘하늘과 땅’은 베트남전쟁사와 그와 연관된 미국 국내사를 들여다보는 데 있어 최적의 텍스트다. 특히 ‘플래툰’은 미군에 의한 미라이양민학살사건을 그리고 있고 이로 인해 미국 국내에서 반전 운동이 어떻게 확산되는지, 거기에 CBS TV 기자이자 앵커였던 월터 크롱카이트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올리버 스톤의 ‘베트남 3부작’은 통킹만 사건에서부터 북베트남과 남베트남 반정부 게릴라가 연합한 구정 大공세, 치열했던 다낭 전투 등 전쟁 전사(全史)를 복기하며 그려…
사막을 건너 멕시코 장벽을 넘으려던 여자의 심장이 멈췄다 맨발은 더 이상 모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선인장이 가시를 견디고 있다 독수리들이 그녀의 마지막을 견디고 있다 뒤늦게 도착한 국경수비대가 흩어진 소지품을 챙긴다 발을 떠난 신발이 국경을 바라보며 저만치 엎어져 있다 인적이 드문 밀입국로, 성공하기 제일 어려운 루트, 사막과 더위와 가난과 희망, 어느 것이 더 무모했을까 국경수비대는 흐트러진 몸을 담요로 덮어주고 옷깃을 여민다 경고문이 적힌 소용없는 팻말들,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진 말들, 그녀의 마지막 길에 거수경례를 한다 국경을 넘으려는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없는 트렁크 속의 마리화나, 없는 고가의 물건들,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은 지은 죄가 없어도 액자 속에서 얼어버린 파도 소리가 들린다 심장의 파도 소리가 들린다 새들, 중앙선을 넘고 국경을 넘어 날아간다 공중에서 죽음을 맞는다 국경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약력 ▶서정시학(2006) 신인상 등단. ▶시집 『이혼을 결심하는 저녁에는』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고민을 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19 이후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30 청년들을 어떻게 하면 다독여주고 격려해줄 수 있을지 적절한 메시지를 찾기가 힘들다. 필자는 진심에서 “힘내라”고 격려 차원의 말을 했는데, 청년들에게는 이른바 ‘꼰대 세대’의 무책임한 면피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취업 청년들에게는 더할 것이다. 어떤 말을 해도 이들의 고통을 누구러뜨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이들이 만족할 만한 생계지원이나 일자리 대책 등을 제시해야 하는데, 제한된 예산으로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그래도 군포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들을 도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 내 미취업 청년들에게 공공기관 실무 경험과 진로 탐색 기회 등을 지원하는 ‘군포 청년날개 인턴십’을 시행한다. 또 자립공간 확보와 생활안전망 구축, 문화인프라 확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청년정책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처럼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청년지원사업을 부단히 추진할 예정이다. 필자의 청년시절도 녹록치 않았다. 대학시절 학업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민주화라는 시대적 사명을 이행하는데 전력 투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이 부동산개발 회사를 따로 설립해 그들만의 ‘부동산 투기’ 왕국을 도모한 정황이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LH 전·현직 직원들과 그 친척·지인 등 수십 명이 부동산개발 회사를 별도로 차려 조직적으로 투기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공인중개사와 결탁해 투기를 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이와 관련, 경기남부경찰청은 LH 직원 등을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해당 직원들은 친척·지인 등과 함께 부동산개발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특수본이 내·수사를 했거나 진행 중인 대상은 총 765건, 3356명으로 집계됐다. 신분별로 보면 고위공직자 113명, 공무원 287명, 공공기관 직원 127명, 일반인 등 2829명이다. 고위공직자의 경우 17명(구속 4명·불구속 13명)이 송치됐고 83명이 내·수사 중이다. 몰수·추징보전이 진행된 대상은 총 28건, 694억1000만 원 상당이다. 지난 3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폭로로 시작된 LH 직원들을 비롯한 일부의 투기 사건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 급등
우리 주변을 조그만 돌아보면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의 어딘가에서 허우적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웅장한 생명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는 중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는 이전에 누구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였고, 또 앞으로도 누군가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몸을 결코 소멸하지 않고, 지구 상의 생명이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다시 어딘가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의 분자 단위만이 아니라, 내 몸을 꾸려가는 기본 원리도 살아 있는 세상의 모든 나머지와 함께 같은 원리로 돌아가며 함께 호흡한다. 우리는 진정 우주에 속한 존재이며, 이 귀속감을 깨닫는 일은 우리 삶에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그 깊이를 더해준다. (프리초프 카프라) 예수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와 부처가 출현하신 시대, 혹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는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형식에 치우친 종교적 관행이라든가, 지식층인 성직자 계급이 일반 백성들의 종교적 욕구를 악용하고 왜곡시키는 작태는 엇비슷했지요.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그 모든 걸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키러’ 오셨고, 광명과 해방의 길이 모든 인간에게…
아동폭력, 병영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어능력이 전무한 어린 목숨들, 정당방위 불가의 젊은 군인들이 희생된다. 가해자들은 놀랍게도 부모와 상관들이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가해자들에게 사면이나 감형이 없는 종신형이 국민의 법감정인데 국회는 완행이다. 뿐만 아니다. 산재는 중대재해법을 비웃듯 점점 더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산재사망자는 총 2062명이며, 이중 882명은 사고사다. 하루 평균 5.6명이 여러 종류의 산재로, 2.4명이 사고로 죽는다. 국회는 전체 노동자의 35%가 일하는 5인 미만사업장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사고가 가장 잦은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관련법 적용을 3년이나 유예했다. 5인 이상 50인 미만 범주에서 45%의 노동자가 일한다. 김용균군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연초 이 '엉터리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한달 동안 단식투쟁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사람을 살리자는 건데 왜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방해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이 나라 국회다. 씨알들은 이 저열하고 야비한 여야 야합의 3류정치를 지켜보면서, 특히 여당을 손볼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경부 보궐선거' 참패에…
《조국의 시간》이 출간 4주 만에 40만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현재 출판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경이로운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조국 뉘우스’(전상훈)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조국교수가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되던 무렵부터 약 4주간 신문과 방송에서 내보낸 조국관련 ‘의혹기사’는 무려 130만 건이 넘었다. 《조국의 시간》을 읽으면서, 사나운 사냥개로 전락한 한국 언론의 실상에 새삼 몸서리쳤다. 검찰이 정보를 흘리면 대다수 언론이 거국적으로 ‘단독’보를 양산하고, 야당이 메가톤급 확성기가 되어 소음을 굉음으로 키운다. 의도한대로 여론이 형성되면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정보를 또 언론에 흘린다. 이것이 검찰-언론-국힘당 삼각편대의 진보인사 죽이기 알고리즘이다. 핵심 고리가 언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윤석열사태’ 전까지만 해도 국내 언론사를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과 한경('한겨레' '경향')같은 진보언론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옛날이야기다. 이제 중앙 일간지와 종편채널, 공민영 지상파방송과 같은 주류언론의 경우, 적어도 뉴스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무한경쟁 환경이 그들을 추락시킨 면이 있지만 환경 탓만은 아니다. 스스로 기득권세력에 편입했다. 그들
머리 위에 은발(銀髮) 늘어가니 은의 무게만큼 나 고개를 숙이리. ▶약력 ▶1962년 현대문학 으로 등단 ▶시집 『얼음과 불꽃 투명에 대하여』 외 등 ▶수상 목월문학상 등 ▶현재 성신여대 명예교수
밥, 혼술, 고독사, 우울증, 자살률, 치매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고령사회, 노인, 부모님 등이 아닐까.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2021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6.5%로 10년 전에 비해 5%p가 높다. 또한 복지부의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 우울증은 21.1%에 달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 아니 우리 부모님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우울하고 어려운 상황에도 매월 25일이면 꼬박꼬박 안부를 묻는 효자가 있다. 바로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은 2014년 7월부터 시작해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월 20만 원으로 시작한 기초연금액은 올해 월 최대 30만 원까지 인상되었다. 생활비를 국가에서 잊지 않고 지급해 주니 어르신들에게 이보다 더 든든한 것은 없을 것이다. 특히, 변변한 일자리나 소득이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꿈 같은 돈일 수 있다. 해마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기초연금 수급자 실태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기초연금이 제도의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는지, 어르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효과는 어떠한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수급자들에게 향후 삶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가 뭐냐고 물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