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도착하기 전 교실의 아침은 학부모님들에게 받는 연락으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당일 결석과 관련된 연락이 주를 이루고, 사정이 생겨서 일찍 조퇴시켜달라는 내용이 그다음을 차지한다. 가끔은 아이의 몸이 안 좋지만, 등교시킬 테니 상태가 나빠지면 집으로 보내 달라는 내용도 있다. 며칠 전에는 조금 특별한 연락을 받았다. 우리 반 친구 A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해서 다음 날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었다. 나에게도 이미 결석하겠다고 말해둔 상태였다. 막상 당일이 되자 A가 부모님께 학교에 가서 재미있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우겨서 하는 수 없이 등교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접종 후 증상이 걱정되니 잘 지켜봐 달라는 당부가 함께 왔다. A가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면서까지 참여하고 싶어 했던 수업은 햄스터 로봇을 활용한 코딩 수업이었다. 태블릿이나 컴퓨터에서 코딩 블록 명령어를 채워 넣으면 햄스터만큼 작은 로봇이 빛과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로봇을 활용하면 미로 탈출, 술래잡기, 축구 경기나 보드게임과 비슷한 미션 수행까지 가능하다. 장난감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아이들의 수업 몰입도가 최상이다. 사실 처음부터 아이들이 처음부터 코딩을 좋아했던 건…
대선이 71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가족 리스크와 선대위를 둘러싼 내홍으로 지지율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성장·복지·일자리 정책 공약 발표를 시작으로 정책 행보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5일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윤 후보는 그동안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단발성의 정책을 제시하긴 했다. 하지만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약의 제시는 사실상 이제 가동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 여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일찍부터 기본시리즈 공약을 필두로 발빠른 정책 움직임을 보인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정치에 입문한 시간이 짧은 윤 후보가 각종 리스크로 우회하다가 이제라도 후보 자질의 중요한 척도인 공약 제시로 방향을 잡은 것은 다행스럽다. 이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은 20대 대선이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을 딛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지펴지길 바란다. 그동안 여야는 서로 상대 후보‧가족 리스크에 대한 전방위의 네거티브 공방전에 주력해왔다. 특검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서로의 주장이 허공을 가르고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유권자는 지지 후보 철회, 정치혐오와 부동층 증가라는 역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이 평가하면 할수록 그가 선 자리는 불안해지고, 반대로 자신을 낮추면 낮출수록 그가 선 자리는 더욱 견고해진다. 강해지려면 물과 같이 되어야 한다. 물은 가로막는 것이 없으면 흐르고, 둑이 있으면 멈춘다. 그러다 둑이 터지면 다시 흐른다.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된다. 그처럼 부드럽고 막힘이 없는 유연함으로 인해 물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강한 것이 된다. (노자) 물이 높은 곳에 머물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듯, 선덕 또한 자신을 높이는 사람들에게 머물지 않고 오직 겸허한 사람에게만 머문다. (탈무드) 사람은 내면을 깊이 성찰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이 하찮은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예지에 이르는 첫걸음이다. 현명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겸허해지자. 그러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채닝) 어진 사람은 선을 행하는 데 있어서, 이를 행할 힘이 부족한 것을 한탄할지언정,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거나 잘못된 비판에 대해 한탄하지 않는다. (중국 금언) 선량하고 총명한 사람의 첫 번째 특징은, 자신은 아는 것이 조금밖에 없으며 자신보다 훨씬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남을 가르치기보다 남에게서…
어머니! 엷은 먹물로 그린 그림처럼 당신이 보입니다. 마지막 먼 산은 이미 지워졌고 붉은 옥사가 연분홍으로 물들어가네요 이대로라면 저는 제 안의 먹방으로 고요히 가라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곳이 저의 처음 당신의 품이겠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깊고 험한 길을 돌아 당신에게 가는 길입니다 시야가 점점 좁아지네요 묶인 손을 내밀면 만져질 듯한 데까지 보입니다 보이던 것들이 안개처럼 사라지는 자리에 어머니 품에 안기는 아기 저의 모습이 짙어집니다 비로소 이별 없는 깜깜한 밤이 옵니다 눈 감지 않고 이대로 당신의 품에서 아들의 생을 멈추겠습니다 - 1930년 3월 서대문형무소에서 아들 이○○ 올림
아마도 이 지면을 통해서 한번 얘기한 바 있을 것이다. 일본 석학 다치바나다카시 얘기다. 『그는 도쿄대생은 죽었는가』라는 저서에서 “세상은, 결코 스페셜리스트가 지배하지 않는다, 제너럴리스트가 이끈다”고 했다. 이 말을 요즘처럼 뼈저리게 느끼는 때도 없다.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 씨가 그 점을 상징처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역설적으로 지금의 한국사회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기는 중이다. 윤석열 후보와 같은 스페셜리스트는 자신이 필요에 의해 쌓은 지식 공학의 범주에서만 세상을 보고, 또 잣대를 만들어 낸다.(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범죄자이다. 사모펀드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조국은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주입돼 있었다.) 스페셜리스트들은 대개 수직주의자들이다.(주 120시간 노동시간 발언.) 엘리트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급과 계층에 대한편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자유를 알지 못한다는 발언.) 반면 제너럴리스트는 광범위한 지식을 구하려 노력한 덕에 그래도 세상을 균형있게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제너럴리스트들은 응당 수평주의자가 되며 세상에서 평등과 함께 분배에 대한 올바른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
‘수원화성 야간관광’이 ‘2021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다. 2012년 ‘수원화성’, 2015년 ‘무예 24기’에 이어 세 번째로 선정된 것이다. 한국관광의 별은 국내 관광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제정한 상이다. 한국관광 발전에 이바지한 관광지, 방송 프로그램 등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본상과 특별상으로 나뉘어 있는데 수원화성 야간관광은 본상으로 선정됐다. 수원화성 야간관광이 관광의 별 본상으로 뽑힌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수원시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시는 과거 ‘경유형 관광지’에서 ‘체류형 관광지’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관광객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연간 600만 명 가량의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을 맞은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엔 역대 최대인 72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시에서 하룻밤 이상을 숙박한 관광객 비율은 28.2%밖에 되지 않았다. 관광객 1명당 찾은 관광지도 2.7곳에 불과했고, 화성행궁과 수원화성에 편
-칠레 정치의 고통과 그 반전(反轉) “신자유주의의 출생지를 신자유주의의 무덤으로 만들겠다. 어찌하여 불평등의 부담을 가난한 사람들만 지게 하는가? 이런 현실을 반드시 끝내겠다.” 올해 35세인 젊은 사회주의 정치가 가브리엘 보리치가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쏟아낸 뜨거운 육성이었다. 칠레 최초의 사회주의 대통령 아옌데 암살 이후 50년 만의 일대 사건이다. 보리치의 당선에 칠레의 청년세대는 열광했고 라틴 아메리카 정치는 새로운 희망을 목격하고 있다. 그건 오래 전 일어났던 비극의 기억이 겹치면서 더더욱 의미심장했기 때문이었다. 1973년 칠레에서 피노체트가 미국의 지원 아래 군사 쿠데타를 있으킨다.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이었던 키신저는 대통령 닉슨에게 라틴 아메리카에 좌파정권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아옌데 정권 전복이 필요하다며 칠레 군부를 통한 군사 쿠데타 기획을 강력히 주문한다. 칠레의 암흑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선거로 당선된 사회주의자 아옌데는 이 과정에서 살해당했고 미국은 칠레를 파시즘과 결합한 신자유주의의 실험장으로 만든다.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공적 통제를 반대한 하이예크의 제자 밀턴 프리드만이 이끈 이른바 “시카고 학파”의 이론은 이렇게…
한 곡의 노래가 200명 가까운 사람을 죽게 했다. 1930년대 헝가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충격적이고 불가해한 사건은 소설로 쓰였고 소설은 영화를 탄생시켰다. 1988년, 독일 작가 닉 바로코프가 쓴 소설도 1999년 롤프 슈벨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도 노래와 제목이 같다.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도대체 어떤 노래이길래 수많은 이들을 자살로 치닫게 했을까. 모두 나 같은 물음표를 달고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내용보다 노래가 궁금했다. 영화 전반부는 삼각, 아니 사각 관계의 러브 스토리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작은 레스토랑을 무대로 펼쳐지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네 남자의 소리 없는 난투극. 레스토랑 사장 자보, 그곳에서 피아니스트로 고용된 안드라스, 고객 독일인 한스...... 모두 일생을 걸고 일로나를 사랑한다. 애인 자보를 두고서도 안드라스와 사랑에 빠진 일로나. 두 남자는 일로나의 ‘질투금지, 싫으면 떠나든가’라는 통첩에 ‘당신을 잃느니 당신의 한 조각이라도 갖겠다’며 기이한 삼각관계를 받아들인다. 거기다 더해 일로나에게 청혼했다 차인 독일인 한스가 나중 나치 점령하 부다페스트의 독일군 대령으로 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