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하나 다는 데 큰 벽이 필요 없다 지팡이 하나 세우는 데 큰 뜰이 필요 없다 마음 하나 세우는 데야 큰 방이 왜 필요한가 언 밥 한 그릇 녹이는 사이 쌀 한 톨만 한 하루가 지나간다 ▲약력 ▲시집 《열애》 《종이》 등이 있다. ▲공초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올해는 1991년 5월 투쟁 30주년이 되는 해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 역사를 기억하고, 또 그 의미를 올바로 의식하고 있을까? 대체로 4050 세대는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의식하고 있을까? 1987년 6월 항쟁과 대비해 성과 없이 패배한 투쟁으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마도 아픈 기억으로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4050세대는 당시 투쟁의 현장에 있었다. 40대는 대학생이었다. 1991년 4월 26일 시위 현장에서 명지대 1학년 강경대 학생이 백골단으로 불리던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사망한 이후 시민사회는 ‘노태우정권 퇴진과 민주정부 수립’을 목표로 하여 ‘공안통치 분쇄와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를 구성해 투쟁에 나섰다.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서 쟁취한 직선제 개헌에 따라 출범한 정부를 부정하면서 민주정부 수립을 투쟁의 목표로 삼았다. 불과 4년 전에 민주화운동의 결실로서 들어선 정부(정치체제)가 부정되면서 타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미 6월 항쟁의 성과는 한계가 드러나고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 내지는 ‘개헌과 6공 체제의 청산’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던 셈이다. 그러나 5월 투쟁이 성과 없이 끝남으로써 패배감에…
어릴 적에는 스승의 날이면 학생들끼리 돈을 모아 케이크를 준비해서 파티를 했다. 반 회장을 주축으로 모여서 칠판에 풍선을 붙이고 분필로 편지를 썼다. 선생님에게 진짜 감사를 표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파티를 열어 합법적으로 수업을 빼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요즘은 김영란법이 생겨서 이런 식의 파티는 거의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파티를 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교사들은 오히려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작년 스승의 날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으니 정말 아무 일이 없었고 올해엔 학생 몇 명이 꽃과 편지를 가져왔다. 편지는 받고 꽃은 사진을 찍고 돌려보내면서 사진으로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학생이 아쉬워했지만 편지만으로 충분하다고 거듭 말했다. 교장선생님이 전체 교사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히 받았다. 스승의 날엔 교사들끼리 그간 고생이 많았다, 앞으로 힘내자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 스승의 날이라고 별 다를 건 없다. 평소처럼 수업을 하고, 아이들 하교를 시킨 다음에 업무 처리를 했다. 어제와 똑같이 지나갈 뻔 했는데 오전에 받은 편지를 펼치니 감회가 생겼다. 교실에 앉아 학생들이 주고…
5·18 민주화운동 41주기를 맞았다. 혼자만의 칠흑같던 어둠을 뚫고 나아간 숭고한 뜻과 희생들이 오늘의 한국 자유민주주의를 일궈냈다. 아직 그날의 진실과 치유를 향해 내딛어야 할 걸음이 남아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럴 역량이 축적돼 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가 41년전 우리의 아픔을 그대로 겪고 있다. 지난 2월1일 군 쿠데타가 발생해 100여일이 넘었지만 희생자가 속출하며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반(反) 군부 연대를 공식화하면서 대량학살 등 내전 양상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민주 활동을 펼쳐온 시인이 괴한에 의해 몸에 휘발유가 부어진 채로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엔 등 국제사회는 실효성있는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은 군부에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이 반대하며 서로 다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미얀마는 민주진영을 이끌어온 수지 국가고문이 그동안 친중노선을 견지해왔고, 소수 민족을 둘러싼 내전에서는 군부와 일정 수준 공조를 해오는 등 내부 역학구도가 복잡하다. 이런 미얀마의 내부 사정과 이를 바라보는…
올더스 헉슬리가 소설 《멋진 신세계》를 발표한 것이 1932년이었다. 90여 년이 지났지만, 이 소설이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학 문명의 발달이 과연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를 발표한 것은 1949년이었다. 70년이 더 지났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이 던진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공포와 증오, 잔인성 위에 문명을 세울 수는 없어요. 그런 문명은 유지되지 못해요.’ 이 소설들을 포함한 많은 소설이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사회를 다루었고, 더러 현실이 되었다. 한국의 소설가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을까. 최근 발간된 김강의 흥미로운 소설집 《소비노동조합》의 시대적 배경은 기본소득제가 시행된 지 이미 30년이 지난 2069년이다. 만 18세가 되는 순간부터 누구나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생계비에 해당하는 기본소득을 받는 황금광 시대다. 생존을 위한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문화와 여가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생계비다. 이런 황금광 시대에는 갈등이 종식되고 채무자들도 사라지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채업자다. 그것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이다.
성 프란체스코의 말에 따르면 완전한 기쁨은, 부당한 비난을 받고 거기에서 오는 육체적 고통을 견뎌내며, 그 비난과 고통을 가져다 준 자에게 적의를 품지 않는 데에 있다. 그런 완전한 기쁨은 사람들의 악도 자기 자신의 육체적 고통도 결코 파괴할 수 없는 진정한 신앙과 사랑의 의식 속에 있다.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어버이로부터 아무 상도 받지 못한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나팔을 불지 말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예수) 선행 때문에 비난을 받아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기뻐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숭고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사람들이 알아주거나 이해해주지 않더라도, 그것을 슬퍼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덕이 있는 사람의 특징이다. (중국 금언) 사람을 만날 때, 그들로부터 인정과 칭찬이 아니라, 자신을 단련하고 자신의 오만함을 없애기 위해, 오히려 매도와 굴욕과 억울한 모함을 기대하는 습관을 길러라./ 주요 출처 : 똘스또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정부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유엔식량농업기구)의 AMIS(Agricultural Market Information System,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3년간 평균 곡물자급률은 22.5%(사료용 포함)에 불과하고,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8%(농림축산식품부)로 매우 낮다. 현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식량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도 그 파고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이때 현재와 같이 코로나19로 곡물 수출을 중단하고 있는 러시아, 베트남 등과 같이 주요 농산물 수출국의 수출이 금지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국제간 농산물 유통은 더욱 불균형이 심화하고 국가 간의 유통보다는 자국 내 식량작물 확보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 식량의 무기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이 시점에서 ‘식량 자급’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식량작물이란 일반적으로 인간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섭취해야 하는 먹거리 생산하는 작
저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영어로는 May Day. 저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기념일은 아닙니다. '하루 8시간만 일하게 해달라'는 지금으로선 당연한 요구를 쟁취하려 했던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는 하루로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지위 향상을 위한 기념일입니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내릴 수 없다. 정치, 사회적으로 양분화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이렇게 당연한 질문에 대한 답도 정치, 사회적 분쟁으로 결말이 난다. 자본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스미스(Adam Smith)는 그의 저서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에서 “부의 원천은 노동이며, 부의 증진은 노동생산력의 개선으로 이루어진다.”고 역설했다. 즉, 이념과 체제가 다르다 할지라도 노동(Labor)은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며 부의 원천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소중한 노동을 제공하는 우리들은 노동자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하고 자랑스러워해야 될 일이며, 이러한 노동자의 노동을 기념하는 날은 노동절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작은 같았다. 다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