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은 나흘만 핀다. 피는데 하루, 지는데 하루, 활짝 핀 연꽃이 세상과 만나는 시간은 이틀뿐이다. 개중에는 하루만 피는 연꽃도 있다. 새벽처럼 꽃잎을 열어서, 아침이면 활짝 피었다가, 해가 기울기도 전에 꽃잎을 닫는다. 노랑어리연꽃이 그렇다. 그래서일까. 연꽃은 사는 곳을 가리지 않는다. 진창이든 흙탕이든 기꺼이 뿌리를 내린다. 뿌리 내린 연꽃은 혼탁함에 물들지 않고 주변을 정화한다. 어둠을 밀어내고 빛으로 피어나는 꽃 그것이 연꽃이다. 여기, 연꽃 같은 사람들이 있다. 별을 보며 하루를 열었다가 달을 등지고 하루를 닫는 사람들이 있다. 병원이든 대학이든 지하철이든 어디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당연히 피는 꽃이 있다. 백화점이든 지하상가든 공공기관이든 어디든, 사람이 꼬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이 있다. 먹고 마시고 쓰고 버려지는 아수라장에서 멸시와 천대를 쓸어 담아 세상을 정화하는 연꽃들이 있다. 우리는 그 연꽃을 ‘청소노동자’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참 우습다. 흙탕물에 핀 연꽃은 거룩하다고 하면서, 세상을 정화하는 연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흙탕물에 핀 연꽃은 차로 우려 마시면서, 수술실에서 나온 피와 고름을 치우는 사람들은 더럽다고 한다.
예수를 골고다 언덕에 끌고 가서 처형한 십자가는 예수에게만 적용된 특별한 방식이 아니었다. 기원전 71년, 로마에서 카푸아로 이어지는 아피아 가도(街道)에는 십자가들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장장 2백 킬로미터다. 그 길 위의 십자가 행렬은 죽은 자들에 대한 기념비가 아니라 노예반란의 처형 현장이었다. 그렇게 못박혀 죽은 이들은 무려 6천여명이었다. 기원전 73년부터 2년간 벌어진 내전에 가까운 노예 봉기는 “스파르타쿠스”라는 인물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로마에 살고 있는 인구의 3분의 1 가량이 노예였으니 이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로마 지배층으로서는 사생결단의 사태였다. - 아피아 가도의 비극 훗날 케이사르와 함께 제1차 3두 체제를 이루었던 크라수스 그리고 폼페이우스가 이 노예반란 진압에 마침내 성공한다. 이들이 집행한 십자가 처형은 반란자에 대한 응징방식이었고, 로마가 제국으로 팽창하면서 반기를 든 이들은 모두 그렇게 목숨을 빼앗겼다. 팔레스타인의 유대인들도 다를 바 없는 운명에 처한다. 기원전 63년 로마가 이 지역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도처에서 저항이 일어나지만 당대 최강의 제국 군대를 이길 도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저항이 멈추지는 않았다. 알렉산더…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를 향한 경기도체육회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는 도체육회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이원성 회장의 1인 시위가 경기도의회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체육진흥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도와 도의회를 규탄한 뒤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앞으로 조례의결 무효확인 소송 등 행정소송과 대토론회, 청와대 국민청원 등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항변했다. “체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하고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체육회장을 민선으로 선출했고, 지방체육회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정 법인화를 앞둔 시점에서 경기도의회가 일방적으로 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배치되는 매우 유감스러운 조치”라는 것이다.(본보 1일자 1면) 이 회장은 경기도체육진흥센터 설립은 체육인들의 열망으로 시작된 ‘민선체육’시대를 예산권과 행정권을 발동시켜 ‘관치체육’시대로 회귀시키려는 나쁜 의도라고 단정한 뒤 이를 단호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센터가 운영하려는 사업과 업무는 이미 도체육회가 오랜 역사를 거쳐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수행해야 할 사업과도 중복된다는 도체육회의 주장을 틀린 것
2021년 3월 29일자 경기신문에 김헌일 필자의 “경기도의회 정치 권력으로 체육계 장악하려는가”라는 기고문을 잘 읽어 보았다. 경기도 체육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좋은 상황이라고 본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글을 읽고 단순히 필자의 경기도 체육발전에 대한 제언으로 받아야 하는지 한동안 고민을 했다. 그런데 글 대부분이 너무나 도발적이다. 마치 경기도의회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체육회 사업을 몰수했다는 등, 경기도의회를 조직폭력배와 동급으로 “조직폭력배처럼”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심지어 SNS 발언을 막장으로 취급하고, 권력을 이용해서 갈취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드러난 사실을 보자. 실제 지난해 도체육회 관계자의 일반운영비 부정사용 진정을 접수한 도 체육과의 감사요구로 진행된 특정감사 결과, 규정에 없는 대외협력비(최근 5년간 4억2900여만원)를 편성해 흥청망청 쓴 것은 물론 출장신청도 없이 관외지역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등의 위법·부당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도체육회는 시·군 체육회 및 회원 종목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지도 않았음에도 이를 참석한 것처럼 지출서류를 작성해 324건 4000여만원의
2021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27조 4000억 원에 이르며, 정부와 민간을 합쳐 예산 규모 100조 원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국내외 핵심경쟁력은 R&D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를 기반으로 국가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산업이 발전해 왔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 842개의 공공기관의 ‘19년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규모는 전체 공공기관 구매액의 2.5%인 1조 2천 829억 원에 달하며 6년 연속 증가세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소비를 실천하겠다는 공공기관의 의지가 확산되고, 사회적기업(취약계층 고용비율이 30% 이상인 경우)이 공공기관과 5천만 원까지 수의계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구매실적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구매품목별로 보면, 물품은 8,240억 원(전년 대비 2,114억 증가), 용역은 4,589억 원(전년 대비 113억 증가)을 구매했으며, 물품에서는 산업용품을 1181억 원(30.6%), 용역에서는 청소·방역, 재활용 등 환경서비스를 1001억 원(33.0%)으로 가장 많이 구매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일본의 의도된 교과서 역사 왜곡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교과서에도 한국 관련 역사 오류와 왜곡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인 반크(VANK)는 2021년 발행된 미국의 AP(대학조기 이수 과정) 교과서 등에 실린 한국관련 내용을 분석했다. 그런데 유명 출판사 맥그로 힐에서 발행한 'AP 교재 2021년 판' 지도 335쪽에 고구려가 중국 한(漢) 왕조(BC206∼AD220)의 영토에 포함돼 있다. 또 이 교재는 신라가 당의 속국이었으며 668년에 당이 철수하면서 신라가 한국을 통일시켰다고 서술하고 있다. 다른 출판사 배런스의 AP 교재도 마찬가지다. 95쪽과 432쪽 지도에서도 고려 전체를 몽골 영토에 포함시키고 고려의 이름도 표기하지 않았다. 또 152쪽 지도에서는 중국 청(淸) 왕조를 소개하면서 조선(朝鮮) 전체를 청 왕조의 영토로 색칠했다. AP 과목은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명문대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우리 역사가 미국 교과서에도 이렇게 잘못 기술돼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일본이 내년부터 사용할 고교 교과서에 독도영유권 주장을 대폭 확대 강화하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다. 학생들이 배울…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중,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가 평생 친구이며, 사회에 나가면 그렇게 진솔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다고. 훈화는 늘 친구를 소중히 여기라는 말로 끝났다. 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흐르고 보니 그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하다. 동창들과 연락하고 지내지만 학교 다닐 때만큼 가깝게 지내지는 않는다. 사는 곳과 관심사가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내가 절친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스무 살이 넘어 만났다. 대학 동기들과 동아리 후배들. 학교 발령 동기인 친구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면서 가까이 사는 몇 명과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난다. 지금껏 서로 다투거나 마음 상한 적이 없기에 시간이 지나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의 존재가 소중하다. 아이들에게 친구가 차지하는 무게감은 어른이 느끼는 것보다 몇 배는 크다. 6학년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코 친구다.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인정받기보다 또래 집단이 추켜세워 주는 걸 원한다. 반 친구들의 이목을 끌고 싶은 마음에 돌발 행동을 하거나, 이성 친구를 의식하며 신경을 쏟는다. 성격이 조용한 아이들도 자신이 무리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무
풍란은 필시 어느 무사의 칼집에서 도망친 것이 분명하다 챙챙 칼 싸움 중에 파란 불꽃 같은 씨앗 한 알 바위틈에 슬쩍 떨어트린 것이 분명하다 지친 칼의 후생이 틀림없다 전생에서 무수히 베었던 그런 목숨들 말고 무심한 바위를 쩍 베려는 것이 분명하다 보시라 이미 반쯤 갈라놓은 바위의 틈에 뿌리를 내리고 푸른 하늘을 칼집으로 쓰고 있지 않은가 필생의 일합一合 끝에 흰꽃을 피우고 있지않은가 ▶약력 ▶[심상](1995)등단. ▶시집『지상의 붕새』『끼, 라는 날개』『지상의 붕새』외. ▶2015-7년 세종우수도서 3회 선정, ▶한국 예술상 수상, 충남시인협회상 수상. ▶현 사) 한국시인협회 이사 ▶도서출판『시와표현〉대표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호모사피언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 두 가지를 꼽자면 음식과 섹스로 귀결된다.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기계에 머물며 추구하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다. 생물학자 윌슨(E. O. Wilson)은 “인간의 정신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장치이며, 이성은 그 장치의 다양한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라고 했다. 종의 기원과 이기적 유전자를 경유하여 최근의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살펴본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 욕망과 합리적 이성으로 축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분석은 짝을 잃은 듯 허전하다. '펜트하우스 시즌 2'는 막장 드라마로서 시청률 3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케이 광자매'도 막장에 가까운 내용의 미스터리 살인 사건과 멜로와 코믹이 혼합된 드라마로서 평균시청률 1위를 질주중이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이기적 욕망을 자극하는 드라마를 선호한다. 유튜브 역시 이기적 욕망과 감성을 자극하는 유튜브의 선호도가 높다. 진중권의 아무 말 대잔치에 환호하는 것도 유사하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를 결정하는 것도 이성이 아닌 감성이다. 상품에 대한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