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언론’이라는 신화가 있다. 정치권력 비판이라는 언론의 본분에 충실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주로 조선일보가 이런 주장을 해왔는데, 요즘에는 진보언론의 젊은 기자들까지 물이 들은 것 같다. 언론학자들도 언론의 자유를 절대적 권리로 신봉하는 편협함으로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비판언론이라는 신화는 허구다. 저널리즘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최근까지 저널리즘은 신문이 주도해왔다. 포털과 종편에서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주류신문의 정체성은 비판언론이 아니라 정파신문이다. 지독한 정파성을 은폐하기 위해 비판언론이라는 신화를 앞세워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본분은 맹목적인 비판이 아니라 시시비비의 정신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서양에서 근대의 언론은 봉건체제의 말기에 상업적 목적으로 대두되었다. 토지가 재산이요 권력이던 봉건사회에서 화폐가 재산이요 권력인 사회로 이행한 후 화폐는 자본이 되었다. 자본의 세력이 극대화되었을 때 혁명이 수반되었고, 신문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신문의 비판 대상은 봉건지배세력이었다. 신문은 자산가들에게 비판의 무기였다. 자본주의 사회가 정착되어가면서 신문은 상품이 되었다. 그리고 상업주의 저널리즘으로서의 성격을 형성해왔
수상한 이메일이 날아왔다. 수신인은 ‘소혹성 B612에 사는 어린왕자’였고, 발신인은 ‘지구별을 여행하는 늙은 왕’이었다. 어떻게 이 수상한 메일이 ‘소혹성 B612에 사는 어린왕자’에게 가지 않고, 내 메일함으로 날아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스팸메일로 신고를 하였지만, 어느 곳에서도 사건접수를 해주지 않아 신문을 통해 수상한 이메일의 원문을 공개한다. - 지구별 여행 108일째.(흐림, 미세먼지 때문이라는데 그게 뭔지 모름) 어린왕자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려줬다는 인간(비행기 조종사)은 오늘도 찾지 못했다. 네가 그려준 얼굴 그림이 있지만, 마스크란 것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살아서 인간의 얼굴은 구별하기가 힘들구나. 도움이 될까 싶어 텔레비전이라는 것을 보다가 지구별에 사는 무서운 동물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름을 대자면, 호랑이, 사자, 곰, 악어, 뱀, 상어 같은 것들이다. 그 동물들이 사는 곳에서 해마다 몇 명의 인간이 목숨을 잃는지 숫자를 알려주며, 그 지역을 여행할 때는 각별히 주의하라는 말도 하더구나. 어린왕자야. 혹시 너에게 그림을 그려준 인간도 동물들에게 잡아먹히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돼서 서둘러 찾아 나섰단다. 못된 동물들을 벌주기…
현대과학의 가장 큰 해악은, 어차피 ‘모든 것’을 연구하지는 못하고 종교의 도움 없이는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올바르지 않은 생활을 보내고 있는 과학자가, 자신에게 ‘좋고 필요한 것’만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공허한 지식욕의 만족이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에게 유리한 현재의 체제이다.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예지는 아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예지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것이 가장 필요한 지식이고 어떠한 것이 덜 중요한 지식임을 아는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은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가, 즉 어떻게 해야 악을 적게 행하고 선을 많이 행하며 살 수 있는가에 관한 지식이다. 현대인들은 필요 없는 온갖 학문은 연구하면서, 정작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무엇이 가장 큰 불손일까? 우리 인간이 모르는 것은 신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깔뱅) 지식이 적은 사람은 말이 많다.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대개 침묵하고 있다. 그것은 흔히 지식이 적은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여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쓰나미가 여의도로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3백명 전원에 대한 땅 투기 전수 조사를 주장하고 나섰고 정의당은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선출직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당의 ‘물타기’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LH직원 땅 투기 의혹으로 여권은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문제는 오래된 적폐일 수도 있지만 5년차 정부·여당으로서는 외통수에 걸린 셈이다. 당장 4월 서울·부산 시장 선거는 물론 내년 3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투기 의혹의 물결은 국토부 등 공직사회를 넘어 국회로 넘실거리고 있다. 여당 의원들과 관련된 의혹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시민단체 기자회견에 이후 1주일여만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골든타임도 놓쳤다. 차명 거래 등 난이도 높은 수사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당으로서는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일각의 분석이나 기대처럼 이대로 내버려두기만 해도 야당이 서울·부산시장, 나아가 차기 정권까지 다시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야당의 이같은 반전 흐름이 국민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13년부터
택시 안에서 오랜만에 가곡 ‘비목’을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처연한 가락, 시 같은 노랫말에 끌려 즐겼던(?) 노래인데 지어진 사연을 알고 쉽게 부를 수 없는 노래가 됐다. 1960년대, DMZ 주변을 수색하던 육군 소위가 무덤 하나를 발견한다. 돌무덤 앞, 나뭇가지로 세운 비(碑) 위에 녹슨 철모가 걸려있었다. 6.25 전쟁의 포화 속에 스러진 한 청춘이 첩첩산골 잡초 속, 이름도 없이 비목으로 남은 것을 보고 가슴 아팠던 소위. 훗날 방송국 음악 PD로 재직 중 그때의 심정을 떠올려 노랫말을 만든다. 비목 작사가 한명희(82) 전 국립국악원장 이야기다. 전쟁과 무명용사 애사(哀史)가 우리나라에만 있었겠는가. 비목을 떠올리게 하는 월드뮤직이 몇 곡 있는데 ‘백학’(Cranes)이 대표적이다.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하는 육성 섞인 전주를 들으면 중년 이상 세대 상당수 사람들은 이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백학을 주제곡으로 썼던 이십여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를 떠올릴 것이다. 70년대, 80년대를 소환해 5.18광주, 삼청교육대, YH사건 등 엄혹했던 시대를 다룬 드라마의 장중함과 비극성을 살리는데 배경음악이 한몫 했다. 그런데 노래 부른 이오시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1980년 5월, 광주는 뜨거웠다. 군부쿠테타로 정권을 찬탈한 반민주 세력에 대항하여 광주는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시민들의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민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군부는 결국 자국민을 향한 무차별 발포를 진행했고, 이는 우리나라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의 역사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상처가 곪고 터져 나가도록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외침을 아직도 우리는 정치적 논쟁거리로 만들며 그들의 상처를 보다듬어 주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는 나왔으나 가해자는 나오지 않은 부끄러운 현실...법정기념일까지 지정되어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두 개의 정치적 시선...얼마의 시간이 더 흘러야 우리는 광주에 뿌려진 뜨거운 피를 닦아줄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라 말 하지마라. 멀지 않은 이웃의 나라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으니 바로 ‘미얀마 군부쿠
지난 40여 년간 일본의 최고액권 지폐인 일만엔권의 초상 인물은 후쿠자와 유키치였다. 일본의 봉건질서를 타파하고 서양문명의 도입을 선도한 후쿠자와 유키치를 일본인들은 지금도 근대화의 아버지로 숭앙한다. ‘하늘은 사람 위의 사람을 만들지 않았고, 사람 아래의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 그의 저술 '학문의 권장'의 첫 문장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1870년대에 발표한 이 책이 22만 부가 팔렸다고 주장했다. 인쇄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 '학문의 권장'이 실제 그만큼 팔렸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일본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할복자살도 마다하지 않는 사무라이 문화를 향해 통렬한 비판의 포문을 연 것도 그였다. 정부가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는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책임이므로 국민이 고마워하며 복종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일격을 가한 것도 그였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조선을 평하자면 문자를 아는 야만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선의 개혁 방법을 논하면서 일본의 선례를 표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무력을 보여주며 그들의 개화와 진보를 독촉했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다음에는 채찍을
어떤 사람이 죽어서 그 영혼이 하늘나라에 이르자, 그 앞에 온몸이 고름투성이에 추악하고 더럽고 소름이 끼치는 여자가 나타났다. “너는 도대체 누군데 내 앞에 나타나 내 길을 막느냐?” “나는 너의 행실이다.” (페르시아 속담) 중요한 것은 선한 행실에 대한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탈무드) 착한 일을 하고, 자비롭고, 온화하고 겸손하며, 좋은 말을 하고, 선한 일을 생각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항상 배우며, 항상 진실을 말하고, 분노를 억제하고, 만족을 알고 인내심이 강하며, 친절하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와 스승을 존경하는 사람, 이들은 모두 선인의 벗이요 악인들의 적이다. 거짓을 말하고, 훔치고, 음란하고, 속이고 욕하고, 악한 일을 생각하고, 오만하고 게으르며, 이웃을 중상하고, 인색하고 무례하며, 파렴치하고, 화를 잘 내고, 남의 것을 가로채며, 복수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고, 질투심이 강하며, 미신에 빠지는 사람, 이들은 모두 악인의 벗이요, 선인들의 적이다. (페르시아의 교리문답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말라. 왜냐하면 죽음은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 마쳤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다. 네가 이 세상
정말 세계경제는 풍전등화인가보다. 경제대국 독일마저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니 말이다. 그간 독일은 기본소득을 간만 보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기본소득 실험국으로 급회전했다. 왜 이런 반전이 있었을까. 독일 역시 기존의 만성적 복지제도로는 지금의 코로나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사실, 독일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이미 특단의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 2003년 ‘하르쯔(Hartz)법’을 제정해 실업자 감소와 고용촉진을 도모하고, 2005년 ‘하르쯔4법’으로 장기실업자용 수당을 삭감하고, 노동봉사나 직업훈련 등 일자리 나누기를 했다. 그러나 이 조치로는 고질적 실업문제를 풀 수 없었다. 결국 기본소득제 카드가 나오기 시작했다. 데엠(Drogerie-Markt)의 창업자 괴츠 베르너(Götz Werner)는 2004년 생활 매거진을 통해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이슈화했고, 2006년에는 구체적인 기본소득안을 발표해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베르너로 인해 독일 기본소득 논쟁은 불붙기 시작했고 연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핀란드나 프랑스처럼 정부가 나서서 기본소득을 실험할 정도까지 뜨거워지진 않았다. 그러던 독일 정부가 지난 해 8월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