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인력시장 풍경을 그려본다. 팔 거라고는 몸뚱어리밖에 없는 사람들이 옹송그린 채 모여앉아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이들에게 새벽바람은 언제나 살을 에기 마련. 얼른 팔려가기를 고대하며 두리번거리는데, 봉고차 한 대가 다가온다. 시간은 이른 아침 6시, 일당 10만 원 약속받고 한 무리의 일꾼들이 뽑혀간다. 남겨진 사람들의 부러움이 산처럼 쌓일 즈음, 9시가 되니 봉고차가 다시 와 두 번째 일꾼들을 태워간다. 낙오된 이들의 입에서 나직이 새어 나오는 한숨. 오늘도 공치게 생겼다. 한데 희한하게도 그 봉고차가 12시에 또 오고 오후 3시에도 오더니 사람들을 데려가는 게 아닌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5시에 와서는 그때까지도 뽑혀가지 못한 채 빌빌거리고 있던 ‘나머지’를 싹 쓸어간다. 드디어 저녁 6시, 일당을 계산할 시간이다. 사장이 관리인을 불러 이른다. ‘맨 나중에 온 사람들부터’ 챙겨주라고. 오후 5시에 온 사람들이 앞으로 불려 나간다. 쥐꼬리만큼 받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 10만 원이다. 오, 대박! 그들보다 먼저 와서 일한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 시간 일하고 10만 원이면, 세 시간 일한 사람은 30만 원? 오전 6시에 와서 온종일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을 추진하고, 국민의힘이 ‘전 국민 독감 예방주사 무료접종’을 주장으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두 정책 모두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여야 정치권 모두 목적실현 가능성은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무분별한 정치논쟁만 벌여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깊숙이 연구하고 전문가들의 분석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여야 드잡이질에만 정신이 팔린 정치권 구태에 한숨이 절로 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4차 추경안에는 통신사가 요금을 우선 감면하면 정부가 사후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만 13세 이상의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1인당 1회에 한해 통신요금 2만원을 주는 방안에 세금 9389억 800만 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예결위 의원실에 제출한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는 “정부재정이 통신사에 귀속된다”며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의 방식을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고객들이 기존에 미납·연체한 금액은 통신사의 손실로 연결되지만, 정부가 전 국민에게 2만원씩 통신비를 지원하면 통신사가 받지 못할 돈을 일괄적으로 보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우리 국민을 상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항체 조사 결과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통한 코로나19 극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발표됐다. 정부가 거리단계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낮춘 시점에 나온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새로운 위험을 시사한다. 일정 기간 온 사회가 이동을 모두 멈추는 강력한 ‘셧다운 방역’을 실시해야 한다는 일부 방역전문가들의 주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상한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4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2차 항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1천440명 중 단 1명만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국 13개 시·도에서 국민건강영양조사 2차분 잔여 혈청에 대한 항체 및 중화항체검사 결과다. 결과적으로 항체보유율이 0.07%밖에 나타나지 않아 일단 집단면역을 통한 코로나19 극복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는 얘기다. 백신이 없던 시절에 인류는 홍역·장티푸스, 흑사병, 천연두, 스페인 독감 등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바이러스 감염병을 집단면역으로 이기고 살아남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말하는 건 자유다. 요즘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들이 막말을 쏟아내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막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9개월째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모두가 힘들 때가 아닌가. 위로하고 배려하는 말로도 부족할 텐 데 그렇다. 타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가리지 않고 내뱉는 막말은 모든 이에게 공해다. 막말을 하는 이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배려가 오가는 사회는 따뜻하다. 배려는 상황을 이해하고 타인을 생각하고 나 자신까지 살피고 나서야 적재적소에 맞게 주고받을 수 있다. 한 번 뱉은 막말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에 돌고 돈다. 일찍이 다산도 “한마디 말로 하늘과 땅의 화평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한 가지 일로 평생의 복을 끊어버리는 수가 있으니, 모름지기 절실하게 점검하라”고 경계했다. 막말은 듣는 쪽보다 하는 쪽의 품위가 떨어진다. 막말은 다른 막말로 맞대응하는 것도 옳지 않다. 어떤 명분으로든 사용되어선 안 되는 게 막말이다. 막말을 못 들을 척, 남의 일이라고 상관하지 않는 것도 공범이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대 매력을 하아~ 잊을 수가 어~없네’. 나도 모르게 따라 불렀던 이 곡은 김성희라는 가수가 부른 ‘매력’이라는 노래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1982년에 발표했으니 39년이나 지난 노래다. 매력(魅力)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수많은 매력 덩어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람, 종교, 자연, 일반 사물에까지 그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매력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음모론’이다. 음모론은 일견 그럴듯한 서사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 혹세무민하기에 좋은 콘텍스트(context)는 여기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반복되고 재생산 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의 경제와 사회, 정치를 통제하고 있다는 ‘일루미나티’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음모론은 빌 게이츠가 코로나19를 살포하였다는 주장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황당해 보이지만, 인간의 뇌가 가진 ‘확증 편향성’은 이와 관련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면서 자기만의 생각을 더 공고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도 이와 같은 음모론이 매력(?)을 뽐내고
“올해 안에 백신이 나오더라도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내년 말이나 돼야 가능하다.” 미국의 전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이 최근 언론사(MSN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백신이 연말을 전후해서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파우치 소장이 이처럼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신이 올해안에 나온다고 해도 세계 인구(약78억명)의 상당수가 백신을 접종해야 전염을 막고 보호받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1957년 10월4일 구소련은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면서 우주전쟁에 불을 댕겼다. 지금 세계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백신전쟁에 뛰어들었다. 전 인류의 문제지만 각 나라들은 WHO(세계보건기구) 등을 통한 국제공조를 외면한 채 우주전쟁을 하듯 각자도생의 길을 택하고 있다. 이른바 ‘백신 민족주의’다. 미국의 경우는 이미 모더나, 화이자 등 제약회사에 자금 지원을 하고 앞으로 나올 백신을 입도선매하려 하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 기반의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가 “백신이 개발되면 가장 먼저…
이스타항공이 결국 전체 임직원의 절반인 605명을 대량 해고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에 대한 논란이 확산일로에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낙연 대표까지 나서서 이 의원의 처신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 창업을 바탕으로 정치인으로 성공한 이상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의원과 민주당이 앞장서서 해법을 찾아내는 게 마땅하다. 이스타 항공의 최대 주주(39.6%)인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 딸과 아들이 지분 100%를 소유해 편법승계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상직 의원 일가는 경영 부진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밀고 경영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며칠 전 이스타 항공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스타항공 사태와 관련해 “정부·여당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의원을 만나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서 했다”며 “그런데 아무런 진전이 없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
1950년 9월 15일 06시30분에 실시한 인천상륙작전 계획과 결과 및 의미를 상기해본다. 이 해 6·25일 북한군의 남친 이후 낙동강 전선에서 위기를 넘긴 유엔군은 적을 일거에 포위 격멸할 목표하에 인천상륙작전을 진행하면서 대반격작전을 전개함으로써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상륙작전계획은 1950년 7월 초 맥아더 장군이 그의 참모장 알몬드에게 “서울의 적 병참선 중심부를 타격하기 위한 상륙작전 계획을 고려하고 상륙지점을 연구하라”는 지시와 더불어 시작됐다. 맥아더 장군의 구상은 북한군의 전진이 계속되어 병참선이 신장될 것을 예견하고 아군을 적의 후방 깊숙이 침공시켜 병참선을 차단하고 낙동강 방어선에서 반격부대와 연결작전을 전개하여 적을 일격에 섬멸한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맥아더의 작전참모부장 라이트 준장이 이끄는 합동 전략기획단에 의해 연구되었으며 ‘크로마이트’라는 작전 명칭 아래 인천이 상륙지로 결정됐다. 미 합참은 상륙계획 자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였으나, 상륙지역을 인천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완강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주로 미 육군참모총장 콜린스 대장, 해군참모총장 셔먼 대장, 그리고 미 해병대의 대표는 초기단계에서부터 반대
같아서 좋은 것이 있고 비슷해서 싫은 것이 있다. 같은 옷을 입은 친구를 만나면 유니폼 같아서 기분이 좋은 경우가 있고 교복 같아서 싫은 상황도 있다. 모처럼 옷 한 벌 마련했는데 백화점 현관에서 같거나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덜컥 화가 날 수 있다. 왜 저 사람이 거기에서 나와! 옷가게에서 방금 구매한 디자인, 색상, 분위기가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난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갑자기 새 옷이 싫어지고 “택도 떼지 않고” 면허증처럼 장롱에 들어가 긴 세월을 기다리거나 새로운 입양자를 만나야하는 처지가 된다. 옷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멋을 창출하기는 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만큼의 가치나 멋스러움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부부 단체여행을 가보면 옷의 중요성이 커진다. 첫날에는 평범하고 검소한 옷차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과감해지고 공격적인 옷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여행일정 후반부에 가면 부인들은 마치 인생의 마지막 여행인 양 화려한 옷으로 경합을 벌인다. 같은 옷을 연이어 입는 것은 단체여행에서 금해야 하는 에티켓인가 싶다. 여행 가방은 빵빵하고 아침 출발시간은 지연된다. 아침까지 입고나갈 옷을 결정하는 고심
“제가 청와대 밖에서 고위 정무직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질본 상황을 감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차관급)에게 임명장을 건네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사무실이 있는 충북 오송을 찾았다. 코로나 영웅으로 불릴 정도로 방역에 모든 것을 바쳐온 정은경 청장이지만 문 대통령의 청와대 밖 임명장 수여는, 더구나 차관급 인사로는 파격적인 행차였다.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그런데 뜻은 좀 다르지만 필자에게는 삼고초려(三顧草廬)가 머리를 스쳤다. 유비가 제갈량의 초옥을 세차례나 찾아가듯 지도자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인물의 경우 겸손하게 정성을 다해 중용한다는 뜻이다. 비록 이미 내정하고 임명장을 주는 자리지만 문 대통령으로서는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피임명자인 집무실을 찾지 않았을까. 아니 정은경 청장이나 질병관리청에 자리잡고 있는 코로나 민심을 향한 삼고초려였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중 3년4개월을 넘어 1년 반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갈 길 바쁜 정부지만 안타깝게도 임기 중반 천재지변의 코로나를 만났다. 경제나 일상이 멈춰선지 오래다. 국민의 피로감이 겹겹이 쌓여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