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자연 체험을 하러 반 아이들과 양주에 있는 노고산에 다녀왔다. 체험학습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 처음 예약을 진행하던 시점엔 이미 비어있는 날짜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덕분에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날짜 2개 중에 하나를 골랐다.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아쉬웠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1학기 시작 전에 예약하리라 다짐했다. 상황이 반전된 건 학교에서 체험학습용 버스로 타고 다니던 전세 버스가 불법이 되면서부터다. 아이들이 타는 체험학습 버스 겉면에 노란색 랩핑이 되어 있어야 하고 안에는 어린이용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법이라고 했다. 전세버스를 타고 다니다 경찰이 단속하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면 졸지에 불법을 저지르게 되었다. 관련 기사가 뜨자마자 교사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교사가 불법을 저지를 수 없으니 체험학습을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당연하게도 많은 학교가 체험학습을 취소했다.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싶은 교사는 없을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에 체험학습 취소를 전달하면서 관련 문의는 경찰서로 하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역풍이 심해지자 단속을 내년으로 유예하겠다
BC 4세기,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는 디오니시오스 2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독재자였던 그는 절대 권력으로 휘하에는 꼼짝 못 하는 부하들과 호화스러운 궁전에는 값진 물건으로 가득했다.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는 이런 왕의 권력과 부가 늘 부러워했다. 어느 날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부탁했다. 왕처럼 하루만이라도 호사를 누려봤으면 좋겠다고. 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모클레스는 드디어 하루 동안 왕 노릇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를 경배하는 부하들과 향기로운 술, 아름다운 여인, 흥겨운 음악. 모든 것이 완벽했다. 푹신한 방석에 앉아 오늘만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우연히 천장을 바라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날카로운 칼이 단 한 가닥의 말총에 매달려서 그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미동 하나에도 검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달콤했던 술도, 음식도 더는 맛을 잃었고, 음악도 즐겁지 않았고 오로지 공포와 불안감만이 엄습했다. 넋 나간 표정의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오스 왕은 말했다. "그 칼에 뭘 그리 놀라나. 나는 매 순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나라를 이끌며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데
총선이 임박한 모양이다. 선정성 공약이 널을 뛰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서울만큼 비대한 나라도 없다. 그런데 또 서울을 키운단다. 서쪽으로 쭉 빠진 김포를 서울로 밀어 넣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인가? 국힘당은 ‘김포 서울 편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조경태의원을 임명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조의원이 토목공학박사 출신으로 도시 설계 등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분”이라며 “김포의 서울 편입 건의를 적극 검토함에 따라 선수도 비중 있게 높였다”라고 논평했다. 한 나라의 국토를 개편하는 데 급이 높은 ‘선수’ 운운하는 게 온당한가. 급 높은 선수를 등장시키면 급 낮은 담론이 금방 고질화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정치를 희화화해도 유분수다. 지금 세간에는 김포-서울 편입을 두고 특정 정당 편을 드는 논객들이 나와 도쿄와 파리를 팔고 있다. 이 도시들은 인근 도시를 편입해 비대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새해 벽두 프랑스는 그랑 파리(Grand Paris) 메트로폴을 구성했다. 이 권역에는 파리와 인근 도시 센-생-드니, 오-드-센, 발-드-마른 주와 아르장퇴유
본지는 지난 6월 16일자 사설에서 민주당 혁신위원회에데 대해 비판과 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가 출마해서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것이 드러나고, 김남국의원 코인사건이 불거지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던 민주당 혁신위에 대해 본지는 ‘무엇을 혁신하고, 어디까지 수술할 것인지’ 뚜렷한 방향성이 부재한 것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또한 혁신 성공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음을 깨닫고 특권과 기득권에 갇힌 민주당에서 국민의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끝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혁신안은 내놓지 못했고, 위원장의 잇단 설화 등이 불거지면서 혁신위원원는 서둘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23일 국민의힘은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강서구청장 보권선거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혁신위원회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자칫 실패한 민주당 혁신위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는 비판적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혁신위는 위원의 구성과 활동 범위, 안건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인공관절 치환술 - 슬관절(무릎관절)’ 시행 건수는 매년 11월~1월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2022년 무릎인공관절 수술 건수를 살펴보면, 12월에12,937회를 기록하며 시행건수가 가장 적었던 9월 7,690회에 비해 68%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무릎 통증이 악화됐다며 외래를 찾은 환자들이 많아진다. 기온이 떨어지면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 및 혈관 등이 수축하고 무릎 관절 주변을 압박해 퇴행성관절염 증상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또, 추위를 피하고자 옷을 두껍게 입다 보니 동작이 둔해지고, 빙판길 미끄러짐 등으로 인해 무릎연골판 또는 인대에 외상을 입는경우가 많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지기도 해 겨울철 무릎 건강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특히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자연치유되기 힘들고 손상 범위가 커지며 상태도 점차 악화한다. 하지만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해서 모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단계별 치료법이 세분돼 있어 약물치료, 체외충격파 등의 보존적 치료부터 관절내시경 수술, 절골술, 인공관절 치환술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따라
낙엽이 질 때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싶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매일 하던 운동들 접은 뒤 산길을 걸었다. 어느 덧 바람은 겨울바람 되어 피부를 자극했다. 세상이 좋아져 옛날 같이 쌀과 연탄걱정이야 덜었다고 하지만, 추위가 닥치면 습관처럼 자본주의에 허기진 서민층과 홀로 사는 사람, 고아원과 양로원 사람들 걱정이 앞선다. 젊은 시절, 태 자리를 뒤로하고 개척정신으로 이곳저곳 헤매며 죽지 않을 만큼 고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피멍이 든 것은 젊은 영혼의 자존심이었다. 그때 만난 책이 『인생의 선용(善用)』이다. 이 책에서 읽은 한 문장 「행실이 사람을 성공시킨다.」는 것. 이것이 내 가슴 근육을 굳건하게 해 주었다. 홀로 살아가며 어찌 서러움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내가 당하고 겪은 만큼 정신의 면역력이 생기고, 내적으로 강인한 실천력과 지혜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살고 있는 고장에서 아이들 낳아 교육시키며, 평생 우러를 스승을 만나 인문학적으로 보람 있는 삶을 일궈왔다. 덕분에 평생교육원이나 인재육성개발원에서 강의할 때는 ‘인생의 삼대(三大) 만남’을 유머 있게 말하면서 생각의 눈을 달리하도록 한다. 만남의 첫 번째는 부모와의…
‘미래를 마중하는 당신의 배려’ 지하철 어떤 좌석의 글, 시(詩) 구절 같은 비유다. 멋진가? 말과 글(다루는 일)이 직업인 사람도 갸우뚱하는 말이라면 보편성은, ‘꽝’일 터. 주위의 몇 사람에게 물었다. 미래를 마중한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아기 밴 여성을 위한 자리이니 앉지 마시오.’라야 했다. 공공(公共)의 언어에서 가장 보기 싫은, 저질스런 대목이 바로 저런 있는 체, 유식한 체다. 당신의 높은 교양과 일반의 수준을 착각하지 말 것. 말글은 뜻을 전하려고 있다. 혼자 ‘잘 썼다’며 자위하려는 따위의 글은 우리의 세금 낭비다. 실례되는 짐작이지만 십중팔구, 그 이상은 베낀 글이다. 표절 절도이니 정직성도 ‘꽝’일러라. ‘인문학’이란 단어 자주 본다. ‘인문학의 홍수’인가. 허나 인문학의 첫 계단인 문자(文字)와 문장(文章)을 밝고 확실하게 사용하는 대목은 ‘글쎄요’다. 옆에는 임신한 여성을 나타낸 듯한 추상적인 도안(디자인)이 그려져 있다. 제목은 ‘임신부 배려석’이다. 그런데 열(10)에 넷(4) 이상은 ‘임산부 배려석’이다. 물었다. 임신부와 임산부는 같은가요? 글쎄요, 같겠지요, 몰라요, 오마 참 이상하다. 효과 얻으려면 임신부도 ‘아기 밴…
31일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정치권은 물론 수도권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사실 ‘김포 서울 편입론’은 이날 처음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동안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남북 분도(分道)’를 주장해 왔다. 지난 5월부터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법을 총선 전에 통과시켜야 한다며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등 공론화에 나섰다. 이에 김포시는 서울 편입을 주장했다. 경기북도에 편입할 바엔 서울시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추석 무렵 김포시내엔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시을 당협위원장 이름의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병수 김포시장의 생각도 이와 같았다. 이와 관련해 김포시는 경기도가 김포의 북도편입을 추진한다면 차라리 서울시가 낫다는 뜻이라며 당장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를 발표함으로써 공론화됐다. 어쨌거나 김포 서울 편입 움직임은 경기남·북도 분리를 추진 중인 경기도로선 매우 껄끄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김포 뿐 만 아니라 하남, 구리, 고양, 광명, 과천, 부천,
1990년대 초 탈냉전 이후 미국 일극의 시대가 되자 미국은 세계화를 추진하였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자유무역을 전 세계로 확장함으로써 세계를 단일 시장으로 통합하고 미국이 그 중심에 서고자 하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자 세계화에 역행하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9.11 사태, 세계 금융위기, 중국의 부상,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전쟁 등. 왜 세상은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가? 21세기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시대라고 한다. 그는 플라톤 이후 2천 년 서양철학을 본질주의에 입각한 “동일성 철학”이라고 비판하고, 본질 뒤에 감춰진 현실 세계의 참모습을 긍정하는 “차이의 철학”을 주장하였다. 동일성 철학은 뿌리를 중심으로 줄기, 가지, 잎으로 분화하는 “수목형” 사유를 기반으로 한다. 수목형 사유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 수직적 위계적 질서를 부여한다. 그 중심은 뿌리, 즉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보편적 진리인 본질, 실체, 이념 등이다, 줄기, 가지, 잎 등 차이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차이의 철학은 뿌리, 즉 중심이 없이 수평으로 접속, 연결하는 “리좀형” 사유를 토대로 한다. 리좀이란 감자처럼 줄기가 땅속에서 뻗어나가는 땅속줄기 식물을 말
살다 보면 이러 저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또는 빌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 형제 간에도 그럴 수 있고, 친구나 사업상 관계로 금전 거래를 하기도 한다. 이자를 받기도 하고 사정상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금전거래도 엄연한 경제적 거래이고 이 과정에서 이자라는 소득이 발생하므로 세금 이슈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은 금전 거래와 관련된 세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금전 거래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여러 종류의 세금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여기서는 개인간의 거래에 국한하여 소득세와 증여세 부분만 살펴보겠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대외적으로 대금업을 표방하지 아니한(사업으로 금전대여업을 영위하지 않는) 거주자가 금전대여로 얻은 이익을 ‘비영업대금이익’이라고 하며, 빌려간 사람으로부터 원본을 초과하여 지급받는 금액을 이자소득으로 정의한다. 회수한 금액은 이자 · 원금의 순서로 회수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소득의 귀속 시기와 관련하여서는 약정서상의 지급일로 하고 있고, 약정이 없거나 그 이전에 지급하는 경우 수입시기는 실제 지급일로 한다. 이러한 비영업대금이익은 2천만원까지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은행 등으로부터 지급받는 금융소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