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평론가겸 역사가인 토마스 칼라일은 “목적이 없는 사람은 키 없는 배와 같고 한낱 떠돌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목적은 일종의 나침반이고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목적없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목적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목적이 흐려지거나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런 경우를 ‘목적 없는 산만함’이라 한다. 고민은 많이 하지만 답은 보이지 않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상실한 우리 시대의 역설과 잇닿아 있다.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당장은 늦더라도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이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링컨은 나무를 베기 위해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날을 가는데 45분을 사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천천히 서두르라’는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라는 말로 이해된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빨리 나무를 베지 뭐하는 거냐며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통제된 포기를 통해 원하는 목표점에 먼저 도달할 수 있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시작된 강남발 부동산 급등은 수도권을 강타하며 정권 존립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정책적 대응을 했으나, 백약이 무효였고 국민들의 정책신뢰는 바닥을 쳤다. 정부 정책에 거꾸로 가면 부동산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궤변이 통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금 부동산 시세는 최고점”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동산 문제는 진보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되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후반 정권의 지지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부동산 관련 여론형성에 있어 언론보도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부동산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민생활의 기본요소인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 동시에 투자의 대상이기도 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급등 아파트 시세 따라잡기식’ 보도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기여하기 보다는 혼란과 갈등만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언론계 내부 경제전문가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부동산으로 자산소득이 늘어난 극소수 상위계층(전체 인구의 0.4%)에 대한 정부의 증세 정책을 또다시 ‘세금폭탄론’으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토지공개념이라는 정책 철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주
초등학교때 교장선생님은 두 분으로 기억한다. 두 번째 교장선생님은 6학년 때 지병으로 별세하셨다. 미술시간에 교장선생님 영정사진을 그린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합격을 축하하는 5원짜리 엽서를 보내주신 담임 황인각 선생님은 당시 나이가 25세였는데, 학생들에게 은사님을 추억하는 기회를 주었다. 교사, 교수를 거쳐 교육청 기자로 활동하고 회갑을 넘긴 나이에 경기도청 기자로 뛰고 있는 영원한 현역인 친구는 초·중·고 담임·교감·교장선생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외우는 기억력 천재다. 친구처럼 선생님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여 늘 송구하다. 수년 전, 상가(喪家)의 옆 테이블에서 현직 교장선생님이 모 초등학교에서 선친과 자신이 대를 이어 근무함을 자랑했다. 6학년 때 영정사진을 그린 교장선생님의 아드님이다. 중학교 1학년때 선친(先親)을 떠나보냈다는데, 나보다 1년 연상이었던 것이다. 교직자로서 가업을 이어온 것도 존경할 일이고 아버지의 학교에서 대를 이어 벽지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는 효심도 존경스럽다. 우리는 TV에서 벼루, 한지, 자개장, 옹기, 유기 등 3대 이상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匠人) 이야기를 보곤한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후계자가 없음을 걱정한다. 사
월드뮤직은 사연 없는 곡이 드물다. 노래 하나가 태어나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월드뮤직’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기가 막힌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곡들이 많다. 대부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모든 예술은 고통의 처방전이라는데 월드뮤직도 예외가 아니다. 제일 먼저 소개할 곡은 ‘백만송이 장미’. 심수봉씨가 만든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번안곡이다. 그런데 이 한 곡의 노래에 러시아, 조지아, 라트비아 등 세 나라가 얽혀있고 위대한 화가와 시인, 소설가의 격정이 담겨있다. 이야기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밑에 위치한 조지아에 부모 없이 자라 학교 문턱도 못 밟아본 가난뱅이 화가 니코 프로스마니(1862~1918)가 살았다. 니코는 그의 마을에 순회공연 온 프랑스 여배우 마르가리타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공연이 끝나면 떠나버릴 마르가리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 고심하던 니코는 그녀가 꽃을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집과 화구, 그리고 피까지 팔아 장미꽃을 사 모은다 그리고 그녀가 묵은 호텔 앞을 백만송이 장미로 뒤덮고 구애했으나 여배우는 ‘마음만 받고’ 조지아를 떠나버린다. 니코는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화가 고흐, 고갱처럼 가난과 고
이룰 수 없는 꿈 또는 소망하는 일을 그려보는 행위. 이를 상상이라고 한다. 현재는 상상(想像)이라고 쓰지만 원래는 상상(想象)이었다고 한다. 상상(想像)의 의미는 ‘형상을 그려본다’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상상(想象)은 왜 코끼리 상(象)자가 쓰여졌는지 의아해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고대 중국의 황하(黃河) 지역에 살던 코끼리가 기후 변화로 인해 멸종되었고 후대에 코끼리의 뼈를 발견한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동원해 코끼리의 모습을 유추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설(說)이 있다. 다른 하나는 인도에 사신으로 갔던 중국의 관리들이 그곳에서 코끼리를 본 후 돌아와 코끼리의 모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긴 단어라는 설(說)이다. 아무리 코끼리에 대해 설명한들 한 번도 코끼리를 본적 없는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설명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을 것이라 상상할 뿐이다. 요즈음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검언유착 수사의 대상자이고 윤 총장의 아내와 장모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도 시중에 떠돌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 주 안에 발표되는 검찰 인
1960년대 농촌에서는 ‘하다 못해 면서기라도 하라'는 말이 유행했다. 붓글씨는 아니어도 펜글씨를 잘 쓰면 면서기로 일하는 시절이었다. 지역의 유지가 면장을 하던 시절에 면장에게 부탁을 하면 글씨를 잘 쓰는가에 큰 비중을 두어 임시로 뽑아 쓰다가 잘 적응하면 이른바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당시 글씨가 중요한 이유는 타자기 보급전이었고 복사기는 물론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행정을 펜글씨로 쓰고 호적등본,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에는 ‘기재생략’이라는 고무도장이 가득했다. 또한 당시의 호적부에는 할아버지부터 아들, 며느리, 손자손녀가 바글바글했다. 아들이 분가를 신청해야 호적에 분리되었던 시절이다. 호적등본상 가족이 15명이나 되니 손자손녀 취업서류를 구비하려면 3일전에 예약을 해야 했다. 신청을 받은 호적주임이 토요일, 일요일 여유시간에 따로 호적등본을 필사했다. 먹지를 대고 2부를 더 복제했다. 모든 일을 글씨로 하니 글씨를 잘 쓰면 보다 나은 보직으로 진급했다. 군청 시청과 도청의 공직에서 필체는 중요한 업무능력이었다. 인사계, 기획계, 예산계에는 명필 직원들이 발탁되고 수직승진을 거듭하여 간부가 되고 1992년 지방자치 이전까지 시장군수에 발탁 되었다. 그리고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일환으로 육군사관학교가 있는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까지 거론되고 공공기관 지방 추가 이전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경기도 등 지방정부의 육사 유치전이 활발하다. 공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는 오래 전 충북 청주와 경남 진해 등으로 이전했으나 육사는 아직 서울에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이전 논의가 있었지만 그 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유치에 나선 곳은 경기도 반환 미군기지 등 접경지역과 강원도 화천군, 충남 논산시나 계룡시, 경상북도 상주시 등이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태릉 육사에는 사관생도를 포함, 2천여 명이 생활하고 있어 육사를 유치하는 지역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육군사관학교 경기도 접경지역 이전 건의안’을 발표했다. 도는 “그동안 군사규제 등 각종 규제로 고통을 겪어 온 지역의 균형발전과 군 시설과의 연계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경기도 북부지역의 접경지역 등에 육군사관학교를 이전해야 한다”고 정부에 적극 건의했다. 북과 철조망을 경계로 반세기 넘게 대치해 온 경기도 접경지역은 국가안보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해왔다. 낙후된 이들 지역에 육사를 이전하게 되
우리나라의 민간ㆍ상업용 로켓의 고체연료 사용제한이 한미 미사일지침(missile guideline) 개정으로 완전히 해제됐다. 이번 개정은 우선 우리나라 국방력 향상에 획기적인 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완전한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의 핵심은 군의 정보·감시·정찰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800km로 제한된 사거리 제한도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 한국은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 등을 갖고 있음에도, 판독기능이 충분치 않고, 한반도 상공 순회주기도 12시간이나 돼 군사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무려 50조 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쓰고 있으면서도 정보·감시·정찰 능력이 태부족해 미국·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떨어뜨리지 못했다. 현대전은 정보전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정보취득은 시급한 과제였다. 액체연료는 물론 고체연료 사용제한이 풀렸으므로 이제 우리도 다수의 저궤도 군사정찰 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 고체엔진은 구조가 단순하고 추진력을 내기 쉬운 장치다. 개발 기간이 짧은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어서 민간 기업들도 주로 활용한다. 사실상 한미 미
우리는 일평생을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해 입시경쟁도 무난히 치르고, 젊은 날에는 직업전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헤치고 생활기반도 다지며, 자녀들 양육과 교육부터 결혼시켜 가정을 꾸려주기까지 힘겨운 삶의 여정을 보내고 정년이 되어 은퇴하고 젊은 날 느껴보지 못한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의 노후를 보내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노년의 삶은 젊은 날 못한 것에 대한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인생의 휴식기이자 정리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그 노년의 삶은 오늘날과 같은 백세시대에는 3~40년의 긴 세월이다. 사람에 따라 사전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하지만 더러는 대책 없이 맞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람되고 편안한 노년의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조선시대 성리학자 장현광은 ‘노년의 삶은 지나치게 간섭하여 잔소리 말고, 잡스러운 일을 줄여 심신을 피곤케 말고, 마음을 비워 잡념을 끊고, 자신의 삶을 천지자연의 이치에 맡겨 지나치게 아등바등하지 말라’고 했다. 구약성서 시편에 ‘사람의 연수는 70’이라 했고 ‘강건하면 80이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고생)와 슬픔’이라고 쓰여 있다. 의학이 발달되어 수명이 늘어가고 있는 우리는 욕심을 버리고…
그대의 미소는 잠깐뿐 박 영 하 그대 눈에 비친 나의 삶이 안타까워 보여서 잠시 달래 주려는 마음으로 나를 기억하지는 마십시오 애절한 눈으로 잠 못 이루는 연민이 나를 감싸지는 못하니까요 오늘 그대의 미소는 잠깐뿐 언젠가는 거두어 가니까요 그림자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다고 돌아서 가노라면 자꾸만 엷어지는 내 마음 나를 기억하지 마십시오. 박영하 1955년 서울 출생, 한국시인협회 이사, 여성문학인회 이사. 월간 ‘순수문학’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