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데 보이(Donde Voy). 요즘 뜬금없이 30년 전 드라마 삽입곡이었던 라틴 포크송을 한숨 섞어 흥얼거린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라고 번역되는데, 시간만 나면 배낭 매고 훌쩍 나라 안팎을 떠도는 게 유일한 호사였던 내게 코로나로 발 묶인 현실은 우울하다. 답답한 마음에 동네 서점 나들이가 잦아졌는데 그제 구석진 곳에서 뜻밖의 책을 발견했다. 탱고 입문서인데 저자가 20여년 전 방송 인터뷰 일로 만났던 시인이었다. 읽고 쓰고 음악 듣는 게 삶의 전부라 은둔형 외톨이처럼 사는 게 좋다던 그가 세상에! 탱고댄서로 변신해 있었다. 게다가 탱고학원을 운영하고 탱고영화까지 제작했다는데 한마디로 탱고전도사가 됐다는 얘기다. 시작은 ‘한 영화의 배경음악이었던 탱고가 불을 붙이면서’란다. 한 곡의 음악이 삶을 바꿔버린 것이다. 오래된 독서모임의 멤버였던 대학 무용과 H교수도 그랬다. 발레 동작이 몸에 배어 말도 동작도 우아, 반듯했던 H교수는 음악에 카스트라도 있는 듯 발레 배경음악인 서양 클래식을 최고라 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해 세밑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택시 안에서 취중에 들은 플라멩코 한 곡에 꽂혀버렸다. 술기운 때문은 아닌 듯, 이후 플라멩코 연
음식은 담긴 그릇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작은 양의 스프를 큰 접시에 담아주는 양식의 멋스러움이 있다. 갈비탕은 냉면 그릇보다는 질그릇에 담아주면 먹음직스럽다. 냉면을 해장국 그릇에 담은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같은 밥이라도 안성유기에 담기면 고급스럽고 대중음식점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평범한 스테인레스 그릇속의 눌린 밥은 생동감도 없고 식고 굳어서 식감이 떨어진다.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형태가 고정된 그릇과 같지 않아서 모든 분야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군자는 모든 이들과 소통한다는 의미로 풀어 본다. 요즘시대에 군자를 풀어보면 언론인, 특히 기자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다양한 분야에 사는 분들을 만나서 그분들의 입장과 위치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언론이야말로 군자불기를 실천한다. 이처럼 언론인, 그중의 기자들은 사회적으로 소금,목탁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은 어렵기만 한 상대다. 정치 초년생들도 언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더불어 대기만성(大器晩成)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그릇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그릇을 오래 쓰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많다. 59세에 퇴직
인류 문명사에 헤브라이즘의 영향이 심대하였기에 BC, AD로 역사적 시기 구분을 한다. 21세기 역사는 세계적 펜데믹으로 BC(비포 코로나)와 AC(애프터 코로나)로 나눠도 이상하지 않다. 디지털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 코로나와 함께 더 숙성되는 느낌이다. 소위 언택사회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시향은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하였고 지난 4월 방탄소년단은 유튜브를 통하여 온라인 콘서트(방방콘)를 열었다. 전 세계에서 2백만명이 실시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 온라인강의, 스트리밍을 통한 미디어소비가 확산되었다. 1990년대 빌게이츠는 “미래에도 금융은 필요하나 꼭 은행일 이유는 없다”라 하였다. 교육을 위해 꼭 학교에 가야하고, 소비를 위해 꼭 시장에 가야하고, 프로그램을 보기위해 방송사 채널을 틀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는 이러한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로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한 것은 미디어 산업이다. 넷플릭스는 2019년 12월 387만, 2020년 5월 637만의 이용자를 기록하였고 유료사용자는 328만 명으로 추정된다. 와이즈앱 조사에 의하면 올 4월 유료사용자의 카드 결제액이 439억 원으로 밝
신종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한 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이 이뤄져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전국 대학생들이 교육부와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생들은 교육부와 대학에 등록금 반환과 학습권 침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대학은 재정난을 들어, 교육부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감염증으로 우리에게 불어 닥친 대학교육의 언컨택트(Uncontact: 비접촉) 시대는 집단생활을 하는 대학에 큰 변화와 부작용을 가져왔고, 코로나 이후에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많은 변화들이 정착되어, 포스트코로나 학교문화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 변화에 따라서 대학의 교육방법, 교육내용 등의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했으나, 그런 과감한 변화가 일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타의적으로, 강제적으로 대학의 교육 환경이 대면 교육에서 비대면 교육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측면에서 대학이 기업을 리드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화의 시대에 대학들은 연구개발과 인재육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향상하는
먼 곳 /박재화 낙타는 왜 석양으로 나아가는가 뒷걸음질 없이 고개를 추켜들고 눈 먼 세상 한복판을 묵묵히 가는가 무한 절대의 안팎을 품은 낙타의 등에 가만히 깃드는 달빛 서늘한 시간을 반추하며 나아가는 모래의 오롯한 혹 적막이 알을 품는다 낙타는 왜 다시 석양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염없이 가뭇없이 ■ 박재화 1951년 충북에서 출생. 대전고, 성균관대·성균관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2회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 ‘도시(都市)의 말’, ‘우리 깊은 세상’, ‘전갈의 노래’, ‘먼지가 아름답다’ 등이 있음. 기독교문학상, 성균문학상, 다산금융상(茶山金融人賞) 등 수상.
무더위가 시작 됐는데도 코로나19 기세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언제 종식될 것인지 끝이 안 보인다. 이처럼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은 일부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손 세척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서울과 대전의 방문판매업체와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광주 일곡중앙교회는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시설을 이용했다고 한다. 대중교통의 경우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 5월 26일부터 지하철, 버스, 택시, KTX를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탑승이 제한된다. SRT와 항공기와 여객선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폭력을 휘두른 사건도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얼마 전 서울에서 50대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청한 마을버스 기사와 승객 등을 폭행했다. 경찰은 “마스크 착용이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 남성을 구속했다. 서울 전철 안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승객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며
아침 기다림 /김종섭 겨울 맷새가 눈 속에 부리를 문지르고 빈 하늘이 사람을 기다리는 아침은 신선하다 빈 하늘을 받드는 맨살의 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기다리는 시간은 매운 겨울바람처럼 맑고 신선하다. 기억처럼 피어오르는 다향과 함께 음악을 듣는다 목관의 선율을 따라 아침 햇살로 다가오는 그대 겨울 손님은 눈부시다 이윽고 안부를 나누고 일어설 우리의 시간은 또 노을처럼 소리없이 떠나갈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의 창밖은 아름답다 저 잔설에 떨어지는 아침 햇살 어쩌면 그대 아롱진 눈망울인양 반짝이고 겨울 맷새가 눈 속에 부리를 문지르고 있음으로 하루 기다림의 시간은 언제나 따뜻하다. ■ 김종섭 1946년 경북 포항 출생, 중앙대 및 영남대대학원 졸업. ‘월간문학’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환상조’등 12권, 칼럼집 ‘동백과 산수유 사이’, 시감상집 ‘시의 오솔길을 따라’, 평론집 ‘서정의 미학’등. 윤동주문학상, 조연현문학상, 경상북도문화상, 여산문학상 등 수상. 한국문협 부이사장, 경북문협 및 경주문협 회장 역임.
2020년 6월 17일,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인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하였다. 대책의 주요내용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과열된 주택시장 지역에 대한 규제와 주택매입 및 전세 대출 규제, 투기과역지구에서의 2년 이상 거주자에 대한 조합원 분양 자격부여, 법인 및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종부세율 인상 등 조세 부담을 높이는 것이다. 고강도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주택가격 인하와 주택투기를 원천 봉쇄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다시 주택의 공급 정책을 추가하고, 더 강력한 조세강화도 추가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강력한 주택규제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주택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이 안정될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역대 우리나라 주택정책을 추진하는 방법에는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도, 수요를 감소시키려는 정책도 군사작전과 유사하게 전격적인 대책으로 발표하곤 하는 것이다. 그 내용에는 공간과 대상을 특정하여 개발과 규제를 반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과거보다 더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은 스포츠계의 폭력문화를 소박하지만 깊이 파고든 작품이다. 두드려 맞으면서 악몽의 수영 선수생활을 한 코치 광수는 초등학생 준호를 가르치면서 똑같이 폭력수단을 동원한다. 아이가 코치에게 매를 맞는 줄 알면서도 엄마가 그것을 당연시하는 장면은 우리 주변에 흔한 극성 엄마의 모습이다. 영화 ‘4등’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매를 맞아야 하는 연습을 견디다 못해 도망을 치기까지 한 준호가 동생 기호에게 똑같은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다. 폭력은 그렇듯 소리 없이 대물림된다. 매번 4등밖에 못하던 준호가 광수의 혹독한 훈련으로 2등을 하자 엄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준호는 엄마에게 묻는다. “내가 매 맞아도 1등 하는 게 좋아?” 이 질문 한마디에 ‘엘리트 체육’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감염된 대한민국 스포츠의 병폐가 다 들어있다. 대한민국은 과연 ‘스포츠 선진국’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아니다’다. 선진적인 ‘사회 체육’ 정책으로 온 국민이 행복해야 할 21세기에 우리는 결코 ‘스포츠 선진국’이라는 수식어를 달 자격이 없다. 우리는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후진국형, 독재 국가형 스포츠 정책을 하고 있다. 온 국민이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