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선거가 일주일 여 남았다. 이번 선거는 아마도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만한 선거가 될 것 같다. 그만큼 “초유”의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초유”의 상황은, 코로나 19라는 전무후무한 전염병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 사태를 겪을 바 있지만, 이번처럼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19는 선거의 투표율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투표율과 정치 지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선거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먼저 투표율을 보자. 과거에는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측이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측이 유리하다는 “이론(理論)”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이론이 들어맞지 않는다. 세대에 따른 투표 양상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단언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즉, 과거 이런 식의 이론은, 젊은 층들은 진보이지만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는 반면, 중장년층들은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 투표에 항상 적극적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곧 진보적 젊은 층들의 투표 참여가 증가했음을 의미
달린다. 자동차는 달리고 그 안의 연인은 서로 손을 꼭 잡고 함박웃음을 띠고, 점점 더 빨라지는 속도, 마침내 미친 듯이 내달리는 속도. 양 옆으로 갈라지며 찢어져가는 도로. 문득 날아오르는 새의 날갯짓에 시선이 빼앗겼나 했는데 순간, “끼~익!” 곤두박질치고 마는 자동차. 느닷없이 나타난 돌발적인 의외의 사건들을 통해 영화에서 노리는 건 역시 짜릿한 감동 또는 충격 또는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싶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리얼리티의 맛을 살리는 돌발 상황이 현실에서는 하늘이 무너질 듯 난감하기 짝이 없을 때가 있다. 몇 년 전 파리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다. 늦은 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수화물을 확인하던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갖가지 추억이 담긴 물건으로 채운 캐리어가 고스란히 사라진 것이다. 우왕좌왕하던 나는 다행히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가 우리나라 국내항공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차근차근 문의를 하게 되었고, 결국 우리의 수화물이 그곳 공항의 사정으로 처음부터 실리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물건을 고스란히 받을 수는 있었지만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이란 말할 수 없는 곤혹함으로 다가왔었다. 요즘 내 주변에서
정부가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4인 가족 기준)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이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게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전 국민 지급을 청원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6일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침은 힘든 상황에 처한 많은 국민을 돕기 위한 훌륭한 결단이라면서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마음으로 나눠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청원인은 70%의 기준을 결정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더 크고 중요한 문제는 국민의 감정이 나누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리적으로 70%를 구분해도, 받는 사람은 미안해하고 못 받는 사람은 억울해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맞다. 70% 발표 이후 국민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웃으면서 지원을 받고 기분 좋게 쓸 때, 경제 회복의 꽃은 피어날 것이란 청원인의 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다른 청원인도 현재 사회복지공무원들은 코로나19로 늘어난 업무에다 선별적 지원으로
전국책은(戰國策)은 전국(戰國)시대(BC.403~BC.221) 즉, 진(晉)나라가 삼국(三國)으로 나눠진 시점부터 진(秦)에 의해 전국(全國)이 통일될 때까지 약 180년간의 기록이다. 일반 역사서와는 달리 왕이나 세가들의 역사가 아니라 종횡가(縱橫家)들의 언설(言說)과 책략들을 국가별로 기록한 책이다. 이 시기는 각국이 서로 패권을 다투던 때였으므로 위나라와 같은 소국(小國)은 물론 진(秦), 초(礎)와 같은 대국(大國)에서도 부국강병책으로 천하의 패자(覇者)를 꿈꾸거나 생존의 수단으로 난국을 타개하는 것을 우선하던 때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종횡가들이 나타나 천하를 누비며 각국의 군주에게 자신의 외교술과 책략을 받아들여야 부국강병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변설과 권모술수가 난무하였다. 이 책은 전한(前漢) 시대에 유향(劉向)이 각 나라별로 33편의 술책들을 모아 정리하였는데 후대에 많은 주석가들이 차례로 주석을 달아 오늘날 전해져 오고 있다. 어떤 사람이 말을 팔고자 마(馬)시장에 내놓았으나 며칠이 지나도 팔리지 않았다. 누구도 그 말이 준마(駿馬)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백락(伯樂)을 찾아가 이렇게 부탁하였다. “제가 준마를 팔려고 며칠
지난 여행에 이어 대구의 도동서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수월루 2층에서 강당 방향을 바라보면 기둥과 기둥사이로 환주문과 중정당이 일렬로 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거인재와 거의재가 마주하고 있다. 중정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환주문을 통해야 한다. 환주문은 수월루 바로 뒤에 위치한다. 수월루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환주문에 다다른다. 수월루가 있기 전에는 이 환주문이 도동서원의 정문이었다. 환주문은 매우 인상적인 문이다. 너비가 약 1m 남짓이고 높이가 170㎝가 안되는 문이다. 따라서 환주문을 통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성인들은 몸을 반드시 숙여야만 가능하다. ‘내 마음의 주인을 부른다’라는 환주문의 뜻을 생각해보면 ‘주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환주문을 통과하듯, 자신을 한껏 낮춰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 ‘주인’은 도동서원에 모셔진 ‘김굉필’ 선생일 수 도 있고, 아니면 학문의 목표에 도달한 ‘나’일 수도 있다. 혹은 김굉필 선생을 통해 학문의 목표에 도달한 나 일수도 있겠다. 환주문을 오르다보면 환주문 편액과 함께 중정당에 걸린 편액들이 모두 일렬로 눈에 들어온다. 중정당 외부에 걸린 ‘도동서원’ 편액과 함께, 중정당 내부에 걸린 ‘도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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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인해 ‘깜깜이 선거’라는 말 그대로 21대 총선 분위기가 시들하다. 때문에 후보들은 자신을 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목을 끌려는 로고송도 여전히 확성기를 타고 있지만 유권자 관심은 ‘아니올시다’다. 물론 떠들썩한 트로트·율동 유세가 없는 탓도 한몫하고, 예전과 비교해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 덕분(?)이긴 하지만. 로고송은 육성 연설보다 더욱 효과적이다. 또 유세차 홍보 때 중요한 수단중 하나다. 그리고 흥겨운 리듬과 후보자의 특징을 잘 표현한 가사가 맞아 떨어져야 유권자에게 더 어필 한다. 오죽하면 “잘 만든 로고송 하나가 열 정책 부럽지 않다”고 할까. 로고송을 ‘선거 운동의 꽃’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수 많은 로고송이 등장 하고 사라졌다. 그중 인기 톱은 단연 박현빈의 ‘무조건’이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불러 재미를 본후 그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184명의 후보자가 쓰는 진기록을 남길 정도 였다. 이정현의 ‘바꿔’가 다음을 잇는다. 그 여파는 지금도 있다. 대부분의 로고송이 여전히 트로트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사실 선거 로고송은 60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에도 트로트에 가사를 붙였는데,
아내 /고원 아내가 이제 나를 안내한다 안아서 나를 안내한다 아내가 앞에서 나를 안내한다 아내가 나를 알아가며 아내가 인내한다 아 나의 서글픈 아내여 아나서, 그곳까지 아 내가 나를 인도할 때까지 ■ 고원 1951년 전주 출생. 1988년 시집 <한글나라>으로 등단해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대 인문대 교수를 역임했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일이지만 필자는 여전히 그 날을 기억한다. 1997년 11월 21일 저녁,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국민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이하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IMF는 회원국 나라들이 낸 돈을 모아 두었다가 경제가 어려운 나라에게 빌려줌으로써, 가입국들이 외화자금을 원활히 마련할 수 있게 돕고, 세계경제 번영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IMF에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 모델이 가진 모든 문제를 순식간에 보여준 1997년의 외환위기, 이른바 IMF 사태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라 빚은 총 1,500억 달러가 넘고, 이 가운데 당장이라도 갚아야 할 돈이 많은데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은 4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외환 보유액은 한마디로 나라가 급할 때 쓰려고 달러로 챙겨 놓은 비상금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다른 나라에 진 빚을 갚거나 글로벌 경제상황이 나빠질 때를 대비해 일정 기준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소중한 행복이고 축복이었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만남, 비즈니스, 학교수업, 미사나 예배 참가, 여행 등이 당연한 누림이 아니고,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감상에 젖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너무도 치열하고 처절한 전쟁이 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동금지령을 내렸고, 소비와 관련 된 많은 활동이 중단되었고,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있다. 코로나 충격으로 소비, 생산, 투자가 멈춰 서면서 전 세계가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과 같은 경제 마비 및 실업 공포에 빠져 들고 있다. 우리나라 항공·여행·호텔업계는 90% 이상 매출이 줄었을 뿐 아니라, 많은 대기업들도 직원들로부터 희망 퇴직을 받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중소기업들도 현재 같은 사태가 계속 될 경우 42%는 앞으로 3개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한다. 서비스업과 자영업자는 사정이 더 급박하다. 저임금 근로자와 취약계층에도 큰 타격이다. 정부는 소득하위 70%에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금융시장에도 지원 규모를 100조원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