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4명이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사고 당시 청주 지역 강수량은 기상청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13일부터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인 16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455.2mm로 지난 2021년 여름철 강수량인 446.6mm보다 많았다. 4일간 쏟아진 비의 양이 여름철 강수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이면 태풍이나 호우와 같은 계절성 재해로 인한 피해가 잦다. 인명 피해도 늘고 재산상 피해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예년보다 빠른 장마와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내리는 ‘극한호우’ 빈도가 늘고 있다. ‘집중호우’는 시간당 30mm 이상 내리는 비를 일컫는다. 이에 반해 극한호우는 시간당 50mm 이상이면서 3시간에 90mm 이상인 강한 비를 말한다. 물폭탄 같은 강수량에 홍수와 침수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 극한호우에는 보행자가 보이지 않고 차량 와이퍼가 소용없을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렵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와 지난해 서울 강남 침수 사고 등도 해당 지역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극한호우가 내렸던 사례다. 강한 비는 더 자주 내리고 반대로 약한 비는 줄어드는 경향이 늘면서 예상하지 못한
경기신문 19일자 1면 ‘사이렌 민원 넣겠다, 소방 발목 잡는 악성 민원’ 제하의 기사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살면서 이처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경기신문에 따르면 최근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하동 및 장안구 연무동, 상광교동, 하광교동 등을 담당하는 수원시 광교 이의119안전센터에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는 항의 민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인근 아파트 일부 주민들이다. 이에 소방 측은 지난달 민원인 대상으로 관련 간담회를 열고 협의에 나섰고 일부 구간에서 사이렌 소리를 줄이는 것으로 협의됐다. 신도시 주민 약 12만 명의 안전과 생명을 담당하는 유일한 소방 시설인 이의119안전센터 관할 지역에는 영동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신분당선 등이 교차하고 있고, 광교산, 저수지 등도 있어 센터 직원들은 항상 안전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얼마 전에도 길에서 쓰러진 노인이 긴급 출동한 이의소방센터 119 대원들에 의해 생명을 건지기도 했다. 그런데 생명을 구하기 위한 출동사이렌 소리를 일부 시민들은 소음공해라며 항의한 것이다. 소방서와 파출소 등은 안전·치안 필수시설이다. 그럼에도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
장마인가, 우기인가. 기후 변화에 의해 장마철이 점점 길어지고, 특히 올해는 예년 장마철의 세 배에 달하는 강우량에 역대급 폭우가 이어지자 500여 년 전부터 사용되어 온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여름철 열대·아열대 지역의 나라에서 3~6개월 동안 많은 비가 집중되는 시기 ‘우기’는 이제 한국의 여름을 표현하는 용어가 될지도 모른다. 사람도 식물처럼 환기해주지 않으면 시들해진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활동 증가로 질병에 노출되고 낮은 일조량과 높은 습도로 인한 체내 호르몬 변화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강해지며 활동량 저하로 무기력감도 짙어진다. 비 오는 날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건강은 위태로워진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드문 이 여름, 어디로 떠나야 할까. 마이크로투어리즘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형 관광지 대신 집에서 1~2시간 거리의 숨은 여행지를 찾는 근거리 여행이다. 여름철 여행지로 가장 인기가 많은 계곡, 바다, 워터파크보다 작은 미술관이나 물놀이장으로 떠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투어리즘을 더 잘게 쪼개 자신만의 ‘소소한 여행’을 시도해보자. 가까운 전시장과 식물원 가기, 서점에서 평소에 읽지 않았던 책 읽기, 오랜만에 극장으로 나가 영화
현 정부 들어서서 그동안 거리가 있던 미군의 핵잠수함들이 속속 국내에 들어와 군사 훈련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달 재래식 순항미사일 장착의 핵잠수함인 미시간함(SSGN-727)에 이어, 7월 18일에는 핵탄두 탑재의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인 켄터키함(SSBN-737)이 부산에 입항했다. SSBN이 기항한 것은 1981년 이후 42년 만이다. 이는 지난 4월 한미 두 대통령의 회동 후 있었던 ‘워싱톤 선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한미 양국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며”라는 표현에 있듯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를 위해 남한을 미국의 핵 전초 기지로 강화하는 내용의 선언문에는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란 표현이 명시되어 있다. SSBN은 지난 3월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 중에 한반도에 왔던 B-1B 등의 전략폭격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미국의 ‘핵 3축’이다. 하늘은 물론 지난 81년 이후 처음으로 바다를 통해 한반도에 핵을 공식으로 가지고 온 셈이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1000배 이상의 위력을 지닌 켄터키함이 부산에 입항
요즘 경기북부지역을 포함한 접경지역 곳곳에는 평화경제특구법 제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많이 보인다. 오랫동안 논의만 되던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이 올해 6월 13일 제정돼 12월 14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6월 9일 제정돼 7월 10일 시행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홍보성 현수막 또한 많다. 평화경제특구(통일부 주관)와 기회발전특구(산업통상부 주관) 모두 접경지역 지원정책의 하나로 도입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접경지역 정책인 두 개 특구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후속조치이다. 우선 평화경제특구가 활성화되고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경색되지 않고, 남북간의 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국내적 상황뿐만아니라 국제적 상황도 호전되는 외교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입법상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적 영역의 문제이다. 그러나 정치적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선결과제가 필요하다. 평화경제특구는 통일부 장관이 주도가 되어 평화경제특별구역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6조). 그리고 시․도지사는 통일부장관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평화
삶은 죽음을 향한 끊임없는 접근이다. 따라서 삶은 죽음이 더 이상 어둠으로 생각되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한 것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들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고 있고, 날마다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 가고 있다. 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운명이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과연 서로 때리고 괴롭히고 죽이고 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흉악한 강도들도 이런 상태에서는 서로 악을 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모두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파스칼) 우리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이내 죽어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이 매일 조금씩 소모되고 쇠약해지는 것을 알고, 언젠가 결국 죽어버리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끝난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 대해 꽃이 시들거나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단지 그
1. 커뮤니케이션 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을 설득하는 6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 증거의 원칙’이다. 사람들은 자기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 주변의 다수가 선택하는 방식을 살핀다는 거다. 당신도 경험이 있으실 거다. 횡단보도에 빨간 불이 켜졌는데도, 사람들이 우르르 길을 건너면 자기도 모르게 차도에 발을 내딛은 적이. 삼인성호(三人成虎)란 어구도 유사한 심리적 기저에서 나온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데도 여럿이 한 목소리로 우기면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거다. 일종의 어거지 수법인데, 나는 이걸 가장 열심히 활용하는 정치세력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실업급여’ 폐지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7월 12일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위장이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급여“를 운운한 것이다. 그는 공청회 후 브리핑에서 최저임금의 80%인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폭탄 발언을 던졌다. 실업(失業)은 노동하려는 뜻과 능력이 있음에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실업급여는 이렇게 일시적으로 직장 잃은 노동자
“기회의 새 물결이 강물처럼 넘치는 ‘기회수도 경기’를 만들겠다”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도정방침은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 ‘더 나은 사회’ 실현을 위한 것이다. 김지사는 지난 달 3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15개 핵심분야, 30개 중점과제의 본격 추진을 약속했다. 지난 1년 경기도에 ‘변화의 씨앗’을 심었다면서 이제 그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기회의 꽃’을 피울 차례”라고 말했다. 김지사의 ‘기회수도’ 정책 가운데 ‘장애인 기회소득’이란 것이 있다. 도의 설명에 따르면 ‘기회소득’은 생산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내지만,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경기도형 복지제도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정도가 심한 장애인’ 2000명을 선발해 월 5만 원씩 6개월간 총 30만 원을 지급한다. 대상은 만13~64세까지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인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다. ‘경기도 장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가 지난 6월 28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69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통과됨으로써 지난 5일부터 14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