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와 소비 촉진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할인행사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혜택이 디지털 상품권에 집중돼 사용이 미숙한 계층이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부정 유통 가능성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디지털 상품권의 할인율을 대폭 늘렸다. 결국 디지털 마인드가 취약한 지류 상품권 사용계층이 상대적으로 홀대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소외계층이 차별받는 쪽으로 정책이 설계됐다면, 이는 시급히 보완 개선되는 게 옳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온누리상품권 발행량은 5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중 지류 상품권은 부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여전히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류형과 디지털형(카드·모바일)으로 나뉜다. 카드형은 온누리상품권 앱 설치 후 기존 카드를 등록, 금액을 충전해 사용한다. 모바일형은 앱에서 모바일상품권을 구매해 가맹점의 QR코드를 찍고 금액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온누리상품권 할인 행사가 이뤄지는 전통시장 등 매장의 상인·소비자 중 고연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지류 상품권이 아닌 디지털형 온누리상품권 결제 방식에 미숙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0일 정부가 진행한 온누리상품권 할인행사 첫날 접속자가 몰리면서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이 한때 마비됐다. 할인행사 첫날 기록된 접속 트래픽은 최대 972만 건으로 시간당 평균 135만 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특판 당시 최대 트래픽인 96만 건의 10배, 시간당 평균 접속량 33만 건의 4배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서버 정상화 이후에도 구매자가 몰리면서 수천 명의 대기 인원이 발생했다.
이같이 많은 사람이 몰린 건 전례 없는 할인율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이 15% 선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디지털 상품권 구매할인(15%), 환급행사(15%)와 더불어 온라인전통시장관에서 할인쿠폰(5%)까지 모두 적용받는다면 최대 35% 할인 혜택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설맞이 행사 기간(1월 10일~2월 10일) 기존 5%에 그치는 지류 상품권 사용자들은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결국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층 등은 단지 디지털 상품권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심각한 차별을 당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설 대목 상가에서 상품권을 사용하는 계층은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디지털 상품권에 익숙하지 못한 상인들은 환급 절차가 복잡해서 처리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토로한다. 설 명절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진행한 수원시의 관계자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이 같은 디지털 소외계층의 혜택 격차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의 ‘온누리상품권 사업 효과와 개선과제’ 보고서에도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10% 할인 지류 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은 지류 상품권 주 구매층으로 예측되는 저소득 노령층을 비롯한 모바일 약자를 상대적으로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상품권 종류별 할인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구체적으로 지류형과 카드·모바일형 할인율 차이를 기존 5%p에서 2%p로 축소·재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연령은 반비례한다. 연령대가 높으면 어떻게 앱을 깔고 어떻게 휴대전화에 카드를 등록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금 현품 없는 사회는 가야 할 길이긴 하다. 그러나 디지털 문맹까지 전체를 포용하는 형태에 관한 연구와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잘 모른다는 이유로, 알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국가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 더 공평하고 따뜻한 정책이 추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