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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여풍당당,이젠 통했습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8일부터 창작 뮤지컬 '정조대왕의 孝'를 공연한다.
이 작품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인 경기도 수원화성과 이를 건축한 정조 대왕을 소재로 당시 실학사상을 조명하고 한국 문화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기획·제작됐다.
해외 뮤지컬 홍수 속에서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이 주목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등장인물로 극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1759-1823)다.
7월 여성주간을 맞아 우리에게 낯선 여성, 그녀를 조명해본다.

창작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에선 실학자 서유본의 아내이자 여성실용백과인 '규합총서'를 쓸 만큼 진보적인 여성상인 빙허각과 정조의 만남을 가정하고 있다.
조선 최초의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과 개혁군주 정조와의 만남은 그 가정만으로도 다른 모습의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꿈꾸게 한다.
여기서 빙허각은 조선후기 보수화되던 성리학 학풍을 비판하고 이를 자정하며 나타난 실학의 세례를 받은 여류학자로 빙허각은 호이며 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화성에서 꿈꾸다' 외에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어느 공연작품에선 학식이 뛰어나 남편과 대등하게 시를 주고받는 당당함, 일상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고스란히 기록하는 꼼꼼함, 삶의 멋을 아는 멋스러움 등 그녀의 다양한 면모가 펼쳐지는데 조선사회에 이처럼 자의식이 뚜렷한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빙허각이 살았던 18세기 후반은 성리학적 이데올로기의 확산으로 여성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약이 심화돼 한국 역사상 여성의 지위가 가장 낮았던 시기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여성 입장에서는 반대로 경제 활동의 참여가 높아지고 자의식이 고양돼 가면서 글읽기나 글쓰기를 통해 대(對) 사회적 발언을 키워나갔던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빙허각은 여성들이 가정생활에 필요로 하는 갖가지 사안들을 정리해 모아놓은 '빙허각전서'를 편찬했다.
이 책은 당시 실학 사상을 선도했던 수많은 남성 실학자들이 서술할 수 없었던 가정생활의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주로 부녀자의 일상 예절, 구급법, 약학, 염색법, 식물 재배법, 요리, 양조법 등 가정생활에 필요한 내용이었는데, 실제 당시 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모든 내용을 여성들이 알기 쉽게 한글로 썼다는 점은 실학정신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그녀만의 독보적인 가치로 평가된다.
'빙허각 전서' 외에도 그의 저서로는 '규합총서(閨閤叢書)', '청규박물지(淸閨博物誌)','빙허각고(憑虛 閣稿)'등이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제시대와 1945년 이후 격동기를 거치면서 '규합총서'만 남아있고 나머지 저술은 현재 찾기 힘들다.
실학사상을 몸소 실천했던 조선시대 여성 빙허각, 그러나 그의 학문과 사상은 '여자이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자유로운 학문 활동이 가능했던 남성 실학자들보다 그녀가 더 '빛나는 실학자'는 아니었을까./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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