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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도공의 숨결’

수원 실험공간 ‘UZ’, 29일까지 곽규진 ‘Wind of Arita’도예展

 

 

‘이삼평과 아리타, 간이역 같은 작은 역에 하루 몇 차례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그 뿐, 적막하기 짝이 없는 아리타는 겹겹의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였다’

흔들리는 풍경 속에 눕는다.

동네를 쏘다니는 바람 소리, 지붕 위 빗방울 듣는 소리, 종소리, 마음소리….

요란한 음성들을 헤집고 거닐다 보면 어느덧 적막한 아리타(有田)의 도공들을 만나게 된다.

일본 규슈의 아리타는 일본의 백자 ‘아리타야키(有田燒)’로 유명한 곳이다.

‘도자기 전쟁’으로 불렸던 임진왜란 때 조선의 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고 우리 도자기의 예술성에 매료된 일본 군주들은 백자를 빚으라 명했다.

그 때 도공 이삼평(?~1655)이 아리타에서 백자의 원료가 되는 흙을 발견해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자기를 빚었고 오늘날까지 도조(陶祖)라 칭송받고 있다.

400년 전, 조선인 이삼평이 있던 자리에 도예가 곽규진이 바람과 함께 머물러 있다.

수원 실험공간 ‘UZ’는 29일까지 도예가 곽규진의 도예전 ‘Wind of Arita’전을 연다.

황금꼬리와 흰꼬리를 매단 풍경(風磬)과 크고 작은 아리타의 가옥을 형상화 한 자기 350여점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

또 마을 정상 놓인 청화백자달항아리 1점은 온동네에 신비한 기운을 발한다.

작가는 “김병종의 화첩기행 3편에서 소개된 조선 도공을 생각하며 작년 여름 일본 기행을 떠나 이삼평을 만나고 왔다”며 “2006년 6회 개인전의 주제였던 ‘바람소리’를 확장시킬 아이디어를 얻어 이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전한다.

도공들의 숨결이 머물러 있는 아리타, 길고 긴 세월을 간직한 그곳의 기억을 담은 것.

전시장 안은 아리타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온갖 집들과 낙엽이 구르는 길목, 어깨를 마주한 산들로 가득하다.

색색의 지붕들은 잿빛의 일본식 집들과는 다르지만 고요함과 소박함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천장에는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풍경(風磬)들이 흔들린다.

작가는 “각각의 풍경(風磬)들은 일본으로 끌려간 우리 도공들의 숨결을 상징화 한 것이다”라며 “이름이 전해지고 있는 도공들은 황금꼬리를, 무명의 도공들은 흰꼬리의 종이를 달아 그 영혼을 기리려 했다”고 설명한다.

바람을 자유다.

‘집은 바람을 맞으며 다른 색채를 발산하고 처마 끝에 달린 풍경소리는 계절마다 다른 법’.

바람 가득한 전시장 안, 각각의 사연을 담은 작품들.

관람객들은 공간을 뛰어넘어 아리타에 서 있기도 하고, 시간을 거슬러 조선의 한복판에 있는 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의: 031-244-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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