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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안성맞춤' 만드는 안성의 장인들

곳곳에 생긴 상처는 ‘훈장’ 오늘도 전통을 담금질

 

 

곳곳에 생긴 상처는 ‘훈장’ 오늘도 전통을 담금질

 

‘평양냉면‘ ’청양고추‘ ’안성유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어느 한 지역의 특산물을 나타내며, 타 지역의 그것보다 우수하다고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보통 ’평양냉면‘ ’청양고추‘ 의 경우, 제품의 질을 인정받는 것에 그친다.하지만 ’안성 유기‘는 ’품질 좋은 유기‘라는 의미를 넘어서 ’안성맞춤‘ 이란 어휘로 발전했고,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무엇이 쏙 들었을 때 ’안성맞춤이다‘ 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렇듯 ‘안성맞춤’의 어원이자, 조선시대에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려졌다는 안성유기. 경기도 안성에는 안성유기 이외에도 ‘안성맞춤’ 의 정신으로 3대째 혹은 4대째 가업을 이으며, 한국 전통의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장인 들이 있다. 안성 유기 삼부자, 가마솥 장인 김종훈씨가 바로 그들이다.

 

안성맞춤 유기공방, 유기 삼부자

3대째 이은 ‘금빛명맥’ 1000℃서 펄펄

 

   
안성 시내를 걷다 보면, 반짝 반짝 광택을 빛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안성맞춤 유기공방‘을 발견할 수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인 유기장 김근수(92) 옹과 그의 아들 김수영씨, 그리고 손자 3형제 범진, 범용, 범산 씨가 3대째 운영하는 공방이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우리네 살림살이에서 빠지지 않던 필수품이었던 유기는 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진 공장과 함께 그 수요도 급격히 하락했다. 플라스틱,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등 새로운 재질의 그릇들이 식탁을 점령하면서 우리네 정과 전통이 담긴 놋그릇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져만 갔던 것. 하지만 김근수 옹은 ‘안성유기’ 에 대한 자부심과 안성유기의 맥을 잇겠다는 생각으로 홀로 꿋꿋이 공방을 지켜냈다. 김근수 옹의 뜻은 아들에게로 그리고 다시 손자에게로 이어졌고 ‘안성맞춤 유기공방’의 유기들은 그렇게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영롱한 빛을 내고 있다.
전국에 하나 밖에 없다는 안성시 미양면에 위치한 ‘유기 공장’은 2대째 가업을 이은 아들 김수영씨가 지킨다. 유기를 만드는 방식은 틀에 쇳물을 붓는 주물유기와 망치로 놋쇠를 두들기고 늘리고 다듬어서 형태를 만드는 방자유기 등 두 가지. 방자유기는 광택과 강도가 뛰어나고, 주물유기는 일정한 모양의 제품을 대량 생산한다는 이점이 있다. 김수영씨는 유기공장에서 놋쇠를 두들겨서 만드는 방짜 유기부터 장식품을 만드는 주물 유기까지 수십 가지가 넘는 품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섭씨 1000도가 넘는 쇳물을 다루는 고단한 일이지만, 십 수년 간 가족처럼 같이 일 해온 직원 10여명과 3대째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아들 형제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다. 숙명처럼 받아들인 가업이 ‘안성 유기’ 의 맥을 잇고 대한민국 유기의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낀다.
시내에 있는 ‘안성맞춤 유기공방’ 에서는 김근수 옹의 큰 손자 범진씨가 소비자들과 직접 만난다. 최근 유기 그릇에 음식물을 담으면 대장균 등 세균 번식이 억제되는 유기의 항균기능이 주목을 받으면서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며 범진씨는 소박한 웃음을 짓는다.
‘안성맞춤’ 이란 단어의 어원을 생각하며 쏙 들어맞는 유기를 만들고자 항상 노력한다는 안성 유기 삼부자.. 안성유기 삼대의 소박한 웃음 속에 100년, 200년 정교하면서도 단아한 자태를 뽐내는 안성 유기를 기대해 본다.
<안성맞춤 유기공방>
‘안성맞춤’의 어원인 안성유기가 전시되어 있다. 촛대, 향로, 수저, 주발, 놋대야, 화로 등 제기용품 및 생활용품과 유기로 만든 학, 사슴, 황소, 마패, 범종 등 예술용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누구나 구경할 수 있으며, 주인장에게 안성유기의 역사와 제조법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다.
위치- 경기도 안성시 안성1동 봉남동 7-3
문의- 031-675-2590

 

 

안성주물 김종훈-김성태  부자

무쇠 가마솥만 고집해온… 뚝심의 50년

 

   
무거운 가마솥 뚜껑을 힘겹게 열었을 때, 확 뿜어져 나오는 촉촉한 연기를 훠이훠이 제치고 맛보는 고슬고슬한 쌀밥.. 그 맛은 전기밥솥의 경망스런 '삐삐' 신호음에 뚜껑을 열 때나 일회용 밥을 덮고 있는 얄팍한 비닐을 벗겨낼 때와는 사뭇 다를 것 같다.
안성에는 50년 넘게 무쇠로 만든 가마솥을 고집하며 전통을 잇고 있는 부자(父子)가 있다. 바로 김종훈(76)-김성태씨가 그들이다. 안성 계동의 낡은 가마솥공장을 운영하며 지금도 옛날 방식 그대로 무쇠 가마솥을 만들고 있다.
가마솥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진흙을 발라 만든 1850도의 용광로에 쇠를 녹이고, 불순물을 제거한 뒤, 진흙으로 만든 거푸집에 부어 만든다. 일단 쇳물을 붓기 시작하면 자칫 잘못해 벌겋게 달아 오른 쇳물이나 불똥이 몸에 튀어도 참고 한 번에 끝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단단함이나 결이 고르지 않아 애써 만든 가마솥은 폐기장으로 직행이다.
김씨는 여느 중국산과 달리 질 좋은 선철만을 이용해 가마솥을 만들며, 6mm 의 두께를 고수한다. 때문에 단가는 높지만 압력효과가 뛰어나 밥맛이 매우 좋고 30년은 거뜬할 정도로 오래 쓸 수 있다. 이런 고집과 뚝심으로 보낸 50년, 곳곳에 생긴 쇳물 상처에 대한 훈장을 받는 듯 김종훈씨는 지난해 3월 경기도 무형문화재 45호(주물장)로 지정되었다.
1970년 초까지만 해도 가마솥은 가정의 식탁을 지키는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부엌이 입식으로 바뀌고 스테인리스 솥이 물 밀듯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마솥 시장은 사양기에 접어들었다. 때문에 마을마다 있던 가마솥 공장은 사라지고 전국에 3~4곳만 남았다. 다행히 최근에는 가마솥 밥, 가마솥 찜 등 웰빙 열풍을 타고 가마솥 요리가 유행하면서 가마솥을 찾는 사람이 예전보다는 많아졌다고 한다.
가업을 이어 안성주물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태씨는 무쇠가마솥의 품질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다며 대대로 이어져 온 전통 방식 그대로 가마솥을 만들어 명맥을 잇겠다고 했다. 옛날 사람들이 먹었던 그 밥맛을 여러 사람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그의 소망이란다.
<안성주물>
3대째 무쇠가마솥만을 고집하며 전통 가마솥의 맥을 잇고 있다. 지름 1.5m의 큰 가마솥 뿐 아니라 생활용품으로 쓸 수 있는 미니가마솥 및 전골판, 화로, 난로 등 다양한 제품이 있다.
위치- 경기도 안성시 계동 91-21
문의- 031-675-8995, www.ansungjum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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