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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절 있어도 좌절없는 한 해로…牛步千里로 희망 찾자

복조리 방문에 걸어 만복기원
‘춘래불사춘’ 되지 않았으면

 

정월 초하루 설을 맞는다. 정월은 바른 ‘정(正)’자와 ‘달월(月)’자가 합쳐진 한자어로 원월(元月) 또는 인월(寅月)이라고 한다. 정월이란 중국 상고 시대의 하(夏), 은(殷), 주(周) 나라의 경우와 같이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왕조가 바뀔 때마다 역법(歷法)을 그에 맞게 고친 데서 생긴 말이다.

 

설은 새해 첫머리인 까닭에 세수(歲首), 세시(歲時), 세초(歲初), 연두(年頭), 연시(年始)로 부르는데 중세 국어에서는 ‘한설날’이라 했고, 섣달 그믐날을 ‘아 설날’ 이라하였다. ‘한’은 크다는 뜻이고 ‘아 ’은 작다는 뜻이다. 설날은 신화에서 새로운 시작 또는 천상과 지상이 결합하는 재창조의 시간으로 나타난다.

 

천지왕이 총맹부인과 합궁한 다음 다시 천상으로 오르면서 “자식들이 태어나 아버지의 종적을 묻거든 이 박씨를 심게 하되 정월의 정해진 날에 심도록하라.”고 일렀다. 얼마 뒤 대별왕과 소별왕이 태어나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종적을 묻길래 총맹부인은 박씨를 정월 정해진 날에 심게 하였다.

 

마침내 싹이 트고 하늘로 치솟은 넝쿨을 타고 천상에 오른 대별과 소별왕은 부자 상봉을 했다는 것이다. 설 명절은 대보름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 중에는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있다. 설날 아침 조상신에게 차례 지낸 뒤 집안 어른께 세배 드리는 것은 기본이다. 이 때 어른은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주는데 아이들은 덕담보다 세뱃돈을 더 좋아한다.

조선 시대에는 도화서(圖畵署)의 화공들이 수성(壽星)과 일월선녀, 직일신장(直日神將) 따위의 그림을 그려 임금께 바쳤고, 관아에서는 서로 선물을 주고 받았다. 이것을 세화(歲畵)라고 하는데 일반 가정에서도 용, 호랑이, 닭 등을 그려 대문에 붙이고, 삼재(三災)를 면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부적을 대문과 안방에 붙였다.

 

또 방문에는 복조리를 걸고 만복을 기원했다. 대보름은 상원절(上元節), 원소절(元宵節)이라고도 하는데 대보름에 ‘대’자가 붙은 것은 그해에 맨 처음으로 제일 큰 달이 뜨기 때문에 붙혀진 이름이다. 15일은 보름 명절이고, 16일은 귀신날이라하여 일손을 놓았다. 따라서 농사 시발 행사는 14일에 했다.

 

이날 남정내는 아홉 짐의 나무를 하고, 아낙들은 아홉 광주리의 삼을 삼아야했다. 놀이도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사자놀이, 쥐불놀이, 횃불싸움, 다리밟기, 줄다리기, 고싸움, 차전놀이, 돌싸움, 원놀음, 지신밟기, 기세배, 달맞이, 달집태우기, 강강술래까지 그야말로 우리 민속놀이는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해방되는 신바람나는 축제 한마당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놀이가 많은 데는 선량하고 지혜 있는 인재를 골라 기용하려는 뜻이 담겨 있었다니, 우리 선조의 인재 선택 안목에 고개 숙일 일이다.

공자는 “평생의 계획은 어릴 때에 있고,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으며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고 했다. 다른 말로 1년지계재춘(一年之計在春)이라고도 하였으니 설날 아침에 새해 설계를 하고, 굴절은 있어도 좌절은 없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왠지 올 봄은 밝아만 보이지 않는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기 극복의 자구책으로 동원되고 있는 구조조정이 온통 세상을 긴장시키고 있는 탓이다. 자칫 왕소군의 말마따나 봄이 와도 봄같이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갖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너나없이 희망과 용기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더구나 소띠해가 아닌가. 소는 성실 근면하지만 빨리 걷지는 못한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보천리(牛步千里)라 했다. 꾸준히 밀고 나가다보면 고난과 시련의 터널도 끝이 있을 것이고, 삶의 희망을 되찾는 날도 올 것이다. 독자 여러분 즐거운 설이 되시기 바랍니다.  /글=이창식 주필·그림=김호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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