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30 (화)

  • 맑음동두천 26.7℃
  • 맑음강릉 31.4℃
  • 구름많음서울 28.6℃
  • 맑음대전 28.2℃
  • 맑음대구 30.8℃
  • 맑음울산 29.4℃
  • 맑음광주 28.1℃
  • 맑음부산 29.4℃
  • 맑음고창 27.6℃
  • 맑음제주 30.1℃
  • 맑음강화 25.5℃
  • 맑음보은 25.6℃
  • 맑음금산 27.4℃
  • 맑음강진군 27.8℃
  • 맑음경주시 29.6℃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인터뷰] 이성준 변호사·지체장애 1급

“다른사람 재기 돕는 법조인을 꿈꾼다”

 

“다른 사람의 재기를 돕는 법조인이 되고 싶어요”

지난 17일 만난 지체 장애 1급의 이성준(36ㆍ서강대 경제학과 졸)씨는 자신의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지난 1월 사법연수원(41기)을 수료하고 오는 7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입사해 의료분쟁을 조정하는 일을 하게 된다.

대학 4학년이었던 1999년 낙상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얻게된 이씨는 7년 여간의 도전 끝에 2009년 제51회 사법시험에 최종합격했다.

이씨는 “사고 당시 장애 판정을 받고 몹시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욕창’이라고 살이 썩어들어가는 후유증을 겪으며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년 6개월간 아무것도 못하다가 겨우 장애를 받아들이고 인생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이씨는 “책과 합격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바로 민법책을 주문했다”고 사법시험 준비 계기를 설명했다.

이씨는 사법시험을 치를 때도 여러 차례 불편을 겪었다. 장애가 있는 수험생을 별도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던 시절 시험을 치르기 위해 개별적으로 법무부에 전화를 걸어 ‘나 이런사람이다’라고 알려야 했다. 한번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고사장에 배정을 받아 시험장 아르바이트생들이 이씨를 들어 올려 겨우 입실한 적도 있다.

이씨는 “그래도 합격할 즈음이 되니 장애인 수험생 체계가 마련돼 별도의 시험 공간도 생겼다. 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편”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은지 오래된 법원 청사의 경우 ‘내가 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 정도로 열악하다고 했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도 차가 세워져 있는 때도 많다는 한다.

이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이 일반 주차구역보다 넓은 이유가 있다. 나 같은 경우 차를 주차하고 휠체어를 꺼내 옆에 앉을 공간이 필요한데 바로 옆에 차를 세워 놓으면 꼼짝 못하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변론을 하러 법원에 갔는데 내릴 수가 없는 난감한 상황을 종종 상상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씨는 장애를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 뿐 아니라 지금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2년 동안 연수원에서 겪었던 경험을 예로 들며 같은 반이었던 동기들이 처음에는 이씨를 ‘다른 존재’로 인식하다가 나중에는 다르다는 인식마저 자연스럽게 잊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다보면 혁신적인 발전은 아니라도 점진적인 개선은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이씨는 올 여름 입사하는 의료중재원에서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기존에 수년씩 걸렸던 의료분쟁을 90일~120일 이내 해결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돕자는 취지로 지난 8일 출범했다.

이씨는 의료중재원이 ‘타인의 재기를 돕는 법조인’이라는 자신의 이상을 잘 실천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입사를 결심했다.

그는 “아무래도 의료중재원을 찾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죽었거나 큰 장애를 갖게 된 경우일 텐데 내가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지 않을까 싶다”면서 “고통받는 환자나 의사가 분쟁을 매듭짓고 새출발을 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자신의 ‘새출발’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