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9 (월)

  • 구름많음동두천 26.2℃
  • 구름많음강릉 33.8℃
  • 흐림서울 27.6℃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많음대구 32.6℃
  • 맑음울산 33.8℃
  • 구름많음광주 30.6℃
  • 맑음부산 31.2℃
  • 구름많음고창 31.6℃
  • 맑음제주 32.0℃
  • 구름많음강화 26.1℃
  • 구름많음보은 29.0℃
  • 구름많음금산 30.0℃
  • 맑음강진군 32.4℃
  • 맑음경주시 34.1℃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밑그림 완성한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이제 시작이다

세계유산적 가치·진정성·완전성 정립 최우선 과제
내년 학술연구 추진… 2018년 잠정목록 등재 계획
2022년 최종 등재 목표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 시동
전문인력 보강해 세계유산 전담추진기구 구성 모색

 

세계문화유산으로 가는 북한산성 재조명

<에필로그>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로 가는 길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이해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이란 1972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에 의해 인류를 위해 꼭 지키고 보호해야 할 것들을 모아 지정하는 제도다.

세계유산은 오늘날 한 민족, 한 국가에서만 보존되고 전승되는 유산이 아니라 세계인이 공동으로 지키고 전승해야 할 유산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미래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유산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유산이 세계유산이 되는가? 유네스코 운용지침(Operational Guideline)에 따르면 세계유산은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이하 OUV)를 지닌 유형의 유산으로서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을 입증하는 유산으로 정의한다.

즉, 세계유산이 되려면 세계유산의 등재기준에 부합하고, 진정성과 완전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지속가능하도록 보호 및 관리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세계유산의 종류에는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 자연유산(Natural Heritage), 복합유산(Mixed Heritage)이 있다. 이 가운데 문화유산은 건축물이나 성곽, 탑 등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움직일 수 없는 문화재를 뜻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우리나라의 창덕궁 등이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자연유산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잘 보존돼 있는 곳과 독특한 지형, 희귀한 동식물이 사는 곳을 말한다. 히말라야 산맥의 에베레스트 산, 위대한 과학자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한 갈라파고스 섬, 우리나라 제주도의 화산섬과 석회동굴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복합유산은 문화와 자연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잉카문명의 유적인 페루의 마추피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절차

▲잠정목록 등재와 우선 대상지 선정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각국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잠정목록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이란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하기 위해 유네스코에 제출하는 후보 명단을 말한다. 회원국들은 지역 담당자, 지역 정부, 지역 단체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잠정목록을 작성 제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검토 결정을 통해 잠정목록에 등재돼야 한다.

또 각 나라들은 이 잠정목록 가운데에서 매년 2개의 대상 유산(자연유산 1기 포함) 선정해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작성한다.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작성과 제출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는 해당 유산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모든 근거 문서와 지도 등이 포함돼야 한다.

신청서 작성이 완료되면 해당 국가의 대표명의로 매년 2월 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하고 그 완결성을 확인 받으면 세계유산 후보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문기구의 평가

후보로 지명된 유산은 세계유산협약에서 지정한 유네스코 자문기구에서 평가를 받게 된다. 이 때 문화유산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서, 자연유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복합유산은 ICOMOS와 IUCN 공동으로 평가한다.

평가는 신청서 서류 평가와 전문가 현지실사 평가로 진행하고, 평가결과는 ‘등재(Inscribe)’-‘보류(Referral)’-‘반려(Deferral)’-‘등재불가(Not inscribe)’의 4단계로 권고해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하게 된다.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

자문기구들의 모든 평가를 마친 후보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최종 결정은 세계유산위원회가 담당한다. 사전 완전성 평가를 통과한 총 40여건의 세계유산에 한정해 위원회는 매년 6월 말에서 7월 사이에 열리는 회의를 통해 등재를 결정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

등재 판정은 자문기구의 권고사항을 심의해 역시 ‘등재(Inscribe)’-‘보류(Referral)’-‘반려(Deferral)’-‘등재불가(Not inscribe)’로 4가지 유형으로 발표하게 된다. 만약 ‘등재’ 결정 이외에 ‘보류’나 ‘반려’ 판정일 경우 1년을 더 기다려 재심사를 하게 되며, ‘등재 불가’로 판정되면 사실상 등재는 불가능하다.

▲세계유산 등재와 인증서

세계유산 등재 기준에 맞는 유산을 그 절차에 따라 신청하고 등재기준을 만족시키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 등재 결정 이후 등재된 사실을 유네스코 유산목록에 추가하고 ‘등재 인증서’를 해당 국가에 송부한다. 이로써 세계유산 등재의 모든 절차가 끝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 되는 것은 특정국가 또는 민족의 유산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유산임이 증명되는 것이다.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전제조건

▲북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 정립

북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목표는 북한산성이 갖는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정립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북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로는 연간 1천만 명이 찾는 북한산에 자리잡고 있고, 조선시대 군제, 성제, 불교문화, 유람문화, 환곡제 등 조선후기 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 11.6㎞의 산성을 단 6개월 만에 축성하고 한양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을 잇는 조선후기 수도방어체계의 전략적 방어축을 구축한 점, 남한산성-북한산성-수원화성으로 이어지는 조선후기 축성기술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점, 산성 축조와 관리를 위해 13개의 승영사찰의 모습이 남아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는 국내적인 역사가치 기준에 부합할 수 있지만, 세계유산적 가치로서는 지극히 지엽적인 시각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한 국가나 민족의 역사적 중요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전 세계 인류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18세기 전후로 한 시간적 범주 내에서 적절한 지구적, 지리적, 국제 관계사적 틀 속에서 비교 연구를 통해 다른 유산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제시해 왜 인류에게 보편적인 탁월한 가치가 있는가를 보여줘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남한산성의 경우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병자호란 등 국제전쟁을 통해 동아시아의 무기발달과 성곽 축성술이 상호 교류한 탁월한 증거’와 같은 등재 기준과 같이 북한산성도 특정 기간 내 인류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향후 북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 진정성, 완전성, 비교연구, 중장기 보존관리 계획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다.

▲북한산성의 관리단체 일원화

북한산성은 현재 성곽의 행정구역상의 분포를 기준으로 고양시와 서울시가 관리단체로 돼 있다.

산성의 보수정비와 관리도 두 개의 자치단체가 따로 운영하고 있다. 또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산성 등 문화재를 제외한 공원시설은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관할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한 중요 요건 중 하나로 해당 신청 유산의 관리가 단일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남한산성의 경우 광주시와 성남시, 하남시로 분산 관리되고 있는 것을 경기도가 직접 통합관리체계로 전환시켜서 세계유산 등재가 가능했다.

북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현재 고양시와 서울시로 분산된 관리체계를 어떤 형식이든 통합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지난 8월 14일 문화재청이 주관해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 국립공원관리공단, 경기문화재단이 참여하는 ‘북한산성 보존·관리 협의체’가 출범돼 북한산성의 보존관리 및 세계유산 등재 추진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첫 단추를 꿰게 됐다.

향후 협의체가 확대 발전해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관련기관의 업무협약(MOU) 등을 통한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북한산성 세계유산 전담추진단체 구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최소 5년, 길게는 10년이 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남한산성이 2010년 1월 세계유산 잠정목록(예비후보)으로 등재된 이후 불과 4년 5개월만인 2014년 6월에 공식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경기문화재단 내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現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이라는 전담추진단체가 있어서 가능했다.

2017년 등재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한양도성도 서울시 내 ‘한양도성도감’이라는 전담추진기구를 설치했다. 향후 경기문화재단 내 설치된 ‘북한산성문화사업팀’에 등재 추진을 위한 전문 인력을 보강해 세계유산 전담추진기구로 확대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로드맵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와 고양시와 함께 2016년 북한산성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북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OUV), 진정성, 완전성을 증명하는 학술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7년에는 비교연구 및 보존관리계획을 수립해 2018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작성을 완료해 2021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하고, 그 해 등재심사를 거쳐 2022년 최종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원준호 경기문화재단 유산기획실장·북한산성문화사업팀장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