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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동물이란? 학대 아닌 공존의 길 모색하다

반려동물 증가할수록 유기·학대도 많아
20세기 말부터 인간-동물 관계 연구 발전
성차별 연관성과 인간 폭력성 연계도 주목
인간동물학, 폭넓은 상호작용까지 다뤄

 

경제가 성장하고,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전통적인 인간관계가 해체되고, 가구 형태가 변하면서 반려(애완) 동물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먹이와 용품과 의료를 비롯한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반려동물 상조 서비스까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 가까이 지내는 동물이 증가하는 만큼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동물의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유기견이 10만 마리에 이르며 세계의 수많은 공장식 축산농장에서는 매년 지구 인구의 10배에 육박하는 숫자의 동물이 참혹한 환경에서 식용으로 사육돼 인간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모순된 현대의 인간-동물 관계를 이해하고 더 나은 관계로 전환하고자 탄생한 학문이 인간동물학(Human-Animal Studies, HAS)이다.

20세기 말부터 동물과 관련있는 주제를 다루는 철학,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문학, 심리학, 여성학, 생물학, 의학, 동물학, 수의학, 축산학, 생태학 등을 망라한 인간동물학은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학문이다.

인간동물학은 여성학이나 민족학처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해 현실세계에 정책적 영향을 미친다. 인간동물학자들은 무는 개들의 위험 요소를 관찰하고 이른바 ‘위험한 개’를 법적으로 지정하는 정책과 법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묶인 개나 괴롭힘당하는 개, 방치된 개들이 견종과 무관하게 올바른 대우를 받는 개에 비해 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고, ‘위험한 개 법(핏불 같은 견종의 사육을 금지하는 법)’은 무는 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인간동물학은 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의 연관성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폭력과 동물 학대 사이의 관계도 연구한다.

역사적으로 여성과 동물은 남성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는 존재로 간주돼 왔다.

여성과 동물을 통제하고 착취하기 위해 대상화와 조롱 등의 책략이 사용됐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에 대한 학대와 동물에 대한 학대 사이의 연계성에 주목하고 여성, 동물, 그리고 지구에 대한 학대를 종식시키기 위해 교육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미국에서 이 중요한 연구가 정책에 영향을 끼친 결과, 피학대 여성들이 폭력의 가해자로부터 벗어날 때 반려동물을 함께 데려감으로써 동물을 집에 남겨두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수의사와 사회복지사, 수사관이 가정에서의 학대 증후(동물에 대한 학대나 사람에 대한 학대 모두)를 발견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궁극적으로 인간동물학은 인간-동물 관계를 이해하는 도구이면서, 인간이 동물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책 결정이나 법 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인간동물학의 모든 연구 영역을 소개하는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정의와 분류, 사회적 구성부터 시작해, 인간이 동물을 이용해온 역사와 방식,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인간의 문화 속에서 상징이나 재현 수단으로 등장하는 동물, 인간이 동물의 행동·감정·지능·언어·자아를 이해하는 방법, 동물권(animal rights)과 동물 보호 운동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인간-동물 관계의 미래까지 폭넓게 다루며 인간과 동물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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