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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아름다운 사찰, 삼막사를 찾아서

 

 

 

 

 

따뜻한 햇살이 내리 쬐는 늦가을 관악산 서쪽에 자리한 삼성산을 찾았다. 삼성산에는 신라시대의 고승 원효·의상·윤필 대사가 장막을 치고 수도를 했다는 삼막사가 자리하고 있다. 오늘 여행은 천년사찰 삼막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안양시 석수동 삼막 맛거리촌에서 경인교대를 지나 굽이굽이 한참을 오르다보면 삼막사로 오르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삼성산을 오른다.

삼삼오오 산을 오르거나 올랐던 이들을 마주하며 삼막사를 향해 나아간다. 해발 477m의 삼성산은 오르기에 꽤 숨이 차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면 삼막사를 마주한다. ‘삼성산’이라는 지명도 ‘삼막사’라는 사찰명도 원효·의상·윤필 대사 세 고승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삼막사에 올라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원효대사가 수행을 했을 것으로 보는 석굴이다. 아주 자그마한 석굴인데 이를 ‘삼막’이라 하고, 원효대사가 수행했다 해서 ‘원효굴’ 또는 ‘원효석굴’로 불린다. 최근에 원효대사를 석굴에 복원해 모셨으며, 석굴 위로 보존을 위한 지붕 또한 새로 만들어졌다. 모셔진 원효대사는 두 손으로 지팡이를 쥔 채 연화좌대 위에 자리하고 있다.

원효굴을 내려오면 바위 면을 깎아 새겨진 ‘삼귀자’를 만난다. 조선 말기 종두법을 실시했던 지석영의 형 지운영의 글씨이다. 거북 귀 자를 세 번 각각 다르게 새긴 것으로 ‘문자도’이다. 3개의 글씨 중 가운데 글씨가 가장 눈에 띈다. 거북 귀 자를 새겼다지만 아무리 봐도 북쪽의 수호신 현무의 형상을 하고 있다. 현무는 거북이와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수호신으로 북쪽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새겨진 글씨가 뱀의 머리와 꼬리가 함께 있는 거북이의 모습이다.

삼귀자 바로 옆에는 백련지가 자리하고 있다. 사찰 내의 연못은 극락세계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이 극락왕생하면 평생에 지은 업에 따라 아홉 단계로 나뉘는 연대에 앉게 되는데 이때의 연지는 연꽃을 키우는 연못이다. 즉 백련지도 이 구품연지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설에서는 이곳의 화기를 막기 위해 설치된 연지로도 전해온다. 백련지라는 이름은 백련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 백련암은 지운영 선생이 삼막사에 은거할 당시 머물렀던 암자로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삼귀자와 백련지를 떠나 마애삼존불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좁고 기다란, 굽이굽이 이어지는 돌계단과 돌계단에 매달려 있는 작은 연등들을 따라가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만한 즈음 마애삼존불에 다다른다. 마애삼존불은 칠성각에 모셔져 있으며, 칠성각은 영조 40년에 조성된 것이다.

조그마한 칠성각의 문을 여니 세 분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그런데 암벽에 새긴 불상이다. 가운데 자리한 본존불은 ‘치성광여래’이며 좌우보살은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다.

신기한 것은 이 본존불 ‘치성광여래’와 칠성각 바로 옆에 자리한 남녀근석이다. 치성광여래는 자식이 없거나 아들을 낳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녀의 수명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믿었던 부처님으로 불교에서 민간신앙인 도교의 칠성신앙을 받아들여 탄생한 부처님이다. 그 부처님을 모신 칠성각 옆에 남녀근석이 자리한 셈이다. 남녀근석은 자손번성과 풍년 그리고 자신과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 민간신앙이다. 삼막사를 창건하기 이전부터 이 남녀근석이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고 하니, 그 의미가 가장 잘 연결되는 치성광여래를 모신 칠성각이 바로 옆에 자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칠성각과 남녀근석 옆에 널찍한 바위에 걸터앉아 탁 트인 전망과 오색창연 단풍을 마음에 담는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삼성산을 등산하는 사람도 들려가는 이 삼막사, 이곳에 오면 사람들은 어떤 소망을 빌까. 자손만복을 기원할까? 아니면 풍요를 기원할까? 아니면 욕심 가득 둘 다 기원할까? 올해가 가기 전 이곳에서 작은 소망하나를 빌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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