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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자 오는데 글자 못 읽으면”…80대 어르신들의 한글공부

수원제일평생학교서 만난 성인문해교육 수강생들
전정순 수강생 “가족들 응원 속 계속 공부하는 것 목표”
박영도 교장 “단순한 불편함 뛰어넘어 생존위한 교육”

 

“길거리 영어 간판도 읽을 수 있게 됐고, 한글 맞춤법 수업도 큰 도움이 됐어요. 중학교, 고등학교도 갈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데 가족들도 응원해줍니다.”

 

세종대왕의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 창제 574돌을 맞이한 한글날, 수원제일평생학교에서 만난 늦깎이 학생들의 학구열은 뜨거웠다.

 

지난 8일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수원제일평생학교에서는 초등3단계 과정을 배우는 수업이 한창이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지그재그로 한자리씩 띄어 앉은 수강생들은 내년 2월 초등학교 과정 졸업을 앞둔 만큼 큰 소리로 대답하고, 서로 도와가며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메주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며느리한테 상추를 씻어오라고 하죠”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예시를 든 강사의 설명에 수강생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또 3단원 형성평가 쪽지시험을 마친 12명의 학생들은 만족스러운 결과에 뿌듯해하기도 하고, 한 문제를 틀려 아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수강생은 옆자리 짝꿍의 시험지와 비교하며 “아쉽게 두 문제를 틀렸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수업에서 만난 전정순(66)씨는 “올해 처음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로 즐겁게 배우고 있다”며 “재미있게 가르쳐주는 선생님의 수업과 함께 공부하는 분들과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한글 쓸 때 받침이 어려웠는데 수업을 들으니 큰 도움이 된다. 영어를 하나도 몰랐는데 이제 길거리 간판을 읽을 수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가족들의 응원 속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과정도 배우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박영도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장은 “올해 코로나19로 하루에도 수차례 재난문자가 오는데 글을 읽지 못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나”라며 “문해교육은 단순히 읽고 쓰는 것을 넘어 이제는 생존을 위한 교육이다”라고 말했다.

 

1994년부터 수원제일평생학교를 이끈 박 교장은 “학교를 찾는 어르신들이 글자를 깨우치며 이전과는 달리 밝아지고,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자주 본다. ‘광명을 찾는다’고도 하는데 그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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